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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중 한 명은 ‘영업맨’ 출신

네 명중 한 명은 ‘영업맨’ 출신



국내 100대 기업 CEO 네 명 중 한 명은 영업부문에서 활약한 영업 전문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출액 상위 1~30위 기업은

세 명 중 한 명이 영업·마케팅 부문 출신 CEO인 것으로 조사됐다. 본지가 지난해 매출액 기준 상위 100대 기업 CEO의 이력을

조사·분석한 결과다.

이번 조사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중앙일보 인물정보 등을 통해 대표이사에 선임되기 전 거친 주요 보직을 확인해 영업통, 재무통, 기술통, 기획·전략통, 관리통으로 분류했다. 영업, 재무, 기획 부문을 두루 거친 CEO의 경우는 임원에 오를 때 직무

를 기준으로 삼았다.

100대 기업 CEO 중 25%는 영업 부문 출신이었다. 일반적인 예상을 깨고 기술·엔지니어 부문 출신 CEO가 28명으로 가장 많았다. 기획·전략 부문은 16명, 경영지원이나인사·노사 업무를 담당하는 관리 부문 출신 CEO는 13명이었다. 재무통으로 분류할 수 있는 CEO는 11명에 그쳤다.

의사 출신으로 1996년 교보생명 부회장에 선임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금융감독위원회 부위 원장 출신인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따로 분류하지 않았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667곳 중 CEO가 영업·마케팅 부문 출신인 회사는 14.5%다. 기술·엔지니어 부문은 11.5%, 재무 출신은 10.5%다.

영업통 CEO 선호 현상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사내 대표적인 해외 영업·마케팅 전문가로 꼽히는 최지성 부회장을 미래전략실장으로 임명했다. 사상 최대 승진인사를 단행한 지난 연말 정기인사에서는 새로 별을 단 임원 중 28%(92명)가 영업·마케팅 부서 출신이었다.

지난해에도 부사장 승진 대상자 13명 중 영업·마케팅 출신이 5명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그룹은 금융 계열사에도 영업맨 출신을 전진 배치했다. 박근희 삼성생명 사장,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 김창수 삼성화재 사장 모두 해외 영업통으로 통한다.


1~30위 기업에선 33%가 영업 경력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영업통 CEO가 진두지휘하고 있다. 대표적인 해외 영업통으로 꼽히는 김용환 부회장을 비롯해 지난해 말 사장에 선임된 김충호 사장 역시 정통 영업통으로 통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김충호 사장은 현대차 영업맨들 사이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고 말했다.

올 1월 베이징현대차 수장이 된 백효흠 사장 역시 1977년 현대차에 영업사원으로 입사해 영업 파트에서 오래 일했다. 현대차는 2009년 부사장이 맡던 영업본부장 자리를 사장급 보직으로 격상한 바 있다. LG전자 역시 지난 정기 인사 때 상무·전무 승진자 41명 중 14명이 해외영업 인력이었다. 영업 부문에서 임원 승진자가 많다는 것은 향후 영업맨 출신 CEO가 나올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이형근 기아자동차 부회장, 지창훈 대한항공 총괄사장, 이석희 현대상선 사장,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하영봉 LG상사 사장, 박기석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등도 대표적인 영업맨 출신이다.올 들어서도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대우조선해양 고재호 사장, 오비맥주 장인수 사장 등 각 업계에서 최고 영업통으로 꼽히는 인사들이 잇따라 CEO 자리에 오르면서 영업맨 선호 현상은 이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영업에 강한 CEO를 선호하는 금융권은 아예 영업통 CEO 일색이다. 이순우 우리은행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민병덕 KB국민은행장, 조준희 중소기업은행장 등은 자타가 인정하는 영업통이다.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강점영업맨 출신 CEO가 각광받는 것은 무엇보다 경기 침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경기가 어렵고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거대한 전략보다는 현실에 바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불황일수록 기획전략, 재무 파트보다는 현장에서 발로 뛰며 장기간 쌓은 경험과 경륜을 쌓은 영업통이 난관을 돌파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문현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흔히 영업하면 밀어붙인다는 이미지가 강한데, (영업 부분 출신은) 굉장히 카리스마가 넘치는 인물이 많고 기업이 이런 사람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영업통 CEO는 재정적인측면에서도 강점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물론 영업통 CEO에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영업통 CEO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제품 자체가 고도화되고 복합적인 성격을 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이나 철학을 담아야 팔리는 시대인데, 영업에만 능력을 보이는 CEO라면 이런 부문에서 약점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영업은 종류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단기적인 숫자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며 “(영업통 CEO)는 장기적인 시각으로 전략을 짜는능력은 부족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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