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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만 큰 흔한 쇼핑몰로 전락 위기

덩치만 큰 흔한 쇼핑몰로 전락 위기



서울 강남구에서 스파를 운영하고 있는 이 모 대표는 경기 불황 여파로 손님이 줄자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할인 쿠폰 판매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홈페이지 방문자도 늘어나고 예약이 급증해 기대한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단점도 눈에 띄었다. 예약 당일 취소한 고객은 쿠폰을 무효화하기로 소셜커머스 업체와 계약을 했는데 이를 제대로 공지 받지 못하자 스파에 불만을 터트린 것이다.

“쿠폰 판매 당시에만 반짝 손님이 늘어났을 뿐 지속적인 효과는 누릴 수 없었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마포구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이 모 사장은 “소셜커머스에 올라간 업체는 어지간히 손님이 없다는 인식이 고객 사이에 박혀서 오히려 평판이 떨어지게 된다”고 말한다.

단골 손님은 오히려 싫어한다는 것. 업체에서 몇 번이나 영업사원이 찾아왔지만 이 사장은 거절했다. “소셜커머스를 통해 방문한 고객은 구매력이 약하고 테이블 당단가도 낮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원래 소셜커머스는 음식점이나 피부관리실 등 각종 지역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할인쿠폰을 판매해 성장했다. 업계 대표주자인 티켓몬스터(티몬)가 홍익대학교 앞 유명 맥주집 캐슬프라하 할인 쿠폰을 판매한 것이 시작이었다. 대신 소셜커머스 사이트는 마땅한 홍보 수단이 없는 자영업자의 마케팅 채널 역할을 내세웠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역기반 딜(deal) 보다는 배송상품 비중이 더 커지는 현상이 눈에 띈다. 업계 선두업체인 쿠팡은 최근 배송상품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지역 기반상품 비중은 30%로 줄어들었다. 지역 기반 딜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추락한 것도 주요 원인이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이용자중 31%가 “가게 불친절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을 정도다.

소셜커머스업체가 지역업체를 일일이 관리할 수 없다 보니 서비스 만족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 대학생 이가연(23)씨는 “선불로 이미 결제를 한 데다 할인가 이용 손님이라고 차별받는 기분도 자주 느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소비자들의 지역업체 쿠폰 이용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면서 배송상품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파격적인 할인가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셜커머스 업체에 15~25% 수준의 수수료까지 내는 것에 비해 돌아오는 마케팅효과가 만족스럽지 않다. 자연스레 소비자를 끌어들일 좋은 지역기반 딜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셜커머스 측에서도 제품 질 관리가 더 손쉬운 배송상품 비중을 늘리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추세대로 배송상품 위주로 늘어난다면 소셜커머스가 홈쇼핑이나 오픈 마켓 등 기존의 쇼핑 채널과 경쟁해야 한다. 차별점이 있다면 기존 유통채널에 비해 적은 상품을 선보이기 때문에 좋은 상품을 선별해주는 큐레이션(curation)역할을 해준다는 것이다. 쿠팡 관계자는 “단순 거래 중개 창구가 아니라 쿠팡 브랜드를 믿고 사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쇼핑몰 운영자는 “비슷한 제주여행 상품이 몇 개씩이나 올라오는 소셜커머스 사이트가 어떤 큐레이션을 제공해 주는지 의문”이라고 미덥지 않다는 반응을 나타냈다.이용자가 급증하며 덩달아 늘어난 소비자 불만이 사회적인 이슈로 대두되자 소셜커머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소비자 중심 경영(CCM)’을 내세운 티몬은 소비자원으로부터 평가를 받아 CCM 인증을 받으려고 준비하는 등 주요 업체들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가장 큰 불만이 제기되던 기한 내 사용 못한 쿠폰의 환불 문제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약관을 시정토록 명령하면서 70% 환불이 가능해졌다.

그럼에도 소비자 불만은 크게 줄지 않고 있다.

배송제품 판매가 늘어나면서 상품 관련 문의는 증가하는데 비해 고객센터 전화상담 인력이 부족해 연결이 되지 않거나 게시판에 글을 올리거나 e메일 문의를 남겨도 응답이 늦어지는 등 각종 불만 사례 접수가 소비자원과 소비자상담센터에 이어지고 있다. 대형 오픈마켓이나 대기업 유통업체와 같은 고객서비스를 갖추기까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소셜커머스 시장도 정체기에 접어드는 듯한 모습이다. 2010년 500억원 규모에서 작년 1조원을 돌파한 소셜커머스 시장은 올해 상반기 65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치며 선두 경쟁을 벌이던 주요 업체들 중 현재 상위 4개 서비스만 유의미한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소셜커머스쿠폰을 모아 판매하는 메타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업계에서 애초에 예상한 것보다 소셜커머스 시장이 작아 후발주자는 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고 말했다. 명품 소셜커머스 클럽베닛의 정재웅 대표는 “제품을 큐레이션 하거나 지역기반 딜의 부가가치를 높이기보다 전체 매출 규모, 소비자 수를 늘리는 등 외양 확대에만 치중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시장 성장세도 한풀 꺾여처음 소셜커머스가 등장했을 때 지역기반 서비스 할인쿠폰을 판매하는 전혀 새로운 개념의 쇼핑 트랜드를 만들어냈듯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새로 내놓았지 않는다면 낮은 소비자 신뢰도, 기존 유통채널과의 경쟁 때문에 도태될 수 있다는 긴장감도 감돌고 있다. 주요 업

체들도 이런 분위기를 불식시키려는 듯 새로운 계획을 속속 내놓고 있다.

대표주자인 티몬은 종합 마케팅 솔루션 기업으로 나아가겠다고 최근 밝혔다. 지금까지 온라인에서 고객을 모아줬다면 이제는 오프라인에서 자영업자에게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6월부터 시작한 ‘티몬 클릭’ 서비스는 가게 결제단말기에 USB를 꽂아 쿠폰의 예약과 사용과정을 처리할 수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고객 분석까지 제공하는 서비스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기적으로는 자영업 가게 설립을 모두 도맡을 수 있는 총체적 솔루션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최초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쿠팡 관계자는 “브랜드 인지도에 걸맞은 소비자 신뢰를 쌓는 것이 최대 고민”이라며 “물류센터,콜센터를 증설하고 고객보상제도에 더 공을 들이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과도기를 맞이한 소셜커머스 업체의 다음 행보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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