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봉사로 더불어 사는 삶 실천
IT 봉사로 더불어 사는 삶 실천
7월 7일 오전 9시. 강원도 춘천 신북읍의 한 공사현장 앞에 버스 한대가 섰다. 버스 문이 열리자 분홍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다. 해비타트 봉사활동에 참가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25명의 코스콤 임직원이었다. 주말을 반납하고 온 직장인들답지 않게 활기찬 얼굴들이었다.
코스콤은 1977년, 당시 증권시장과 증권업계 업무의 전산화를 전담하기 위해 재무부와 증권거래소가 설립한 회사다. 일반인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1988년 국내 최초의 주식 매매시스템을 개발한 것도 코스콤이다. 지금까지 REPO시장, 국채시장 등 수많은 시장개설과 제도변경에 따른 전산시스템의 개선을 적기에 수용하며 IT 인프라 발전을 주도했다.
코스콤의 핵심 역할은 증권회사 전체를 위한 전산 시스템 개발·운용이다. 이에 따라 1983년, 증권사 공동온라인시스템을 개발해 가동시켰다.다양한 전산 시스템을 지원하는 공공 IT인프라도 운영해오고 있다. 1991년 증권망(STOCK-NET)의 구축·운용을 비롯해, 1999년 재해복구센터(CRS2000),2000년 공인전자인증(SignKorea), 2003년금융ISAC 등을 구축해 업계와 투자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금융IT 솔루션 전문회사’로 자리매김한 코스콤이 최근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며 소외된 계층에게도 해법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코스콤은 2010년, 사회공헌팀 개설과 함께 본격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시작했다. ‘나눔으로 행복을! IT로 희망을!’이라는 슬로건 아래 소외된 이웃을 위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중증 장애인들에게 개인 맞춤형 IT보조 기기를 지원하고, 경제적으로 열악한 전국의 지역아동센터를 대상으로 온라인 플랫폼도 구축해준다. 저개발국의 IT인프라 지원사업에도 초점을 두고 있다. 임지영 사회공헌팀장은 “금융IT 회사의 특성에 맞게 IT 관련된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면서 “올해 상반기 후원만 23건으로, 금액규모로는 대기업보다 적지만 봉사횟수만큼은 뒤쳐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도 그 일환인 해비타트 봉사활동을 위해 아침부터 2시간 거리를 달려왔다. 해비타트란 열악한 주거환경과 막대한 주거비용으로 어려움을 겪는 무주택 가정의 서민들에게 무보수로 설계와 노동을 제공해 집을 지어주는 전 세계적인 공동체운동이다. 이 모든 과정이 자원봉사자들의 손을 거쳐 완성된다.
망치질하는 금융IT 전문가우주하 코스콤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은 본격적인 봉사활동에 앞서 해비타트 후원금 5000만원을 전달했다. 우주하 사장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일을 할 수 있도록 한국해비타트가 코스콤에 기회를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열심히 땀 흘리면서 봉사의 의미를 몸소 체득하고 싶다”고 뜻을 밝혔다.
금융IT 전문가들인 이들이지만 이날만은 망치를 들고 공사판을 누볐다. 이들이 맡은 임무는 건축자재 운반과 아스팔트 싱글(지붕 마감재) 접착 작업. 체감온도가 30도를 웃도는 뙤약볕에서 전 직원이 지붕 위에 올라가 팔을 걷어 부쳤다. 25kg에 달하는 아스팔트 싱글을 지붕 위에 올리는 일부터가 만만치 않았다. 주최측의 도움을 받아 역할을 나눠 지붕 위가 한 줄씩 채워져 나갔다.
우주하 사장은 “어린 시절, 대구 피난처에서 살 때 지붕에 올라가 비슷한 일을 한 적이 있다”면서 “이 집이 완공되면 다문화가정 이웃에 돌아간다고 하니 우리나라가 어려웠을 때 생각이 많이 난다”고 말했다. 시멘트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묵묵히 작업에 열중하는 우 사장 곁에서 임직원들도 구슬땀을 흘렸다.
오후가 되면서 아스팔트 싱글 위에는 한 여름 열기가 그대로 올라왔다. 무더위로 지붕 위에 미리 표시한 먹줄이 지워지고, 방수포가 밀려서 줄이 무너지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직원들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혀를 내두르면서도 누구 하나 일손을 놓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망치질이 처음이라는 홍일점, 홍정아씨는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하다 보니 요령이 생긴다”면서 “체력적으로 힘든 작업이긴 하지만 보람은 두 배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대근 경영전략본부장은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로는 봉사활동 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는데 회사 측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 자연스레 참여할 수 있었다”면서 “회사에서는 이야기할 일이 별로 없던 직원들과도 친해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해비타트 춘천지회 관계자는 “더운 날씨 속에서도 기대 이상의 작업량을 소화했다”며“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을 나눠주신 코스콤 임직원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우주하 코스콤 대표이사
양보다 질적인 봉사가 중요해비타트 봉사활동을 선택한 이유?금전적인 기부활동도 좋지만 임직원이 직접 참여해 땀 흘리는 ‘노력 봉사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 임직원들이 우리 사회의 소외된 계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자신의 삶에 감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해비타트는 땀 흘린 대가가 집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나니 더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본다.
오늘 일해본 소감은?사무실에만 있던 직원들이라 이런 일은 잘 못할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일하는 거 보니까 젊은 직원들은 물론이고, 여직원들도 잘한다. 힘든 일인데도 웃으면서 적극적으로 하는 모습 보니까 좋았다.
직접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이유?사장이라는 자리가 직원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자리다. 동시에 직원들과 많은 스킨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사장과 임직원이 동등한 위치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봉사활동에 되도록 시간을 내려고 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직원들과 웃으며 소통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코스콤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는 까닭은?코스콤이 사회공헌활동을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지만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우리 회사가 하는 일을 다른 곳에서 흉내 낼 수 없듯 봉사활동 또한 코스콤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고 노력했다.장애인 IT보조기구 및 차량지원, 1사1촌 봉사활동은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진정성 있는 활동으로 양보다는 질적인 봉사를 하고 싶다.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향후 계획은?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꾸준히 지속하되 규모를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중점을 두는 부분은 일회성 봉사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지원을 받는 수혜자들이 후원을 통해 사회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자립기반 구축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앞으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모습으로 저소득 소외계층을 돕는 일에 앞장 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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