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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경영 이론에도 옥석이 있다

첨단 경영 이론에도 옥석이 있다



『경영의 대가들』은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기자가 세계 각국의 기업인들을 혹하게 하는 경영구루와 그들의 각종 첨단 경영 이

론을 비판적으로 검증한 책이다.

저자는 1996년 100여 개의 경영이론을 혹독하게 걸러낸 『누가 경영을 말하는가』로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전작 출간 후 세계경제의 변화에 따른 ‘경영이론 산업’의 지형을 분석한 이 책은 그 후속편이라 할 만하다.

저자에 따르면 ‘경영이론 산업’은 경영대학원, 컨설팅 기업, 구루 비즈니스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물론 모두 끝 모르는 호황을 누리고있다.

매년 100개국 25만 명이 경영대학원에 진학하려 경영대 입학시험(GMAT) 시험을 치른다. 2007년 300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경영컨설팅 사업은 지난 30년간 전체 세계 경제성장률을 두 배 웃도는 속도로 성장했다. 게리 하멜, 짐 콜린스, 마이클 포터 등 ‘경영구루’들은 온갖 종류의 경영기법을 선보이며 한 번 강의하는데 5만 달러 이상 받는다.

문제는 여기에 효과가 의심스러운 사기가 마구 뒤섞여 있다는 점이다. 매년 미국의 혁신기업으로 꼽혔으나 분식회계가 드러나 공중분해된 에너지 기업 엔론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스킬링은 하버드경영대학원과 세계적 컨설팅사인 맥킨지의 우등생이었다. 엔론에는 세계 유수 대학원의 경영학 석사(MBA) 250여 명이 근무했다.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를 초래한 각종 파생 금융상품을 개발한 것도 이들 MBA출신들이었다. 톰 피터스의 『초우량 기업의 조건』에서 다뤘던 ‘모범기업’의 3분의 2는 책 출간 5년 후 시장평균을 밑도는 실적을 냈다.

물론 지은이가 마구잡이 비판 일색인 것만은 아니다. 스스로 경영이론의 ‘프레너미(frenemy, 친구(friend)와 적(enemy)을 합성한 신조어)’를 자처하는 저자는 건설적 비판을 시도한다. 예를 들어 요즘 국내외 대기업들의 화두가 되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론(CSR)’을 보자. 저자는 보스턴에 근거지를 둔 기업이 보르네오에서 일어난 불법 노동으로 평판이 산산조각나는 시대에 CSR은 기업평판을 관리하기 위해 필수적임을 인정한다. 뛰어난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고,윤리적 상품은 조금 비싸더라도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등 기업의 수익개선에도 기여한다는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지은이는 CSR은 사기극이란 우파의 비판을 소개한다. 기업이 책임져야 할 ‘사회’가 지리적 장소인지, 일반적 사회인지도 불명확하고 소비자의 75%가 윤리와 환경을 고려해 구매 습관을 바꿀 용의가 있다면서도 실제 실행비율은 3%에 불과하며, CSR로 인건비와 자재비가 상승하면 개도국 투자가 어려워져 실질적으로 정작 도와야 할 대상에 해를 가한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그는 결국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이행한다고 우쭐댈 게 아니라 빈곤층이나 개도국을 위한 신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개도국의 가난한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한 방안을 고안하는데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용하나 완벽하지 않은 경영 기법 중 하나에 불과 하다는 지적이다.

토마스 프리드먼의 『세계는 평평하다』로 상징되는 글로벌화도 신기루이긴 마찬가지다. 저자는 “시장의 특성과 지리적 차이를 무시한 이 개념을 버린 기업은 셀 수 없이 많다”고 썼다.

코카콜라의 가장 큰 해외시장인 일본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3분의 2는 다른 나라에선 맛볼 수 없는 것들이란다. 숙취해소제인 리얼골드, 가슴이 커진다는 러브 바디가 그런 예다.

맥도널드 역시 인도에선 채식주의자를 위한 맥알루 티끼를, 필리핀에선 스파게티 햄버거를, 말레이시아엔서 오트밀 햄버거를 파는 등 현지화 노력을 기울인다. 2008년 포춘 선정 500대 글로벌 기업중 외국 태생 CEO는 14%에 불과하며, 미국 S&P 500대 기업의 외국인 이사 비율은 7%에 그친다는 사실을 들어 글로벌화의 허구를 보여준다.

이 책은 분명 만능처방 같은 경영이론에 목말라 하는 기업인들을 위한 것이지만 결국 그에 영향을 받는 ‘근로자’들을 위한 부분도 있다. 5부 ‘세계의 노동자’가 그것인데 여기에선 영국의 독특한 경영 구루인 찰스 핸디의 ‘삼엽조직’과 ‘포트폴리오 인생’ 개념만 소개한다.삼엽조직이란 오늘날 조직이 핵심 근로자, 계약직 근로자, 그리고 임시직 근로자 등 세 가지 잎으로 구성된 삼엽 식물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포트폴리오 인생은 인간의 평균 수명은 연장되는 반면 조직의 평균 수명은 줄면서 노동자들은 하나 이상의 커리어를 추구해야 하는 변화를 상징하는 용어다.이런 책은 진작 나왔어야 한다.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신종 용어로 치장한 경영기법 중 옥석을 구분하고 싶은, 그렇지 않더라도 그 한계와 배경을 알고 싶은 기업인이나 직장인들의 필독서로 꼽힐 만하다.적어도 ‘벌거벗은 임금님’을 읽는 재미는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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