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장 겨냥해 펀드 분할 매수 노릴 만
반등장 겨냥해 펀드 분할 매수 노릴 만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한 번 된서리를 맞았다.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니 ‘스펙시트(Spexit·스페인의 유로존 이탈)’
니 하며 유로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연중 최저치를 다시 썼고, 코스피 지수 역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기던 18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대외 환경이 워낙 불확실하다 보니 “지금이 바닥”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지금이 바닥은 아니더라도 ‘무릎’쯤은 된다고 여기는 펀드 투자자라면 한 발 앞서 반등장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올 들어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등 채권가격이 급등했다. 국제 유가는 거꾸로 올 들어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주식뿐만 아니라 위험자산 가격은 크게 부진해진 반면 안전자산은 선호되고 있단 얘기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초 크게 엇갈린 미국 국채 가격과 국제유가의 흐름은 최근의 자산시장 흐름과 글로벌 투자환경을 단적으로 잘 드러내고 있다”며 “투자자입장에서는 위험자산의 비중을 덜어야 할 지, 아니면 좀 더 채우는 기회로 삼아야 할 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피 지수 1780선 이하는 과매도국내 증시는 최근 1800선이 무너졌다. 안전자산으로 옮겨가기 시작한 외국인들이 매도세를 강화했고 그간 안전판 역할을 해줬던 연기금도 이번엔 좀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그러나 증시에서 부정적인 요인은 긍정적인 결과를 앞당길 수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오히려 지난해와 같이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 유동성 공급(LTRO) 정책이나 미국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정책과 같은 추가적인 유동성 확대를 유발할 수 있다.
게다가 코스피 지수 1800선 안팎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에 불과하다. 조성준 NH농협증권 연구원은“예측하기 어려운 유로존 상황으로 인해 단기적인 투자심리 위축은 불가피하지만 시장의 급락을 오히려 저가 분할 매수의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도 필요하다”며 “코스피 지수 1780선 이하는 비합리적인 영역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증시 격언 중에 보면 ‘무릎에서 사고, 어깨에서 팔아라’는 말이 있다. 신(神)이 아니고서는 주가의 고점과 바닥을 정확히 알 수 없기에 나온 말이다. 6월에는 글로벌 증시에 영향을 미칠 정책 이슈들이 줄줄이 예정되어 있다. 글로벌 정책 공조가 이뤄질 경우 증시 역시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그 이전까지 추가 하락할 수도 있겠지만 바닥이 아닌 무릎에서 들어가고자 마음먹은 투자자라면 지금이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 김영일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 (CIO)은 “투자심리는 위축됐지만 펀더멘털의 변화는 거의 없었다”며 “글로벌 정책 공조에 대한 기대감을 감안하면 지금이 펀드투자에 있어 좋은 시기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투자는 분할 매수가 유리하다. 전문가들조차 바닥이 어디라고 확신하지 못하는 시기다. 전체 투자 예정 자금 중에서 일부를 불입하기 시작해 향후 하락할 경우에 추가 투자해야 한다. 그게 투자자 마음도 편하고 수익률도 더 좋을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증시는 몇 번의 급등락장을 겪었다. 당시 증시가 제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좋은 성과를 냈던 펀드라면 눈 여겨 볼 만하다.
먼저 그리스 구제금융 이후다. 미국의 1차 양적완화 효과로 2009년 3월부터 1년 이상 지속된 글로벌 증시 상승세가 2010년 5월에 꺾였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피그스(PIIGS) 이슈 때문이었다. 이후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1차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코스피 지수는 종가 기준 1560선을 저점으로 반등을 시작해 그 해 12월 14일 2000선을 찍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0년 5월 25일 이후 12월 14일까지 코스피 지수가 28% 오르는 동안 레버리지펀드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 중에서는 섹터 상장지수펀드(ETF)인 삼성KODEX조선주ETF가 64.40%로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삼성KODEX에너지화학ETF와 삼성KODEX건설ETF가 각각 57.91%, 48.64%로 그 뒤를 이었다.
조선, 화학, 건설 등은 대표적인 경기 민감주다.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에 많이 떨어졌던 만큼 반등장에서도 상승 탄력이 두드러졌다. 대신GIANT현대차그룹ETF와 삼성KODEX자동차ETF도 각각 46.80%, 44.64%로 코스피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삼성그룹
주ETF는 수익률 35.41%(한국투자KIDEX삼성그룹주SW ETF)로 현대차그룹주 ETF에 다소 뒤진다.
중소형주·배당주 펀드는 반등장에서 소외섹터나 테마펀드가 아닌 일반 성장형으로는 소수 대형주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이 강세를 나타냈다.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 펀드와 교보악사코어셀렉션펀드가 각각 42.09%, 36.14%로 집계됐다.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펀드는 대형주를 중심으로 30여개 종목에만 투자하는 압축펀드다. 개별 기업의 경쟁력, 장기적인 성장성과 경영진의 능력 등 보다 장기적인 펀더멘털에 초점을 맞춰 종목을 선정한다. 교보악사코어셀렉션펀드는 40개 유망종목을 선별, 집중 투자한다.
자동차 관련 ETF는 장기로 보나 단기로 보나 성적이 좋다. 해외자동차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대신GIANT현대차그룹ETF와 삼성KODEX자동차ETF 모두 연초 이후 플러스(+) 수익을 지켜내고 있으며, 2009년 6월 이후 3년간 투자했을 경우 수익률은 각각 203.76%, 225.59%로 단연 톱이다. 당시 반등장에서 마이너스(-)수익률을 낸 펀드는 없었지만 상대적으로 배당주나 중소형주 펀드의 수익률은 평균 20% 이하고 시장을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잠잠한가 했던 글로벌 증시는 지난해 8월 초 사상 처음으로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급락했다. 유럽의 위기 전염을 방지할 적절한 대응 수단이 없다는 불안감이 증폭된 상황이었다.유럽을 비롯해 아시아까지 모두의 정책 공조를 통해 코스피 지수는 9월 26일 1652를 저점으로 올 2월 8일 2000선을 회복했다. 당시 반등장에서는 삼성그룹주 ETF가 앞섰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1년 9월 26일 이후 2012년 2월 8일까지 코스피지수가 21% 오르는 동안 레버리지펀드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 중에서는 한국투자KINDEX삼성그룹주SW ETF가 28.07%로 1위를 기록했고, 삼성KODEX삼성그룹주ETF와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펀드가 각각 23.39%, 21.09%로 상위에 올랐다.
이번 반등장에서도 삼성KODEX조선주ETF와 삼성KODEX에너지화학ETF는 각각 23.36%, 22.51%로 좋은 성과를 냈다. 일반 성장형 펀드로는 KB스타多가치성장주적립식펀드와 한국투자네비게이터펀드가 각각 26.38%, 22.75%로 앞서갔다. 대형주 압축투자펀드로는 한화아리랑KOSPI ETF가 22.45%를 기록했다. 역시 중소형주펀드와 배당주 펀드는 꼴찌를 면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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