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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길 흐릿하게 보인다

금강산 관광길 흐릿하게 보인다



“대북사업은 비록 당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남북 화해와 통일의 초석을 놓는 역사적 사명입니다.” 1월 2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현대그룹 사옥. 전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시무식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비장한 목소리가 강당에 울려 퍼졌다. “현대그룹은 단순한 이윤 추구를 넘어 한국 경제의 발전을 이끌고 남북 간 소통의 물꼬를 튼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는 기업”이라고강조한 현 회장은 “대북사업 재개에 대비해대북관계 등 주변 정세 변화를 상시 점검하고 상황별 대처 방안을 철저히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대북사업이 곧 재개될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다가올 미래의 기회에 적극 대비할 것을 임직원들에게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로부터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해 12월 2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조문을 위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북측 고위인사를 만난 터라 현 회장의 발언은 금강산 관광 재개 가능성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됐다.


금강산에서 정몽헌 회장 9주기 추모식현 회장의 발언 이후 7개월여가 지났지만 상황은 별로 달라지 않았다. 하지만,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 가능성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남북 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인데도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9주기(8월 4일) 추모식을 금강산에서 열겠다는 현대 측의 요청을 북한이 흔쾌히 수락한 것이다. 현대아산 관계자의 방북은 김정은 체제 이후 처음이다.장경작 사장을 비롯한 현대아산 임직원 14명은 8월 3일 강원도 고성군 동해선남북출입사무소(CIQ)를 거쳐 방북해 추모식을 하고 관련 시설을 둘러봤지만 다른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장 사장은 “조속한 금강산 관광 재개의 필요성을 전달했으나 북측 관계자가 이에 대해 대화할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어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질 못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현 회장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붙고 있다. 같은 날 경기 하남시 창우리 선영을 찾아

추모행사를 한 현 회장은 기자들에게 “낙관적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금강산 관광 재개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 회장은 특히 “금강

산 관광이 재개돼 내년 10주기 행사는 금강산에서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늦어도 정권이 바뀌는 내년에는 어떤 식으로든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그룹 주변에서는 이미 지난해 12월 조문 방북 때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된 북측의 언질이 있지 않았느냐는 관측도 있다.실제 김정은은 지난해 조문을 위해 방북한 현 회장을 포함한 남측 민간 조문단을 직접 맞이했으며 고개를 숙이고 감사의 말을 전할 정도로 최고의 예우를 갖췄다. 특히 당시 현 회장은 북한의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 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면담한 것으로 알려져 대북사업과 관련된 대화가 오갔을 것으로 추정됐다.

현 회장이 이처럼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에 자신감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금강산 관광 길을 반드시 다시 열어야 할 두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금강산 관광은 단순한 관광 사업이 아닌 통일을 앞당기는 초석이며 1998년 ‘소떼 방북’으로 남북 간 민간교류의 물꼬를 턴 현대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회장의 유지가 고스란히 담긴 사업이라는 점이다. 현대그룹은 지난해‘적통성’을 잇기 위해 현대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 들었지만 막판에 현대차그룹에 고배를 들었다. 따라서 현대그룹으로서는 ‘왕 회장’의 뜻이 담긴 금강산 사업만큼은 어떻게 해서든 살려내서 적통성을 이어가야 한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


그룹의 적통성 달린 문제현대아산과 관련 기업의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점도 현대그룹이 사업 재개에 총력을 기울이는 또 하나의 이유다.현대아산에 따르면 금강산·개성 관광이 2008년 7월 중단된 이후 7월 말까지 관광매출 손실은 금강산 관광이 5221억2700만원, 개성 관광이 773억9600만원으로 무려 6000억원에 이른다. 협력업체의 매출손실도 2133억3500만원에 달한다. 협력업체는 관광공사, 일연인베스트먼트, 다인관광, 현대H&S, 국순당, 한양 등 숙박, 식음료, 판매, 위락, 여행사, 운송업체에 걸쳐 50여개나 된다.

특히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에 토지·사업권으로 4억8669만7000달러, 시설투자로 2268억7900만원을 투자했다. 관광공사등의 외부 투자도 1329억9200만원이다. 현대아산과 외부 기업들은 이처럼 막대한 투자를 단행한 만큼 사업 중단에 따른 피해가 상당하다. 관광사업 직원들도 관광 중단 전1084명에 달했지만 현재는 288명으로 대폭줄었다.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 중단이 장기화되자 관광·건설·경제협력 부문에서 사업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지만 손해규모는 계속 쌓이고 있다.이 때문에 현 회장은 2008년 7월 남한관광객 박왕자씨 사망으로 금강산 관광이중단된 뒤에도 기회만 되면 북한을 방문하며 사업재개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다.현 회장은 금강산 관광 중단 1년 뒤인 2009년 8월 4일 고 정몽헌 회장 6주기 추모식으로 방북하는 등 4차례나 방북 길에 오르며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줄기차게 노력을 해왔다.

특히 같은 해 8월 10일에는 체제 비난과 여종업원에 대한 탈북 책동 등의 혐의로 북한 당국에 체포된 현대아산 직원의 석방 등을 논의하기 위해 2박3일의 일정으로 방북했다가 5차례나 체류일정을 연장한 끝에 묘향산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오찬을 성사시키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현 회장은이 자리에서 4시간 동안의 면담 끝에 5개교류사업에 합의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해‘현다르크’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합의 내용은 금강산 관광의 조속한 재개와 비로봉 관광 개시 및 북측의 관광에 대한 편의와 안전 보장, 육로통행과 체류 관련 제한 해

제, 개성관광 재개와 개성공업지구 사업 활성화, 백두산 관광 개시, 추석 때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다.현 회장은 이후에도 2009년 11월 18일 금강산관광 11주년 기념식을 위해 금강산을 찾았고 지난해 12월 26일 조문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다. 현 회장의 이런 노력이 있었던 만큼 이제 북한의 마음을 어느 정도 움직이게 될 시점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금강산 관광 재개를 둘러싼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류우익 통일부장관은 7월 25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해 금강산 관광 문제와 관련 “(관광객의)신변안전이 핵심이고 나머지는 부수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변안전에 대한 보장이 이뤄지면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류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북측이 공식적으로 신변보장만 담보하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북측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나머지는 부수적인 문제로 처리할 수 있다는 유연한 입장을 보인것이다. 류 장관이 3대 조건과 관련해 직접의견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류장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 회장과 합의한 안전보장 약속을 북한 당국 차원에서 확인을 해줘야 하며 이를 주무장관인 자신에게 해주면 된다는 입장이다.

류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던 정부에 비춰보면 상당히 유연해졌다는 평가다. 현 회장과 김정일 위원장이 2009년 조속한 금강산 관광을 합의했지만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개인 사업자 수준에서 협의한 것이라는 이유로 무시된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정부는 박왕자씨 피격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책임자처벌), 재발 방지 약속, 신변 보장을 위한 제도적 보장이라는 3대 선결조건을 금강산 관광의 ‘교집합’으로 내걸었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이 같은 정부의 입장은 단 한차례도 바뀐 적이 없을 정도로 굳건하게 유지됐다는 점에서 류 장관의 발언은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직접 금강산 관광사업에 나섰지만 관광객이 거의 없어 썰렁할 정도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점도 현대아산이 다시 금강산 관광을 맡을 전망을 밝게 한다. 북한은 관광 중단이 장기화되자 지난해 4월전격적으로 남측 자산인 부동산을 몰수·동결했다. 또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을 제정,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사업 독점권을 취소하고 현대아산직원 등 관련 인원을 전원 추방했다. 이후 북한은 현대아산과 한국관광공사의 공동소유 식당인 ‘온정각’을 ‘별금강’이라는 이름으로 고쳐 중국인 등을 상대로 독자적인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북한의 금강산 사업은 궤도에 오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8월 3일 금강산을 다녀온 장경작 현대아산 사장은 “호텔 앞에 버스 3대가 주차돼 있고 간혹 관광객 5∼10명 정도가 모여 앉아 있는 것을 봤다”며 “통행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것으로 미뤄 볼때 관광객이 많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막상 북한이 금강산 사업에 직접 나섰지만 관광객 유치에는 실패했을 것이라고 짐작하게 한다. 장 사장에 따르면 북한은 금강산에서 면세점 영업도 하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곳에서는 북한산 술과 담배, 그림 등을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관리 후 금강산 썰렁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이 개혁·개방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도 조만간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김정은은 올해 들어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부인 이설주의 대중공개다.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생부인을 공개하지 않은 점과 비교하면 매우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김정은은 각종 행사에서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으며 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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