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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억 대 휴대폰 서비스 산업 발전의 밑거름

7억 대 휴대폰 서비스 산업 발전의 밑거름



1876년 2월 14일, 미국 발명가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1847~1922)이 미국 특허청을 찾았다. 벨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끼리도 곁에 있는 사람처럼 대화할 수 있는 전화기를 발명해 특허를 신청했다. 이로써 인류사에 또 하나의 혁명이 시작됐다.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사람들 사이에 공간적 제약이 사라짐으로써 소통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후 유선전화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돼 2001년, 마침내 가입자 수 10억명을 돌파했다. 발명부터 125년이 흐른 뒤였다.

뒤이어 등장한 휴대전화는 혁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스웨덴의 통신 장비업체 에릭슨이 8월 7일 발표한 ‘통신시장 및 트래픽 현황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1분기 현재 전 세계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62억명에 달한다. 에릭슨은 중복가입자를 빼면 가입자 수가 42억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전 세계 인구 70억 8400만 명(미 인구조회국 통계, 2012년 9월 1일 현재)가운데 60%가 한 대 이상의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셈이다.

가입자 수 62억명을 돌파하는 데는 1980년대 중반 휴대폰이 도입된 이후 30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60억대의 휴대전화가 엮어내는소통망은 상상을 초월한다.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특히 가난한 대륙 아프리카에서는 휴대폰이 단기간에 여러 가지 변화를 압축적으로 불러일으키는 혁신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7월 18일자에서 보도했다.

르몽드는 세계은행(WB)이 같은 달 발표한 ‘기동성의 극대화(Maximizing mobile)’라는 보고서를 인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현재 아프리카를 포함한 개발도상국의 휴대폰 가입자 숫자는 50억명에 달한다. 개발도상국 가입자 숫자가 이렇게 많은 것은 2000년대 들어선진국 사용자를 앞지르는 ‘역전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2000년 세계 사용자의 29%에 불과했던 개도국 휴대폰 가입자 비율은 2010년 77%로 급증했다.


휴대폰 가입자 해마다 20%씩 늘어개발도상국 중에서도 눈부신 성장률을 보이는 곳이 아프리카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이후 아프리카의 휴대폰 가입자 수는 매년 20%씩 증가했다. 2011년 4분기 현재 아프리카 내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6억4900만 명(전체 인구 10억 4600만명)으로 보급률이 62%에 달한다. GSMA는 2012년 말에는 아프리카 휴대전화 가입자가 7억 35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빠른 성장세에 힘입어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선진국보다 높은 휴대전화 가입률을 자랑한다. 남아공의 경우, 2009년 3월말 기준으로 5019만명이 휴대전화 서비스에 가입했다. 이 숫자는 남아공의 휴대폰 보급률이 이미 100%를 넘어 106.9%까지 올랐다는 것을 뜻한다. 두 대 이상의 휴대폰을 사용하는 복수가입자가 많기 때문이다. 남아공은 현재 아프리카에서 세계 주요 휴대폰 단말기 제조회사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대표적인 시장이다. 이집트에서는 2010년 2월 말 현재, 휴대폰 가입자가 5649만명에 달했다. 이집트는 선불 휴대폰의 경우 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저소득층도 쉽게 휴대폰을 이용할 수있다. 특히 이집트는 지난해 ‘아랍의 봄’ 혁명이후 이동통신 시장이 폭발하면서 올해 연말까지 약 9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해 보급률이 10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이지리아의 경우, 2011년 현재 휴대폰 가입자가 9300만명에 달했다. 2000년 50만명에 불과했던 가입자가 11년 만에 186배로 폭증한 것이다. 확산속도에 탄력이 붙으면서 2013년에는 가입자 수가 1억310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휴대폰 가입자가 늘다 보니 휴대폰 판매도 아프리카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어낼리틱스(SA)에 따르면, 2009년 6020만대가 팔린 아프리카 대륙에서 2010년에는 7120만대,2011년 8090만대가 팔리면서 매년 1000만대 정도 판매가 늘어났다. SA는 올해 아프리카에서 8780만대의 휴대폰이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휴대폰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유선망이 제대로 깔려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

부 유선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곳에서도 통화 품질이 그다지 좋지 않아 만족도가 떨어진다. 그런 상황에서 아프리카 각국이 이동

통신시장을 자유화하면서 외국인 직접 투자 유치를 늘린 것도 기폭제로 작용했다. 규제를 완화하고 민영화와 경쟁체제가 도입되

면서 값싼 휴대폰이 대거 출시돼 가난한 아프리카 사람들도 휴대폰을 가지는 것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휴대폰은 부가가치가 높은 다양한 서비스 산업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금융·쇼핑·농업정보 등 휴대폰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이와 관련, 세계은행 부총재 라첼 카이트는“휴대폰은 여러 면에서 인간의 발전을 가속

화시키는데 놀라운 기회를 제공한다”며 “(아프리카의 경우) 건강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결제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창출하는데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건강 정보도 제공특히 아프리카에서는 휴대폰을 통한 결제분야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세계은행은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도 케냐가 금융 결제분야에서 휴대폰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케냐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 ‘엠페사(M-PESA)’를 두고 한 말이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 케냐에서는 은행을 이용한 계좌이체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몇몇 도시지역을 제외하면 은행지점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은행구좌를 갖고 있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20% 정도에 불과했다. 그나마 구좌를 갖고 있는 사람도 송금서비스는 사치였다. 이웃나라 탄자니아로 송금하는데 드는 비용은 영국에서 파키스탄으로 돈을 부치는데 드는 수수료보다 10배나 더 비쌌다.

엠페사는 그런 환경 속에서 케냐의 이동통신업체 사파리콤(Safaricom)이 2007년 도입한 금융결제서비스다. 휴대폰이 급속도로 보급되는 것과 때를 맞춰 무선으로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영국 통신사 보다폰의 제휴사인 사파리콤은 케냐 상업은행(Kenya Commercial Bank)과 손잡고 엠페사를 만들었다. 서비스가 도입된 후 입소문을 타고 순식간에 가입자가 불어났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2011년 12월 현재 케냐에서만 1700만명이 엠페사를 이용하고 있다.

이는 케냐 전체 인구 4300만명의 40%로, 10명 중 4명이 엠페사를 이용한다는 얘기다. 현재 엠페사를 통해 매월 5000만 달러 이상이 송금된다. 대부분 소액 결제다. 엠페사는 탄자니아와 남아공 등 다른 아프리카 국가로도 확산되고 있다.엠페사는 케냐의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분야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일반 국민들에게 금융에 대한 생각을 변화시켰으며, 가처분 소득도 늘려줬다. 도시로 나와 일하는 노동자들은 엠페사를 이용함으로써 고향으로 돈을 보내는 시간과 노동력을 절약할 수 있었다.

엠페사가 도입되기 전 그들은 고향에 돈을 전달하기 위해 직접 찾아가야만 했다. 이러한 낭비가 줄어들면서 케냐 정부는 대략 5~30%의 소득 향상이 이루어진 것으로 추측한다. 또한 농촌에 있는 여성들은 도시에 나간 남편으로부터 엠페사로 송금을 받음으로써 계획적인 소비와 자립 기반 마련이 가능해졌다는 분석이다.아프리카에서는 건강과 농업 분야에서도 휴대폰이 활발하게 활용된다. 정보유통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아프리카에서,휴대폰은 중개 상인과 농부들에게 시장 흐름이나 수확 정보 등 각 지역의 현지 상황을 수집해 제공함으로써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서부 아프리카 국가 가나에서는, 옥수수와 땅콩 재배 농가에게 SMS로 시장 가격 정보를 제공해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사하라 사막 국가 니제르에서는 이러한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곡물 재배농과 도매업자들의 소득이 사용하지 않을 때 보다 30% 늘었다.우간다에서는 바나나 농부의 소득이 34%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이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은 아프리카 개발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비정부기구(NGO)에서 주로 보급한 것들이다.아프리카 사람들이 휴대폰을 사용하는데 가장 많이 활용하는 서비스는 문자 교환이다. 사진과 동영상 서비스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아직까지 웹서핑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인프라가 부실해 인터넷 접속이 자주 끊기기 때문이다. 인터넷 월드 스탯(Internet World Stats)에 따르면, 2011년 현재 아프리카 대륙 내 인터넷 사용 인구는 전체 인구의 13.5%에 불과하다. 유럽의 61.3%,북미의 78.6%에 비하면 현저히 떨어지는 수준이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인터넷 서비스도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특히 최근 5년간 인터넷 보급률은 317%나 늘었다.인터넷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아프리카에서는 2009년부터 온라인 쇼핑도 급성장하고 있다. 세계시장조사자료 종합사이트인 글로벌 인포메이션(Global Information)은 최근 발표한 ‘아프리카의 인터넷 및 B2C E-커머스 시장보고서’에서 남아공·나이지리아·이집트·모로코 등 아프리카에서 비교적 잘사는 나라들에서 온라인 쇼핑이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인포메이션은 아프리카의 인터넷사용 현황과 B2C 전자 상거래 현황을 분석해 아프리카에서 온라인 쇼핑이 확산될 가능성이 가장 큰 나라로 남아공을, 둘째로 가장 많은 인구(1억7000만명, 2012년 6월현재)를 보유한 나이지리아를 꼽았다. 나이지리아는 지난해 말 현재 인터넷 사용 인구가 4500만명을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두 나라에 이어 이집트와 모로코가 유망 국가로 선정됐다. 모로코는 지난해 말 현재 전체 인구 3200만명의 절반인 1570만명이 인터넷을 이용, 아프리카에서 인터넷 보급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스마트폰 보급은 이제 시작2003년 5000만명이던 아프리카 대륙 내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이제 올 연말이면 7억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 같은 폭증세에도 아프리카는 여전히 전 세계에서 휴대전화가 가장 덜 보급된 대륙이다. 주로 사용하는 기종도 구형 피처폰이다. 스마트폰은 남아공 등 잘 사는 나라에서 이제 막 도입되는 단계다. 휴대전화 부문도 아프리카는 기회의 땅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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