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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으로 기수를 돌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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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2일 중국의 외국기업 유치 사상 최대투자 규모인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라인 기공식이 중국에서 열렸다. 장소는 고대 실크로드 출발점이자 3000년 고도인 샨시성시안시. 국내에서도 올 연말에야 양산에 들어가는 첨단 제품인 10나노급 차세대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할 공장이다.삼성전자가 시안을 중국 반도체시장의 진출 교두보로 삼은 이유는 이곳이 중국에서 손꼽히는 교육연구 도시이기 때문이다. 시안에는 대학교 37개와 3000여개의 연구기관이 밀집해 있다, 그만큼 다른 지역에 비해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가 쉽다. 지정학적으로도 시안은 중국의 중심에 위치해 물류 여건이 좋다. 또 세계 유수의 IT 기업이 진출해 있어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다.

삼성전자의 사례에서 보듯이 과거 홀대받던 중국의 중서부 내륙시장이 새롭게 투자대상지로 각광받고 있다. 4대 직할시 중 유일하게 내륙에 위치해있는 충칭시. 최근 3년 사이에 내로라하는 노트북 기업이 모두이곳에 진출했다. 대표적 기업은 HP와Acer, Asus이다. 이외 광다, 잉예다, 런바오, 웨이촹 등 대만 굴지의 OEM 노트북 메이커들도 앞다퉈 충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현재 충칭에는 이들 완제품 기업 외에도 300여 개의 노트북 부품회사가 잇따라 입주했다. 부품업체들이 대기업을 쫓아 동반 진출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충칭과 인접한 쓰촨성 청두시에는 애플 제품 위탁생산 업체인 폭스콘이 진출했다. 광둥성 선전공장에 있어 2010년 청두에 아이패드 1억대생산 공장을 설립한 폭스콘은 정저우, 우한,충칭 등 주요 내륙도시에도 잇따라 공장을 세웠다. 종업원 수만 100만명이 넘는다.

이들이 기존 연해지역을 벗어나 중서부로 헤쳐 모이고 있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지역균형발전 전략을 들 수 있다. 중국은 과거 연해지역 중심의 발전 전략에서 서부대개발,중부굴기 등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른바 ‘선부론(先富論)’에서 ‘균부론(均富論)’으로의 변화다. 소비시장으로서 중서부 지역의 떠오르는 매력도 무시하지 못한다. 중서부 내륙지역은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기지 건설로 주민소득과 구매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연해지역을 중심으로 들불처럼 번진 외자기업 혜택 축소와 규제 강화 역시 외자기업으로 하여금 ‘서부개척 시대’를 열게 한 주요이유다. 중국은 2008년 소득세법을 개정해외자기업의 기업소득세율을 25%로 통일했고 세금우대 혜택도 취소시켰다. 경영주들은 임금 상승 여파로 기업경영이 어렵다며 호소하고 있다. 토지 역시 연해지역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쓸 만한 부지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내륙지역은 각종 세제혜택 및 자금융자, 토지이용 우대정책으로 투자환경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서부지역 유망산업목록’에 포함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2020년까지 15%의 우대 기업소득세율이 적용된다.외자기업 투자유치를 위해 11%의 부가가치세를 환급해주는 제도도 운영 중이다. 최대 5년간 물류 보조금까지 지원한다. 그야말로파격적인 혜택이다.그러나 중서부 지역으로의 이전이 100%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제점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홍콩계 의류생산업체인 위앤다복장이 대표적 사례다. 미국 경찰복 납품 기업인 위앤다의 공장은 원래 남부지역 최대 도시인 선전에 있었다. 그러나 가파른 임금 상승으로 후난성화이화시로 공장을 이전했다. 그러나 애초 기대했던 것과 현실은 달랐다. 주변에 지퍼,단추, 실 등 의류생산에 필수적인 보조재 산업기지가 없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외지에서 높은 가격을 주고 사올 수밖에 없었다.노동력 수급도 문제가 되었다. 회사는 추가 근무수당 포함 1500위안을 제시했으나 직원들은 급여가 낮다며 불만이고, 회사는 노동 생산성이 낮아 만족하지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또한 저렴한 양질의 직원을 뽑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으나 인력 유출이 생각보다 심각했다. 숙련공 확보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기업마다 쓸 만한 사람을 못 구해 안달인 상황이다. 위앤다는 이를 막기 위해 계속 급여 수준을 높이면서 기대했던 이익은커녕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임금 비용이 저렴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비싸다는 점에 적잖이 당황하는 분위기다. 폭스콘과 같은 대형 기업은 정부가 나서서 기능공을 구해주지만 그렇지 않은 중소기업은 자체 예산을 들여 직원을교육할 수밖에 없다.실례로 한 절전 조명등 제조업체는 부득이하게 비숙련공의 투입을 늘리면서 성형사출 훈련에만 매달 거액의 교육비를 투입하고있다. 그러나 훈련 후에도 여전히 숙련도가 낮아 제품 합격률이 70%에도 못 미치고 있다. 또 다른 한 전자업체는 현지직원 급여가 낮지만 능력이 부족하여 단순 업무만 담당하게 하고 있으며 기술직은 비싼 돈을 주고 다른 지역에서 데려올 수밖에 없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세계 최대 운동화 대리가공기업인 대만 바오청그룹은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몇 년간 계속 생산기지를 연해도시에서 안휘, 강시, 후베이 등 내륙으로 이전하고 있다. 그야말로 ‘인력 찾아 3만리’다. 동관 공장은 성수기 때 직원 수가 10만명에 육박하지만 이곳 내륙공장에서는 인력이 부족해 2만~3만명 모집도 어렵다며 울상이다.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탈중국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1980년대에 중국 푸젠성과 광둥성으로 이전한 나이키는 인건비가 급등하자 장수성 타이창 공장 문을 닫고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이전했다.

현재 제품의 3분의1 정도만 중국에서 생산 중인 나이키는 원부자재 비용과 운송비, 인건비가 동반 상승하면서 6분기 연속 영업이익 감소를 경험했다.요즘 한창 반일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일본 기업들의 중국 탈출도 이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중국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왔던 유니클로는 생산기지를 방글라데시 등 인건비가 낮은 국가로 옮겼다. 이전까지 유니클로 제품의 90%를 중국에서 조달 받았지만 올해 2월부터 방글라데시에서 제품을 생산, 공급받고 있다. 그나마 생산기지는 동남아로 옮기지만 유통망은 지속적으로 늘리는 투 트랙 전략을 실행 중이다. 2011년 41개 매장을 중국에 오픈한데 이어 향후 5년간 매년 100개씩 매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동남아로 거점 옮기는 기업도 늘어이들이 중국을 넘어 동남아로 옮겨가는 이유는 전반적인 임금 인상과 인력난 문제가 가장 크다. 특히 중국에 투자하는 비용과 동남아로 설비를 이전하는 비용이 비슷하다보니 사실상 이전에서 오는 효과가 더 크다고 한다. JETRO에 의하면, 일본 진출기업은 2010년 말 기준 근로자 1인당 임금으로 중국에서 월 463달러를 지불하는데, 베트남에서는 153달러, 캄보디아 125달러, 특히 방글라데시는 85달러를 지불해 각각 중국의 3분의 1, 4분의 1,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중국 투자의 무게중심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동부 연해지역에서 중서부 내륙으로, 다시 동남아로 옮겨가는 이른바 서‘ 진(西進)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 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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