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비즈니스의 진화 - 축제·파티와 결합해 품격을 높이다
캠핑비즈니스의 진화 - 축제·파티와 결합해 품격을 높이다
10월 12일부터 14일까지 경기도 가평 자라섬에서 열린 자라섬 국제 재즈페스티벌에는 3일간 총 관객 23만 4000명이 몰렸다. 주최 측인 경기도 가평군청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 18만8000명보다 24.5%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번 행사가 흥행에 성공한 건 캠핑족 덕도 컸다. 캠핑과 축제를 동시에 즐기는 ‘페스티벌 캠핑’이 자리를 잡아서다.
자라섬 내에 위치한 오토캠핑장의 캠핑사이트, 카라반, 모빌 홈 등은 축제가 시작되기 한달 전 예약이 모두 마감될 정도로 인기였다. 축제 주최 측은 예약을 놓친 캠핑 매니어를 위해 축제 기간 동안 유료 텐트 존을 마련해 텐트, 침낭 등의 도구를 빌려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축제에 참가한 캠핑족만 3일 동안 4300여명에 이르렀다.
캠핑 인구 120만명숙박을 하지 않고 가벼운 캠핑처럼 행사를 즐기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피크닉 바구니에 먹거리와 와인, 방한용품 등을 챙겨오는 관객이 많았다. 특히 올해에는 캠핑과 나들이 개념으로 방문해 굳이 유료 공연장에 입장하지 않고 북한강변에 돗자리와 그늘막 텐트를 펼치고 앉아 축제를 즐기는 무료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주최측의 한재경씨는 “최근 아웃도어 열풍과 맞물리면서 관객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캠핑인구는 12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캠핑시장 규모도 4000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캠프 노마드(유목민)’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국내 캠핑족 인구가 늘어나면서 캠핑이 진화하고 캠핑을 즐기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혼자 또는 당일로 캠프를 떠나면서 배낭 하나 훌쩍 메고 발 닿는 대로 전국을 다니는 나홀로 캠핑족은 ‘미니멀리스트 캠핑’을 한다. 숙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바쁜 직장인들이나 어린 자녀를 둔 가족들이 즐겨 선택하는 ‘데이 캠핑’에는 대형 텐트를 가져갈 필요가 없다.
특급호텔 뺨치는 럭셔리 캠핑카를 끌고 다니는 오토캠핑족도 있다. 텐트 위주의 캠핑 문화가 생활 수준의 향상으로 캠핑카로 옮겨가면서다. 오토캠핑은 ‘카라반’이라는 캠핑카에서 캠핑을 즐기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움직이는 모빌형보다 아예 오토캠핑장에 정착해 있는 정박형 트레일러가 대중화돼 있다. 카라반 캠핑장은 고정식 캠핑카인 카라반을 설치한 뒤 캠핑족을 대상으로 임대를 주고 수익을 올리는 숙박의 한 형태다. 직접 캠핑카를 갖고와 숙박을 하는 오토캠핑장과 달리 고정으로 캠핑카가 설치돼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2009년 10여곳에 불과했던 카라반 캠핑장은 올해 40여곳으로 늘었다. 카라반 종류는 차 안에 모든 편의시설이 갖춰진 달리는 특급호텔 ‘오토 카라반’과 트럭 뒤에 끌려 다니는 ‘트레일러 카라반’ 두 가지다. 국내 대표 오토캠핑장인 강원도 동해시 망상 오토캠핑장은 자동차와 캠핑을 접목한 ‘카라반 캠핑장'이다. 약 2평(6.61㎡) 정도 크기의 오토 카라반 내부에는 위성 안테나 달린 TV와 에어컨은 물론, 샤워실과 화장실, 간단한 음식을 해 먹는 오븐과 가스레인지까지 편의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다.
호텔 객실로 꾸민 제주신라호텔의 카바나. 혼자 훌쩍 떠나는 ‘나홀로 캠핑’도 매니어사이에서 인기다. 배낭 하나를 짊어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백패킹은 ‘일상 탈출’의 의미가 짙어 진정한 자유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짐이 간편해 어디든 갈 수 있을 뿐 아니라 공간도 텐트가 펴질 정도만 있으면 충분하다. 인공 캠핑장 대신 자연 경관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장소에서 캠핑을 즐긴다.
백패킹이 늘면서 1인용 캠핑용품 판매량도 급증세다. 특히 혼자 또는 당일 캠프를 떠날 수 있게 여러 기능을 한데 모은 스마트한 제품이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우선 휴대하거나 설치하기 편한 텐트가 각광 받고 있다. 휠라스포츠는 이에 맞춰 텐트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무게가 가벼운 ‘렉타 타프’를 선보였다. K2의 ‘티피Ⅱ’ 텐트는 가운데가 뾰족하게 올라간 인디언식 텐트로, 폴이 하나라 기존 돔형 텐트보다 편리하다. 콜맨의 ‘팝업 텐트’는 접힌 부분을 펼치기만 하면 자동으로 설치된다.
국내 곳곳에서 글램핑 즐긴다준비할 도구와 음식이 많아 부담스러운 캠핑족들은 ‘글램핑’을 즐긴다. 글램핑은 ‘Glamorous Camping’의 합성어로 유럽과 북미에서 유행하고 있는 캠핑형태다. 자연 속에서 트레킹, 수영, 승마, 보우팅, 사냥 등 고급 레저를 체험하고 준비된 야외 바비큐 디너를 즐긴 후 편안하고 아늑한 잠자리에서 하루를 마감하는 고품격 캠핑이다.
제주신라호텔은 글램핑을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바닷가에 위치한 제주신라호텔에서는 이국적인 야자수와 수목이 우거진 호텔 내 정원에서 상쾌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글램핑을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선 캠핑용 텐트 대신 카바나 스타일의 대형 텐트를 마련했다. 한 동의 크기가 약 40㎡(옛 12평 정도)인 글램핑 카바나를 사용한다.
호텔 일반 객실 사이즈에 해당하는 카바나 안은 마치 자연 속에 하나의 호텔 객실을 옮겨 놓은 듯 하다. 4인이 누워도 충분한 소파침대, 4인~8인까지 사용 할 수 있는 넓은 테이블, 운치 있는 분위기를 살려주는 턴테이블과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팬던트 조명들, 피로를 풀어 줄 힐링 스톤 풋스파 등으로 꾸며져 있다. 내부 집기들은 국내 유명 호텔과 국내 최고급 빌라에서 사용하는 제품들로 구성되며 무선 인터넷이 가능하고 보드게임도 즐길 수 있다.
삼페인부터 바비큐까지 모든 걸 호텔에서 준비해 주기 때문에 재료를 그릴에 굽고 접시에 담아 테이블에 올려놓기만 하면 된다. 이윤규 제주신라호텔 총지배인은 “1만 여평의 숨비 정원, 끝없이 펼쳐지는 남태평양, 살아있는 제주의 맑은 공기와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며 캠핑하면서 휴식을 할 수 있는 글램핑의 특성 때문인지 가족단위 고객의 반응이 좋다”면서 “글램핑과 다양한 레저 프로그램이 결합된 고품격 아웃도어 레저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 근교에서도 자연에 파묻혀 글램핑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있다. 경기도 남양주 북한강변에 위치한 ‘봉서원 더시크릿가든’은 TV프로그램인 ‘힐링 캠프’의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다. 관리동의 수목을 지나 안쪽에 넓은 잔디밭은 수목으로 둘러 쌓여 있어 비밀의 정원에 발을 들여놓은 듯한 기분이 든다. 수려한 풍광으로 KBS주말드라마 내딸서영이, KBS 다큐멘터리 동행, SBS의 힐림캠프 촬영 등 각종 CF와 드라마촬영이 이뤄지고 있다.
봉서원에서는 더시크릿가든 내에 위치한 글램핑 가든에서 현재 세 동의 글램핑 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글램핑을 체험해 볼 수 있어서 젊은 층에 인기다. 이곳 글램핑에 사용되는 집기는 국내 최고의 캠핑브랜드인 스노우피크의 랜드락프로 시리즈 제품인 스노우피크 IGT와 텐트, 테이블 및 각종캠핑용품으로 구성돼 있다. 캠핑에 문외한이더라도 쉽게 캠핑 체험을 할 수 있고 최고급 캠핑장비인 스노우픽사의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캠핑과 파티를 조합한 새로운 형식의 캠핑도 즐길 수 있다. 처음 캠핑을 접하는 초보 캠퍼들은 파자마 파티나 베이비샤워 파티, 캠핑키즈 파티, 접대 캠핑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가볍게 캠핑하면 된다. 마치 산장과 같은 느낌의 관리동에는 편의 시설이 있다. 1층엔 카페가, 2층엔 전문캠핑용품매장으로 운영된다. 바리스타 출신의 김성민 시크릿가든 대표가 카페에서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내놓는다. 2층 캠핑용품매장에서는 캠핑용품을 구매할 수 있으며 전문 캠퍼가 상주하고 있어 캠핑용품과 캠핑에 대한 안내와 교육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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