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2기의 한국 경제 변수 4 - 환율 파도 넘고 신성장산업으로 뚫자
오바마 2기의 한국 경제 변수 4 - 환율 파도 넘고 신성장산업으로 뚫자
세계 경제에 침체 분위기가 완연하다. 재정위기 여파로 유럽은 3~4년 이상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지만 미국 경제도 그때그때 나오는 지표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오간다. 중국도 이미 두 자릿수 성장 목표는 접었다.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 경제가 기댈 3대 시장의 현주소다. 그나마 한국이 현실적으로 기댈 수 있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이다. 두 나라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35%, 수입의 27%를 차지한다. 기축통화인 달러와 위상이 강화된 위안화의 영향력 역시 대단하다. 이런 상황에서 두 나라의 지도부가 새로 출범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중국은 시진핑이 주석직에 오른다. 오바마와 시진핑의 경제관과 주요 경제정책을 짚었다. 아울러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도 분석했다.
재선에는 성공했지만…대통령직을 지키면서 오바마노믹스는 일단 연속성을 이어가게 됐다. 재정정책 면에서는 재정절벽(Fiscal Cliff) 해결과 양적 완화가 중요한 키워드다. 장기적으로는 오바마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제조업 부흥과 신재생에너지 육성을 통해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앞으로 보호무역주의를 더 강화할 것이냐도 관심사다.
일단 최대 현안인 재정절벽 문제는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세계 경제에 엄청난 후폭풍이 밀려올 것이란 우려에는 공감하지만 하원을 공화당이 지배하는 이상 합의가 쉽지 않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역시 “재정절벽이 해결될 확률은 더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재정절벽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시적으로 시행한 감세혜택이 끝나고, 재정지출을 대규모로 감축해 미국 경제에 충격을 주는 현상을 말한다. 2250억 달러에 달하는 부시감세안의 종료, 급여세 인하조치 종료와 실업수당 축소, 재정지출 자동 삭감 등이 주 내용이다. 총 7280억 달러 규모로 미국 명목 GDP의 약 4%를 넘어선다.
올해 말까지 연방 의회가 새로운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 ‘예산 통제법(Budget Control Act)’이 2013년 1월 2일부터 자동으로 발효된다. 예산통제법에는 소득세율 인상, 정부의 재량지출 1조 달러 감축, 국방비 추가 감축 등의 내용이 담겼다. 미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은 탓에 국가채무가 법정한도에 근접하자 지난해 5월 채무한도를 인상하는 동시에 재정건전화 방안을 담은 예산통제법을 통과시켰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재정절벽을 피하지 못할 경우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0.5%로 하락하고, 실업률도 9.1%(10월 현재7.9%)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재정절벽이 현실화하면 미국의 2013년 경제성장률이 2.0%~4.8%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년 초까지 불확실성 이어질 수도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재정절벽이 시작되면 유로존 재정위기가 심화하고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도 커질 우려가 있다. 세계 경제 전반에 걸쳐 복합적인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조엘 김 블랙록 아시아태평양 채권운용팀장은 “재정절벽에 따른 한국과 중국 등 동북아 공업국의 아웃풋 손실은 미국의 약 25%(미국의 성장 충격이 -2%라면 동북아 공업국의 GDP 성장률은 -0.5%)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재정절벽을 피하면 단기적으로 경기침체 가능성은 낮아지지만 과도한 재정적자를 그대로 안고 가면 중장기적으로 성장부진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눈 앞으로 다가온 재정절벽을 견딜 수 있을 만한 체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최현필 코트라 선진시장팀장은 “미국 경제가 채무를 줄이는 동시에 경기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딜레마에직면한 셈”이라고 말했다.
롬니가 당선됐다면 강력한 재정감축을 시도할 우려가 있었지만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정치적 합의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고희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가늠하긴 어렵지만 양당이 어떤 형태로든 재정절벽을 피하려 할 것”이라며 “우선은 오바마가 공화당에 부유층 감세 혜택 유지 등을 제안하고, 국가부채 한도 증액에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채무는 10월 5일 기준으로 16조1505억 달러다. 법정상한선인 16조3940억에 거의 근접했고, 올 연말 이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에게는 가장 시급한 과제다.
부채한도 증액 문제를 해결한 뒤엔 구체적으로 조세, 긴축 범위 등을 합의해야 한다. 재정정책에 관한 양당의 입장차가 분명하지만 급여세 인하와 실업보험 연장만이라도 우선적으로 합의한다면 급격한 재정절벽은 피할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급여세 인하조치와 부시감세안 연장 합의 등으로 긴축 규모가 축소되면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1.8%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대선 과정에서 첨예하게 대립한 부시감세안 연장에 대해서는 논쟁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는 종료하고 그 이하 가구에 대해서만 감세조치를 연장하자는 입장이지만 공화당은 소득 구분 없이 모든 가구에 영구적인 감세 혜택을 주자고 주장한다. 재정지출 자동삭감도 중요하다.
공화당은 예산통제법에 따른 강제적 삭감 규모 이상의 추가적인 지출 삭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오바마는 사회보장 예산 등은 절대 손댈 수 없고 거부권 행사도 불사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선거 결과에 따라 기존의 정치지형을 그대로 유지하게 됐는데 한쪽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 한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 서 “지난해와 같은 줄다리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내년초까지 불확실성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적 완화 기조는 당분간 이어갈 전망이다. 재정수지가 크게 나빠진 상황에서 떨어진 성장활력을 끌어올리려면 통화정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미국은 9월 매월 400억 달러 규모의 주택저당증권을 시장에서 무기한 매입한다는 내용의 3차 양적 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IMF도 확장적 통화정책이 필수적이라며 조언하는데다 롬니와 달리 오바마는 양적 완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입장이다.
고희채 전문연구원은 “그간의 양적 완화는 미국 내 소비와 투자 증대, 고용 창출에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했고 장기 국채와 회사채 금리를 떨어뜨리는 등 금융시장 여건을 개선하는데도 기여했다”면서도 “제한적인 경기부양 효과로 재정긴축의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KIEP의 분석에 따르면 양적 완화의 효과는 1차 때 가장 컸고, 2차의 효과는 1차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이번 3차 양적 완화는 효과가 더 미미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전문가들은 양적 완화 기조가 원화 강세를 부추겨 우리 수출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지속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화가 안전자산으로 평가 받으면서 강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경기 회복 수준에 따라 미국으로 자금이 흘러 들어갈 여지도 크기 때문에 양적 완화가 지속적인 원화 강세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가 완전히 회복세로 접어들거나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 미국으로의 자금 유입이 늘면서 원화의 강세 추세도 어느 정도 선에서 진정될 것이란 의미다.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할 듯오바마 정부의 또 다른 핵심 과제는 일자리다. 이를 해결하는 양대축은 제조업 부흥과 에너지 자립이다. 일단 1기부터 강력하게 주장해온 제조업 부흥이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느냐가 관건이다.
오바마는 3차 토론 직후 배포한 ‘미국의 미래를 위한 청사진’에서 제조업 부흥을 위한 정부지원 확대를 공약한 바 있다. 최현필 팀장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35%에서 28%로 낮추고 미국 내 제조기업에게 세금공제 혜택을 주는 등 제조업 부흥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조 기업에 대한 세금 공제율은 2005년 3%에서 올해 10.7%로 크게 늘었다. 또한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으로 복귀하는 리쇼어링(Reshoring) 기업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통해 2016년까지 100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또한 오바마는 2020년까지 원유 수입규모를 절반으로 줄이고 2035년까지 총 생산전력의 80%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내용 등을 담은 ‘청정에너지 리더십 법안’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재임 기간 동안 이 정책들이 탄력을 받으면 미국 내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전반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고희채 전문연구원은 “미국이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집중적으로 키워가게 되면 한국 기업에게 수출 확대의 기회일수도 있지만, 경쟁에서 밀리게 될 수도 있다”며 “정책 변화에 따른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셰일가스 산업이 크게 성장하리란 예상이다. 최근 시추 기술의 혁신으로 생산비용이 크게 줄면서 셰일가스 개발은 전세계적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약 24.5조㎥의 셰일가스를 보유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셰일 가스 생산을 늘려 2009년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이 됐다. 이미 2010년 관련 분야에서 60만명의 고용을 창출했는데 2015년에는 87만명, 2035년에는 166만명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해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른 부가가치 역시 2010년 769억 달러에서 2015년 1182억 달러, 2035년에는 2311억 달러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부형 연구위원은 “셰일가스 개발이 확대되면 국내 기업의 관련 기계, 장비 수출 시장도 늘어날 것이고 이와 관련된 투자와 기술협력 등으로 이어지면 에너지 부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국내 IT·기계·철강·바이오 등의 업종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IT 분야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세금혜택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평소 오바마가 “신기술 개발에 미국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주장해온 만큼 IT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확대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제조업의 활성화 정책에 따라 기계류와 철강 수요 또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바마의 핵심 공약인 건강보험개혁법에 따라 2014년까지 3200만명의 비보험자들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의료기기 및 제약산업의 미래도 밝다. 최현필 팀장은 제약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어 “오바마케어는 원천기술을 가진 대형 제약업체의 가격 담합을 규제하고 복제약 제조업체에게 호의적인 법안이기 때문에 특허기간이 만료된 의약품을 주로 수출하는 우리 기업에게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새 재무장관 제이콥 루 백악관 비서실장 유력통상정책에서는 1기보다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희채 전문연구원은 “상계관세나 반덤핑 등 직접적인 조치보다는 노동이나 환경 문제 등을 제기하면서 기업 활동에 부담을 줄가능성이 크다”며 “제조업을 바탕으로 수출을 확대해야 하는 오바마로서는 1기 때보다 더 강하게 주변국을 압박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는 이미 2010년 8월 제조업 증강법을 승인했다.
수입 원자재에 부과하는 관세를 감축 또는 폐지하고 자국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오바마는 수출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과 금융지원을 확대해 2014년까지 수출규모를 2배로 늘린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공공조달에서는 미국산 철강 및 제조품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부형 연구위원은 “지적재산권 강화 등에 대해 우리 기업들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에 대응하는 원천기술과 그 주변의 핵심요소기술 등을 확보하려면 국가의 자본과 민간의 상용화 기술을 잘 활용하는 중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현수 수석연구원은 “롬니와 함께 앞다퉈 중국에 대한 강한 압박을 주장했지만 이는 선거과정에서의 정치적 수사일 가능성이 크다”며 “대중국 무역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위안화 절상 압력 등은 계속 이어나가겠지만 환율조작국 지정 등과 같은 극단적인 정책은 보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오바마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주도해 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추진 속도는 높일 전망이다.
오바마노믹스를 구체화할 재무장관으로는 제이콥 루 현 백악관 비서실장, 클린턴 행정부에서 비서실장을 지낸 어스킨 보울스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관리예산처 처장을 지낸 루는 연방정부 예산 프로그램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광범위한 인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 경험이 없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보울스는 공화당 앨런 심슨 전 상원의원과 함께 제출한 ‘심슨-보울스 예산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심슨-보울스 예산안’은 정부지출삭감과 소득세 인상 등을 통해 2020년까지 총 4조 달러의 재정적자를 줄인다는 내용인데 상정에는 실패했지만 초당적 지지를 이끌어 낸 유일한 재정적자 감축안으로 꼽힌다.
가이트너 현 재무장관의 친구인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도 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최현필 팀장은 “재정절벽 등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무장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의회와의 협상력이 가장 필수적인 역량”이라고 말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연임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인데 그가 떠난다면 후임으로는 로렌드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대 교수, 자넷 옐런 전 FRB 부의장 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재선에는 성공했지만…대통령직을 지키면서 오바마노믹스는 일단 연속성을 이어가게 됐다. 재정정책 면에서는 재정절벽(Fiscal Cliff) 해결과 양적 완화가 중요한 키워드다. 장기적으로는 오바마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제조업 부흥과 신재생에너지 육성을 통해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앞으로 보호무역주의를 더 강화할 것이냐도 관심사다.
일단 최대 현안인 재정절벽 문제는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세계 경제에 엄청난 후폭풍이 밀려올 것이란 우려에는 공감하지만 하원을 공화당이 지배하는 이상 합의가 쉽지 않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역시 “재정절벽이 해결될 확률은 더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재정절벽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시적으로 시행한 감세혜택이 끝나고, 재정지출을 대규모로 감축해 미국 경제에 충격을 주는 현상을 말한다. 2250억 달러에 달하는 부시감세안의 종료, 급여세 인하조치 종료와 실업수당 축소, 재정지출 자동 삭감 등이 주 내용이다. 총 7280억 달러 규모로 미국 명목 GDP의 약 4%를 넘어선다.
올해 말까지 연방 의회가 새로운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 ‘예산 통제법(Budget Control Act)’이 2013년 1월 2일부터 자동으로 발효된다. 예산통제법에는 소득세율 인상, 정부의 재량지출 1조 달러 감축, 국방비 추가 감축 등의 내용이 담겼다. 미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은 탓에 국가채무가 법정한도에 근접하자 지난해 5월 채무한도를 인상하는 동시에 재정건전화 방안을 담은 예산통제법을 통과시켰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재정절벽을 피하지 못할 경우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0.5%로 하락하고, 실업률도 9.1%(10월 현재7.9%)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재정절벽이 현실화하면 미국의 2013년 경제성장률이 2.0%~4.8%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년 초까지 불확실성 이어질 수도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재정절벽이 시작되면 유로존 재정위기가 심화하고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도 커질 우려가 있다. 세계 경제 전반에 걸쳐 복합적인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조엘 김 블랙록 아시아태평양 채권운용팀장은 “재정절벽에 따른 한국과 중국 등 동북아 공업국의 아웃풋 손실은 미국의 약 25%(미국의 성장 충격이 -2%라면 동북아 공업국의 GDP 성장률은 -0.5%)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재정절벽을 피하면 단기적으로 경기침체 가능성은 낮아지지만 과도한 재정적자를 그대로 안고 가면 중장기적으로 성장부진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눈 앞으로 다가온 재정절벽을 견딜 수 있을 만한 체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최현필 코트라 선진시장팀장은 “미국 경제가 채무를 줄이는 동시에 경기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딜레마에직면한 셈”이라고 말했다.
롬니가 당선됐다면 강력한 재정감축을 시도할 우려가 있었지만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정치적 합의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고희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가늠하긴 어렵지만 양당이 어떤 형태로든 재정절벽을 피하려 할 것”이라며 “우선은 오바마가 공화당에 부유층 감세 혜택 유지 등을 제안하고, 국가부채 한도 증액에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채무는 10월 5일 기준으로 16조1505억 달러다. 법정상한선인 16조3940억에 거의 근접했고, 올 연말 이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에게는 가장 시급한 과제다.
부채한도 증액 문제를 해결한 뒤엔 구체적으로 조세, 긴축 범위 등을 합의해야 한다. 재정정책에 관한 양당의 입장차가 분명하지만 급여세 인하와 실업보험 연장만이라도 우선적으로 합의한다면 급격한 재정절벽은 피할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급여세 인하조치와 부시감세안 연장 합의 등으로 긴축 규모가 축소되면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1.8%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대선 과정에서 첨예하게 대립한 부시감세안 연장에 대해서는 논쟁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는 종료하고 그 이하 가구에 대해서만 감세조치를 연장하자는 입장이지만 공화당은 소득 구분 없이 모든 가구에 영구적인 감세 혜택을 주자고 주장한다. 재정지출 자동삭감도 중요하다.
공화당은 예산통제법에 따른 강제적 삭감 규모 이상의 추가적인 지출 삭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오바마는 사회보장 예산 등은 절대 손댈 수 없고 거부권 행사도 불사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선거 결과에 따라 기존의 정치지형을 그대로 유지하게 됐는데 한쪽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 한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 서 “지난해와 같은 줄다리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내년초까지 불확실성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적 완화 기조는 당분간 이어갈 전망이다. 재정수지가 크게 나빠진 상황에서 떨어진 성장활력을 끌어올리려면 통화정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미국은 9월 매월 400억 달러 규모의 주택저당증권을 시장에서 무기한 매입한다는 내용의 3차 양적 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IMF도 확장적 통화정책이 필수적이라며 조언하는데다 롬니와 달리 오바마는 양적 완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입장이다.
고희채 전문연구원은 “그간의 양적 완화는 미국 내 소비와 투자 증대, 고용 창출에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했고 장기 국채와 회사채 금리를 떨어뜨리는 등 금융시장 여건을 개선하는데도 기여했다”면서도 “제한적인 경기부양 효과로 재정긴축의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KIEP의 분석에 따르면 양적 완화의 효과는 1차 때 가장 컸고, 2차의 효과는 1차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이번 3차 양적 완화는 효과가 더 미미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전문가들은 양적 완화 기조가 원화 강세를 부추겨 우리 수출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지속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화가 안전자산으로 평가 받으면서 강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경기 회복 수준에 따라 미국으로 자금이 흘러 들어갈 여지도 크기 때문에 양적 완화가 지속적인 원화 강세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가 완전히 회복세로 접어들거나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 미국으로의 자금 유입이 늘면서 원화의 강세 추세도 어느 정도 선에서 진정될 것이란 의미다.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할 듯오바마 정부의 또 다른 핵심 과제는 일자리다. 이를 해결하는 양대축은 제조업 부흥과 에너지 자립이다. 일단 1기부터 강력하게 주장해온 제조업 부흥이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느냐가 관건이다.
오바마는 3차 토론 직후 배포한 ‘미국의 미래를 위한 청사진’에서 제조업 부흥을 위한 정부지원 확대를 공약한 바 있다. 최현필 팀장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35%에서 28%로 낮추고 미국 내 제조기업에게 세금공제 혜택을 주는 등 제조업 부흥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조 기업에 대한 세금 공제율은 2005년 3%에서 올해 10.7%로 크게 늘었다. 또한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으로 복귀하는 리쇼어링(Reshoring) 기업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통해 2016년까지 100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또한 오바마는 2020년까지 원유 수입규모를 절반으로 줄이고 2035년까지 총 생산전력의 80%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내용 등을 담은 ‘청정에너지 리더십 법안’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재임 기간 동안 이 정책들이 탄력을 받으면 미국 내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전반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고희채 전문연구원은 “미국이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집중적으로 키워가게 되면 한국 기업에게 수출 확대의 기회일수도 있지만, 경쟁에서 밀리게 될 수도 있다”며 “정책 변화에 따른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셰일가스 산업이 크게 성장하리란 예상이다. 최근 시추 기술의 혁신으로 생산비용이 크게 줄면서 셰일가스 개발은 전세계적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약 24.5조㎥의 셰일가스를 보유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셰일 가스 생산을 늘려 2009년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이 됐다. 이미 2010년 관련 분야에서 60만명의 고용을 창출했는데 2015년에는 87만명, 2035년에는 166만명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해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른 부가가치 역시 2010년 769억 달러에서 2015년 1182억 달러, 2035년에는 2311억 달러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부형 연구위원은 “셰일가스 개발이 확대되면 국내 기업의 관련 기계, 장비 수출 시장도 늘어날 것이고 이와 관련된 투자와 기술협력 등으로 이어지면 에너지 부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국내 IT·기계·철강·바이오 등의 업종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IT 분야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세금혜택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평소 오바마가 “신기술 개발에 미국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주장해온 만큼 IT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확대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제조업의 활성화 정책에 따라 기계류와 철강 수요 또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바마의 핵심 공약인 건강보험개혁법에 따라 2014년까지 3200만명의 비보험자들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의료기기 및 제약산업의 미래도 밝다. 최현필 팀장은 제약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어 “오바마케어는 원천기술을 가진 대형 제약업체의 가격 담합을 규제하고 복제약 제조업체에게 호의적인 법안이기 때문에 특허기간이 만료된 의약품을 주로 수출하는 우리 기업에게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새 재무장관 제이콥 루 백악관 비서실장 유력통상정책에서는 1기보다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희채 전문연구원은 “상계관세나 반덤핑 등 직접적인 조치보다는 노동이나 환경 문제 등을 제기하면서 기업 활동에 부담을 줄가능성이 크다”며 “제조업을 바탕으로 수출을 확대해야 하는 오바마로서는 1기 때보다 더 강하게 주변국을 압박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는 이미 2010년 8월 제조업 증강법을 승인했다.
수입 원자재에 부과하는 관세를 감축 또는 폐지하고 자국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오바마는 수출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과 금융지원을 확대해 2014년까지 수출규모를 2배로 늘린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공공조달에서는 미국산 철강 및 제조품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부형 연구위원은 “지적재산권 강화 등에 대해 우리 기업들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에 대응하는 원천기술과 그 주변의 핵심요소기술 등을 확보하려면 국가의 자본과 민간의 상용화 기술을 잘 활용하는 중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현수 수석연구원은 “롬니와 함께 앞다퉈 중국에 대한 강한 압박을 주장했지만 이는 선거과정에서의 정치적 수사일 가능성이 크다”며 “대중국 무역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위안화 절상 압력 등은 계속 이어나가겠지만 환율조작국 지정 등과 같은 극단적인 정책은 보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오바마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주도해 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추진 속도는 높일 전망이다.
오바마노믹스를 구체화할 재무장관으로는 제이콥 루 현 백악관 비서실장, 클린턴 행정부에서 비서실장을 지낸 어스킨 보울스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관리예산처 처장을 지낸 루는 연방정부 예산 프로그램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광범위한 인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 경험이 없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보울스는 공화당 앨런 심슨 전 상원의원과 함께 제출한 ‘심슨-보울스 예산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심슨-보울스 예산안’은 정부지출삭감과 소득세 인상 등을 통해 2020년까지 총 4조 달러의 재정적자를 줄인다는 내용인데 상정에는 실패했지만 초당적 지지를 이끌어 낸 유일한 재정적자 감축안으로 꼽힌다.
가이트너 현 재무장관의 친구인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도 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최현필 팀장은 “재정절벽 등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무장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의회와의 협상력이 가장 필수적인 역량”이라고 말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연임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인데 그가 떠난다면 후임으로는 로렌드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대 교수, 자넷 옐런 전 FRB 부의장 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두산 사업구조 재편안, 금융당국 승인...주총 표결은 내달 12일
2‘EV9’ 매력 모두 품은 ‘EV9 GT’...기아, 美서 최초 공개
3민희진, 빌리프랩 대표 등 무더기 고소...50억원 손배소도 제기
4中, ‘무비자 입국 기간’ 늘린다...韓 등 15일→30일 확대
5빙그레, 내년 5월 인적분할...지주사 체제 전환
6한화오션, HD현대重 고발 취소...“국익을 위한 일”
7北, '파병 대가'로 러시아서 '석유 100만 배럴' 이상 받았다
8지라시에 총 맞은 알테오젠 '급락'…김범수 처남은 저가 매수 나서
9 대통령실 "추경, 논의도 검토도 결정한 바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