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富의 대 이동 - 앞서 사고 때를 기다려 1조 모으다
대한민국 富의 대 이동 - 앞서 사고 때를 기다려 1조 모으다
지난 10년간 바뀐 부자 지도에서 이민주(65)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이 눈에 띈다. 유일하게 개인 투자로 부를 일궜다. 150억원 종자돈으로 1조원을 벌었다. 이 회장의 현재 재산은 2440억원이다. 포브스가 조사한 한국 부호 리스트 88위에 올랐다. 그가 투자한 금액을 포함하면 가뿐하게 1조원을 넘는다.
이 회장은 연극인 고(故) 이해랑 선생의 3남중 둘째다. 큰 형은 1999년부터 9년 동안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를 맡은 이방주 이해랑연극재단 이사장이고, 동생은 숙명여대 교수인 이석주 화가다.
2003년 이 회장은 포브스코리아 부자 리스트에 들지 못했다. 당시 그는 잭팟을 터트리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1975년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봉제완구를 생산하는 조선무역을 창업했다. 인형을 판 돈으로 1988년 한미창업투자를 세우고 본격적인 투자자로 나섰다. 그는 인수·합병(M&A)을 특기로 삼았다. 신용금고·창투 등 중소 금융기관을 인수해 운영하다가 97년 외환위기 직전에 팔았다. 케이블 TV산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다.
그는 해외 출장을 다닐 때마다 케이블 TV시장의 영향력을 실감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외환위기 때 유동성 위기에 빠진 지역 유선방송사(SO)를 헐값에 사들였다. SO만 묶어 거대 유선방송사업자(MSO) 씨앤앰커뮤니케이션(현 C&M)을 설립했다.
이 회장의 예상대로 케이블TV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했고 SO의 몸값도 덩달아 뛰었다. 그는 2008년 3월 C&M을 맥쿼리가 만든 국내외 합작펀드 국민유선방송투자에 1조4600억원을 받고 팔았다. 이때부터 이 회장의 이름 앞에는 ‘1조 거부’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 해 이 회장은 포브스코리아가 선정한 한국의 부호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대기업 회장과 2세에 이어 16위를 기록했다. 그 뒤를 이어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이 있었다.
해외 자원 개발사업에 1조원 투자단숨에 1조원을 손에 쥔 이 회장은 2009년 회사를 재정비했다. 그룹 모태인 조선아이앤씨(옛 조선무역)는 에이티넘파트너스로 이름을 바꿨다. 에이티넘(Atinum)은 에이스(Ace)와 플래티넘(Platinum)의 합성어로 ‘최고의 프리미엄 자산운용서비스 그룹’을 의미한다. 변호사·회계사·금융투자 전문가 등 20여명 임직원은 이 회장의 개인 재산을 운용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패밀리오피스다.
그는 2010년 한미창투를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로 이름을 바꿨다. 이 회장은 두 곳을 통해 자금을 관리한다. 에이티넘파트너스는 주로 직·간접투자를 하고,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산하에 사모펀드를 만들어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에 투자한다.
에이티넘파트너스로 사명을 바꾼 후 해외 자원 개발에 나섰다. 2009년 말 미국의 석유개발회사 스터링에너지USA 경영권을 9000만 달러(약 10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미국 동부 마셀러스 셰일 시추 프로그램에 2억 달러, 미국 트리아나 에너지 지분 매입에 5000만 달러, 미국 텍사스 울프베리 프로젝트 지분 인수에 1000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최근에는 미국 육상 원유개발 프로젝트인 미시시피언 라임 지분 13.2%를 인수하기 위해 2억 7800만 달러(3170억원) 규모의 자원개발펀드를 조성했다. 여기에 이 회장은 개인 돈 약 500억원을 투자했다. 해외 자원개발사업에 투자한 자금은 1조원에 이른다.
해외 자원뿐 아니라 직접 투자에도 관심이 많다. 국내 증시에서는 ‘이민주 효과’가 있을 정도다. 이 회장이 투자했다고 알려지면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그를 따라서 주식을 매입하기 때문이다. 최근 그가 관심을 갖는 산업은 바이오와 엔터테인먼트 업체다. 바이오 종목 중에서는 마크로젠과 메디포스트로 이익을 냈다.
이 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한미그로스에쿼티투자조합이 2011년 말 보유했던 마크로젠 주식 30만5000주(4.92%)를 팔아 139억원의 시세 차익을 올렸다. 한미그로스는 앞서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업체인 메디포스트에도 투자해 큰 돈을 벌었다. 2009년 10월부터 주당 1만5000원대에 사들인 메디포스트 지분을 2011년 7월 7만원대에 처분했다.
최근에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시동은 2012년 10월 코스닥 상장사인 라이브플렉스 지분을 매입하면서 걸었다. 온라인 게임업체인 이곳은 모바일 게임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이 회장은 99억원을 투자해 라이브플렉스 지분 9.4%를 사들였다.
한 달 뒤 그는 JYP엔터테인먼트에 40억원을 투자했다. 그는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되는 신주 127만7954주 중 33%에 해당하는 42만5985주를 배정받았다. 총 투자 금액은 20억원. 나머지 20억원은 JYP엔터테인먼트가 발행하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 매수에 쓰인다. 이곳은 가수 박진영이 대표 겸 프로듀서를 맡은 연예인 기획사다. 원더걸스·미쓰에이·2AM·2PM 등이 소속돼 있다.
이 회장은 유망 사업뿐 아니라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이 높은 기업도 선호한다. 대표적인 곳이 국내 문자투표 서비스 사업 독점업체인 인포뱅크와 반도체용 인쇄회로 기판(PCB) 세계 1위 업체 심텍이다. 이 회장은 약 20억원을 투자해 인포뱅크 주식 4.2%를 확보해 3대 주주가 됐다. 이 회장의 투자 소식이 전해지면서 5000원을 밑돌던 주가는 1만50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2009년 에이티넘파트너스를 통해 투자한 심텍 주식도 매입 때에 비해 2배 가량 올랐다.
이 회장이 고른 종목이 꼭 성공하는 것만은 아니다. 차량용 반도체 업체 씨앤에스는 실패 사례다. 2011년 이 회장은 여기에 50억원을 투자했다. 얼마 후 이 기업은 배임횡령 혐의로 상장폐지 실질검사가 진행됐고 현재 거래가 중단된 상태다. 평소 이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이 회장은 전문가 못지 않게 미래산업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나고 주식을 사고 팔 타이밍을 잘 아는 거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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