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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디나 내 집이 있답니다

세계 어디나 내 집이 있답니다

‘공유경제’ 기반으로 일반주택과 여행객 연결 … 저렴한 가격에 인기 급상승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조는 2007년 직장을 그만뒀다. 제품 디자이너로 일했지만 다른 일을 찾고 싶었다. 하필 그 때 집주인으로부터 집세를 올려달라는 독촉을 받았다. 은행 잔고는 이미 바닥을 드러낸 상태였다. 방법을 찾던 조와 함께 살던 두 명의 친구는 머지않아 샌프란시스코에서 대형 디자인 컨퍼런스가 열린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들은 많은 사람이 몰려오면 숙소가 부족할 테니 집을 잠깐 빌려주고 돈을 받기로 했다. 아파트와 방 사진을 찍어 홈페이지를 만들었는데 때마침 숙소를 찾던 디자이너 3명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리고 이 날이 세 청년의 운명을 바꿨다. 국내에 비교적 덜 알려져 있지만 에어비앤비(Airbnb)는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숙박 예약 사이트다. 2008년 8월 설립했는데 불과 5년 새 전 세계 192개국, 3만5000여개 도시에 숙소를 보유한 글로벌 회사로 성장했다. 물론 이 숙소들은 에어비앤비의 소유가 아니다.

에어비앤비의 역할은 단지 호스트와 게스트를 연결하는 것뿐이다.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집을 가진 사람과 관광객을 인터넷과 모바일로 연결해 주는 일종의 커뮤니티 장터다. 공동창업자이자 CPO(Chief Product Officer)인 조 게비아(Joe Gebbia)를 1월 30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의 한 한옥집에서 만났다. 이 집 역시 그가 에어비앤비를 통해 직접 예약한 곳이다.

출장길인데 호텔이 아닌 한옥에 묵는다는 점이 독특하다.

“전 세계를 돌며 에어비앤비를 알리는 게 나의 일이지만 어딜 가더라도 호텔을 웬만하면 이용하지 않는다. 나는 전 세계에 집이 있다. 물론 내 것은 아니지만(웃음). 오기 전 에어비앤비에서 서울 지역에 있는 숙소 검색을 하다 이곳을 찾았다. 한옥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주거 형태라 마음에 든다. 집주인이 물과 과자도 미리 챙겨주고, 와이파이도 쓸 수 있도록 배려해줘 편하게 지낸다. 집을 공유하는 일은 이런 점이 매력이다. 도착해 서울의 거리도 걸었고 한식도 먹어봤다. 전체적으로 활력이 느껴지는 나라다.”

창업 과정이 쉽진 않았을 텐데.

“디자이너로 일할 때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 친구들과 전 세계의 집을 연결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는데 미심쩍어하는 사람이 많아 투자 받기가 쉽지 않았다. 20명의 투자자에게 연락을 했고, 응답한 사람은 10명이었다. 그중에서 커피를 마시며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 투자자는 세 명이었다. 하지만 결국 실패했다.

어쩔 수 없이 친구 두 명과 각자의 신용카드로 1만 달러씩 내 초기 자금을 마련했다. 처음 에어비앤비를 알리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공간을 공유하는데 익숙해지리라 믿었다.”

에어비앤비 사용법은 어렵지 않다. 영국 런던을 여행할 계획이라고 하자. 홈페이지에 들어가 런던만 검색하면 런던 지역에 자신의 집이나 아파트·방을 빌려주겠다고 올려놓은 호스트의 리스트와 사진이 뜬다. 구글 지도와 연동돼 위치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이전에 이 집에 묵었던 사람들의 평가도 살펴볼 수 있다. 숙소와 가격이 마음에 들면 곧바로 예약하면 된다. 한국어 홈페이지(www.airbnb.co.kr)가 있기 때문에 이용에 불편함이 없고, 결제도 원화로 할 수 있다.

구체적인 수익구조가 궁금하다.

“게스트들이 호스트가 올려놓은 집 중 하나를 골라 결제하면 에어비앤비는 게스트로부터 6~12%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다. 예를 들어 하루 대여료가 100달러라고 한다면 게스트는 최대 112달러를 결제하게 된다. 호스트에게는 3%의 수수료를 받는다. 게스트에게 112달러를 받아 호스트에게 97달러를 전달하는 셈이다. 결제한 금액은 게스트가 숙소를 방문한 뒤에 호스트에게 전달한다. 호스트가 올려 놓은 숙소의 모습이나 시설이 실제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로 했는데.

“한국 특히 서울은 전 세계 관광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이 큰 곳 중 하나다. 지난해 한국 관광산업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5%를 넘어섰고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도 열렸다. 그렇지만 숙박시설은 부족하다. 새로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밀집도가 높은 서울과 같은 도시에서는 기존 시설을 잘 활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에어비앤비가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미 에어비앤비 홈페이지에는 900건 이상의 한국 관련 리스트(숙박 공간)가 올라와 있다. 2012년 한해 동안만 추가 리스트가 700건 이상 늘었다. 한국의 호스트는 한달 평균 사나흘 정도 숙소를 빌려주고 있는데 아파트나 집 전체를 빌려주는 경우 연간 700만원, 방 하나를 임대하는 경우에는 연간 180만원 정도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게스트도 늘었다.

2012년 에어비앤비를 통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전년 대비 850% 증가했다. 미국·싱가포르·호주·캐나다 등에서 온 관광객이 많았다. 2012년 12월 어느 날에는 225명의 여행객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한국 숙소에 머물렀다. 해외로 나가는 한국인도 늘고 있다. 한국에서의 총 누적 예약일은 5만일을 넘어섰다. 가장 즐겨 찾는 곳은 파리·뉴욕·런던·홍콩 순이었다.

한국인은 소유의식이 강하다. 특히 집은 더욱 그렇다. 시장성이 있나?

“그런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의외로 한국인들은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많다. 한국에 있는 호스트 중 노부부가 있는데 자녀의 결혼 후 빈 방을 에어비앤비를 통해 빌려주고 있다. 이들은 수익을 얻는 동시에 젊은 세대와 소통하면서 또 다른 활력소를 찾고 있다고 말한다. 놀고 있는 자원을 활용하려는 것은 만국 공통의 문화라고 생각한다.”

남에게 집을 빌려줄 때는 관리 우려가 있을 것 같다. 빌리는 입장에서는 치안에 대한 걱정도 있지 않나?

“파손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호스트가 게스트에게 수리비를 청구할 수 있는 절차가 있다. 물론 치안이 걱정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집을 공유하는 일은 서로에 대한 매너를 기본으로 한다. 또한 홈페이지에서 호스트에 관한 정보와 이 사람이 누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내 친구가 이전에 이 집에 묶은 적이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이런 사회적 연결망을 활용하면 그런 문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공유경제의 장점이 있다면?

“공유경제는 공동체의 성장에 기여한다. 공유경제의 성공 원칙이다. 특정 기업이 아니라 공동체를 구성하는 사람이 중심이다. 한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에어비앤비가 창업한 이후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유명 관광지가 아닌 다른 지역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숙소가 꼭 관광지에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이 자신이 머무는 집 주변을 둘러보고 거기에서 돈을 쓴다. 당연히 지역 경제 활성화나 낙후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 지난해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뉴욕 일대를 덮쳐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을 때 에어비앤비에 속한 뉴욕 호스트들은 1200개의 방을 무료로 이들에게 지원했다. 공유경제의 힘을 잘 보여준 사례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다면?독일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1960년대 서독에서 베를린 장벽 경비원로 일했던 요그(Jorg) 씨는 분단과 정치 상황에 환멸을 느끼고 1979년 독일을 떠났다. 지난해 딸의 설득으로 30년 만에 조국 땅을 다시 찾았는데 이 때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예약했다. 짐을 옮기는 과정에서 집을 빌려준 호스트 카이(Kai)와 이야기를 나누던 요그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이 경비를 섰던 그 때 같은 지역 장벽 반대편(동독)에서 카이도 경비를 서고 있었던 것이다. 40년 전 한 공간에 머물렀던 두 사람의 세월을 초월한 만남을 듣고 이 일이 정말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모두와 연결돼있다. 남이 아니다. 다만 모를 뿐이다.

한국에서의 향후 사업 방향은?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많은 반면 공급은 늘 부족하다. 특히 한국은 에어비앤비가 덜 알려진 탓에 더욱 그렇다. 호스트가 많아져야 게스트가 늘어난다. 한국에서는 공급을 늘리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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