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회장 서산농장 연해주에서 펼친다
왕회장 서산농장 연해주에서 펼친다
“선진국일수록 농업이 새롭게 주목 받으면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선진국들이 1차 산업에 머물러 있던 농업에 최첨단 기술을 가미하는 치열한 경쟁에 나선 결과 이제 농업은 1·2·3차 산업이 모두 결합된 6차 산업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농업이 발전할 여지가 많이 있습니다. 자본과 기술, 그리고 중국이라는 시장까지 갖추고 있는 우리 농업의 여건은 좋습니다. 현대중공업이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서 서울 여의도의 75배 규모 농장을 운영하는 것도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본 때문입니다.”
2011년 5월 정몽준 의원(현대중공업 대주주)이 전북대 특강 중에 한 말이다. 그는 “여러분들 중에 혹시 대학을 졸업한 후에 농업에 종사하겠다는 분이 있느냐? 있다면 손들어 보라”고 물은 뒤 이 같이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농업에 대한 정 의원의 생각이 잘 담겨 있는 강연”이라고 말했다.
“농업은 1·2·3차 합친 6차 산업”현대중공업은 현대자원개발을 통해 2009년 연해주에 1만㏊의 농지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농지를 확대해 올해는 2만1800㏊에 이르는 대규모 식량기지를 구축했다. 현대중공업의 농업투자는 대주주인 정몽준 의원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이 그룹 안팎의 분석이다.
식량기지 확보 사업을 주도한 양봉진 현대자원개발 사장은 “연해주농장의 출발점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서산농장”이라고 말했다. 가난한 소작농 가족에서 태어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생전에 충남 서산농장에 대해 애틋함을 가졌다. ‘국토를 넓혀서라도 쌀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던 그는 1979년 공유수면 매립 면허를 받아 서산간척지 공사를 시작했다. 유조선으로 바다를 막아 국내 최초의 대규모 영농기업인 서‘ 산농장’을 일구었다.
김용진 현대자원개발 연해주 지원부장은 “정 의원은 서산농장에 담긴 명예회장의 유지를 이으려는 의지가 강하다”며 “해외 식량기지 구축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여 차원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정 명예회장이 1980년대 냉전 시절 적극적인 북방 경제외교로 한국이 공산권 국가와 수교를 맺는데 큰 기여를 했던 러시아에서 영농사업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현대중공업은 물론 범 현대가로서도 큰 의미가 있다.
선친이 세운 자원개발회사 15년 만에 부활최근 몇 년간 정몽준 의원의 발자취를 보면 선친의 유지를 잇는데 적극적이다. 선친의 호인 ‘아산’을 아끼는 것에서도 나타난다. 정 의원은 2009년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에 정 명예회장의 삶과 업적을 기리는 ‘아산 기념 전시실’을 개관했다.
매년 정기일에 맞춰 전사적으로 정 명예회장 추모행사를 갖는 것은 현대중공업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08년 2월 만든 싱크탱크 이름도 명예회장의 호를 딴‘아산정책연구원’으로 지었다.
같은 해엔 가족과 관계사들의 힘을 합쳐 6000억원의 출연금으로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했다. 김 부장은 “아산사회복지재단·아산나눔재단·아산정책연구원·울산대학 등을 통해 선친의 사회공헌 뜻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해외 식량기지 구축 사업 초기 정치적 부담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대기업 오너이자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이 ‘특혜 시비’를 불러오지 않을까 조심했다. 양 사장은 “2009년 농어촌공사에서 진행한 영농사업에 자금지원을 해 선정됐지만 이후 신청을 철회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선정된 기업은 전체 소요 자금의 70%에 해당하는 자금을 빌릴 수 있는 조건. 연리 1%에 10년 거치 3년 분할 상환하는 그야말로 ‘공돈’이다. 20여명의 심사위원이 심사한 결과 현대중공업이 제시한 프로젝트가 1등을 했지만 자진 반납했다.
해외 식량기지 구축은 현대자원개발이 맡고 있다. 이는 러시아 지역의 자원에 관심이 있었던 정주영 명예회장이 1990년 설립한 회사다. 그는 자원과 관련해 두 가지 꿈을 갖고 있었다. 시베리아에서 석유·가스를 개발해 이를 파이프라인으로 한반도로 들여오고, 해외곡창지대를 확보해 북녘 동포에게 쌀을 아낌없이 보내주는 것이었다.
경제가 지속적인 발전을 하려면 목재·석탄·석유 등 자원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그러나 현대자원개발은 뚜렷한 성과는 올리지 못한 채 1998년 12월 그룹 구조조정으로 청산됐다.
정 의원은 2011년 4월 현대종합상사·현대미포조선·현대오일뱅크 등을 참여시켜 자본금 500억원 규모의 현대자원개발을 부활시켰다. 현대중공업이 가장 많은 지분 40%를 투자했다. 선친이 못 다 이룬 꿈을 완성하려는 뜻이다. 현대자원개발은 최근 월드뱅크 산하 국제금융공사(IFC)와 손잡고 우크라이나 등 개도국에서 총 30만㏊에 달하는 농장을 매입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신수종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광산업·에너지사업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이번엔 진짜다”…24년 만에 예금자보호 1억원 상향 가닥
2로앤굿, 국내 최초 소송금융 세미나 ‘엘피나’ 성료
3카드사들, 후불 기후동행카드 사전 신청받는다…사용은 30일부터
4카카오페이증권, 간편하고 편리한 연금 관리 솔루션 출시
5한화투자증권, ‘증권업 최초’ 공공 마이데이터 활용 서비스 출시
6메리츠證 Super365, 국내·미국 주식 거래수수료 완전 무료화
7케이뱅크, 경남 지역 소상공인 금융 지원 나서
8"'시세차익 실현되면 폭락 가능성도"...비트코인, 10만달러 앞두고 '멈칫'
9주총 시즌 97.2% 상장사, 열흘 동안 밀집…“참석·의견 내기 어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