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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 150억원 놓고 벌이는 세기의 머니게임

Sports - 150억원 놓고 벌이는 세기의 머니게임

1·2라운드 1위 진출 후 우승하면 상금 37억원 … 4강 이상이면 포상금 10억원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참가하는 대표팀이 1월 15일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 서울호텔에서 출정식을 했다. 유니폼 발표회를 겸한 이날 행사에는 류중일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이승엽·김태균 등 26명이 참석했다.



3월 열리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세계 최고의 ‘야구전쟁’이다. 나라를 대표하는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팀을 이루고 상대국과 경쟁한다. 힘과 기술의 경연장인 WBC에는 또 하나의 전쟁이 벌어진다. 바로 ‘머니게임’이다.

세계 최고 선수들의 몸값과 그들이 생산하는 부가가치는 엄청나다. 선수 한 명이 웬만한 중소기업의 규모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다. 2009년 제2회 대회 준결승에서 한국과 만난 베네수엘라 선수들은 엄청난 몸값을 자랑했다. 선발 출장한 베네수엘라 선수 10명의 연봉 총합이 1150억원에 달했다. 한국 대표팀 선발 10명의 총 연봉은 29억원이었다. 한국 선수들은 자신들보다 40배 가까이 비싼 선수들을 상대로 10-2 대승을 거뒀다.

비싼 선수들만 등장하는 건 아니다. 야구 장비 살 돈도 없는 가난한 쿠바 선수들도 WBC에 참가한다. 경제대국이든, 공산주의 국가든 WBC에선 총 상금 1400만 달러(약 150억원)을 놓고 대결한다. 성적에 따라 상금을 나누지만 분배금은 조금 다르다. WBC 흥행에 기여한 순서대로 지급된다. 자본주의의 천국인 미국이 주도한 대회인 만큼 WBC ‘머니게임’은 다양한 함수를 갖고 있다.



한국 대표팀 총 연봉 134억원이번 WBC 엔트리에 포함된 한국 선수 28명은 모두 억대 연봉자다. 군 복무 중인 장원준(28·경찰야구단)이 예외라면 예외다. 그는 지난해 군 보류 수당(소속 구단에서 지급하는 돈)으로 연 1200만원을 받았지만 입대 전 계약한 연봉은 3억2000만원이다. 실질적으로 대표팀 내 최저 연봉은 올해 1억2500만원을 받는 유원상(27·LG)이다. 일본 오릭스에서 활약하는 이대호(31)는 2억5000만엔(약 29억4500만원)으로 1위에 올랐다.

국내 리그에서 뛰는 선수로 범위를 좁히면 15억원을 받는 김태균(31·한화)이 최고 연봉자다. ‘국민타자’ 이승엽(37·삼성)은 8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대표팀의 총 연봉은 133억9000만원, 평균 연봉은 4억8000만원이다. 1995년 삼성에 입단한 이승엽은 일본에서 8년(2004~2011년)을 뛰고 돌아왔다. 프로 19년 동안 한국과 일본에서 벌어들인 연봉이 430억원 이상이다. 적자를 한 번도 기록하지 않고 해마다 순수익 40억원 정도를 올린 ‘알짜 기업’이다.

이번 대회 최고 ‘1인 기업’은 미국 대표팀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마크 테세이라(33·뉴욕 양키스)다. 그의 올해 연봉은 2250만 달러(244억원)로 지금까지 출전의사를 밝힌 선수 중 가장 많다. 하지만 최근 베네수엘라 대표로 요한 산타나(34·뉴욕 메츠)가 대회 출전을 희망해 순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산타나의 올 시즌 연봉은 2550만 달러(277억원)다. 팀 전체가 메이저리거인 미국이나 베네수엘라 선수들은 최소 수백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는다.

일본 대표팀에서는 5억7000만엔(약 66억원)을 받는 주장 아베 신노스케(33·요미우리)가 가장 비싼 선수다. 투수 가운데에서는 스기우치 도시야(33·요미우리)가 연봉 5억엔(58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2006년 1회 대회 때 26개에 그친 스폰서 기업수는 2회 대회 때 56개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1회 대회에서 뜨겁게 맞붙은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2회 대회에선 결승까지 총 5차례나 편성된 게 큰 이유였다. 한·일전은 서로에게 피곤했지만 흥행에는 최고 호재였다. 미국에서 본선 라운드가 열려도 한·일전에 가장 많은 관중이 몰렸다.



WBC 최대 스폰서는 일본1회 때 총 관중은 73만7112명이었다. 2회 때는 80만 1308명으로 8.5%의 증가율을 보였다. 한·일전이 자주 열릴 것으로 기대되자 스폰서가 몰렸다. 1회 대회를 후원한 마스터카드·펩시콜라 등이 2회 대회 때 빠졌지만, 코나미·니콘 등 일본의 대표 기업이 스폰서로 참여했다. 1·2라운드에서 한국과 2승2패 동률을 기록한 일본은 결승전에서 한국을 꺾고 1회 대회에 이어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일본 기업들은 충분한 홍보 효과를 누렸다.

일본 기업이 이익을 챙겨간 것과 달리 일본 선수들은 불만을 표출했다. 일본의 선수 노조(일본프로야구선수회)는 WBC의 불공정한 수익금 배분 문제를 제기하며 지난해 7월 WBC 대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출전하는 각국 선수들의 초상권을 비롯한 마케팅 권리를 가진 WBCI(WBC 운영사)가 대회 주최측인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회에 수익금의 60% 이상을 분배한 게 이유였다. 미국이 수익금의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에 대회 흥행에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일본이 가져갈 수 있는 파이가 줄었다.

일본프로야구선수회는 “수익금의 균등한 분배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출전하지 않겠다”며 WBC와 맞섰다. 결국 그들은 일본 국가대표를 상징하는 ‘사무라이 재팬’이라는 명칭을 이용해 스폰서를 유치·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받아낸 뒤 보이콧을 철회했다. 덕분에 일본은 앞으로 4년간 40억엔(약 577억원)의 수익을 올릴 전망이다.



분배금 놓고 일본 vs 미국 대립WBC가 미국 주도로 이뤄지는 대회이지만 미국은 WBC 스폰서 유치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자국의 메이저리그를 후원하는 글로벌 기업의 후원이 분산될까 염려하기 때문이다.

WBC로 인해 메이저리그 수익구조가 침해 받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에겐 WBC보다 메이저리그거 훨씬 큰 시장이다. 1·2회 WBC를 거치며 한국 대표팀이 거둔 총 수익은 540만 달러(약 59억원)다.

1회 대회 때는 3~4위전 진출에 따른 상금 90만 달러(약 9억8000만원)와 대회 수익금의 5%인 90만 달러(9억8000만원)를 분배금으로 받았다. 당시 WBCI는 대회 운영으로 얻은 수익의 47%를 상금으로, 53%는 각국의 야구 조직에 분배금으로 할당했다. 분배금 53%는 다시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메이저리그 선수회가 각각 17.5%, 일본야구협회(NPB) 7%, 한국야구위원회(KBO)가 5%를 가져가는 방식으로 배분됐다. 흥행에 도움을 준 순서대로 나눠준 것이다.

2회 대회 대회 때는 수익금 분배 구조가 조금 바뀌었다. 총 수익금 3200만 달러(약 347억원) 가운데 총 상금 1400만 달러(약 152억원)를 제외한 돈을 분배했다. 나머지 1800만 달러(약 195억원)를 메이저리그 사무국(33%), 메이저리그 선수회(33%), NPB(13%), KBO(9%) 등이 각각 분배금으로 나눠가졌다.

상금은 물론 성적에 따른다. 한국 대표팀은 2회 대회때 준우승 상금 200만 달러(약 22억원)와 수익금의 9%인 160만 달러(약 17억원)를 더해 총 360만 달러(38억원)를 받았다. 대회를 통해 벌어들인 총 상금과 수익금을 모두 선수에게 지급하는 건 아니다. 필요 경비를 제외하고 포상금을 더한다. 감독과 코치도 조금씩 분배금을 받기 때문에 2회 대회 때 각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각각 6000만원 정도였다.

이번 3회 대회는 우승 상금 100만 달러(약 10억8000만원)를 비롯해 1라운드 진출 팀에 기본 참가비 30만 달러(약 3억2000만원)가 지급된다. 매 라운드 우승국(1라운드 30만 달러·2라운드 40만 달러)에 추가 상금이 배당되는 형식도 2회 대회와 똑같이 유지된다. 총 상금 규모도 1400만 달러(150억2000만원)로 동일하다. 만약 한국 대표팀이 1·2라운드를 1위로 진출하고 우승하면 상금으로만 최대 340만 달러(37억원)를 받을 수 있다.

KBO 관계자는 “1회 대회와 2회 대회는 분배금을 나누는 비율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2회와 3회 대회의 분배금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이고, 순위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상금 규모도 이전 대회와 동일하다. 4강 이상의 성적을 대표팀이 거두면 앞선 경우와 마찬가지로 협회 차원에서 10억원을 포상금으로 줄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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