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POWER CELEBRITY 40 - 리듬체조를 빼면 나를 생각할 수 없다
KOREA POWER CELEBRITY 40 - 리듬체조를 빼면 나를 생각할 수 없다
1994년생, 세종고 졸업, 연세대 스포츠레저학과 입학 예정, 2005~2008년 KBS배 전국리듬체조대회 개인종합 1위, 2006~2009년 회장배 전국리듬체조대회 개인종합 1위, 2010~2012년 전국체육대회 리듬체조 고등부 금메달, 2011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리듬체조 개인전 동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리듬체조 결선 5위 |
“매일 6~8시간씩 훈련해요. 코치님과 일대일로 하는 거라 강도가 세서 힘들지만 이렇게 훈련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합니다.” 힘들지만 행복하다…. 갓 스무 살 된 손연재(19) 선수의 한마디에 겉으론 아름답지만 고통이 따르는 리듬체조 선수의 숙명이 녹아 있다.
그는 올해 8월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 중이다. 주변에 따르면 리본·후프·볼·곤봉 네 종목 모두 런던올림픽 때와 음악과 안무가 바뀌어 작품을 익히는데 집중하고 있다. 새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2월 말 모스크바 그랑프리 대회에도 참가한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결선 5위를 하고서 부쩍 자신이 붙은 듯했다.
좋은 성적을 낸 비결이 뭔가.
“뒤에서 묵묵히 도와준 분들 역할이 컸다. 러시아 전지훈련은 비용이 많이 드는데 후원해 주시는 분들 덕에 걱정을 덜었다. 또 심리·물리치료를 받으며 몸과 마음을 단련했다. 훈련에만 집중한 것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
곤봉을 놓쳤을 때 어땠나. 무척 안타까웠는데.
“꽤 오랫동안 당시 곤봉 경기 장면을 못 봤다. 메달을 따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후회는 없다. 5위를 한 것도 큰 성과라고 자위한다. 오히려 이룰 목표가 있다는 게 자극이 된다. 더 열심히 하게끔 동기를 얻은 것으로 만족한다.”
지나간 결과에 매달리기보다 앞을 보는 성격은 손 선수 스스로 꼽은 장점이다. 3년 가까이 손 선수의 심리상담을 맡은 조수경 스포츠심리학 박사 역시 손 선수가 경쟁 상황에서 크게 흔들리지 않는 담대함을 가졌다고 평했다.
2011년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땄을 때까지도 런던올림픽 목표는 본선 진출이었다. 손 선수는 이듬해 4월 러시아 월드컵에서 개인종합 4위·후프 동메달, 5월 불가리아 대회에서 리본 종목 동메달을 수상하며 차분히 실력을 쌓았다.
런던 올림픽 이후 뭐가 달라졌나.
“리듬체조가 많이 알려진 것 같다. 예전에는 ‘리본체조’라고 잘못 부르는 분도 있었다. 종목도 헷갈려 했다. 요즘은 세부 기술까지 관심을 보여 뿌듯하다.”
‘나는 왜 리듬체조를 하는가’ 자문해본 적 있나.
“어렸을 때부터 리듬체조를 했기 때문에 당연한 일상 같다. 좋아하면서 잘할 수 있는거고, 리듬체조를 빼면 나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까.”
그는 네댓 살 때부터 리듬체조를 했다. 예쁘게 자라라고 어머니 윤현숙씨가 권했다고 한다. 가볍게 시작한 운동이지만 초등학생 때부터 대회에 나가면 늘 1등을 했다. 전문가들은 손 선수가 정확하고 안정된 기술을 구사한다고 평가한다. 점프력이 뛰어난 것 역시 장점이다.
손 선수가 경쟁 상대로 꼽은 다리아 드미트리예바(러시아), 알리나 막시멘코·안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 같은 서양 선수보다 신체 조건은 불리하지만 의지와 노력으로 극복해 왔다. 정작 표현력이 부족한 것 같아 고민이다. “기술은 시간을 투자하면 나아질 수 있지만 표현력은 타고난 재능이 필요해요.”
하지만 조수경 박사는 손 선수의 운동 감각이 또래보다 뛰어나 작품을 이해하고 표현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작품을 해석하고 창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리듬체조 아니면 발레 했을 것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가.
“집중이다. 연습 때 아무리 잘해도 실전에서 집중하지 않으면 실수한다. 음악이 흐르는 동안은 오로지 경기만 생각한다.”
손 선수는 리듬체조에서 정신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인종목이라서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면 한번에 무너질 수 있어요. 아주 조금만 살이 쪄도 심판이 알아보거든요. 나를 다스리는 것이 다른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만큼 중요합니다.”
운동을 하면서 가장 힘든 때는 언제였나.
“처음 러시아에서 훈련할 때다.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곳에서 혼자 견뎌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음식이 맞지 않은데다 혹독한 다이어트를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도 그때 많이 강해졌다.”
지금은 훈련부터 일상생활까지 현지 분위기에 익숙하다. 연습이 없을 때는 책을 읽거나 한국에서 다운받아 온 드라마와 영화를 본다. 음악을 좋아해 이동할 때는 항상 음악을 듣는다.
반대로 가장 행복했을 때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딴 순간이다. 런던올림픽 때도 그랬고, 지금은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낼 때가 제일 행복하다.”
리듬체조 선수를 하지 않았다면 뭘 하고 있을까.
“예술에 워낙 관심이 많아 발레나 무용을 했을 것 같다.”
그의 예쁜 얼굴과 몸매 역시 대중의 관심사다. 2012년에만 냉장고·스마트폰·스포츠 의류 등 광고 22편에 등장했다. 광고 출연료만 150여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무한도전’ ‘런닝맨’ ‘승승장구’ 처럼 잘나가는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주요일간지에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기사가 나고 포털 다음의 ‘2012 스포츠 선수 검색 순위’ 1위를 했다.
리듬체조의 인기도 높아졌다. 그는 2011년 6월 한국 선수론 첫 리듬체조 갈라쇼를 열었다. 지난해 10월 다시 한번 갈라쇼에서 화려한 연기를 선보였다. 1년 전보다 부쩍 성숙해진 모습에 관객은 열광했다.
대중이 왜 손 선수를 좋아할까.
“그저 감사하다. 비인기 종목에서 열심히 운동하니까 좋게 봐주시는 것 아닐까.”
방송 출연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는데.
“올림픽 전이나 시즌 중이었다면 거절했을 거다. 8~10월은 선수들이 중요한 경기를 마치고 쉬는 때다. 열심히 훈련하고 연말에 정신적·육체적 휴식을 취하는 것이 선수생활을 잘 하는 비법이다.”
세계선수권대회·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앞둔 그에게 목표를 물었다.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먼 올림픽보다 세계선수권대회와 내년에 있을 인천아시안게임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서울신라호텔, 프랑스 파리서 한국 대표로 한식 알렸다
2금투협 “11월 금통위 기준금리, 시장참여자 83%가 동결 예상”
3비트코인, 10만 달러 앞두고 '하락세'…9만 4000달러선 하회
4삼성운용, KODEX 미국S&P500TR 순자산 2조 돌파 이벤트
5"트럼프, 취임 첫날 멕시코·캐나다 제품에 25% 관세"
6기아, ‘더 뉴 EV6 GT’ 계약 개시
7엔비디아 주가 4% 이상 하락…美 반도체 수출 제한 우려 영향
8“AI 핵심 기업에 투자”...KB자산운용, ‘RISE 미국AI테크액티브 ETF’ 출시
9대한항공, 외투 보관 서비스 재개...12월부터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