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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반(半)전세 증가에 임대사업자 반색

월세·반(半)전세 증가에 임대사업자 반색

금융비용 일부 월세로 보전 … 9월부터 기업형 임대관리업 가능
임대 주택의 월세 전환이 대세다. 세종시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짐을 옮기고 있다.



#1. 서울 서부이촌동에 사는 자영업자 김운용씨는 최근 전세 놓은 서울 도화동 아파트(전용면적 84㎡)를 반전세로 돌렸다. 2년 전 받은 전세 보증금은 2억1000만원. 주변 전세 시세가 올라 새로 전세를 놓으면 2억4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김씨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00만원을 선택했다. 보증금을 더 받아봐야 마땅히 굴릴 곳이 없는데다 저금리 시대에 월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2. 2007년 초 서울 문래동의 미분양 아파트(전용면적 83㎡)를 매입한 양승철씨는 전형적인 ‘하우스 푸어’다. 초기 10% 계약금 외에 중도금을 대출 받고 잔금은 전세금으로 메웠다. 하지만 다달이 부어야 할 이자 부담에 원금 상환 시기마저 다가와 고민이다. 그는 최근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올리는 대신 반전세를 요구했다.

현 1억8000만원인 보증금을 그대로 두되 월 20만원 월세를 제안했다. 세입자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추가로 전세 대출을 받기 부담스럽고, 이사비에 중개업소 비용까지 고려하면 2년 간 480만원 지출이 그리 불리한 건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윈-윈한 경우다.



월세로 집주인 입김 더 커져최근 반전세(보증부 월세) 확산 추세에서 부동산 투자의 변화상을 볼 수 있다. 종전까지 아파트는 싼 가격에 매입한 뒤 비싼 값에 되팔아 수익을 남기는 대표적인 자본차익형 상품으로 꼽혔다. 하지만 집값이 하락기에 접어든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더라도 차익은커녕 투자 손실을 볼 우려가 크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임대인들이 활용도가 떨어진 전세보증금을 ‘주택대출금리 플러스 알파(α)’ 수준의 월세로 돌려 손해를 보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 연 6~7%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전세 시세가 약 5억원인 서울 잠원동 잠원동아아파트(전용면적 84㎡)는 보증금 2억원에 150만~170만원 선에 반전세 매물이 나온다. 전세 보증금 차액인 3억원을 투자한 셈 치면 연간 수익률이 6~6.8%쯤 된다. 3%대인 은행 정기예금 이자율의 두 배 수준이다.

신축 원룸 건물주 사이에선 준공 후 1~3년부터 월세로 전환하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서울 봉천동 서울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인근에 원룸 건물이 상당수 들어섰다”며 “집주인들이 갓 준공이 됐을 때는 건축비 융자금 등을 갚기 위해 목돈 마련용으로 전세를 일부 놓다가 어느 정도 다 갚고 난 1~3년 후에는 월세로 전환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가계부채에 짓눌린 하우스 푸어도 이자 부담을 더는 방법으로 월세 전환을 선택한다. 근저당이 설정된 전세는 도리어 세입자가 입주를 기피해 월세로 전환하는 것이다. 앞서 홍씨와 같이 추가 상승분을 월세로 돌리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전세 계약 만기 때 보증금을 대폭 낮추고 월세를 높이는 반전세를 선택한다. 반전세로 돌려 ‘깡통 주택’에 대한 세입자의 우려를 덜고 이자 부담 또한 줄이려는 전략이다.

기존 전세의 월세 전환뿐 아니라 최근에는 월세를 받을 목적으로 소형 아파트를 매입하는 재테크 움직임도 눈에 띈다. 특히 역세권 중심의 소형 평수 아파트에 자금이 몰린다. 송두한 농협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장은 “지금은 임차 수요가 몰린 소형 주택을 중심으로 월세 전환이 활발하지만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장기적으로 중형이나 대형 아파트 월세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도 1~2인 가구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최근까지 대출 금리 인하 같은 지원책을 내놨다. 서민·실수요자 월세 부담이 커지는 만큼 공급 확대로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폐지도 추진한다. 잠재적 임대 사업자인 다주택자 규제를 폐지해 민간 부문에서 임대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특히 9월부터 기업형 임대관리업도 가능해진다. 집주인이 전문 업체에 임대 주택 관리를 맡기는 것이다. 월세 비율을 조정하고 주택 시설을 관리한다.

월세 선호 현상은 주택 시장의 투자 판도를 바꿨다. 주로 1~2인 가구를 대상으로 월세 수익을 얻는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다세대주택, 소형 아파트 등이 최근 인기 부동산으로 주목 받는다. 소형 주택이다 보니 전세금이 작아 월세로 전환하기 쉬워 꾸준한 임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이 중 그동안 임대사업의 주축이던 오피스텔의 임대수익률은 4년 연속 하락하면서 지난해에는 전국 평균 6% 이하로 떨어졌다. 2010년 이후 오피스텔은 물론 도시형생활주택의 공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2009년 5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인·허가를 받은 도시형생활주택은 19만여 가구로 이 가운데 84%가 1인 가구를 위한 원룸형이다. 이 기간 공급된 오피스텔의 90% 정도도 원룸형으로 추산된다. 오피스텔의 면적이 계속 작아지면서 2~3인 가구가 외면한 것이다.



소형 아파트·단독주택 각광최근엔 소형 평수 아파트가 임대사업 투자처로 관심을 끈다. 아파트는 다른 수익형 부동산과 분양면적이 같더라도 전용면적이 더 넓은데다 가격 상승 가능성이 더 크다는 장점이 있다.

산업단지나 업무단지를 끼고 있는 지역에서 소형아파트의 월세 수요가 많은 편이다. 직주 근접 입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집을 구매할 여력이 부족하고 월세에 대한 거부감이 덜한 젊은층의 비율이 높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오피스텔의 인기가 떨어지는 반면 소형 아파트가 새로운 임대투자처로 꼽힌다. 특히 직장 근처의 소형 아파트는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며 “서울에서 직장인 임대수요가 풍부한 강남구 삼성동·역삼동과 마포구 공덕동·신공덕동·상암동, 중구 신당동을 중심으로 실제 거래가격을 확인한 결과 오피스텔 못지않은 4~6%의 임대수익률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형 아파트 투자는 오피스텔처럼 2억원 미만의 소액 투자가 어렵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또 소형 아파트는 업무용으로 등록 되지 않아 2주택이나 3주택으로 확인되면 1가구 1주택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도 단점이다. 또한 과거 고점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기존 매물을 거래하면 투자자의 실제 수익성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이 높은 소형 아파트가 인기다. 매입 때 자금 부담이 적은데다 반전세나 월세로 세를 놓으면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2009년 1월(38.2%) 이후 꾸준히 상승해 현재 55.9%에 이른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매입 후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면 매월 은행 금리보다 낫고 안정적인 임대수익까지 얻을 수 있다”며 “저금리 때문에 이들 아파트를 매입해 임대사업을 하려는 수요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단독주택의 인기도 만만찮다. 아파트의 투자가치가 떨어지면서 역세권 일대 단독주택을 상가나 원룸형 오피스텔로 리모델링 해서 임대수익을 노리는 사례가 늘었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 인근에 사는 황운섭씨는 270㎡ 면적 단독주택에 거주하다 지난해 집을 수익형 부동산으로 바꿨다.

가족만 살기엔 너무 넓고 이를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원룸형 오피스텔로 신축하면 꽤 많은 월세소득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기존 집을 헐고 5층 17가구의 도시형생활주택을 건설했다. 기존 토지가격을 제외하고 총 10억원을 투자해 현재 월세로 연 8640만원씩 번다. 보증금으로 받은 1억6000만원을 빼면 실투자금은 8억4000만원이다. 연 수익률이 10%를 넘는다. 이런 인기 때문에 단독주택 가격이 강세다.

월세 수익률은 강남보다 강북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정보사이트 KB부동산 알리지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6061개 단지, 280만4712가구의 평균 임대수익률은 2월 말 현재 연 4.19%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의 아파트 평균 임대수익률은 연 3.66%였으며 임대수익률 상위 지역은 강북권에 몰렸다.

임대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종로구(연 4.16%)였으며 중랑구(4.12%)·서대문구(4.06%)·성북구(4.03%)·도봉구(4.03%) 순이었다. 각종 세금이나 기타 부대비용은 반영하지 않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서울 강남권이나 대도시보다 강북과 중소 도시에서, 고가 주택보다는 중저가 주택에서 임대수익률이 높게 나타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월세 수익률은 서울 강북이 강남보다 높아같은 지역이라도 ‘목’에 따라 임대수익률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지하철 역세권 단지가 단연 유리하다. 출퇴근이 편리해 찾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업무시설 밀집지역과 연결되는 지역이면 더 좋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수도권에서도 지하철 7호선 철산역(광명시)이나 1호선 당정역(군포시) 등 서울 도심과 직결되는 지역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임대 목적으로 아파트나 단독주택을 매입할 때는 기존 보유 주택을 월세로 돌릴 때보다 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되팔 때 가치를 고려해 시세가 오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선택하는 게 좋다. 부동산 수익률은 자본수익률과 임대수익률로 나눌 수 있다.

임대수익률이 보장된 상태라 하더라도 집값이 내리는 추세에서 자본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적은 자본으로 살 수 있는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은 위험성이 높은 수익형 부동산이기 때문에 그 위험성을 감당할 수 있는 소득과 자본을 지닌 사람들이 구매해야한다는 것이다.

수익률만 믿고 주택임대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금물이다. 주택 임대에서 판매자나 중개업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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