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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 - 어, 누가 진짜 가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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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곡 가수와 모창자 노래 대결 … 가수·모창자 감동 사연도 눈길
4월 6일 방영된 김종서 편에서는 시각장애인 모창자가 나와 감동을 더했다.



매주 토요일 밤이 되면 원곡 가수와 모창자들이 대결을 펼친다. JTBC 예능프로그램 ‘히든싱어’ 무대에서다. 매회 가수 1명과 5명의 모창자가 등장한다. 6명의 참가자는 블라인드 뒤에서 각자 노래 한 소절씩을 나눠 부른다. 100인의 청중단은 이들이 한 소절씩 부르는 노래를 잘 듣고 진짜 가수를 찾는 방식이다. 포맷 자체는 간단하지만 막상 청중이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누가 진짜 원곡을 부른 가수인지 구분이 힘들 정도로 비슷한 목소리를 내기 일쑤다.

‘히든싱어’는 지난해 12월 JTBC 개국 1주년 기념으로 방송된 파일럿 프로그램이었다. 가수 박정현과 김경호가 출연한 단 두 편의 방송만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 후 정규 편성돼 3월 16일 시즌 1로 돌아왔다. 첫 방송에 출연한 가수 성시경은 녹화 전 “제 목소리와 비슷한 사람이 있겠어요. 아시잖아요”라며 자신감을 표했다. 목소리의 경제적 가치가 50억원이라고 알려진 성시경으로서는 당연한 자신감이었다. 그러나 대결이 거듭될수록 성시경은 모창자의 노래를 두고 “내 CD를 틀어놓은 거냐”며 “2003년에 내가 부른 건 줄 알았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 날 패널석에 평가단으로 참석한 윤종신도 속았다. 윤종신은 ‘넌 감동이었어’ ‘거리에서’ 등 성시경의 히트곡을 작곡하며 10년 넘게 성시경과 음악작업을 했지만 모창자들과 그를 구분하는데 실패했다. ‘가장 성시경다운 사람’을 고르라는 투표에는 성시경보다 더 많은 표를 받은 참가자도 있었다. 연출을 맡은 조승욱 프로듀서(PD)는 “애초에 성시경이 워낙 탁월한 스윗 보이스를 갖고 있어 모창자 섭외에 애를 먹을 줄 알았는데, 참가자들을 만나면서 연출진들이 당황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토록 실력있는 모창자는 어떻게 5명씩 구할 수 있을까. 숨은 비결이 있다. 모창자들은 선발 이후 평균 3주 정도 트레이닝 기간을 거친다. 훈련 지도는 국내 1호 보컬학원인 보이스펙트팀이 맡았다. 트레이닝을 맡은 조홍경 원장은 “가장 비슷한 모창자를 찾아도 실제 노래는 진짜 가수의 60%에도 못 미친다”며 “실제 경합 때 혼선을 주기 위해서 이들의 노래 실력을 80~90%로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 소절씩 이어 불러 노래 편차 줄여방송에서 4라운드까지 총 4곡의 노래를 소화해야 하기때문에 곡에 따른 모창자들의 실력 편차도 심하다. 10여명의 트레이너가 투입돼 가수의 창법부터 목소리 주파수 대역까지 유사하게 맞춘다. 모창자를 배려한 약간의 패널티도 있다. 모든 출연자들이 한 소절씩 돌아가며 노래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완창하면 노래 실력에 따라 티가 나기 쉽기 때문이다. 코러스음을 넣어 목소리

의 편차도 감춘다.

제작진은 ‘처음 발표했던 원곡에 충실한 노래 부르기’를 원칙으로 삼는다. 가수의 경우 세월이 흐르면서 노래를 부르는 스타일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수 이수영은 “출연 전 옛 CD를 들으며 노래를 다시 연습했다”고 밝혔다. 조 PD는 “모창자들의 기본 노래 실력에 노력이 더해져 만들어진 무대이기에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방송이 감동을 주는 이유는 비단 닮은 목소리 때문만은 아니다. 진짜 가수를 맞추는 짜릿함도 있지만 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어려운 시기를 극복한 모창자의 사연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3월 30일 방영된 이수영 편에서 가수 이수영은 방송에서 “‘내 노래를 아무도 듣고 싶지 않아 하는데 왜 노래를 해야 하나’하는 슬럼프가 왔었다. (모창자에게) 계속 노래해야 하는 이유를 목소리로 표현해 줘서 감사하다”며 울먹였다.

6회 김종서 편에 모창자로 출연한 이현학씨는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그는 시각장애 1급에도 한국과 미국 사이의 장거리 연애를 하며 만난 여자 친구를 향한 순애보가 공개됐다. 김종서를 꺾고 우승을 해서 상금 1000만원을 받으면 비행기 표를 사서 마음껏 여자 친구를 보고 싶다고 말해 김종서는 물론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그는 매 라운드마다 ‘김종서보다 더 김종서 같은 목소리’로 뽑히며 김종서는 물론 100인의 평가단에게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1000만원의 상금이 걸린 마지막 라운드에서 김종서와 4표 차이로 아깝게 준우승을 차지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조 PD는 “프로그램이 단순히 누가 더 모창을 잘하느냐에 머물지 않고, 모창자와 가수의 사연이 노래 속에 섞여 들어가면서 새로운 감동을 주는 것 같다”며 “시청자들은 가수의 목소리·창법·발음 등에 집중해 노래를 들으면서 가수가 가지고 있는 음악성에 몰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어디에서도 시도하지 않은 독특한 콘셉트와 포맷 때문에 해외에서 판권을 사온 프로그램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지만 ‘히든싱어’는 JTBC에서 자체 제작한 창작 콘텐트다. 지금까지 성시경을 비롯해 가수 조관우·이수영·김종서 편이 방송됐다. 바비킴·장윤정·백지영·김종국 등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출연을 앞두고 있다. ‘히든싱어’는 매주 토요일 밤 11시 5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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