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도비라 - 영업의 神들···비밀병기는 없었다
Cover Story 도비라 - 영업의 神들···비밀병기는 없었다
불황이 깊어질수록 영업맨의 속은 타들어 간다. 회사의 실적 압박과 고객의 닫힌 지갑 사이에 끼어 옴짝달싹 못한다. 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5~6월 금융·유통·제약업계 영업맨들의 자살이 이어졌다. ‘갑’의 위치인 영업맨은 ‘을’에 대고 화풀이라도 하겠지만, 대부분의 영업맨은 을이다. 일부 출판사들은 애가 탄 영업맨들을 겨냥해 ‘신비한 영업의 비밀과 기술이 담겼다’고 책 홍보에 열을 올린다.
‘고객님을 위해’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다. 고객을 기쁘게 하고, 고객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고객은 좀처럼 마음과 지갑을 열지 않는다. 그래서 영업맨들은 영업의 달인이 될 수 있는 비기(秘技)를 간절히 원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비법은 없다. 이코노미스트가 만난 영업의 달인들의 말이다.
35세 나이로 웅진코웨이 최연소 사업국장이 된 조윤주 W영업팀 대구사업국장은 “영업은 한 만큼 돌아오는 정직한 일이기 때문에 직접 발품을 팔아야 성과가 좋다”며 “열심히 사람을 만나야 진심이 전해지고 실적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4년 연속 전국 판매왕을 차지한 현대자동차 임희성 차장 역시 “결국 사람하고 부대끼며 일하는 게 영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했다.
계약유지율 99%라는 신화를 써가는 교보생명 강순이 재무설계사는 ‘진심’과 ‘공부’를 강조한다. 그는 “한 번 연을 맺은 고객을 끝까지 책임지고 관리한다”며 “고객에게 평생 옆에 두고 싶은 사람이 되려면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대해상 천안사업부 하은대리점을 책임지는 남상분 대표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순간을 놓치면 다시는 그를 볼 수 없다”며 “한 가지를 물으면 열 가지 답할 수 있는 지식은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2008년 이후 현대해상 대리점 부문 대상을 네 차례 받았다.
고객을 돈이 아닌 친구로 여겨야 한다는 것도 영업의 달인들이 전하는 공통 메시지다. 월 평균 2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아모레퍼시픽 모미영 카운셀러는 ‘저 사람에게 물건을 팔아야지’가 아니라 고객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친구가 되는 일이 먼저라고 했다. 영업맨 출신으로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CEO들의 한결같은 얘기 역시 이들과 다르지 않다. 그들은 안방 장롱 속 깊은 곳에 ‘영업 비서(秘書)’를 숨겨 놓은 게 아니다. ‘진심으로 고객을 대하고 공부하는 열정’을 묵묵히 실천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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