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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 어머니 소박한 꿈 이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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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모 여성 가장 창업지원 ‘희망가게’ 177곳 법률·세무·기획팀이 운영 도와
아모레퍼시픽 ‘희망가게’ 지원을 받아 아동복 사업에 뛰어든 류영화 정주어패럴 사장. 그는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는 국산 아동복 브랜드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한다.



몇 해 전 남편과 이혼 후 홀로 두 아이를 키우며 생계를 걱정하던 김수희(42·가명)씨. 그는 이제 한 가게의 어엿한 주인이 됐다. 학창 시절 만화가를 꿈꾼 김씨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지난해 5월 서울시 오류동에 만화카페를 열었다. 김씨는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자고 마음 먹어 만화카페를 떠올렸다”며 “어두컴컴한 만화방이 아닌 커피향 나는 근사한 만화카페를 꿈꿨다”고 말했다. 그러나 설렘도 잠시, 자금이 부족했다. 변변한 직장도, 집도 없는 이혼녀에게 창업 자금을 빌려주는 은행은 없었다. 제2금융권은 이자율이 턱없이 높았다. 이 때 기회가 찾아왔다.

아모레퍼시픽이 후원하고, 아름다운재단이 운영하는 ‘희망가게 한부모 여성 가장 창업지원사업(이하 희망가게)’ 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희망가게로 선정되면서 그의 꿈은 현실이 됐다. 창업 자금에 여유가 생기자 준비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만화와 카페를 결합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바리스타 자격증도 취득했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 만화카페에서 일하며 운영 노하우도 익혔다.

만화카페를 운영한지 1년이 넘은 지금, 가게는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만화 애호가들은 물론 이곳을 모임·전시공간으로 쓰는 아마추어 만화가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김씨 역시 틈틈이 만화를 그리며 못다한 꿈을 이루고 있다. 그는 “희망가게로 선정되지 않았다면 부족한 창업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희망가게가 내 오랜 꿈을 이뤄준 만큼 더 많은 사람에게도 희망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저소득층 한부모 여성 가장에게 새로운 희망을 전하는 아모레퍼시픽의 희망가게 사업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희망가게는 아모레퍼시픽의 창업자인 고 서성환 회장의 뜻을 기리기 위해 2003년 6월 시작한 사회공헌 활동이다. 서성환 회장의 가족들은 생전 여성 복지 지원에 힘쓴 창업자의 뜻을 기리기 위해 유산을 기부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 기금을 바탕으로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빈곤 계층의 소규모 사업지원을 위한 무담보 소액 대출)을 펼치고 있다. 사업 시작 이후 현재까지 전국 177개(올 7월 말 기준)의 희망가게가 문을 열었다. 음식·미용·교육·서비스 등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는 희망가게 창업주들은 월 평균 소득 280여만원을 기록하며 안정적 성장을 하고 있다.희망가게의 역사는 10년 남짓이다.

그러나 서성환 회장의 저소득층 여성 지원에 대한 의지는 창업 초기인 1960년대부터 이어졌다. 전쟁 탓에 이 시기에 공식 집계된 전쟁 미망인의 수는 37만명에 달했다. 그러나 여성들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제한돼 있었다. 서성환 회장은 이에 주목해 1964년 방문판매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당시 전쟁 미망인을 포함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던 여성들에게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이를 통해 수많은 여성이 사회적·경제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체계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 1973년 ‘태평양장학문화재단(현 아모레퍼시픽재단)’이 설립됐다. 이를 바탕으로 1975년부터 전국 350개 학교에서 추천한 여고생들에게 ‘태평양장학금’을 지원했다. 성덕여자중학교와 성덕여자상업고등학교(현 성덕고등학교)를 거느린 ‘태평양학원’을 1978년 설립한 것도 여성의 교육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였다.

주재흥 아모레퍼시픽 홍보팀 과장은 “1982년 ‘태평양복지재단(현 아모레퍼시픽 복지재단)’을 설립해 여성·노인·아동을 위한 복지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쳤다”며 “아모레퍼시픽은 여대생 논문 공모전을 비롯해 여대생 장학금 지원, 전국 여성시설 내 생필품 지원 등 여성 복지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왔다”고 설명했다.



선대 회장의 여성 복지 뜻 이어그동안 여성을 위한 각종 사회공헌 활동의 노하우의 결과가 올해 10주년을 맞은 희망가게다. 희망가게는 매년 두세 번 지원 대상자를 선정한다. 25세 이하의 자녀를 키우는 저소득 한부모 여성 가장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담보나 보증은 필요 없다.

신용등급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소득과 재산 기준은 최저 생계비의 150% 이하여야 한다. 일곱 살 난 딸을 둔 류영화(41)씨도 3년전 희망가게 101호점의 주인공이 됐다. 16년 간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의류 도소매상을 전전하며 일을 배운 경력을 살려 2010년 의류 공장을 열었다.

“제 사정을 잘 아는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이 창업 지원사업이 있는데 지원해보라고 알려주셨어요. 동대문에서 일하면서 언젠가 내 사업장을 갖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어요. 하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형편에 사업 초기 자금을 마련하는 게 어디 쉬운가요?”

까다로운 서류·면접 심사를 통해 희망가게 창업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최대 4000만원의 창업 자금을 지원받는다. 이 중 2000만원은 운영자금 명목으로 연리 2%, 5년 동안 상환하면 된다. 나머지 2000만원은 점포 임차보증금으로 쓰면 된다. 현금 대출이 아닌 점포 지원 방식으로 이뤄지며 이자 없이 7년 동안 갚으면 된다. 류씨도 다른 선정자들과 마찬가지로 지원금 2000만원으로 서울 면목동에 작은 공장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8월 20일 찾은 류씨의 공장은 여기저기 쌓인 옷가지로 발 디딜틈 없이 복잡했다. 직원들 모두 가을 신상품 제작에 박차를 가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류영화씨도 ‘드르륵 드르륵’ 미싱소리를 내며 직원들 사이에서 땀을 흘렸다. 3년 전 직원 한 명을 데리고 사업을 시작한 류씨는 이제 9명의 직원을 둔 어엿한 사장님이다. 디자인 전문이지만 여전히 봉제는 물론 패턴을 뜨고, 영업 다니는 일까지 도맡는다. 처음에는 디자이너 출신이 왜 공장을 운영하려 하느냐는 핀잔도 많이 들었다.

“처음 창업했을 때 주변에서 세 달이면 망할 거라고 했어요. 그런데 벌써 3년째에요. 디자이너로 동대문에서 일할 때부터 공장 일을 익히고 준비했기 때문에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었어요. 아무리 많은 돈을 지원 받아도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워요.”

아동복을 전문으로 만드는 사업은 자리를 잡아 9월에 자체 브랜드 ‘몽시엘’을 내놓는다. 미혼모인 그는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싱글맘을 지원하는 사업도 병행한다. 미혼모들에게 자신이 가진 봉제 기술을 가르치고, 일자리를 마련해준다. 류영화씨는 “어디내놔도 손색이 없는 국산 아동복 브랜드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많은 분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온 만큼 어려운 이웃들과 나누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더 많은 나눔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1:1 창업 컨설팅부터 인문학 강의도희망가게의 특징은 창업 자금 대출 지원 이외에도 사업이 안정될 수 있도록 창업 전후 전 과정에 다양한 지원 시스템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1:1 창업 컨설팅은 물론 창업 관련 기술 교육비도 지원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일반 사업자가 어려워하는 법률·세무 서비스도 제공한다.

김학석 아름다운재단 간사는 “경영주가 사업을 하면서 난관에 부딪힐 때가 적지 않다”며 “부가세를 신고하라고 통보가 왔는데 어떻게 하는지, 임대주가 월세에 부가세를 별도로 내라고 하는데 환급 받을 수 있는지, 임대주가 건물을 팔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아모레퍼시픽 법무·세무·기획팀 소속 임직원들이 아름다운재단을 직접 방문해 희망가게 사업 담당자들에게 교육을 진행한다.

세무 기초지식이나 기업 경영과 관련된 교육 외에도 인문학이나 재테크 비법과 같은 강의가 마련돼 폭넓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전문성 나눔을 통해 복잡한 정보나 절차가 필요한 사항은 빠르고 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경영주는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외에도 매장의 디자인이나 인테리어 지원이 필요할 경우 아모레퍼시픽의 전문 디자이너가 협업해 디자인을 구상하고, 검토하는 작업도 진행한다. 한 달에 한번씩 희망가게 점주들이 참여하는 ‘희망보따리’ 모임에서는 사업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한다.

한부모 가정 특성상 자녀 문제를 겪는 가정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가족 정서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가족캠프나 전문 상담프로그램을 마련해 창업주의 사업뿐만 아니라 가정 안정화에도 도움을 준다. 류씨는 “최근에는 60여명의 희망가게 창업자들과 그 자녀들이 모여 함께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며 즐거워했다.

희망가게는 8월 16일까지 올 상반기 지원 신청자를 받아 총 80명이 서류전형을 통과했다. 모집 인원은 매 차수 다르다. 좋은 사업 아이템을 제시하는 업주가 많으면 별도의 인원 제한 없이 지원대상자도 늘린다. 서울·경기·인천을 비롯한 수도권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신청할 수 있다. 아름다운재단이 각 지역 단체와 연계해 운영 지원을 한다. 현재 원주·춘천과 대전·충청(천안·청주), 대구·경북(구미·포항), 부산·경남(김해·양산), 광주·전라(목포) 지역이 포함된다.



10주년 맞이 캠페인 실시희망가게 창업주들은 전문적인 컨설팅을 바탕으로 외식업과 미용·교육·서비스업 등 여성들이 접근하기 쉬운 업종에서부터 폐자원 재활용, 세차업 등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업종까지 진출했다. 이런 성공을 바탕으로 희망가게 창업주들이 상환한 원금과 나눔을 실천한다는 상징적 의미인 2%의 이자가 사업 기금으로 재적립 돼 또 다른 희망가게 창업 지원의 기반이 됐다. 지원을 희망하는 사람은 아름다운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자세한 접수 안내를 확인할 수 있다.

희망가게는 여성 가장 지원사업인 만큼 미용·음식 등 서비스 직종이 많다. 지원자 중 많은 사람이 미용업을 선택했다. 현재까지 56개의 미용실이 있다. 전체 희망가게 중 약 30%를 차지한다. 미용실 창업자에게는 아모레퍼시픽의 관계사인 아모스프로페셔널에서 다양한 지원을 한다. 2001년부터 아모스프로페셔널은 헤어살롱 전문 브랜드의 특색을 살려 희망가게에 기부하고 있다. 매년 새로 문을 여는 5개 미용실에 각각 300만원 상당의 관련 제품을 기부하고, 최신 미용 교육도 제공한다.

아모레퍼시픽은 5~6월 두 달 간 희망가게 10주년을 기념해 일반인과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가게 10주년 공감 캠페인’을 실시했다. 희망가게 창업주의 삶의 변화를 응원하고, 희망가게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 앞으로의 10년도 함께 하자는 의미로 기획된 캠페인이었다. 모금홍보존 운영, 희망가게와 함께하는 나눔활동 실시했다. 모금홍보존의 경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동시에 운영돼 희망가게에 기부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총 22명의 임직원을 ‘희망동행 주인공’으로 선발해 희망가게의 취지와 의미를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모금을 독려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총 1326명이 참여했으며 약 3000만원이 모였다. 7월 11일 열린 기금 전달식에서는 모금액 외에 아모레퍼시픽의 매칭 기부 금액 3000만원과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대표의 기부 금액 3000만원이 더해져 총 9000만원이 전달됐다.

김선화 아모레퍼시픽 사회공헌팀 과장은 “희망가게 사업은 일시적으로 생계비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창업을 통해 자립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데 목표를 둔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려운 상황에 놓인 어머니들이 희망가게를 통해 삶을 꾸리고 나아가 한 가정이 건강해질 수 있도록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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