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경영권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미약품그룹이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임시 주주총회(주총)를 열고 표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한미약품그룹은 송영숙 회장과 임종훈 대표 등 모자가 갈등하고 있는데, 이번 임시 주총을 통해 경영권의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사이언스는 28일 10시에 서울 잠실 교통회관에서 임시 주총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의결권 위임장을 집계하고 검수하는 과정이 늦어지며 개회가 지연됐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오전 9시 40분부터 의결권 위임장을 집계하기 시작했다”며 “오후 1시 이전 (개회 여부를) 안내하겠다”라고 했다.

이번 임시 주총엔 한미약품그룹의 주요 인사 중 임종훈 대표만 참석했다. 임 대표는 이날 오전 9시 40분께 임시 주총 장소를 찾았다. 송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비롯한 ‘3자 연합’은 법무법인 세종에 의결권을 위임했다. 임종훈 대표와 같은 편인 임종윤 이사도 임시 주총 현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임시 주총 현장은 한미약품그룹 관계자와 주주 일부, 취재진 등이 100여 명 참석한 가운데 조용한 분위기다. 오전 10시께 개회가 늦어지는 데 대해 불만을 드러낸 주주들로 소란이 있었다. 주주들이 의결권 위임 대상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의결권 위임장이 복수로 접수되며 일부가 이를 모두 무효표로 처리하라고 요구하는 등 혼란도 빚어졌다.

한미사이언스는 이번 임시 주총을 통해 이사의 총수를 기존 10명 이내에서 11명 이내로 확대하는 정관변경과 관련한 안건을 논의한다. 신 회장과 임 부회장을 이사로 새롭게 선임하는 안건도 다뤄질 예정이다. 이 두 안건은 3자 연합 측이 제안한 것으로, 정관변경의 안건은 부결, 이사 선임 안건은 신 회장을 선임하는 안건이 가결될 것으로 점쳐진다.

3자 연합 측이 이사 총수를 늘리려는 이유는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형제 측 인사 5명과 3자 연합 측 인사 4명으로 구성돼 형제 측이 우위에 있어서다. 3자 연합은 신 회장과 임 부회장 모두를 이사로 선임해 이사회에서 주도권을 잡는다는 구상이지만, 정관변경의 안건은 부결될 공산이 크다. 특별결의안이라 임시 주총에 출석한 주주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해서다.

한미사이언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주주명부 폐쇄 기준 3자 연합의 우호 지분은 33.78%로 형제 측의 25.62%를 앞선다.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 등 3자 연합에 우호적인 기관의 지분과 소액주주 일부의 지분을 더하면 3자 연합 측 우호 지분은 절반가량일 것으로 예측된다.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5.89%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앞서 중립을 선언하고 임시 주총 당일 찬반 투표 비율대로 보유 지분을 나눠 행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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