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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with Bike - 늦가을 억새 흩날리는 늪지의 정취

Travel with Bike - 늦가을 억새 흩날리는 늪지의 정취

우포늪 생태관 왕복 15㎞ … 언덕·험로 많아 산악자전거 타야
일부 코스는 늪 깊숙이 들어간다. 수면은 발 높이, 갈대는 눈 높이다.



산악지대가 대부분인 이 땅에서 늪은 보기 드문 풍경이다. 경남 창녕 우포늪은 국내에서 가장 큰 자연 내륙습지다. 수면 면적이 2.3㎢(약 70만평)에 달한다. 우포늪·목포늪·사지포·쪽지벌의 4개 늪으로 이뤄져 있다. 가장 큰 우포늪으로 일괄해서 부른다.

어쩌면 우포늪은 낙동강의 밉살스런 자식이다. 낙동강은 강원도 태백의 고산지대에서 발원하지만 상류인 경북 안동 즈음부터 맥이 빠진 듯 유장해져서 수량이 줄어 흐르는 듯 멈춘 듯 흐느적댄다. 창녕은 하구까지 100km 이상 남았는데도 수위가 10m 남짓이다(비슷한 지점에서 한강은 40m 쯤 된다).

우포늪에서는 연중 철새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늦가을 이후에는 겨울 철새들이 날아들기 시작한다.
이렇게 경사가 완만하니 강물은 잘 흐르지 않고 바닥에는 퇴적물이 쌓여 유속이 더욱 느려진다. 그러다 갑자기 화기(火氣) 충천한 창녕의 진산 화왕산(757m) 앞에서 그 왕성한 불기운을 잡으려는 듯 자연 늪지대가 생겨났다. 본류조차 물이 적고 유속이 느린데 늪으로 물을 가뒀으니 낙동강으로서는 이 늪지대가 재산을 축내는 못난 자식 같지 않을까.

늪이라고 하지만 겉보기에는 꽤 넓은 호수다. 어디에 받을 담가도 어른 허리를 넘지 못할 것 같은 얕은 수심과 개구리밥처럼 수면에 뜬 수초, 물가에 빽빽이 자란 갈대와 군무를 수놓는 철새가 늪지대 특유의 잔잔하면서도 나른한 풍경을 빚어낸다. 늪과 호수는 어떻게 다른가.

늪(습지)은 물에 젖어 있는 땅이다. 물도 아니고 땅도 아닌 중간지대를 말한다. 람사르협약이 규정한 늪의 기준은 바닷물·민물 관계없이 물이 빠졌을 때 수심이 6m 이하인 곳이다. 이 기준에 따른다면 서해안의 갯벌과 농촌의 저수지 상당수도 습지에 포함된다. 늪은 다양한 생물의 보금자리가 되고 물을 걸러 주는 정수기능을 하며, 홍수를 막아주기도 한다. 우포늪도 스펀지처럼 물을 머금고 있어 낙동강 본류로 흘러드는 수량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주민들이 타는 조각배가 나른한 풍경을 연출한다.
우포늪은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이미 1962년에 철새도래지로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철새가 줄어들자 1973년에 해제됐지만 1997년에 다시 자연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늪 입구에는 우포늪의 생태를 볼 수 있는 생태관과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늪지대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자연스런 흙길 탐방로도 조성돼 있다. 제방길과 갈대숲, 호반길 등이 뒤섞인 탐방로는 따사로움이 넘치고, 멀리 비슬산(1084m)과 화왕산(757m)의 웅장한 봉우리들은 풍경의 감칠맛을 더 한다.

늪지대는 생각보다 넓어서 걸어서는 생태관 주변밖에 볼 수 없다. 일주 15㎞의 이 거대한 늪지대 여행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방법은 단연 자전거다. 네 개의 늪과 주변 모든 길을 달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코스를 돌아보려면 언덕과 험로도 지나야 해서 산악자전거(MTB)가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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