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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 안전한 입지 못 찾아 각국 전전긍긍

Science - 안전한 입지 못 찾아 각국 전전긍긍

환경단체·지역주민 극렬 반대 … 구리 캡슐 밀봉 등 고심
경북 경주시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에 반입된 폐기물.



독일 북부 브라운슈바이크시에서 멀지 않은 숲의 지하에는 환경 시한폭탄이 째깍거리고 있다. ‘아쎄(Asse) II’ 암염 폐광이다. 이곳에는 1960, 70년대 수십만 드럼의 핵폐기물이 버려졌다. 2008년 언론은 방사능에 오염된 소금물이 20년간 유출돼왔다고 폭로했다.

당국은 폐광으로 스며들어오는 소금물을 매주 수백 리터씩 모아서 따로 저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민 중이고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공간을 다시 메워 폐기물을 그곳에 영구히 봉인할 것인가, 아니면 모든 폐기물을 꺼내서 다른 곳으로 옮겨 저장할 것인가.

핵 폐기물을 처리하는 안전한 방법은 무엇인가. 11월 4일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아세 II’는 이를 둘러싼 세계적 논쟁의 축소판이자 경고적 사례다. 이곳은 중저준위 폐기물을 처리하는 곳이었다. 이보다 방사능이 강한 고준위 폐기물, 즉 사용 후 핵연료를 버리는 것은 더욱 큰 골칫거리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깊은 지하의 암반 속에 굴을 파고 묻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지진이나 전쟁, 허리케인, 빙하시대에 견딜 수 있게 하려면 그렇다. “지하 300m에 들어가면 영향을 받을 일이 거의 없다” 미국 MIT의 핵공학자 찰스 포스버그 박사의 말이다.

하지만 이런 저장소를 만드는 데 성공한 나라는 극히 드물다. 예컨대 미국이 네바다주에 건설 중이던 유카산(山) 저장소를 보자. 2010년 오바마 정부는 이미 110억 달러가 투입된 이 프로젝트의 포기를 결정했다. 환경단체뿐 아니라 160km 떨어진 곳의 라스베이거스 주민까지 격렬하게 반대한 탓이다.



지하 암반에 굴 파고 묻으면 안전?적당한 부지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지질학적으로 안정적이고 인구밀도가 희박한 곳이어야 한다. 지하수가 없어야 한다. 물은 방사성 입자를 다시 지상으로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암반은 물이 스며들지 않는 종류여야 한다.

암반의 화학적 조성은 만일 물이 침투해도 여기에 방사성 핵종이 잘 녹지 않도록 하는 종류의 것이어야 한다. 포스버그에 따르면 지상과 해저를 포함해 지표면의 10%는 이런 조건에 부합한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면적은 이보다 훨씬 좁다. 미국·영국·독일·캐나다의 역대 정부는 받아들일 만한 폐기장소를 정하는 데 실패했다.

스칸디나비아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핀란드 서부 발틱해의 섬에서는 화강암 암반을 파고들어가는 공사가 거의 10년째 계속되고 있다. 420m를 나선형으로 파고 들어가 세계 최초의 사용 후 핵연료 영구저장소 ‘온칼로(Onkalo)’에 이른다. 내년에 예정대로 건설허가를 받으면 2015년부터 최종 건설단계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2년 첫 폐기물 통이 저장되기 시작할 것이다. 온칼로는 그로부터 1세기에 걸쳐 9000t 가량을 저장한 후에 봉인될 예정이다. 핀란드는 완공을 앞둔 깊은 지하저장소를 갖춘 유일한 국가다.

이 같은 성공의 비결은 무엇인가? 1970년대에 저장소를 찾아나선 이래 핵심 전략으로 삼은 것이 있다. 시민들이 선정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도록 하는 것이다. 최종장소에 대한 승인을 받을 때 거부권도 가지게 했다. “이 문제를 다루는데 필요한 공약과 정치적 의지가 있었다.”

핀란드 ‘방사성 및 핵 안전국(Radiation and Nuclear Safety Authority)’ 당국자의 말이다. 이런 유의 저장 허가를 검토 중인 스웨덴도 이와 유사한 접근법을 따랐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의 유카산 계획은 핵발전소가 전혀 없는 네바다주에 짐이 지워진 탓에 주민의 정치적 반발과 분노를 샀다.

또한 핀란드와 스웨덴의 핵발전소를 소유한 공기업들은 폐기물을 처리하는 방법을 고안해 낼 책임을 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미국·영국 등의 나라에서는 정부가 방사성 폐기물의 관리에 밀접하게 관여하고 있다. 따라서 이 과정은 복잡한 층위의 의사결정과 정당정치에 노출될 될 수 밖에 없다. 저장소를 선정하고 건설하고 허가를 내주는 데 걸리는 시간이 어떤 권력의 존속기간 보다도 길다는 것이 문제라고 포스버그는 말한다.

미국에서 이 문제를 검토하기 위해 정부가 임명한 전문가위원회는 지난해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핵폐기물 관리 책임은 에너지국에서 독립된 기관으로 이관해야한다. 또한 공동체 수준에서의 동의에 기초를 둔 새로운 건설전략을 세워야 한다.’ 캐나다 정부도 2007년 이와 비슷한 접근법을 채택했다. “저장소를 지으려면 동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오늘날 대부분의 나라는 알고 있다.” 스위스 바덴에 있는 핵폐기물 전문가인 찰스 맥콤비의 말이다.

한 국가에서 국민들이 받아들일 만한 저장소를 찾을 수 없는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국제적 시설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1990년 영국의 ‘판게아 리소스(Pangea Resources)’사는 심층 저장소를 짓기에 가장 적합한 지역을 찾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결과 지질학적으로 적합한 나라는 아르헨티나·남아프리카공화국, 서부 중국과 호주로 나타났다.

특히 호주는 정치·경제적 안정성 덕분에 최적지로 꼽혔다. 하지만 1999년 호주 정부와 회담을 열기 전에 세부사항이 언론에 유출되는 바람에 이 프로젝트는 벽에 부딪혔다. 정치인들이 즉각적이고 자동적인 반대에 나서서 토론 자체를 거부했다. 호주 정부는 즉각 외국 폐기물의 자국 내 폐기를 금지했다.

폐기물 저장 시스템의 안전성도 문제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저장소 설계는 스웨덴의 핵폐기물 처리 전문회사 SKB가 개발한 모델을 기반으로 했다. 핵심은 폐연료봉을 5m 길이의 구리 캡슐에 밀봉하는 것이다. 이를 저장소의 구멍에 넣은 뒤 구멍을 진흙으로 채운다. 구리는 수천 년이 지나도 별로 부식되지 않으며 설사 물이 들어와도 진흙이 부풀어올라 통로를 막아버린다는 발상이다.

회사 측은 구리 캡슐이 10만년 이상 아마도 100만년까지 내용물을 물로부터 보호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스웨덴 왕립공대의 부식 전문가 피터 스자칼로스의 의견은 다르다.

“어떤 방사성 핵종은 붕괴할 때 감마선을 방출해 열을 발생시킨다. 그 결과 캡슐의 온도는 섭씨 100도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식는다. 1000년 후에는 50도가 된다. 문제는 뜨거운 구리가 극도로 잘 부식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SKB의 분석은 수소 및 황화수소 가스의 존재를 고려하지 않았다. 뜨거운 구리에는 부식성염이 축적되기 쉽다. 그러면 회사 측의 주장보다 부식이 더 빠르게 일어날 것이다.” 최초의 1000년이 핵심이며 이 기간 동안 구리 캡슐이 망가지기 쉽다고 스자칼로스는 경고한다.



입지·민도 측면에서 호주 적합현재 입자가속기로 폐기물의 물리적 성질을 변화시키거나 아주 깊은 지하에 저장하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5km 깊이의 시추공 우물에 폐기물을 처리하는 아이디어도 유망하다. 이곳에선 대수층(물을 보유하는 층)과의 물 교환이 아주 느리게 일어나기 때문에 혹시 새나오는 핵종 입자가 있더라도 지면에 도달하려면 수백 만년이 걸린다.

영국 세필드 대학의 환경과학자 퍼거스 깁 박사는 “뜨거운 폐기물을 지름 0.5m의 텅스텐 캡슐에 넣으면 화강암을 녹일 정도의 열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고 주장한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이런 캡슐을 깊은 시추공 바닥에 넣으면 기반암을 녹이고 아래로 가라앉는다. 캡슐이 지나간 영역의 화강암은 다시 식어서 봉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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