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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법원 통상임금 판결에 영향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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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군산공장, 내년 18만대 생산 감소 … 호샤 사장 “불리한 판결 나면 원가경쟁력 타격”
2009년 2월 한국GM 전북 군산공장 인근 자동차 전용 부두에서 열린 쉐보레 크루즈의 수출 선적 기념식 모습.



한국GM의 쉐보레 유럽 수출 물량(약 18만대) 감소와 관련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최대 자동차 업체인 GM의 댄 애커슨 회장은 ‘2015년 말까지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겠다’고 12월 5일 발표했다. 유럽 시장에서 쉐보레 시장점유율이 약 1%로 부진해 철수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유럽에 쉐보레 브랜드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한국GM의 생산량이 최대 18만대 감소하는 직격탄을 맞았다.

전문가들은 한국GM의 생산량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업계에서는 이번 생산량 감소에 따른 한국GM의 노림수로 ‘통상임금’을 꼽는다. 연말 통상임금에 대한 대법원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통상임금에 각종 상여금을 포함하려는 분위기에 반전을 노린다는 것이다. GM 본사는 현재 수익성의 기준이 되는 제조원가를 따져 글로벌 생산시스템을 재편하고 있다.



크루즈 생산 군산공장 직격탄5월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다. 댄 애커슨 GM 회장은 “통상임금 문제가 해결돼야만 한국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합리적 해법을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한국GM의 통상임금 문제는 7월 26일 서울고법이 전 한국 GM 노조원이 낸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노조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불거졌다. 당시 판결은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각종 수당(가족 수당, 귀성 휴가비, 개인연금 보험료 등)뿐 아니라 차등 지급되는 업적 상여금까지 통상임금에 포함했다.

올해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줄을 이었고 연말 갑을오토텍의 통상임금 소송에 대한 대법원 최종 판결이 예정돼 있다. 현재 분위기로는 정기상여금 이외에 업적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관측이다. 이럴 경우 한국GM은 추가로 지급할 소급분만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회사 관계자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제조원가의 인건비 비중이 12%가 넘어 전 세계 GM 60여개 공장 가운데 최상위권에 올라선다”며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 차세대 크루즈 생산기지에서 전북 군산공장이 제외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GM의 전체 수출 물량 65만대 중 유럽 쉐보레 비중은 30%에 달하는 18만대다. 경차 스파크를 생산하는 경남 창원공장이나 트랙스 등을 생산하는 인천 부평 1공장의 경우, 현재 공장가동률이 100% 수준이라 유럽 수출 물량(20%)이 감소해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문제는 쉐보레 크루즈와 올란도를 생산하는 군산공장이다. 전체 생산량의 35∼40%를 유럽에 수출한다. 군산공장은 현재 2000여명의 근로자들이 2교대로 일한다. 생산라인을 풀 가동하면 연간 27만대를 생산할 수 있다.

호시절이었던 2011년에는 27만대를 생산해 5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유럽 경기침체 여파로 수출량이 줄곧 감소하고 있다. 이미 올해 3월부터 크루즈 수출 물량 감소로 가동률이 60%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 4,5일 근무’의 조업 단축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 크루즈의 차세대 모델 초기 생산에서 군산공장이 빠진 것도 암울한 소식이다.

현재 크루즈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미국 등 해외 6개 공장에서 생산한다. 군산공장의 한 작업자는 “유럽 수출이 중단되면 물량이 최대 40%까지 감소해 공장 가동률은 50% 아래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럴 경우 1교대만으로 충분해 근로자들 사이에서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GM 노조의 반발도 거세다. 노조 군산지회는 성명서를 통해 “군산공장이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며 “군산공장 노사공동위원회에서 향후 생존 방안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측은 “매번 GM은 공장 운영에 관한 결정을 할 때 한국GM이 글로벌 비즈니스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사업장이라고 추켜세우면서도 후속조치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회사 측은 군산 공장폐쇄나 한국 철수 가능성에 대해 “그럴 일은 없다”고 못박는다.

생산 물량 감소에 따라 새로운 시장 수요를 개척하고 운영 효율화 등을 통해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등 장기 운영계획을 마련하겠다는 원칙론을 내세운다. 한국GM 관계자는 “GM 본사에서는 판매량보다는 수익성 원칙에 따라 글로벌 생산기지를 재편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인건비 비중이 점점 커지는 것을 본사에서 우려한다”고 전했다. 이어 “노조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해 협조를 해줘야 중장기적으로 한국 공장들이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 수출 중단되면 가동률 50% 이하로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11월에 기자와 만나 “미국 본사에서 신차 투입을 결정하는 가장 큰 기준은 제조원가다”라며 “통상임금이 현안대로 처리된다면 한국GM의 제조원가 경쟁력은 사실상 GM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에서 하위권으로 추락한다”고 말한바 있다.

그는 또 툭하면 불거지는 한국GM의 철수설에 대해선 “한국GM은 이익을 내고 GM 글로벌 사업장 가운데 중·소형차 생산기지로서의 위상이 확고하다. 투자까지 늘리고 있는 와중에 철수설은 근거 없다”며 “GM은 지금 여기 있고 계속 남을 것(GM is here and GM is here to stay)”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군산공장에서 희망퇴직 같은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라는 소문도 꾸준히 나온다. 당장 내년 하반기쯤 군산공장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지면 현행 2교대에서 주간 1교대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2교대의 절반 인력인 1000여명이 남아돌게 된다. 회사 측은 내년부터 도입될 주간 연속 2교대에 따른 작업자 부족분으로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현행 근무체제는 주야 2교대다. 각각 2시간의 잔업을 포함해 낮 10시간, 밤 10시간이다. 하지만 주간 연속 2교대가 되면 오후 교대에 잔업 1시간만 포함되는 ‘8+9’ 형태가 된다. 따라서 군산뿐 아니라 한국GM 전체 공장에서 하루 3시간분 생산량이 자연히 줄어들어 현재 인원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게 회사 측의 주장이다.



한국GM “매년 1조원씩 투자, 철수는 없다”또 다른 파장은 투자 축소다. 생산물량이 줄 것으로 예상되자 한국GM은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올해 2월이 회사는 연구개발에 5년 간 8조원을 투자하기로 발표했다. 12월 5일 열린 이사회에서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과 통상임금 문제에 따른 비용 상승으로 투자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며 산업은행에서 파견된 이사 3명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GM 고위 관계자는 “투자 계획을 철회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투자 시기 조절일 뿐이다. 앞으로도 매년 1조원 가량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12월 11일에는 희소식도 전해졌다. GM이 글로벌 생산시스템 재편에 나서면서 GM의 호주법인인 홀덴이 2017년까지 호주에서 자동차 생산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홀덴은 군산공장에서 생산하는 크루즈 이외에 캡티바·말리부 등 연간 1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GM이 호주 생산을 중단키로 한 것은 수익성 악화가 주요인이다. 호주의 최저 임금은 시간당 15.96호주달러(약 1만7000원)로 한국의 세 배가 넘는다.

홀덴의 생산 중단이 한국GM에 기회가 올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홀덴 생산 물량을 군산공장이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GM 관계자는 “호주 공장에서 물량이 빠지는 10만대가 한국으로 넘어오면 군산공장 가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맺은 한국과 호주의 자유무역협정(FTA)도 호재다. 5%의 관세가 철폐돼 자동차 수출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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