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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MONEY - 특급호텔에서 운동하고 요트 즐긴다

CITY&MONEY - 특급호텔에서 운동하고 요트 즐긴다

부자 수가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서울 비중은 줄고 지방 비중이 늘었다. 포브스코리아는 2014년 한 해 동안 전국 주요 도시 부의 지도를 그린다. 첫 번째로 부산을 찾았다. 관광지와 주거지가 복합된 초고층 빌딩숲 해운대 마린시티가 신흥 부촌으로 정착하고 있다.
해운대 마린시티 일대는 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해양 도시로 변모했다. 관광지면서 쇼핑과 레저·재테크가 한곳에서 이뤄지는 부산의 신흥 부촌이다.





# 1 12월 1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백화점 센텀 시티점. 연면적 29만3909㎡(8만8900평)의 이 백화점은 기네스북에 세계 최대 규모 백화점으로 등재됐다. 2009년 3월 개점해 부산의 랜드마크로 부상하면서 서면에 몰려있던 부산상권을 해운대로 재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산 중산층은 물론이고 멀리 울산과 거제도, 대구 등지의 쇼핑객을 끌어들인다. 이유는 명품 브랜드 매장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2013년 3월 명품관과 남성전문관을 리뉴얼하면서 선택의 폭은 더 넓어졌다. 돌체앤가바나·셀린느·비비안 웨스트우드를 비롯해 IWC·오메가 등 명품 시계와 랑방컬렉션·에피타프 등 의류 브랜드가 새로 들어섰다. 특히 몽클레르·지방시·셀린느는 첫 지방 매장이다. 남성전문관도 보테가베네타·버버리·휴고보스·제냐·장미라사·아르마니·버버리 등 해외 명품 브랜드 일색이다.

센텀시티점은 명품이 전체 매출의 30% 수준을 차지해 전국 10곳 신세계백화점에서 두 번째로 명품 소비가 많다. 2012년 824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2013년은 9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2014년에는 지방 점포 최초로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세계 최대 규모 백화점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왼쪽). 2007년 개장 이후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는 해운대구 우동의 포르셰 부산센터.
해운대구 우동 반도보라빌아파트에 사는 최모(43) 씨는 “해운대 인근에 사는 사람들에게 센텀시티점은 럭셔리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기”라며 “2013년 10월 ‘럭셔리 워치페어’ 때 명품 시계를 사려고 왔는데 개장 전부터 이미 길게 줄을 서 있어 놀랐다”고 했다.



#2 같은 날 오후 해운대구 우동 포르셰 부산센터. 2007년 10월 서울·수도권 외 지역에 생긴 첫 번째 포르셰 전시장으로 서비스센터를 갖추고 있다. 부산·경남지역을 공략하는 거점이다. 6개층 규모의 이곳엔 포르셰 전 모델이 전시돼 있고,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옵션을 고르는 포르셰 익스클루시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시장 방문객이 많지는 않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확률이 높다”는 게 직원의 말이다. 포르셰 부산센터의 판매량은 2008년 15대에 그쳤으나 2010년 61대, 2012년 159대로 급성장했다. 2013년 11월까지 230대를 팔았다.

해운대 지역은 부산의 ‘수입차 1번지’로 불린다. BMW·메르세데스 벤츠·아우디·폴크스바겐·렉서스 등 대중화된 브랜드 외에도 벤틀리·마세라티·포르셰 등 슈퍼카 전시장이 속속 들어섰다. 2013년 1월 벤틀리가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에 판매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10월엔 이탈리아의 마세라티가 현대아이파크 상가에 전시장을 열었다. 람보르기니도 2014년 상반기에 이곳에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연다.

한국 제2도시인 부산은 부자 분포에 있어서도 서울에 이어 2위다. 매년 부자 관련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는 KB금융 지주 경영연구소의 ‘2013 한국 부자 보고서’를 보면 2012년 말 부동산 등 기타 실물자산 외 금융자산만 10억 원 이상 보유한 개인은 16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2011년 말 14만2000명에 비해 14.8% 증가했다.

지역적으로는 한국 부자의 48%(7만8000명)가 서울에 집중됐다. 부자 비율도 1만 명 중 77명으로 가장 높다. 부산은 1만3000명으로 서울 다음으로 부자가 많다. 부자 비율도 1만 명 당 35명으로 서울에 이어 두 번째다. 특히 부산은 증가율에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부자가 2009년에 비해 42.6% 늘었다. 경영연구소 노현곤 박사는 “최근 2~3년 동안 부산 부동산 시장이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려 부산·경남 중심으로 부자 비중이 높아졌다”고 했다.

서울이 특정지역으로의 부 쏠림현상이 약해지는 반면 부산은 집중되고 있다. 서울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부자 분포가 2009년 39.2%에서 37.6%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부산 해운대구는 10%대 후반에서 21%(2600명)로 크게 늘었다. 그 무대가 바로 해운대 마린시티다.

지형적으로 부산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동래구에서 온천천을 지나 수영강을 타고 내려오면 센텀시티가 보이고 좀 더 내려가면 하류지점에 마린시티가 나타난다. 마린시티는 방치되다시피 했던 수영만 매립지 일대에 세워진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단지다. 2011년 완공한 두산위브더제니스가 80층(301m)으로 가장 높다. 현대아이파크도 72층으로 높이가 298m를 넘는다. 부산은 50층 이상 또는 높이가 200m 이상인 초고층 건물 수에서 서울을 제치고 전국에서 1위다.

부산시에 따르면 전국엔 69개의 초고층 건축물이 있다. 그중 36%에 해당하는 25개가 부산에 있다. 절반 이상이 마린시티에 자리했다. 이영래 부동산114 부산지사장은 “훌륭한 조망을 갖고 있는 마린시티 초고층 건물들은 부산 부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곳”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전통적 부촌은 동래구다. 아직도 너른 마당을 둔 대저택이 상당하다(왼쪽). 부산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부산진구 부전동 서면 LG텔레콤과 쥬디스태화 일대.





관광·쇼핑·레저·재테크 복합된 신흥부촌그중에서도 현대아이파크는 부산 최고 부자들이 사는 곳으로 통한다. 최고 72층 1631가구 규모의 초대형 건물로 부산·경남 부자들이 대거 입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3 전국 공동주택가격 공시 자료에 따르면 현대아이파크 가격은 41억4400만원으로 전국 3위에 올랐다(전용면적 260~280㎡·78~85평 기준).

서울 서초동 트라움하우스 5차(54억4000만 원),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 3차(42억7200만 원) 다음이고, 삼성동 아이파크(38억9600만 원)보다 비싸다. 2013년 5월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는 9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이 가장 많은 곳을 조사했다. 해운대구는 5년 만에 15위에서 9위로 올랐다. 주상복합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해운대구에는 1839가구의 9억원 고가주택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마린시티에 이처럼 부자가 몰리는 이유는 우선 천혜의 입지 조건 때문이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동백섬과 해운대 해수욕장이 있어 해안 방파제를 따라 산책할 수 있고 광안대교가 펼치는 야경도 빼놓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차로 5분 거리에 롯데와 신세계 백화점, 대형 할인점은 물론 은행, 병원과 레스토랑·수입가구점·카페·영화관·미술관·전시관이 방사선처럼 펼쳐져 있다.

마린시티 입주자는 기업 오너와 CEO, 의료인·법조인·교수 등 전문직 종사자가 주를 이룬다. 서울에서 내려온 일부 기관장 등의 사택도 이곳에 있다. 마린시티 내 우동부동산 정진호 대표는 “부산상공회의소 회원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마린시티에 살고 있다는 말이 있다”며 “창원과 울산에 회사를 둔 오너도 꽤 된다”고 했다.

부촌답게 마린시티 내 초고층 빌딩은 보안에도 철저하다. 사생활을 보호하고 단지 안에서 생활수준이 비슷한 사람끼리 교류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운동공간과 와인클럽·노래방·미니극장·북카페 등을 기본으로 갖춰 아파트 내에서 웬만한 여가생활을 할 수 있다. 주거와 상가는 완전 분리돼 있다.

씀씀이는 서울 강남 부자들 못지않다. 수입차 전시장 등 럭셔리 브랜드는 서울에 이어 해운대 일대를 새로운 공략 지역으로 보고 있다. 페라리와 마세라티 공식수입사 포르자모터스코리아(FMK)의 김영식 전무는 “마세라티의 차량 가격이 1억원대 초반에서 2억원대 초반인데, 부산과 경남 등 영남지역 시장조사를 통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부산전시장에서 연간 70~80대 정도를 팔 것으로 본다”고 했다. FMK는 향후 1~2년 내 페라리 부산전시장도 낼 계획이다.

초고가 럭셔리·슈퍼카 브랜드의 잇단 해운대 진출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포르셰에 이어 벤틀리가 시장성을 확인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다. 영국의 벤틀리를 수입하고 있는 벤틀리모터스코리아 측은 “2012년 국내 판매 135대 중 부산 등 영남지역 고객 구매가 10% 정도였는데, 2013년 1월 부산전시장 개장으로 그 비율이 20%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해운대와 광안리거리에 메르세데스 벤츠의 S클래스, BMW 7시리즈 등 외제차량이 많아지면서 남과 다른 차를 타고 싶어 하는 사람도 늘었다. 요트 같은 고급 취미활동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경향도 명차들의 해운대 진출에 한몫한다. 최근 수년 사이 부산을 중심으로 고속도로가 잇따라 들어서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마린시티의 부자를 잡기 위한 해운대 호텔들의 경쟁도 뜨겁다. 2013년 2월 오픈한 호텔 파크하얏트부산이 불에 기름을 부었다. 하얏트 계열의 ‘하이엔드 럭셔리’ 호텔이다. 부산에 특급호텔이 들어선 건 1996년 그랜드호텔 이후 17년 만이다. 파크하얏트 부산의 마크 본 아늠 총지배인은 “두산위브더제니스와 현대아이파크 바로 옆에 자리해 지역 주민의 모임과 휴식장소로 특히 인기”라며 “호텔에서 운동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다가 우연히 만나 서로 안부를 묻는 광경이 흔하다”고 했다.

부산의 전통적 부촌은 동래구다. 동래구는 예전부터 대를 이어 부를 이룬 길지(吉地)로 오랫동안 부산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서울로 치면 성북구 성북동, 종로구 평창동 격이다. 이곳엔 아직도 너른 마당을 둔 대저택이 상당하다. 2013년 부산시가 발표한 개별주택 공시지가를 보면 부산에서 가장 비싼 주택은 동래구 수안동에 있는 단독주택으로 26억3000만원이다. 10위 안에 동래구 온천동에만 6곳이 몰려있다. 부산에서 종합부동산세 부과대상인 6억 원을 초과하는 개별주택은 150호로, 동래구에 54%가 모여 있다.

한편 부산에서 가장 비싼 땅은 서면으로 불리는 부산진구 부전동의 LG텔레콤과 쥬디스태화 자리로 집계됐다. 2013년 1월 개별공시지가를 보면 두 곳의 개별공시지가는 전년보다 20만원 오른 ㎡당 2300만원이다. 특히 LG텔레콤 자리는 1990년 개별공시지가를 산정하기 시작한 이래 최고가를 고수하고 있다.

해운대에 진출한 금융회사 관계자들은 “서울 강남 부자와 부산 해운대 부자는 사뭇 다르다”고 얘기한다. 부를 이룬 과정이 달라 재테크나 소비 성향이 다르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부자들이 60대 이상의 부동산 부자와 30~40대의 사업가, 전문직 종사자로 규정할 수 있다면 해운대 부자는 중소·중견기업 오너와 CEO다. 2012년 기준 연매출 1000대 기업 중 부산소재기업은 40곳. 2008년 55개에서 감소 추세다. 이 때문인지 부산에는 거부(巨富)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대신 자수성가형 중소기업 오너 비중이 높다.

삼성증권 부산SNI센터 분석에 따르면 2012년 초 기준 자산 100억원 법인이 부산에만 832개, 울산에 324개다. 경남까지 모두 합치면 1879개다. 부산과 울산 지역은 자동차와 조선·해운·화학 분야의 핵심 대기업이 모여 있는 산업단지다. 이들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도 즐비하다. 특히 자동차·조선 등의 부품업체 경쟁력이 이전보다 크게 높아지면서 중소기업의 경쟁력도 크게 높아졌고 이에 따라 성공한 CEO이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부자들이 몰려 있는 곳이니 이들의 자산을 유치하려는 금융권 경쟁도 치열하다. 부산에 뿌리를 둔 부산은행뿐 아니라 우리·신한·국민·하나은행 등 시중은행도 이 지역에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중소기업 오너들은 사업상 대출 등 관계로 오래 전부터 거래은행이 있고 이들과 관계가 자산관리서비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마린시티 부자의 자산관리서비스는 주로 은행이 선점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증권업계가 PB센터를 앞세워 공략하고 있다. 삼성증권 SNI센터, 대우증권 PB클래스,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저금리 현상이 이어지면서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보다는 다소 공격적인 자산관리를 원하는 고객의 성향을 파악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들 지점은 한 곳당 4000억~6000억원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금융권은 해운대 부자들의 금융자산 규모가 2013년 7조원에서 2015년 1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추산한다.

해운대 부자들의 투자성향은 매우 조심스럽다는 분석이다. ‘시중금리+알파’ 수준에 눈높이가 맞춰져 있다는 것. 중소기업 오너들이 주를 이루다 보니 아무래도 고위험을 감내하고 높은 수익률을 원하기보다는 안정적인 리스크에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투자 포트폴리오는 주식보다 채권에 더 맞춰져 있다.

마린시티를 비롯한 해운대로의 부의 집중은 진행형이다. 해운대를 중심으로 동부산권에 개발 호재가 줄줄이 이어져 있다. 우선 해운대해수욕장과 기장 일대로 관광·유통·제조업 산업군이 형성되고 있다. 해운대 일대는 영화는 물론 정보통신·문화콘텐트 업체가 포진하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유통업계는 신세계·롯데백화점이 센텀시티에 있는 백화점을 기반으로 기장에 아울렛을 만들어 또 한 번의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개발호재 이어져 부의 집중 커진다지난 10월 기공식을 한 엘시티도 주목된다. 해운대 해수욕장 일대 6만5934㎡에 총사업비 3조4000억원을 들여 랜드마크 타워(101층)와 주거타워(85층) 쌍둥이 빌딩 2개동 등 총 3개동으로 짓는다. 사계절 체류형 온천휴양관광시설과 6성급 관광호텔, 일반호텔, 아파트, 컨벤션홀 등이 들어선다. 엘시티에는 ‘부동산 투자이민제’가 적용된다. 엘시티 송지영 홍보담당 이사는 “외국자본유입이 가속화되면서 해운대 일대 부동산 시장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개발계획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센텀시티 벡스코 인근에 일본 세가그룹이 2016년까지 호텔과 상업시설을 개발한다. 신세계백화점도 센텀시티점 주차장 부지에 2016년까지 5층 규모의 엔터테인먼트·패션브랜드·식음시설 등을 조성한다. 이영래 지사장은 “신규 대규모 개발사업이 더해지면 해운대 일대는 국내 최고의 입지가 될 것”이라며 “마린시티 내 부동산 희소성으로 국내 부자들뿐 아니라 외국 자산가의 관심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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