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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용 판매 늘자 연기 없는 전쟁

흡연용 판매 늘자 연기 없는 전쟁

미 업계 빅3 잇따라 신제품 내놔 … 2023년 일반 담배보다 많이 팔릴 듯



미국의 대형 담배회사들이 전자담배(E-Cig, Electronic Cigarette) 시장에 뛰어들며 연기 없는 담배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말보로를 제조하는 필립모리스의 모기업인 알트리아그룹은 올해 2분기부터 전자담배 ‘마크텐(MarkTen)’을 미 전역에서 판매한다고 2월 19일 발표했다. 알트리아그룹은 2월 3일 전자담배 회사인 그린 스모크(Green Smoke)를 1억1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미국 최대의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는 지난해 9월부터 인디애나주와 애리조나주에서 마크텐을 시험판매 했다. 판매 결과가 만족스럽자 전자담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일반향과 박하향 등 두 가지 맛으로 시험 출시된 마크텐은 일회용 뿐만 아니라 충전용도 판매됐다.

알트리아그룹의 CEO인 마티 배링턴(Marty Barrington)은 구체적인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전자담배를 새로운 제품으로 테스트했는데 결과는 아주 성공적이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필립모리스의 안드레 칼란조풀로스 CEO도 “올해 하반기에는 미국을 벗어나 해외 전자담배 시장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맛에 흡연 위한 수요 늘어사실 전자담배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든 메이저 담배회사는 미국 업계 3위인 로릴라드다. 켄트 담배로 유명한 로릴라드는 2012년 4월 전자담배 선두업체인 블루 이시그즈(Blu Ecigs)를 약 1억3500만 달러에 인수해 업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만 해도 메이저 업체들은 전자담배의 시장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같은 인수는 파격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카멜 담배로 급성장한 업계 2위인 레이놀즈 아메리칸도 지난해 7월 콜로라도주에서 전자담배 ‘뷰즈(VUSE)’를 시험 판매하고 있다. 매출이 예상치보다 높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뷰즈의 지난해 하반기 시장점유율은 55%로 나타났다. 이 회사도 올해부터 유타주 등을 시작으로 뷰즈를 전국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메이저 담배회사들이 전자담배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건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애당초 메이저 회사들은 전자담배를 금연을 위한 건강용품으로 생각하고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다양한 맛의 전자담배에 익숙해진 애연가들이 금연이 아니라 흡연을 위해 전자담배를 찾기 시작하면서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시장 컨설팅 회사인 유로모니터는 소매판매 기준으로 세계 전자담배 시장 규모가 2012년에 이미 2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시장은 이 중 25%인 5억 달러를 차지했다. 2008년 2000만 달러에서 불과 4년 만에 25배로 급등했다. 미국 전자담배 시장은 지난해 10억 달러를 기록해 다시 두 배로 성장했다.

올해에도 15억 달러로 팽창할 것으로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2012년부터는 매년 10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금융회사인 웰스파고는 앞으로 수년 내에 전자담배 시장 규모가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는 2023년 전자담배 판매가 일반 담배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간 900억 달러 규모인 미 담배시장에서 전자담배의 점유율은 아직 낮은 편이다. 하지만 시장전문가들은 전자담배가 해를 거듭할수록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전체 담배시장에서 매출이 증가하는 몇 안 되는 분야라는 점에 주목한다. 전자담배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일반 담배를 피우는 성인의 21%는 전자담배도 사용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2010년의 10%에서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전체 성인의 6%도 전자담배를 피워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전자담배는 담뱃잎으로 만든 일반 담배와 시가, 파이프담배 등 흡연식 담배의 대안 제품으로 2004년 중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상용화됐다. 교환식 카트리지에 들어있는 니코틴 용액을 수증기 상태로 흡입하는 전자 기기 형태인 전자담배는 제작이 간편하다. 대형 담배회사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중소기업들이 제작에 뛰어들었다. 미국에만 450여개 업체들이 전자담배를 제조하고 있다.



2004년 중국에서 첫 상용화전자담배는 일회용 교환식 카트리지에 프로필렌글리콜과 담뱃잎에서 추출해 정제한 순수한 니코틴 액상을 담고 있다. 니코틴 농도도 다양하게 조절해 만들 수 있다. 니코틴 농도가 낮으면 전자담배를 기존 담배를 줄이거나 끊는 데 도움을 주는 금연보조제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니코틴 농도가 높으면 또 다른 형태의 담배일뿐이다.

전지와 카트리지 사이의 기화 장치는 전자 회로의 명령을 받아 카트리지 내부의 액체를 수증기로 변화시킨다. 대부분의 경우 전자담배에는 리튬 전지가 사용되며 충전지 끝부분에 주황색 발광 다이오드가 설치돼 담뱃불과 비슷한 시각효과를 내기도 한다. 또한 LCD창을 달아 흡입횟수, 배터리 잔량 등을 나타내는 제품도 있다.

전자담배의 또 다른 장점은 다양한 맛을 첨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트리지에 다양한 맛을 첨가할 수 있어 박하향 일색인 기존 담배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딸기와 키위, 복숭아, 바닐라, 체리 등 수십 가지 맛의 전자담배가 팔리고 있다. 이 같은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전자담배가 청소년과 여성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판매량이나 이용자 측면에서 성장세를 보이는 전자담배 시장과는 달리 일반 담배시장 상황은 최악의 수준이다. 지난해 필립모리스와 레이놀즈 아메리칸, 로릴라드 등 메이저 3개 회사의 일반 담배 매출은 5~10% 정도 줄어든 것으로 시장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판매 감소의 폭은 최근 몇 년 들어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시민단체들의 압력에 금연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펼치면서 담배회사의 매출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지난 수년 동안 공공장소 흡연금지와 담뱃세 인상 등으로 매년 평균 3%씩 하락한 흡연율도 매출 부진의 원인이다. 연방 질병통제관리센터에 따르면 18세 이상 성인 흡연율은 1965년 42%에서 2012년엔 18.1%로 급락했다. 담배회사들은 중국 등 아시아와 러시아 지역 등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지만 최근 이들 지역에서도 금연 열풍이 불어 타격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급부상한 전자담배 시장은 담배회사로선 새로운 돌파구다. 경영에 비상이 걸린 메이저 회사들은 이젠 전자담배를 ‘신성장동력’으로 여기고 매출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메이저 담배회사들이 일부 주의 시범 판매에서 전국시장으로 판로를 확대한 뒤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전자담배 시장이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의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연방식품의약청(FDA)은 전자담배에 포함된 화학물질인 프로필렌글리콜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애연가들의 전자담배 이용을 경고하고 있다.



FDA “안전성 검증되지 않았다” 경고전자담배 유해 논쟁은 지난해 9월 40명의 검사들이 연방식약청에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전자담배도 규제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하면서 촉발됐다. 검사들은 서한에서 “전자담배가 만화 광고를 하고 과일이나 사탕 맛으로 청소년들을 새로운 흡연자로 양산했다”며 “일반 담배와는 달리 전자담배에 대한 연방정부 차원의 연령 제한 규정이 없고 광고 제한도 없는데 이제는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약청은 전자담배 판매와 마케팅을 규제하는 방안의 검토에 착수, 조만간 이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청이 강력한 규제에 나설 경우 전자담배 시장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식약청과는 별도로 뉴저지, 유타, 노스 다코타 등 3개 주와 보스턴·시애틀 등 100여개 도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금연구역에서 전자담배를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피지 못하게 금지시켰다. 대표적인 지역으로 뉴욕과 시카고를 들 수 있다.

뉴욕과 시카고 의회는 각각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공공장소에서 전자담배 흡연을 금지하고 미성년자 대상 판매를 금하는 등 전자담배에 일반 담배와 같은 규제를 적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담배회사들은 이 같은 규제에도 전자담배 시장이 꾸준히 커질 것으로 보고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특히 필립모리스 등 메이저 회사들은 영세한 전자담배 회사들을 인수하며 해외 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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