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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REPORT - 그 어느 때보다 민주적인 선거

SEOUL REPORT - 그 어느 때보다 민주적인 선거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정몽준 후보와 박원순 후보.



6·4 지방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 선거 결과가 나온 뒤에 이 글을 읽는 독자도 있으리라.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후보자들의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나는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터키인으로서 한국의 지방선거 분위기를 터키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터키에서는 3월 30일 지방선거가 있었다. 터키의 지방선거 분위기는 한국과 전혀 달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한 달 동안 75개가 넘는 도시를 돌며 유세를 했다. 집회를 벌일 때마다 다른 도시에서 지지자들을 데려와선 “이 선거는 단순한 지방선거가 아니라 국가를 전복하려는 외부세력을 심판하는 자리”라고 역설했다. 후보의 이야기를 듣고 공약을 평가하기보다 현 정부를 지지하느냐 아니냐를 가리는 국민투표인 셈이었다.

한국의 이번 지방선거는 터키와 다를 뿐 아니라 한국의 이전 선거들과도 크게 다르다. 여당과 야당, 무소속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후보가 조용하게 선거운동을 벌였다. 후보들이 보여준 태도는 향후 한국 정치인들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도 모범이 될 만하다.

서울시장 선거를 보면 이번 지방선거가 과거 선거와 다른 점이 하나 더 있다. 아마도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한국에서 가장 민주주의적인 선거가 될 듯하다. 유권자들이 정치 이념보다 후보에 관심을 갖고 결정을 내릴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지방자치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이승만 시대를 제외하면 1995년 처음 지방선거를 실시하고 시장들을 선출했다. 1995년 선출돼 30대 서울시장이 된 조순 전 서울시장은 민선 1기로 역사에 기록됐다. 조 전 시장은 민주당에서 시장에 당선된 다음 한나라당에 입당했지만, 민주화가 이뤄진 지 얼마 되지 않은 당시 서울 시민들은 인물보다 정당을 보고 투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정권교체를 이루기에 앞서 서울시장에서 먼저 정권교체를 이뤘다. 2002년 한나라당에서 출마한 이 전 대통령은 민선 3기 시장으로 선출됐다. 이 전 시장의 개인적인 배경도 강했지만, 당시엔 8년 동안 진보진영에 쌓인 서울 시민의 불만이 선거에 반영됐다.

이처럼 지금까지 선거는 대개 정치 이념과 분위기에 좌우됐다. 그러나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다르다. 현새 서울시장인 박원순 후보는 2년 전 여론조사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었다. 그는 민주당의 박영선 의원을 이기고 단일 야권후보에 올랐으며, 여당 나경원 후보를 누르고 서울시장이 됐다. 박 후보는 정치 경력이 전혀 없는 인물이었다.

박 후보와 경쟁 중인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도 비슷한 면이 있다고 본다. 정 후보는 보수정당에서 7선 국회의원으로 정치를 한 사람이지만, 그에겐 나름의 개성이 있다. 과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단일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자기 정당 안에서도 특색을 유지해온 정 후보는 일반적인 새누리당 정치인과는 달라 보인다.

요즘 택시를 탈 때마다 기사에게 누구를 찍을 것인지 물어본다. 요즘엔 ‘보수를 찍겠다’ ‘진보를 찍겠다’는 말보다 ‘박원순’과 ‘정몽준’을 지목하는 말을 더 많이 듣는다. 지금 서울 시민들은 정당이 아닌 후보를 보고 있다. 물론 정당은 민주주의에 없어선 안 될 요소다. 그러나 정당에 가려 후보가 보이지 않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민주적이다.

- 필자 알파고 시나씨(터키)는 터키 지한통신사 한국특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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