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 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 - 도데作 <마지막 수업>의 ‘엔젤계수’
Management | 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 - 도데作 <마지막 수업>의 ‘엔젤계수’
프랑스 작가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 은 한국인들에게 각별히 다가오는 소설이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말과 글을 잃어버릴 뻔 했으니 마냥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 이 소설은 해방 직후부터 교과서에 실려 <별> 과 함께 알퐁스 도데의 대표작으로 오랫동안 읽혀졌다.
도데가 이 작품을 발표한 건 1871년이다. 프러시아와 프랑스의 전쟁(보불전쟁)이 한창일 때다. 프러시아는 이 전쟁에서 승리한다. 그리고 프랑스의 수도 파리까지 진군했다. 프러시아는 막대한 배상금과 함께 알자스와 로렌을 할양 받는다.
알자스-로렌 지역 교육열 높지 않아알자스주에 사는 말썽꾸러기 소년 프란츠는 이날도 지각을 했다. 면사무소 앞 게시판에 사람들이 모여있지만 별일 아니거니하며 지나쳤다. 그런데 학교 분위기가 이상하다. 매우 엄숙한 분위기다. 아멜 선생님도 전혀 화내지 않는다. 선생님은 장학관이 올 때나 입는 코트를 입고 둥근 모자를 썼다. 교실 뒷자리에는 마을 어른들이 앉아 있다. 슬픈 표정이다. 아멜 선생님이 말한다. 이것이 마지막 수업이라고.
프란츠는 프랑스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걸 뒤늦게 후회한다. 프랑스어 분사를 외울 차례가 됐지만 잘할 리가 없다. 선생님은 프랑스어의 아름다움을 설명한 뒤 프랑스어를 결코 잊지 말 것을 강조한다. 그토록 어렵던 프랑스 문법이 비로소 재미있어졌지만 시간이 없다. 학교의 괘종시계가 12시를 알린다. 수업이 끝났다. 아멜 선생님은 칠판에 ‘프랑스 만세’라고 쓴다.
프란츠는 학교를 빼먹고 놀러 다니기를 좋아하는 소년이다. 으레 그때의 아이들이 그렇다. 아멜 선생님도 굳이 다그치며 공부를 시키는 스타일이 아니다. 수업시간에 공부를 가르치지 않고 이따금 정원에 물을 주라고 시키기도 하고, 송어낚시를 가고싶을 때는 수업을 빼먹기도 했다. 부모들도 공부 시키기보다는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아이들을 밭이나 실 뽑는 공장으로 보내고 싶어했다. 19세기 말 농촌지역이었던 알자스-로렌 지역은 아이들을 위한 교육열이 그리 높지 않았다.
교육열이 높다는 것을 경제학자들은 어떻게 분석할 수 있을까. 경제학자들의 분석도구가 ‘엔젤계수(angel coefficient)’다. 가계의 총지출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수업료, 과외 교습비, 교재 구입비 등은 물론이고 장난감 구입비나 아이들 용돈도 포함한다. 엔젤은 원래는 유아에서 초등학생까지 어린이를 가리켰다. 때문에 사전적으로는 초등학생까지의 교육비를 말한다. 하지만 교육비의 상당액이 중학생과 고등학생 때 지출되다 보니 그 의미를 ‘자녀’로 확장해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올 6월 발표한 ‘우리나라 가계의 엔젤계수 특징과 시사점’에서도 엔젤계수를 만 18세 미만의 자녀를 위한 보육비(유치원비, 보육료, 장난감, 아동화, 유아용 학습교재, 산후조리원, 유아용 내외의 등)와 교육비(초·중·고교 수업료, 학원 및 보습 교육비, 학교 보충 교육비, 교복비, 독서실 이용비, 학습교재 및 참고서 등)를 더했다.
엔젤계수는 통상 경기 영향을 적게 받는다. 부모들은 교육비 지출을 미래에 대한 투자로 인식하기 때문에 경기 변동에 그리 민감하지 않다. 불황이 오더라도 교육비는 가장 마지막에 줄이기 때문에 엔젤계수는 오히려 올라가게 마련이다. 18세 미만 자녀를 둔 가정 기준으로 볼 때 엔젤계수는 2000년 14.4%에서 2009년 20.5%로 증가했다. 교육비 자체가 늘어난데다 소득이 줄면서 교육비 비중이 커졌다.
고소득층일수록 엔젤계수가 높은 특징이 있다. 여유가 많은 만큼 각종 교육비를 지출할 여력이 많기 때문이다. 국가적으로는 선진국일수록 엔젤계수가 높다. 교육이나 보육에 대한 관심이 크고 관련 산업이 발전해 있다. 교육열이 높은 나라도 엔젤계수가 높게 나온다.
한국의 엔젤계수는 선진국에 비해 높게 나온다.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가구를 대상으로 할 때 한국의 엔젤계수는 엥겔계수(Engel‘s coefficient)보다 크다. 먹는 것보다 교육에 쓰는 돈이 더 많다는 의미다. 엥겔계수란 가계 총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2013년 현재 엔젤계수는 17.7%, 엥겔계수는 13.0%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8세 미만 자녀를 두고 교육비와 보육비를 지출하는 가구를 ‘엔젤가구’로 정의했는데 2013년 현재 561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체 1140만 가구 중 절반 수준이다. 엔젤가구를 분석해보니 30~40대, 고학력자 가구에서 교육비 지출 비중이 컸다. 한국의 엔젤계수는 최근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교육비 자체가 줄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유아에 대한 보육비나 방과후 학습비가 지원되면서 학부모의 부담이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중·고교생의 개별 사교육비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엔젤계수는 엥겔계수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엥겔계수는 저소득층에서 높게 나타난다. 저소득층은 식료품을 사고 나면 남는 돈이 별로 없다. 때문에 교육비 비중도 그만큼 줄어든다. 소득이 높을수록 엔젤계수가 높다는 점에서 교육기회차별로 인한 부의 대물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가난한 집아이들은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박탈당해 가난이 대물림 될 수 있다. 정부의 공교육 투자가 절실한 것은 이 때문이다.
<마지막 수업> 만 보면 마치 프로이센이 프랑스 땅을 빼앗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알자스-로렌 지방은 로마 지배이후 독일계 사람들이 점령했다. 이후 프랑스의 선조인 프랑코 왕국이 지배했고 이어 신성로마제국(독일계)이 점령했다. 그러다 30년 전쟁(1618~1648년)으로 프랑스 땅이 됐다가 1870년 보불전쟁에서 프로이센이 승리하면서 다시 독일에 귀속됐다.
1차 대전 직후 잠시 알자스로렌독립공화국이 됐다. 하지만 1차 대전에서 승전한 프랑스는 1919년 베르사이유 조약을 통해 알자스 로렌을 가져갔다가 1940년 독일이 재점령 한다. 1945년 독일이 패전하고 프랑스가 승전하자 다시 프랑스 땅으로 편입됐다.
교육기회 차별 없도록 정부의 공교육 투자 절실독일과 프랑스가 서로 내 땅이네 하고 싸웠지만 알자스에는 오랫동안 알자스어를 지키고 사는 알자스인들이 있다. 알자스인들이 진짜 지키고 싶었던 것은 프랑스어도, 독일어도 아닌 알자스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은 냉혹했다. 어느 나라가 점령했느냐에 따라 알자스인들의 운명은 바뀌었다. 독일인으로 알려진 슈바이처 박사의 생가는 알자스의 조그만 마을 카이저스베르크다. 그가 태어날 당시엔 알자스가 독일 영토였기 때문에 그는 독일인이 됐다.
프랑스와 독일이 알자스-로렌 지역을 두고 오랫동안 쟁탈전을 벌인 것은 이 지역에 석탄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 와중에 있던 두 나라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지역이었다. 특히 프랑스는 석탄 생산지가 부족해 더욱 애착이 컸다. 만약 <마지막 수업> 을 독일 문학가가 썼다면 프랑스가 침략자가 됐을 것이다. 문학은 힘이 세다.
이 소설은 일제가 자국의 민족주의 함양을 위해 보급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럼에도 그들의 식민지배를 당한 한국인들에게 더 감명을 줬다. ‘한 민족이 남의 나라의 노예신세가 되더라도 자기 나라 말을 잘 간직하면, 그것은 마치 감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는 말이 오랫동안 회자됐다. 마지막> 마지막> 별>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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