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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MAP - 새 먹거리 ‘전자지도’ 공간정보 산업 뜬다

DIGITAL MAP - 새 먹거리 ‘전자지도’ 공간정보 산업 뜬다

글로벌 IT 기업을 중심으로 전자지도 플랫폼을 강화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위치기반서비스 등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도 ‘브이월드’를 중심으로 공간정보 산업을 키우려고 하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구글, 애플, 알리바바 등 글로벌 IT 기업은 미래 수익성을 선점하기 위한 전자지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평일 오후 서울 강남역에서 친구를 기다리던 직장인 김신영(가명)씨. 김씨의 스마트폰이 갑자기 울렸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30% 할인 쿠폰 도착’이라는 메시지 창이 떴다. 확인을 누르자 강남역 주변에 있는 한 커피숍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 쿠폰이 스마트폰에 저장됐다. 김씨는 할인 쿠폰을 제공한 커피숍에 가서 친구와 함께 커피를 마시고 집에 돌아왔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알았는지 커피숍이나 옷집 등에서 이벤트를 알리는 문자나 할인 쿠폰 등이 들어온다. 신기했다.”

김씨가 놀란 서비스는 지난 6월 2일 SK플래닛에서 선보인 서비스 ‘시럽(Syrup)’이다. 흔히 말하는 위치기반서비스(Location Based Service, LBS)를 이용한 모바일 로컬 광고다. 고객이 있는 위치를 파악해 그곳과 가까운 매장에서 마케팅을 하는 방식이다. SK플래닛은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탑재된 GPS 기반의 가상 반경 설정기술인 지오펜싱(Geo fencing)에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시럽을 내놓았다.

SK플래닛 관계자는 “고객의 위치를 이용한 마케팅이며 오프라인 매장과 고객을 직접 연결하는 마케팅은 아직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시럽의 성공 여부는 오프라인 매장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느냐 마느냐에 달려있다. 지난해 12월 내비게이션 업체인 팅크웨어는 스마트폰용 위치기반서비스 앱 ‘아이나비 LTE에어’를 통해 소셜커머스 업체 티켓몬스터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소비자의 위치 주변의 맛집, 카페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여기에 티몬을 통한 할인 구매까지 가능하다.

한동안 별다른 실적을 올리지 못해 실망감이 컸던 위치기반서비스를 이용한 모바일 로컬 광고 시장이 다시 꿈틀거린다. 소비자의 위치정보를 이용한 산업은 고부가가치 미래형 서비스로 평가받는다. 위치기반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전자지도다. 그 시장을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향후 기업의 경쟁력이 달려 있는 것. 전자지도를 놓고 구글·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이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대한지적공사 공간정보연구원 정동훈 공간정보팀장은 이를 “예전에는 텍스트 위주의 검색이었지만 앞으로는 공간 즉 전자지도에서 모든 검색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IT 기업이) 전자지도 전쟁을 벌이는 이유는 돈을 벌고 싶기 때문이다. 과거 내비게이션에만 머물렀던 전자지도가 스마트폰을 만나면서 전자지도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구글·애플·노키아가 전자지도 3강 체제지난해 5월 기준으로 전 세계 모바일 웹 사이트 중 아홉 번째로 많은 트래픽이 유입되는 인기 서비스는 구글 맵이다. 하지만 구글은 같은 해 6월 이스라엘의 모바일 내비게이션 앱 서비스 ‘웨이즈(Waze)’를 인수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정책기획팀은 ‘인터넷 정책·산업·문화 보고서(2013년 6월)’를 통해 “구글이 웨이즈 인수를 통해 모바일 로컬 광고 시장에도 본격 진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12년 6월 애플은 그동안 기본 지도로 사용했던 구글 맵을 버리고 자체 제작한 지도를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애플의 전자지도 관련 사업 강화 행보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6일(현지시간) 애플은 소셜 검색을 이용해 로컬 업체 검색 결과를 알려주고 전자지도 상에 해당 업체의 리뷰를 보여주는 스타트업 ‘스팟세터(Spotsetter)’를 인수했다고 IT 전문 매체인 테크크런치가 발표한 것.

스마트폰 강자였던 노키아는 지지부진한 스마트폰 사업은 매각하고, 지도 사업인 ‘히어(Here)’만 남겨놓고 재기를 노리고 있다. 중국 IT 기업도 전자지도 전쟁에 뛰어들었다. 지난 4월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오토나비를 인수했고, 5월에는 중국 텐센트가 전자지도 제작 업체 나브인포의 지분을 사들였다.

글로벌 IT 기업이 독자적으로 전자지도를 가지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동훈 공간정보팀장은 “전자지도가 없으면 남의 통제 하에 서비스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자지도 전쟁은 스마트폰 시장의 급속한 성장과 맞물려 있다. 지난 2월 미국의 정보 기술 연구 및 자문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9억6777만5000대였다. 삼성전자가 2억9979만4000대, 애플이 1억5078만5000대를 판매했다. 2012년에 비해 스마트폰 판매량이 42.3% 증가했다. 처음으로 스마트폰 판매량이 피처폰 판매량을 추월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산업기획팀 박창민 책임연구원은 “스마트폰은 기지국, GPS, Wi-Fi 등을 기반으로 한 위치측위 기술과 구글·애플 맵을 결합해 종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한 위치기반서비스가 가능하게 됐고, 위치정보를 활용한 긴급구조 등 사회 안전망으로서도 그 활용성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엠엔소프트 박근우 홍보부장도 “전자지도가 스마트폰을 만나면서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며 “전자지도를 이용한 시장 규모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자지도의 활용 분야가 자동차로 확대되고 있다. 2015년까지 자동차를 구성하는 전장(전기가 흐르는 부품이나 장치)의 비율은 40%로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자동차 전장이 늘어나면서 꿈으로만 그려왔던 스마트카가 현실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구글의 무인자동차다. 무인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려면 전자지도는 필수다. 구글의 무인자동차는 항상 지도에 의존해서 운행되기 때문이다.

맵퍼스 맵콘텐츠 사업본부 이규만 이사는 “전자지도가 무인 컨트롤 분야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어 구글의 무인자동차, 애플의 카플레이 등 스마트카 분야에서 전자지도를 이용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차량의 자동제어는 센서기반이지만, 앞으로는 전자지도와 센서를 함께 이용한다. 전자지도는 점점 정밀해질 것이다.”

전자지도는 현재 1~2m 오차가 있지만, 앞으로는 ㎝ 수준으로 정밀화된다. 쉽게 말해 현재 전자지도가 도로를 구분하는 수준이라면 곧 차선을 구분하는 단계로 발전하는 것이다.

전자지도 전쟁은 실내 서비스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을 포함해 40여 개 글로벌 기업이 실내 지도 솔루션 개발에 나섰다. 구글의 경우 자체 실내 지도 서비스 제공을 위해 공항, 쇼핑몰 등을 포함한 업체 및 기관에 소프트웨어 툴을 공개했다. MS는 자사의 빙 지도에 실내 지도 서비스를 추가했다.

전자지도 활용성이 높아지면서 관련 산업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발표에 따르면 2010년 세계 공간정보산업 시장 규모는 740억 달러에 이르고, 2015년까지 연평균 11%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부동산, 광고, 소셜커머스 등 공간정보를 활용한 응용분야 시장 규모는 2015년까지 8000억 달러에 이른다. 전자지도를 기반으로 하는 공간정보산업은 미래 먹거리인 셈이다.



공간정보 응용분야 2015년까지 8000억 달러이에 반해 한국의 공간정보산업 규모는 아직 미약하다. 2010년 3조 원 규모였고, 세계 공간정보산업 시장의 점유율은 3~4%에 그친다. 내비게이션 업체의 한 관계자가 “국내 업체는 우물 안 개구리다. 벤처 정신이 사라졌다”고 말할 정도다.

한국 전자지도 시장은 포털사이트 네이버·다음과 내비게이션 업체 파인디지털·팅크웨어·현대엠엔소프트 등이 지키고 있다. 하지만 내수 시장의 수성에만 그치는 상황이다. 지난 1월 국토교통부가 해외 기업에 2만5000분의 1 영문판 전자지도를 제공하면서 한국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한국 정부는 미래의 성장동력을 전자지도를 이용한 공간정보산업에서 찾고 있다. 2012년 정부는 공간정보산업을 키우기 위해 ‘브이월드(Vworld, www.vworld.kr)’를 내놓았다. 브이월드는 정부가 보유한 다양한 공간 정보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웹과 스마트폰 기반의 전자지도다. 도로·철도·지하철 및 개별공시지가, 토지 이용 현황 등 정부부처가 갖고 있는 정보가 망라됐다. 문제는 사용자가 별로 없다는 것.

안양대 안종욱 교수(도시정보공학)는 “한국 기업이 구글어스나 구글맵을 많이 사용했는데, 이러면 외국 기업에 종속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전자지도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브이월드를 만들었다. 기술과 콘텐트에서 구글지도와 차이가 있지만 개선될 것이다. 정부는 브이월드를 중심으로 공간정보 산업을 키우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브이월드가 새로운 융·복합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브이월드에서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갖고 신성장동력으로 키울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기존 측량 위주의 지도 만드는 산업이 아닌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는 것.

부산대 이기준 교수(정보컴퓨터공학)는 “전자지도는 융합산업을 통해 가치가 창출되므로 IT 산업과 연결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브이월드의 가치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분야에서 많이 나올 것이다. 헬스케어나 홈오토매틱,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분야에서 브이월드가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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