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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금융계 인사 3제 - 금융위·하나금융·신한 차기 수장의 묵은 과제

주목할 금융계 인사 3제 - 금융위·하나금융·신한 차기 수장의 묵은 과제

사진:중앙포토
요즘 금융권의 최대 화두는 ‘인사’다. 설 이후 주요 금융사 수장들의 임기가 줄줄이 만료되면서 인사 태풍이 한창이다. 온갖 구설과 진통 끝에 금융위원회와 하나금융지주 회장, 신한은행 행장 등 주요 차기 수장이 내정됐다. 이게 끝은 아니다. 올 상반기에만 약 20여명의 CEO가 교체될 예정이다. 국내 금융계를 이끌어갈 인물들의 면면과 과제를 살펴봤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 - 기업구조조정 속도 내야
임종룡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5대 금융위원장으로 화려하게 관직에 복귀한다. 지난 2013년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에서 물러난 지 2년 만이다. 관료사회는 물론 금융권에서도 “될 사람이 됐다”는 반응이 많다. 실력과 인품·경력 등 모든 점에서 빠지는 면이 없다는 평가다. 국무총리실을 떠날 때도 이대로 끝날 인물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던 그다.

임 내정자는 앞으로 규제 완화를 포함한 금융개혁을 금융정책의 화두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경제 회복을 위한 구조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임 내정자도 금융개혁을 통해 보조를 맞출 전망이다. 청와대는 이번 인선의 배경으로 “조정 능력과 추진력을 인정받은 만큼 창조금융과 금융혁신 등 금융 관련 현안을 해결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임 내정자의 금융개혁은 먼저 건전성 규제 완화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임 내정자는 평소 금융회사에 대한 강력한 건전성·자본 규제가 금융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얘기를 해왔다. 금융당국의 중복 규제와 간섭이 금융회사의 역량을 낭비시킨다는 것이다. 금융위원장으로 임명되기 전인 지난 2월 3일 금융권 대토론회에서는 “금융회사들이 국제 회계기준을 맞추는 것만도 벅차고, 현재 알아서 잘하는 만큼 건전성 규제를 대폭 완화해도 된다”며 “규제 완화는 ‘절절포’”라고 말한 바 있다. ‘절절포’는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금융위원장에 내정된 뒤에도 자율과 경쟁을 내세우며 “규제의 틀을 재정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강력한 금융 규제를 주장했던 전광우·진동수·김석동·신제윤 등 전임 위원장들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앞선 위원장들은 관 주도로 산업을 통제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에 임 내정자가 앞으로 어떤 금융정책을 펼칠지를 두고 시장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임 내정자가 과연 규제 완화를 성공시킬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평소 ‘합의’와 ‘절차’를 중시해왔기 때문에 규제 완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임 내정자는 기획재정부 시절 ‘최고의 컨트롤 메이커’ ‘중재의 달인’으로 불렸다. 그러나 이는 금융위원장으로서 관계부처나 시장을 움직일 만한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지니지 못했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특히 직전 신제윤 위원장 시절부터 금융 규제가 오히려 강화됐기 때문에 이런 흐름을 역행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있다. 주주권 침해 논란을 불러온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이나, 5억원 이상의 임원보수 공개 가이드라인 등의 규제는 시작된 지 4개월도 채 되지 않았다.

지지부진한 기업구조조정을 재개해야 하는 점도 임 내정자가 맡은 숙제다. 정부는 그동안 한계기업을 퇴출하는 것보다 부채조정이나 채무상환 연기 등을 통해 연착륙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춰왔다. 그러나 경기 침체 장기화와 자본시장 경색 등의 이유로 칼을 빼 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한국은행의 상장기업 경영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해 3분기 상장기업의 세전 순 이익률은 지난 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3%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 못하는 기업(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업체)도 전체의 30.5%로 치솟았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의 금리 인상이 뒤따를 경우 기업의 재무 여건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 때문에 임 내정자가 건설·조선·해운업 중심의 기업구조조정에 본격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임 내정자는 1980년대 후반 재무부 산업금융과에서 국제그룹 등의 구조조정 업무를 맡았고, 외환위기 직후에는 금융기업구조조정 테스크포스(TF) 팀장으로 대우그룹 해체, 상업·한일은행 합병 등을 주도한 구조조정 전문가다. 강만수 전 기재부 장관 등 선배 재무관료들도 그를 두고 ‘제갈공명’이라 부르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줬을 정도다. 임 후보자는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조조정은 굉장한 고통이 따르지만 타이밍이 중요한 만큼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며 “개별 기업이 아닌 산업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론을 펼쳤다.

신제윤 전 위원장이 마무리 짓지 못한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해서는 복잡하게 얽힌 난관을 뚫고 어떻게 매각의 얼개를 완성하느냐가 관건이다. 현재로서는 5조원이 넘는 덩치의 우리금융을 인수해 이를 장기간 건전하게 꾸려갈 인수 후보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연임) - 멀고 험한 하나+외환 통합
하나금융지주도 서둘러 후계구도를 정리했다. 하나금융지주는 2월 23일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김정태 현 회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사외이사 7인으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김 회장을 비롯해, 장승철 하나대투증권 사장과 정해붕 하나카드 사장 등을 면접하고 김 회장을 단독 후보자로 확정했다. 하나금융그룹은 3월 중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김 회장 연임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하나금융지주가 안정을 택했다”는 평이 나온다.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을 추진하던 김 회장이 교체될 경우 통합이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했다는 것이다. 저성장·저마진 등 악화하는 금융환경을 고려할 때 외부 인사 영입보다는 내부 후보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태 회장을 수식하는 단어 중 하나가 ‘영업통’이다. 김 회장은 1981년 서울은행에 입행해 신한은행으로 잠시 자리를 옮겼다가 1992년 창립멤버로 하나은행에 합류했다. 하나은행에서 송파지점장, 중소기업부장, 가계영업점총괄본부장, 가계고객사업본부 부행장 등을 거치는 등 가계영업 부문에서 뛰어난 영업력을 발휘했다. 영업능력은 그가 최고관리자급 자리에서 성과를 내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2008년 3월 하나은행장에 선임된 김 회장은 은행장 재임 시절인 2011년 1조211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하나은행 역대 최대 실적이었다. 덕분에 김 회장은 2012년 3월 2대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됐다.

하지만 김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이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김정태 회장이 하나은행장 시절, 은행산업이 직면한 공통 요인을 대부분 반영해 각 은행별 실적을 산출한 결과 외환은행은 전체 은행 평균보다 수익성이 좋고, 하나은행은 전체 평균보다 수익성이 나빴다”고 분석했다.

김 회장이 사내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소통이다. 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helper) 역할을 해야 한다는 ‘헬퍼 리더십’을 강조한다. 실제로 그의 집무실에는 ‘회장실’이라는 표시가 없다. 대신 ‘조이 투게더(Joy Together)’라는 문패가 걸려 있다. 하지만 하나·외환은행 통합 과정에서 ‘헬퍼 리더십’에 파열음이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 지난 1월 26일 한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월급 인상 절대로 안 된다는 연봉 30억 회장님’이란 글이다. 게시글의 요점은 김정태 회장이 소통을 강조하지만 사실 사내 임직원과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내부 직원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이 글에는 ‘허구헌날 소통한다며 근무 외 시간에 등산, 비전캠프, 워크숍에 직원을 동원하는 게 소통이 아니다. 내부 직원들의 곡소리는 들은 척도 안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1월 22일 열린 하나금융지주 월례 조찬강연 ‘제 113회 하나금융그룹 드림소사이어티’에서 김정태 회장의 언급을 거론하기도 했다. 당시 김정태 회장은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통합 과정에서) 임원들이 방관만 한다. 회장 혼자 뛴다”라거나 “2018년 하나금융그룹이 없어질 수도 있다”며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게시글은 ‘3월에 회장 임기가 끝나는 김정태 회장이 재계약 기간이 다가오자 (연임을 위해) 열심히 뛴다. 그냥 연임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더 진정성 있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지난해 9월 외환은행 임시조합원총회에 참석한 직원 898명을 무더기 징계하는 등 일방적인 태도를 보인 점도 문제로 꼽힌다. 김 회장은 애초에 외환은행 노조와의 통합 논의를 2016년으로 약속했으나 지난해 돌연 이를 어기고 통합의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에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자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강수를 뒀다. 외환은행 노조는 협상의 장조차 마련하지 않고 ‘결정한 대로 따르라’는 태도에 갈등을 빚고 있다. 더구나 당시 직원들의 총회 참석을 저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강동·상암 등 외환은행 서울·경기지역 지점장 4~5명을 인사조치한 것도 구설수에 올랐다. 김 회장의 이 같은 태도가 오히려 통합을 가로막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럼에도 하나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회가 김 회장을 재신임한 것은 하나·외환 통합의 동력을 꺾지 않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장추천위원회는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진행과 바뀌는 금융환경에 대비할 시점이라는 것 등을 고려했다”며 “3년 간 김 회장이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었고, 지난해 인도네시아·중국 등 해외 현지법인 통합과 국내 카드 통합을 원활하게 마무리한 부분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연임에 성공한 김 회장은 하나·외환은행 통합에 승부수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하나·외환 통합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려있다. 2월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0부(부장판사 조영철)는 6월 말까지 하나·외환은행의 합병 절차를 중단하라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외환은행은 6월 30일까지 금융위원회에 하나은행과의 합병을 위한 인가를 신청하거나 하나은행과의 합병을 승인받기 위한 주주총회를 개최해서는 안 된다. 하나금융지주도 6월 30일까지 주주총회에서 합병 승인에 찬성하는 내용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통합절차 진행을 중단시킨 법원에 이의신청을 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지주는 권길주 하나금융지주 준법감시인을 중심으로 이의신청서를 구성하는 주요 내용과 자료를 구정 연휴 전에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용병 차기 신한은행장 내정자 - ‘리딩뱅크 사수’가 제1 과제
신한은행은 2월 24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자회사경영발전위원회를 열고 조용병 신한BNP파리바 사장을 차기 신한은행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는 “조 내정자는 다양한 업무 경력을 쌓아 금융업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나다”며 “업무 추진력이 좋고 조직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십도 갖춰 차기 신한은행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은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조 내정자를 차기 신한은행장으로 정식 선임한다. 임기는 2년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신한금융지주 안팎에서는 서진원 신한은행장의 연임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2017년 연령 제한(70살)으로 물러날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뒤를 이어 서 행장이 차기 회장에 오를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갑작스레 건강이 악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서진원 행장은 투병을 이유로 3월 26일 임기를 마치고 물러날 예정이다.

한동우 회장은 이번에 신한은행장 후보를 선임하면서 2011년 이른바 ‘신한사태’가 최근 다시 이슈화되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금융정의연대가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등 7명을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간 노인성 치매를 이유로 ‘신한 사태’ 관련 검찰 수사를 받지 않았던 라응찬 전 회장이 농심 사외이사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가 자진 사퇴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신한사태가 다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때문에 한 회장은 차기 행장을 내정하면서 ‘대화합’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신한금융그룹 내부에서도 “신한사태에 종지부를 찍을 만한 인물이 나와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차기 신한은행장 내정자가 발표되기 직전 신한은행 노동조합은 “신한사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인물이 차기 행장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조 내정자는 신한사태 당시 신한금융 전무였으나 상대적으로 중립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위기 당시 조 내정자는 뉴욕지점장을 맡으며 자금조달 업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또 다른 신한은행장 후보로 거론되던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과 김형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은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측근으로,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은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라인’으로 분류된다.

조용병 내정자는 치밀하고 전략적인 인물이라는 평판이 많다. 1984년에 신한은행에 입행한 조 내정자는 인사부장과 기획부장 출신이다. 임직원들과 소맥(소주+맥주) 폭탄주를 즐긴다는 말도 나온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CEO로 재직 중인 신한 BNP파리바자산운용에서도 임직원들을 잘 배려해 덕망이 있고, 한동우 회장의 신뢰도 두터워 위아래로 조율을 잘했다”고 평가했다.

차기 행장으로 선임된 조 내정자는 해외 시장 개척과 국내 영업전략 다변화 등을 통해 ‘리딩뱅크의 고지’를 사수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신한은행은 2012년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지분 일부 인수 계약을 했지만 현지 금융 당국 승인이 늦어지며 어려움을 겪고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신한은행이 인도네시아·멕시코·두바이 등에 진출해 해외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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