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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청년 늘었다…“기업·대학 협력 늘리고 제도 손 봐야”

[청년에 희망을]④ 최석현 한국교원대 교수 인터뷰
노동 시장 미스매치 해소하는 직업훈련 필요
정규직·비정규직 간 고용보호제도 균형 조정해야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에서 한 청년이 취업 준비 학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025년 상반기 취업 시즌이 열렸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시름하고 있다. 이들은 면접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소를 조금이라도 덜어내려고 대학 졸업을 유예하고 여러 해를 취업에 매달린다. 취업에 실패하거나 혹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청년들 가운데 일부는 두 손을 놓고 휴식을 선택하기도 했다. ‘그냥 쉬었음’. 취업 준비는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었다는 30대 미만 청년은 50만명에 육박한다. 국제 정세는 혼란하고 경기 전망은 어둡다.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불확실의 시대. 이제 더 이상 ‘아프니까 청년이다’라는 위로를 받아들일 사람은 찾기 어렵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 정부와 지자체, 대학들은 저마다 학생들의 취업을 돕기 위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기업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주저앉은 청년들이 다시 일어나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이코노미스트]는 기업의 청년 채용을 응원하고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 해결에 보탬이 되기 위한 ‘청년 점프업 캠페인’을 진행한다. 그 차원에서 첫 기획을 준비했다. 청년이 희망이다.[편집자주]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세계적으로 경제 상황이 악화하며 청년 취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기업들이 ‘위기’를 선언하며 신규 채용 규모를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중견기업의 절반 가까이는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대기업은 정기적으로 시행하던 공개 채용(공채)을 상시 채용으로 변경하며 신규 입사 방식을 조정하고 있다.

청년을 덮친 고용 한파를 개선하려면 결국 기업이 채용의 문을 열어야 한다. 기업이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성장 동력을 찾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신규 인력을 채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고용 정책도 청년에게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성장하고 채용 규모를 늘릴 수 있도록 촘촘하게 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석현 한국교원대 교수는 “현재 정부가 운영하는 직업훈련 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이 고용의 주체인 만큼 “기업과 대학의 협력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청년들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 분야에 특화한 교육과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조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청년 고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변화하는 노동 시장 환경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직업훈련 프로그램도 중장기적으로 청년 고용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정책 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 교수는 이 프로그램의 한계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현재의 직업훈련 프로그램이 노동 시장 내 실제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청년들이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적절히 적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또 “직업훈련 체계의 개선은 시급한 과제”라며 “일부 직업훈련 프로그램은 청년이 노동 시장에 진입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도 받는다”고 꼬집었다.

예를 들어 ‘직접 일자리 사업’은 다른 정책과 비교했을 때 효과성이 낮은 편이라는 것이다. 직접 일자리 사업은 청년 등을 취업시킬 목적으로 임금의 상당수를 정부가 한시적으로 직접 지원하는 사업을 말한다. 공공근로는 물론 청년들이 직무 경험을 쌓는 ‘중소기업 청년취업인턴제’가 여기에 포함된다. 이런 사업의 경우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에게 단기간 재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교육이나 직업 훈련처럼 장기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청년 고용 해법은…“고용보호제도 손 봐야” 

최 교수는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보호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노동 시장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어 고용 보호의 수준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노동 시장이 계속 이런 구조를 이어간다면 비정규직으로 일할 청년들은 안정적인 근무 환경에서 일할 수 없는 구조의 한계를 경험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노동 시장 구조는 기업이 신규 채용을 꺼리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최 교수는 “현재의 고용보호제도는 기존에 일하던 근로자에게는 높은 수준의 안정성을 보장하지만, 동시에 기업이 신규 채용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규 채용한 근로자의 생산성을 짐작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기업들은 해고가 쉽지 않은 제도를 고려해 청년의 채용을 더 신중하게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최 교수는 “청년이 노동 시장에 더 잘 진입하고 노동 시장 내의 이동을 촉진하기 위해서라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고용보호제도의 균형을 더 정교하게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 90%는 중소기업…근로 환경 개선 필요

누구나 좋은 일자리를 원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의 상당수가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예를 들어 많은 청년들이 대기업에 입사하고 싶어 하나 우리나라 기업의 90%는 중소기업이며 대기업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의 10%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비교해 임금이 낮고 복지 수준이 열악하다고 알려진 만큼 청년들은 통상 대기업 입사를 희망한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중소기업의 근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를 찾은 청년들이 채용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어 최 교수는 “기업과 청년의 정보 비대칭성이 청년들을 대기업 입사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중에서도 복지 수준이 좋고 임금이 높은 기업이 있지만, 많은 청년이 이런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최 교수는 “중소기업은 공개된 정보가 적다 보니 청년의 상당수가 취업 준비 기간 대기업의 긍정적인 이미지에 의존하게 된다”라며 “노동 시장 내 정보 투명성을 높이는 일은 노동 시장의 부조화(Mismatch·미스매치)를 해결하는 데도 필요하다”고 했다.

노동 시장의 미스매치는 기업이 원하는 인력과 구직자가 찾는 기업이 엇갈리는 현상을 말한다. 최 교수는 “청년들의 실업률은 최근 하락하고 있지만, ‘쉬었다’고 답한 청년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라며 “이런 현상은 청년의 상당수가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구직을 포기한 사례로 해석할 수 있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노동 시장이 불균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년 고용 문제…우리만의 문제 아냐

청년 고용은 하나의 해법으로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최 교수도 이런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질 좋은 일자리의 감소, 청년 신규 채용 축소, 경제 성장 둔화로 인한 신규 일자리 창출 부진 등 청년을 고용하려는 수요가 줄어드는 게 일자리 부족의 원인”이라면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노동 시장의 구조와 산업 구조의 변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교육 체계,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기업의 채용 전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다차원적인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경제 불황이 심화하면서 해외에서도 청년 신규 고용이 줄어들고 있다. “기업 간 경쟁이 심화하고 경제적인 불확실성이 증대돼 기업들의 신규 인력 채용은 세계적으로 신중해지는 추세”라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산업 구조가 바뀌는 점도 청년 고용에 영향을 미친다. 최 교수는 “대규모의 고용을 창출한 제조업이 쇠퇴하고 첨단기술 기반의 산업이 이를 대체했다”라면서도 “기술 혁신으로 인해 생산성이 늘어나면 오히려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의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을 심층적으로 검토해 청년들이 노동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직무 기회를 제공하면서도, 청년 일자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단기적인 고용 지원 정책 외 산업 구조 변화에 맞춘 청년 일자리 창출 정책과 중장기적인 노동 시장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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