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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바흐 S600 산타바바라 시승기 - 지상에서 가장 조용한 리무진 2억원대 ‘합리적 럭셔리’로 부활하다

마이바흐 S600 산타바바라 시승기 - 지상에서 가장 조용한 리무진 2억원대 ‘합리적 럭셔리’로 부활하다

바람소리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타이어 소음과 진동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안락한 좌석은 인천에서 LA까지 타고 날아온 에어버스 A380의 비즈니스석보다 편안했다. 가격도 2억원대로 파격적으로 낮췄다. 지난 1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산타바바라에서 시승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600은 내내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태평양이 한 눈에 보이는 산타바바라 해안도로는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600의 성능을 한껏 시험해 볼 수 있는 코스였다. 주행능력, 승차감, 안전성 등에서 대만족이었다. /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지난 1월 중순. 한겨울이지만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산타바바라는 휴양도시답게 영상 15도가 넘는 따스한 날씨였다. 신대륙 개척 이후 스페인 선교사들이 살던 동네인 산타바바라는 미국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곳이기도 하다. 언덕에 자리한 부촌에는 톰 크루즈, 제니퍼 로페즈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의 별장이 즐비하다. 태평양이 한 눈에 보이는 엘 엔칸토(EL Encanto) 호텔에 짐을 풀고 나오니 메르세데스-벤츠의 럭셔리 세단이 도열해 있었다. 스페인 식민시대 복고풍이 느껴지는 방갈로와 묘하게 어울렸다.

이곳에서 산타마리아의 프레스퀼르 와이너리까지 130㎞ 구간을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600(이하 마이바흐 S600)을 타고 달렸다. 물론 오너와 CEO를 위한 세단답게 뒷좌석에 앉았다. 전 세계에서 날아온 기자들을 위해 메르세데스-벤츠 측은 해안절벽을 따라 이어진 국도 1번과 와이너리가 끝없이 이어지는 내륙 도로를 기획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고, 굽이굽이 커브길 코스에서 마이바흐 S600의 기능과 안전성을 체험해 보라는 의도 같았다. 절벽 아래의 눈부신 태평양과 알프스만큼 장엄한 산타이네즈 산맥을 보는 재미는 덤이었다.

마이바흐 S600의 첫 인상은 ‘품격’이다. 먼저 5453㎜의 긴 차체와 고급스럽고 팽팽한 라인이 눈을 사로잡는다. 은접시처럼 생긴 마이바흐 전용 휠과 지붕과 차체를 연결하는 맨 뒤쪽 기둥인 C필러에 새겨진 마이바흐 엠블럼도 도드라진다. 양가죽, 나무와 크롬 소재가 고급스럽게 배치된 실내는 특권이 느껴진다. 특히 운전기사를 둔 부유층을 타깃으로 한 만큼 뒷좌석을 고급화하는 데 기술력을 집중했다.

3400㎜의 휠베이스는 S클래스 롱휠베이스 버전보다 200㎜ 더 길어 무릎과 앞좌석 사이 공간(레그룸)이 더 넉넉해졌다. 비행기의 1등석처럼 종아리와 허벅지를 받쳐주는 지지대도 갖춰져 있다. 특히 뒷좌석 우측은 바로 앞 시트를 최대한 앞쪽으로 밀어 77㎜의 레그룸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했다.
마이바흐 S클래스의 뒷좌석. 뒤로 43.5도까지 젖히면서 종아리와 허벅지 부분을 위한 받침대도 갖춰 비행기 1등석 같은 느낌이다. 13인치 모니터를 달아 멀티미디어 감상은 물론 에어컨·히터, 좌석 마사지 기능 등을 리모컨으로 작동할 수 있다. /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지금 창밖에 바람이 부나요?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승차감은 놀랄 만큼 편안했다. 얼마나 빨리 달리고 있는지 전혀 실감할 수 없을 정도다. 시동 소리는 물론이고 시속 150㎞까지 속도를 높여도 The 530 hp V12 birturbo 엔진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특히 뒷좌석은 바람소리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파도 소리나 바람 소리를 들으려면 창문을 열어야 할 정도다. “마이바흐 S클래스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전통과 마이바흐의 혁신기술이 만난 작품으로, 지상에서 가장 조용한 리무진”이라는 요하네스 라이펜라스메르세데스-벤츠 상품전략기획 총괄의 말이 생각났다. 뒷좌석 창틀 주변에 각종 특수 소재를 써서 소음을 막은 것은 물론, 안전벨트를 풀었다 조이는 장치에서 나는 소리까지 신경 썼다고 한다.

1시간 반 만에 도착한 산타마리아 밸리(Santa Maria Valley)는 캘리포니아의 작은 와인 생산지 중 하나다. 캘리포니아의 서해안은 일조량이 많고 바람이 시원해 포도가 익는 데 최상의 조건을 제공한다. 그 결과 강렬한 맛과 자연적으로 균형 잡힌 산성을 가진 특별한 와인이 탄생된다. 프레스퀼르 와이너리는 2대째 이어지는 가족경영 와이너리로, 전통적인 와인 저장고와 현대식 테이스팅 라운지 덕분에 인기가 높다.

이곳에서 직접 마이바흐 S600의 운전대를 잡아보았다. 와이너리가 끝없이 이어지는 한적한 도로를 달리는 내내 12기통 가솔린 엔진이 뿜어내는 최대 출력 530마력의 힘이 느껴졌다. 액셀을 밟는 대로 속도가 반영됐고, 커브 길에서도 차체의 기울임 따위는 느낄 수 없었다. “최대 토크 84.8㎏.m에 7단 변속이 가능하며, 시속 약 96㎞까지는 불과 5초 만에 가속할 수 있다”는 게 메르세데스-벤츠 측의 설명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다시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는 마이바흐 S600과의 비교를 위해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브랜드인 AMG S63을 몰아보았다. S63의 출력이 585마력으로 더 높은데도 마이바흐 S600의 주행성능이 더 뛰어나게 느껴졌다. 물론 폭발적인 엔진의 힘을 느끼고 싶다면 AMG S63이 적당하다. 하지만 오너용 세단의 전체적인 주행감과 편안함은 비교 대상이 되지 못했다. 한마디로 마이바흐 S600은 넓은 공간과 편안함,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프리미엄 재료들로 최고의 승차감을 제공한다. 마이바흐의 고급스러움이 S클래스를 완벽하게 완성시켜준 느낌이다.

2002년 당시 다임러크라이슬러는 경쟁사인 롤스로이스(최근 BMW에 인수됨)와 벤틀리(폴크스바겐 그룹에 인수됨)에 대항하기 위해서 마이바흐 로고를 부활시켰다. 하지만 2011년까지 제작된 마이바흐는 그 뛰어난 기능성에도 불구하고 2%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바로 롤스로이스나 벤틀리와 같은 ‘연미복’을 차려입지 못했던 것이다. 적자 행진을 거듭한 끝에 2013년 결국 단종 됐다. 이번에 부활한 마이바흐 S600에 대해서는 ‘잘 차려입은 S클래스’라는 표현이 나온다. ‘때깔’이 좋아진 것이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라는 명칭은 메르세데스의 ‘서브브랜드’라는 뜻이다. 독일 진델핑엔에 위치한 S클래스 생산라인에서 제작된다. 지난 2월 글로벌 출시했고, 한국에는 상반기 중에 상륙할 예정이다. 가격대는 S600이 약 2억4000만원, S500이 1억7000만원 수준이다. 여전히 고가이지만 7억원을 호가하던 과거보다는 많이 저렴해졌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벤츠는 S클래스 브랜드와 마이바흐 브랜드 사이의 가격 차이가 너무 커 벤틀리나 롤스로이스에 상류층 소비자를 빼앗겼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마이바흐를 S클래스 상위 트림으로 위치시킨 것”이라고 분석한다.

가격은 낮췄지만 세기의 명차답게 첨단기술이 집약됐다. 마이바흐 S600은 공기 역학 설계와 차체 경량화에 중점을 두었으며, 여기에 안전성을 더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주행 중 정숙성을 높이기 위해 울퉁불퉁한 노면에서 신형 풍동으로 항공 음향학을 연구했다. 풍동은 비행기 등에 공기의 흐름이 미치는 영향을 시험하기 위한 터널형 인공 장치를 말한다. 독일의 고급 오디오 브랜드인 부메스터의 3D서라운드시스템은 스피커 24개에서 나오는 명쾌한 소리를 통해 외부 소음을 차단한다. 스피커가 울릴 때마다 침향나무 향수가 주는 미묘한 향기도 느껴진다.

S클래스에서 볼 수 있던 각종 편의·안전 기능도 그대로 가져왔다. 뒷좌석 센터콘솔에서 2개의 테이블을 꺼내 사용할 수 있다. 센터콘솔의 컵꽂이는 각종 음료를 차거나 따뜻하게 유지해주는 기능도 있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안전벨트도 에어백과 같은 기능을 하도록 하는 벨트백(belt bag)도 장착했다 운전석과 조수석 뒤에 13인치짜리 모니터를 달아 멀티미디어 감상은 물론 에어컨·히터, 좌석 마사지 기능 등을 리모컨으로 작동할 수 있다. 뒷자석은 최대 43.5도 뒤로 젖혀지며, 뒷창문 크기를 줄여 탑승자의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보장했다.
 압도적인 우월함, 마이바흐의 부활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요하네스 총괄은 “S클래스 고객은 고급, 회상, 개성, 최고를 지향하는 고객”이라고 규정했다. “의식적으로 절제된 말과 행동을 취하고 라이프스타일에서 정교함을 찾는 계층이다. 독일에서는 ‘밍크코트는 거꾸로 입는다’는 말이 있다. 재력과 능력이 있지만 자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 고객이 그렇다.” 하지만 정작 마이바흐 S600의 최대 고객은 럭셔리, 특권, 고급스러움, 사회적인 지위에 집착하는 중국 부유층 소비자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최고급 럭셔리 카의 55%를 중국과 미국 부자가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마이바흐 브랜드가 갖는 가치를 살려 글로벌 시장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루츠 레겔만 S클래스 상품·마케팅 전략담당은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는 13% 성장을 이뤄냈다”며 “특히 S클래스가 10만대 이상, AMG가 4만7000대 이상 판매되는 등 럭셔리 카에 대한 수요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S클래스를 ‘글로벌 석세스’라고 부른다. S클래스와 마이바흐, AMG 세 세단은 경쟁사에 비해 압도적인 우월함을 나타낼 것이다.”

국내에서도 마이바흐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돌풍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S클래스는 지난해 4238대(AMG 제외)가 판매되어 1895대에 그친 BMW 7시리즈(하이브리드 제외), 1510대의 아우디 A8을 압도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S클래스가 4번째로 많이 팔리는 나라다. 현재도 예약 후 대기 수요만 4000 대에 이른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지난해 연간 판매 2위를 하고도 1위인 BMW보다 표정이 밝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올해 마이바흐가 출시되면서 S클래스의 흥행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라며 “벤츠의 플래그십 시장 장악력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 산타바바라(미국) =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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