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AK의 수원역사 육교 분쟁에 뒷짐진 수원시·코레일 - 그저 두 회사가 원만히 해결하길?
롯데-AK의 수원역사 육교 분쟁에 뒷짐진 수원시·코레일 - 그저 두 회사가 원만히 해결하길?

시민의 통행을 책임진 수원시와 수원역의 AK민자역사 지분을 가진 코레일은 “분쟁 중인 두 기업이 합의할 문제”라며 손을 놓고 있다. 누군가 해결하지 않으면 이런 상황은 2016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수원역사를 둘러싼 두 유통 대기업의 경쟁 탓이 크다. 애경 소유 민자역사에 롯데몰을 잇는 육교 건설을 두고 두 기업이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본지 1270호 참조). 한국에서 5번째로 많은 철도이용객이 오가는 수원역은 수원지역 최대 상권이다. 10년 넘게 수원역 일대 상권을 쥐고 있던 애경그룹은 2003년 수원역사를 민자역사로 전환하는 사업에 참여했다. 민자역사를 AK플라자로 만들면서 애경은 수원역사 지분 84.2%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롯데몰 수원점이 AK플라자 인근에 개점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롯데는 애당초 2013년 완공 예정이던 수원역 버스환승센터를 연결통로로 활용할 계획에 맞춰 롯데몰을 건설했다. 하지만 수원시가 환승센터 건설계획을 수정해 완공이 2016년으로 늦춰지면서 일이 틀어졌다. 버스환승센터가 기존 계획보다 규모가 확대되면서 사업비가 추가됐고, 이에 따른 국비증액 심사 때문에 완공 일정이 상당히 지연된 것이다. 수원역을 찾는 시민들을 주 고객으로 하는 롯데몰은 역사를 잇는 연결통로가 절실했다. 버스환승센터 완공을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도 없었다. 롯데는 30억원을 들여 롯데몰-수원역사를 잇는 가설육교를 짓기 시작했다.
버스환승센터 건설 늦어지면서 꼬여

이런 감정싸움은 롯데몰이 개점한 지난 11월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롯데는 “역사는 공공시설물이고 시민 편의를 위해서라도 육교를 연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애경은 “2016년 버스환승센터가 완공되면 자연히 수원역-환승센터-롯데몰로 이어지는 통로가 마련될 텐데, 환승센터 완공 이후 철거해야 할 가설 육교를 연결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급한 쪽은 롯데다. 2016년까지 기다리다간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롯데자산개발은 롯데몰 수원 건설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롯데몰 수원점은 백화점·쇼핑몰·마트·시네마를 모두 지닌 대형 쇼핑중심지로 기획돼 있다. 대지 4만3000㎡에 연면적 23만4000여㎡, 지하 3층 지상 8층 규모로 주차대수도 2320대에 이른다. 백화점은 영업면적만 3만7000㎡ 규모로 지하 1층~7층에 총 560여개 다양한 국내외 브랜드가 입점할 계획이다.
롯데는 수원역 인근 전통시장 상인들이 영세사업자 보상 문제를 제기하자 이들에게 120억원을 기꺼이 내놓으면서까지 롯데몰 수원 건설에 성의를 보였다. 그만큼 장사가 될 거란 예상에서다. 하지만 하루 18만~42만명이 오가는 수원역 고객을 확보하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칠 수도 있다.
육교연결이 지연되면서 시민들의 통행 불편은 가중되고 있다. 수원역에서 롯데몰로 가려면 2층인 대합실에서 1층으로 내려가야 한다. 이 구간엔 화물용 엘리베이터 1기와 80m 길이에 8.1도나 기울어진 급경사로가 전부다. 안전을 위한 법적 기준치인 경사도는 4.8도다. 500여m에 달하는 구간은 공사판과 맞닿아 있다. 늘 침침하고 먼지가 날려 통행이 불편한 길이다.
롯데측, 수원역 부근 상인 보상에 120억 내놔
수원민자역사의 지분 11.2%를 가진 코레일도 비슷한 입장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민간업체들간의 매출과 연계된 일이라서 어떻게 하자는 의견을 낼 입장이 못 된다”며 “코레일이 지분을 가지고는 있지만 육교 연결 문제가 AK민자역사 주식회사의 주주총회 안건으로 오르지 않는 한 뭐라 발언할 기회도 없다”고 말했다. 이대로라면 30억원을 들인 육교는 내년까지 연결되지 못한 채 철거될 수 있다. 10m 남겨두고 끊어진 육교는 롯데-AK 간 갈등과 불통의 상징으로 남을 것 같다. 뒷짐만 진 수원시와 코레일의 무관심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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