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삼의 ‘테드(TED) 플러스’] 오래 살려면 많이 웃어라
[박용삼의 ‘테드(TED) 플러스’] 오래 살려면 많이 웃어라
미국의 비영리 재단인 새플링에서 운영하는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는 ‘널리 퍼져야 할 아이디어’라는 모토로 경제·경영·사회·과학 분야에서 세계적 저명 인사들의 동영상 강의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TED 웹사이트에 등록된 강의(1900여건)는 대부분 한국어 자막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뭔가 부족하다. 시사성 있는 강의를 선별해 소개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고 설명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DJ나 VJ처럼 LJ(Lecture Jockey)로서 테드 강의를 돌아본다. 매년 4월, 미국 워싱턴에서는 언론인과 정치인, 연예인, 스포츠인 등이 참석하는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행사가 열린다. 1920년부터 매년 열리는 행사에서 올해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분노를 대신 표현해 주는 ‘분노 통역사(A nger translator)’를 고용해 청중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대통령으로서의 체통을 지키면서도 유머러스하게 속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분노 통역사 역할을 맡은 미국 코미디언 키건 마이클 키(Keegan Michael Key)는 오바마의 소개로 연단에 등장해 시종일관 청중을 째려보며 과장된 몸짓과 엉뚱한 말을 쏟아냈다. 오바마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과 같은 전통이 중요하다”고 말하면, 옆에 있던 키는 “진짜 이런 저녁 만찬은 대체 뭐야? 내가 왜 이 자리에 참석해야 하지?”라고 불평하는 식이다. 오바마가 환경문제에 대해 “해수면은 높아지고 태풍은 거세졌다”고 하면, 키는 “모기도 많아지고 땀에 젖은 사람들이 냄새를 풍기고. 역겨워 죽겠어”라고 멋지게 통역한다. 키의 황당한 말도 웃기지만, 겨우 웃음을 참아가며 연설을 이어가는 오바마의 표정도 재미있다. 오바마는 지난해 만찬에서는 “푸틴이 노벨상 후보라고요? 음, 노벨상 그거 아무에게나 주는 거니까”라고 말해 청중을 뒤집은 적도 있다(오바마는 중동 평화협상을 위해 노력한 공로로 200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잘 알려진 바대로 미국 대통령들의 유머는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된 일종의 쇼다. 그럼에도 그들이 던지는 유머는 전 세계인을 미소짓게 하는 비타민이다. 한국의 정치인들은 절대 웃지 않는다. 국민을 웃길 줄도 모른다. 가끔씩 보여주는 블랙코미디는 미소 대신 ‘썩소(썩은 미소)’를 부른다. 언제부턴가 우리 주변에는 ‘미치겠네’ ‘이걸 그냥’ ‘장난하나’ ‘돌겠어’가 넘쳐 흐른다.
세상에 내 마음 쏙 드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당연히 없다. 나를 100%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 남은커녕 종종 내 자신이 싫어질 때도 부지기수다. 나훈아 형님도 일찌감치 ‘이러는 내가 정말 싫어. 이러는 내가 정말 미워~’라며 울부짖지 않으셨던가. 하지만 한 가지 명심할 것이 있다. 불만이 쌓이면 분노가 되고, 분노가 습관화되면 분노조절 장애에 걸린다. 그러다 결국 명을 못 채우고 간다. 웃어야 한단다. 오래 살려면 말이다. 3만8000명 이상의 미국 의사 네트워크를 운영하며 여러가지 건강정보를 모바일과 온라인으로 무료 제공하는 헬스탭(HealthTap)의 설립자이자 CEO인 론 구트만(Ron Gutman)의 얘기를 들어 보자.
론은 졸업앨범에 나오는 학생들의 얼굴 표정과 30년 후에 그들의 삶의 질(Quality of life)간의 관계를 밝히는 종단적(longitudinal) 연구를 했다. 결과는 놀랍다. 졸업앨범에서 미소를 짓느냐의 여부가 미래의 결혼생활과 건강, 행복을 결정적으로 좌우한다는 것이다. 그가 분석한 졸업앨범 사진 중에는 현재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옷깃이 엄청나게 큰 촌스러운 셔츠를 입고 활짝 웃는 사진도 있다. 물론 지금 오바마가 가진 수퍼 파워는 사진 속의 수퍼 옷깃 때문이 아니라 해맑은 수퍼 미소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소 여부로 30년 후 이들이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예측이 가능하다. 2010년 웨인(Wayne) 주립대학에서 실시된 다른 연구는 미소의 강력한 힘을 더욱 잘 보여준다. 1950년 이전 메이저 리그 선수들의 얼굴이 나와 있는 베이스볼 카드를 조사해 봤더니, 웃지 않는 선수들은 평균 72.9세를 산 반면, 밝게 웃는 선수들은 거의 80년을 살았다고 한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미소를 짓도록 만들어졌다. 3D 초음파로 확인해 보면, 태아가 자궁 안에서도 미소짓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세상에 태어난 후에도 아기들은 대부분의 시간에, 특히 잘 때 계속 미소를 짓는다. 전 세계 어느 인종을 만나봐도, 심지어 아직까지 서구 문화와 완전히 단절되어 있고, 식인 풍습을 유지하는 파푸아 뉴기니의 포레(Fore)족들도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미소를 지을 줄 안다.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생명의 진화를 설명한 것 이외에도 ‘안면 피드백 반응이론(Facial feedback response theory)’이라는 것을 집필했다. 그의 이론은 미소 짓기가 단순히 좋은 기분의 결과물이라기 보다는, 미소 짓는 행위 자체가 기분을 좋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다윈의 논문에는 인위적으로 미소를 유도하기 위해 안면 근육에 전기충격을 사용했던 프랑스 신경학자 기욤 뒤셴(Guillaume Duchenne)의 연구 사례도 소개되어 있다(절대 따라 하지 마시길). 훗날 독일 학자들은 다윈의 이론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그들은 미소짓는 근육을 억제하는 보톡스 삽입 전후의 두뇌 활동의 변화를 측정했는데, 그 결과 우리가 웃을 때는 안면 피드백이 두뇌의 신경처리 과정을 수정해서 기분을 더 낫게 만든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미소는 코티솔(cortisol)·아드레날린(adrenaline)·도파민(dopamine)과 같이 스트레스를 높이는 호르몬의 수치를 낮추는 대신, 엔돌핀(endorphin)처럼 기분을 낫게 하는 호르몬의 수준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또한 혈압을 낮추는 효과도 탁월하다. 잘 알려진 기쁨 유도 물질인 초콜릿도 미소의 힘에는 미치지 못한다. 영국 연구자들은 한 번의 미소가 초콜릿바 2000개에 필적할 정도로 두뇌를 자극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한 미소가 현금으로 2만5000달러를 얻는 것과 같은 수준의 자극을 가져온다는 것도 발견했다(어떻게 계산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믿어 보자). 하루에 20번 이상 미소를 짓는 성인은 전체의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와 달리 아이들은 하루에 평균 400번 미소 짓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갈등 공화국’이던 한국은 이제 ‘분노 공화국’ 단계로 진입했다. 다들 뭔가 벼르고 있는 표정들이다. 뭐라도 한 건 걸리기만을 기다리는 눈빛이다. 그러다 특정한 이슈가 부각되면 자세한 내용과 속내는 제쳐두고 일시에 분노를 폭발시켜 버린다. 인터넷과 모바일은 폭발 속도와 강도, 빈도를 배가 시키는 좋은 무기가 된다. 한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의 절반 이상이 분노 조절에 이상이 있고, 10명 중 1명은 치료가 필요한 지경이라고 한다. 뇌에서 분노가 일어나는 부분은 흔히 ‘파충류의 뇌’라고 부르는 변연계인데 여기서 충동과 기억, 일곱 가지 기본 감정인 화·경멸·공포·혐오·기쁨·슬픔·놀람이 생겨난다. 이런 원시적인 감정과 충동을 처리하고 길들이는 능력은 인간에게만 있는 전전두엽에서 나온다. 뇌중의 뇌인 전전두엽은 20대까지도 충분히 발달하지 못하며 평생에 걸쳐 계속 성숙하고 변화한다고 한다. 결국 분노는 정신적 미성숙의 증거인 것이다.
일요일 밤 개그콘서트를 보면서 간신히 실낱 같은 위로와 희망을 찾는가 싶다가도 다음날 아침 신문을 펼 때면 호흡이 빨라진다. 아니나 다를까. 항상 분노할 뭔가를 발견하게 되고, 좌절·우울을 거쳐 물먹은 솜뭉치 같은 기분으로 추락한다. 하지만 그래도 다시 주말이 오면 유재석과 강호동을 만나고 싶고, 개그콘서트에 채널을 고정시키게 되는 건 ‘그래서’ 웃는 게 아니라 ‘그럼에도’ 웃고 싶은 인간의 본능 때문 아닐까.박용삼 - KAIST에서 경영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한국전자 통신연구원(ETRI)을 거쳐 현재 포스코경영연구원 산업연구센터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신사업 발굴 및 기획, 신기술 투자전략 수립 등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분노조절 장애에 빠진 한국 사회
세상에 내 마음 쏙 드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당연히 없다. 나를 100%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 남은커녕 종종 내 자신이 싫어질 때도 부지기수다. 나훈아 형님도 일찌감치 ‘이러는 내가 정말 싫어. 이러는 내가 정말 미워~’라며 울부짖지 않으셨던가. 하지만 한 가지 명심할 것이 있다. 불만이 쌓이면 분노가 되고, 분노가 습관화되면 분노조절 장애에 걸린다. 그러다 결국 명을 못 채우고 간다. 웃어야 한단다. 오래 살려면 말이다. 3만8000명 이상의 미국 의사 네트워크를 운영하며 여러가지 건강정보를 모바일과 온라인으로 무료 제공하는 헬스탭(HealthTap)의 설립자이자 CEO인 론 구트만(Ron Gutman)의 얘기를 들어 보자.
론은 졸업앨범에 나오는 학생들의 얼굴 표정과 30년 후에 그들의 삶의 질(Quality of life)간의 관계를 밝히는 종단적(longitudinal) 연구를 했다. 결과는 놀랍다. 졸업앨범에서 미소를 짓느냐의 여부가 미래의 결혼생활과 건강, 행복을 결정적으로 좌우한다는 것이다. 그가 분석한 졸업앨범 사진 중에는 현재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옷깃이 엄청나게 큰 촌스러운 셔츠를 입고 활짝 웃는 사진도 있다. 물론 지금 오바마가 가진 수퍼 파워는 사진 속의 수퍼 옷깃 때문이 아니라 해맑은 수퍼 미소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소 여부로 30년 후 이들이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예측이 가능하다. 2010년 웨인(Wayne) 주립대학에서 실시된 다른 연구는 미소의 강력한 힘을 더욱 잘 보여준다. 1950년 이전 메이저 리그 선수들의 얼굴이 나와 있는 베이스볼 카드를 조사해 봤더니, 웃지 않는 선수들은 평균 72.9세를 산 반면, 밝게 웃는 선수들은 거의 80년을 살았다고 한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미소를 짓도록 만들어졌다. 3D 초음파로 확인해 보면, 태아가 자궁 안에서도 미소짓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세상에 태어난 후에도 아기들은 대부분의 시간에, 특히 잘 때 계속 미소를 짓는다. 전 세계 어느 인종을 만나봐도, 심지어 아직까지 서구 문화와 완전히 단절되어 있고, 식인 풍습을 유지하는 파푸아 뉴기니의 포레(Fore)족들도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미소를 지을 줄 안다.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생명의 진화를 설명한 것 이외에도 ‘안면 피드백 반응이론(Facial feedback response theory)’이라는 것을 집필했다. 그의 이론은 미소 짓기가 단순히 좋은 기분의 결과물이라기 보다는, 미소 짓는 행위 자체가 기분을 좋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다윈의 논문에는 인위적으로 미소를 유도하기 위해 안면 근육에 전기충격을 사용했던 프랑스 신경학자 기욤 뒤셴(Guillaume Duchenne)의 연구 사례도 소개되어 있다(절대 따라 하지 마시길). 훗날 독일 학자들은 다윈의 이론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그들은 미소짓는 근육을 억제하는 보톡스 삽입 전후의 두뇌 활동의 변화를 측정했는데, 그 결과 우리가 웃을 때는 안면 피드백이 두뇌의 신경처리 과정을 수정해서 기분을 더 낫게 만든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미소는 2만5000달러 상당의 자극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갈등 공화국’이던 한국은 이제 ‘분노 공화국’ 단계로 진입했다. 다들 뭔가 벼르고 있는 표정들이다. 뭐라도 한 건 걸리기만을 기다리는 눈빛이다. 그러다 특정한 이슈가 부각되면 자세한 내용과 속내는 제쳐두고 일시에 분노를 폭발시켜 버린다. 인터넷과 모바일은 폭발 속도와 강도, 빈도를 배가 시키는 좋은 무기가 된다. 한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의 절반 이상이 분노 조절에 이상이 있고, 10명 중 1명은 치료가 필요한 지경이라고 한다. 뇌에서 분노가 일어나는 부분은 흔히 ‘파충류의 뇌’라고 부르는 변연계인데 여기서 충동과 기억, 일곱 가지 기본 감정인 화·경멸·공포·혐오·기쁨·슬픔·놀람이 생겨난다. 이런 원시적인 감정과 충동을 처리하고 길들이는 능력은 인간에게만 있는 전전두엽에서 나온다. 뇌중의 뇌인 전전두엽은 20대까지도 충분히 발달하지 못하며 평생에 걸쳐 계속 성숙하고 변화한다고 한다. 결국 분노는 정신적 미성숙의 증거인 것이다.
일요일 밤 개그콘서트를 보면서 간신히 실낱 같은 위로와 희망을 찾는가 싶다가도 다음날 아침 신문을 펼 때면 호흡이 빨라진다. 아니나 다를까. 항상 분노할 뭔가를 발견하게 되고, 좌절·우울을 거쳐 물먹은 솜뭉치 같은 기분으로 추락한다. 하지만 그래도 다시 주말이 오면 유재석과 강호동을 만나고 싶고, 개그콘서트에 채널을 고정시키게 되는 건 ‘그래서’ 웃는 게 아니라 ‘그럼에도’ 웃고 싶은 인간의 본능 때문 아닐까.박용삼 - KAIST에서 경영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한국전자 통신연구원(ETRI)을 거쳐 현재 포스코경영연구원 산업연구센터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신사업 발굴 및 기획, 신기술 투자전략 수립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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