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자본주의 죽이기’
‘모두를 위한 자본주의 죽이기’
미국도 이제 한물간 모양이다. 미국 정치·경제의 올이 풀려나가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한 논쟁은 중구난방이다.
나는 오랫동안 세제와 규제의 확대가 성장을 둔화시키고 사회적 불만을 키우는 주범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오늘날 그런 견해는 소수 의견으로 밀려났다.
목소리 큰 진보파 사상가 그룹이 그 반대쪽 진로를 강력히 밀고 있다. 그중 주도적인 인물이 빌 클린턴 정부에서 노동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다. 그는 새 책 ‘다수 대중을 위한 자본주의 살리기(Saving Capitalism: For the Many, Not the Few)’에서 미국경제를 절름발이로 만들 정책을 주장한다. ‘모두를 위한 자본주의 죽이기’가 제목으로 더 어울릴 듯하다.
라이시는 자신의 주장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부유층에 더 많은 세금을 물려 그 돈을 학교 등에 투자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재분배하는 능동적인 정부’를 지지한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이 같은 개혁과 ‘기타 수단’을 통해서만 그의 부친 시절의 전성기로 돌아갈 수 있다(‘기타 수단’이 무엇인지는 대부분 밝히지 않았다). 그 시절엔 노조원들이 자녀들에게 유복하게 살 수 있는 경제력이 있었는데 지금은 불가능해졌다는 주장이다.
라이시는 그와 같은 쇠퇴가 왜 일어났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자유시장의 허구’, 그리고 정부가 국민의 일에 ‘침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고를 비난하는 데 그친다.
더 구체적으로 라이시는 정부가 재산권을 창출하고 독점을 규제하고 계약을 집행하지 않고도 자유시장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정은 환상이라는 주장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는 그런 일들은 나 같은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이 정부에 요구하는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는다.
실상 그의 리스트는 너무 짧다. 첫째, 그는 범죄와 오염 규제에서 정부가 담당하는 역할을 무시한다. 둘째 공적 인프라의 조직과 재원조달 그리고 공적 자원의 관리에 관한 어려운 문제는 한편으로 밀어둔다. 좋은 정부는 아이로니컬하게도 라이시가 이해하는 듯한 수준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크다.
따라서 라이시 같은 진보파와 나 같은 고전적 자유주의자 간의 차이점은 시장이 공적 지원에 의존한다는 명제에 있지 않다. 그보다는 사회 발전을 위해 선택하는 수단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바로 이 문제에서 라이시는 번번이 오발탄을 날린다. 재산권 문제에서 라이시가 노예 시스템을 반대하고 나서는 건 훌륭하다. 하지만 개인이 일자리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무시하는 건 문제가 있다.
이는 최저임금 문제의 핵심이다. 라이시는 시간당 최저임금을 현재 7.25달러 수준에서 15달러로 대폭 인상하자고 한다. 그것은 대체로 돈 많은 CEO와 그들의 주주들로부터 근로자에게로 부가 이전되는 효과를 가져오고, 근로자들은 그 돈을 이용해 정부 지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꿈 깨시라! 라이시는 인건비가 대폭 상승할 때 기업들이 사업방식에 중대한 변화를 주지 않으리라고 가정한다. 그것은 경제 현실과 크게 동떨어진 가정이다.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 기업 입장에선 저임 노동력을 기계나 기술로 대체하는 편이 경제 논리상 더 합리적이다.
대체로 숙련 근로자만 남게 돼 빈곤층은 더 나락으로 떨어진다. 예컨대 라이시는 소수인종 십대의 높은 실업률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그들에겐 규제가 노동시장 진입을 막는 장벽이 됐다.
규제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무시해선 안 된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은 최저임금을 인상한 뒤 시내 요식업 일자리가 1000개 감소하는 결과를 낳았다. 반면 주내 나머지 지역에선 요식업 일자리가 2300개 늘어났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의 1라운드 결과일 뿐이다.
라이시가 해당 업체보다 요식업을 더 잘 알 리는 만무하다. 업체들은 고객 셀프 주문 판매대를 비롯한 기타 비용절감 조치로 인건비 상승분을 만회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최저임금이 소폭 상승하면 고용수준은 상대적으로 소폭 감소한다. 시장과 최저임금의 괴리를 크게 벌려놓을 때도 그런 효과가 나타난다고 추정하는 건 어리석은 발상이다.
독점세력의 통제와 관련된 부분에서 라이시의 관점은 더 해괴해진다. 카르텔 또는 독점의 형성이나 용인을 문제없다고 말하는 고전적 자유주의자는 없다. 국가권력이 뒤를 받쳐줄 때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라이시가 바로 그런 태도를 보인다.
노동조합을 논한 부분에서 그는 고용주가 피고용자의 임금을 ‘결정’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출발한다. 뻔한 이치로 근로자는 고용주 간 경쟁을 유발해 수요가 높을 때는 임금이 상승하고 적을 때는 감소하도록 대응한다.
‘1935년 전국 노동관계법’의 통과 이후 모든 노동법 프레임이 노동조합에 독점권을 부여했다는 점을 라이시는 인정하지 않는다. 노조가 일단 공식적으로 인정 받으면 정부의 후원 아래 관련 교섭 조직 내의 모든 근로자를 대변하는 독점적 교섭권을 갖는다.
이 같은 독점권의 행사는 기업이 누리는 독점권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노사 양측이 정면 충돌할 때 파업과 직장폐쇄로 기본 서비스가 중단되는 위험을 높이는 한편 기괴한 근로규칙이 제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스템은 또한 나라 안팎에서 무노조 기업의 도전을 받을 때 제풀에 붕괴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 기업은 거추장스런 노동계약에 발목 잡힌 기업들보다 더 싼 값에 양질의 제품을 저소득 가구에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부문의 노조가입 비율이 1954년 약 35%로 천장을 친 뒤 2014년에는 약 6.6%로 떨어진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오늘날 미국의 전체 노조 가입 비율이 11% 선을 유지하는 것도 현재 약 35% 선인 공무원 노조원의 증가 덕분이다. 공무원 노조원 중에는 교사가 많다. 그들은 미국 내 공립학교 독점을 유지하려 부단히 노력하며 큰 희생을 치르고 있다.
라이시는 세금인상으로 걷은 돈을 교육에 투자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는 어느 대목에서도 그 과업에 교원노조가 제기하는 위협을 논하지 않는다. 비(非) 노조 차터스쿨(자율형 공립고)이 교육향상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도 언급하지 않는다. 예컨대 뉴욕 차터스쿨 학생의 학업성적이 비 차터스쿨 공립학교보다 월등히 뛰어나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학부모들이 자녀를 차터스쿨에 들여보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이유다.
여기에 냉엄한 선택이 있다. 라이시는 노조에 대한 약속이 우수한 교육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다음으로 라이시가 주장하는 야심적이지만 다소 허황된 소득 재분배 프로그램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문제도 있다. 그는 어떤 프로그램이 경제를 성장시키느냐는 문제에는 입을 다문다. 그리고 부유층의 경상 소득(자본소득 이외의 일반 근로소득)과 자본 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처방은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
사망 시 비실현 소득(즉, 매각하지 않은 주식 수익)에 과세하자는 제안에는 이의가 없다. 마찬가지로 비실현 손실에 공제를 허용하는 데도 동의한다. 이는 아주 오래 전부터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이 추진해온 아젠다의 일부였다. 대규모 소득이 세제 적용대상에서 배제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이는 자본형성과 자발적 거래를 둔화시킨다.
하지만 상위 1%를 겨냥한 누진과세 주장은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다. 노동력 중 가장 생산적인 집단에 바가지를 씌우거나 저소득 경제에서의 투자소득으론 경제성장을 이룰 수 없다. 라이시는 이름 없는 부유층의 과도한 권력을 개탄한다. 하지만 그 실체 없는 그룹이 2012년 전체적으로 21.9%의 소득에 대해 대략 38%의 세금을 낸 반면 하위 50%는 약 2.8%를 납부한 사실은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
그는 경상소득에 대한 고율의 과세가 근로 인센티브를 약화시킬 위험을 고려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조기 퇴직하거나 인생 2막의 취업을 포기하기 쉽다. 마찬가지로 그는 자본소득세율을 올리면 투자자들이 수익성 낮은 주식의 매도를 꺼리게 되는 위험을 간과한다. 그런 주식을 팔아 치워야 더 생산적인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문제의 단기자본소득세율 인상을 제안할 때 바로 그런 과오를 범했다. 라이시는 연줄 좋은 특정 정치집단에 주는 보조금의 위험에도 경종을 울리지 않는다. 그는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에 대한 보조금을 계속 확대해 나가도록 권고한다. 하지만 현명하지 않은 생각이다. 그런 에너지가 상용화될 수 있다면 아무도 막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보조금을 줘야만 화석연료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 포기하는 편이 좋다. 자연도태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간단명료한 전제가 따른다. 화석연료 보조금 역시 적절치 않다는 것과 모든 형태의 에너지는 대기오염, 멸종위기 동물 등 어디에서 비롯되든 외부효과(externalities, 경제활동이 제3자에게 끼치는 의도하지 않은 영향)의 발생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판정은 과도한 에탄올 보조금에 가장 먼저 적용돼야 한다. 함량미달 프로그램 하나가 에너지와 식품 시장을 모두 왜곡시킨다.
라이시의 사회적 아젠다에서 발견되는 큰 문제가 있다. 공직에 오랫동안 몸을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야심찬 사회개혁 프로그램과 그 집행 사이에 발생하는 커다란 괴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는 점이다.
나는 재야에 묻혀 학자로서 생애의 대부분을 보냈다. 정부 조치가 제약업체, 환경, 주택건설, 증권, 교육, 고용, 금융, 보험 그리고 기타 사회 제도에 적용될 때 그 구체적인 작용과정을 살펴왔다.
그리고 이 모든 영역에서 근대의 진보 정부가 드러나지 않은 피해를 초래한 데는 아주 간단한 두 가지 이유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첫째, 정부가 언제 개입해야 하고 언제 지켜봐야 하는지 전혀 감이 없다는 점이다. 경쟁적인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는 거의 실패한다. 그리고 근로자 계급의 소득감소도 이 영역에서 갈수록 강화되는 정부개입으로 상당 부분 설명된다.
둘째, 정부가 어떤 수단이 주효하고 주효하지 않는지 감을 잡지 못한다. 독점이 위험요인이라면 독점금지법으로 통제하면 된다. 하지만 경쟁력 있는 산업을 해쳐서는 안 된다. 그리고 공권력을 이용해 노동시장의 경우처럼 독점체제를 밀어줘서는 절대 안 된다.
그러나 라이시는 이 모든 문제를 못 본다. 그의 두서 없는 책에 규제철폐 제안은 단 하나도 없다. 불행히 ‘자본주의 살리기’는 약속만큼 대중을 돕지 못한다. 그런 정책이 집행될 경우 모든 사람에게 경제·사회적으로 타격을 줄 것이다.
- RICHARD A. EPSTEIN / 번역 차진우
[ 필자 리처드 A 엡스타인은 후버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이다. 이 글은 후버연구소 웹사이트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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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랫동안 세제와 규제의 확대가 성장을 둔화시키고 사회적 불만을 키우는 주범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오늘날 그런 견해는 소수 의견으로 밀려났다.
목소리 큰 진보파 사상가 그룹이 그 반대쪽 진로를 강력히 밀고 있다. 그중 주도적인 인물이 빌 클린턴 정부에서 노동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다. 그는 새 책 ‘다수 대중을 위한 자본주의 살리기(Saving Capitalism: For the Many, Not the Few)’에서 미국경제를 절름발이로 만들 정책을 주장한다. ‘모두를 위한 자본주의 죽이기’가 제목으로 더 어울릴 듯하다.
라이시는 자신의 주장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부유층에 더 많은 세금을 물려 그 돈을 학교 등에 투자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재분배하는 능동적인 정부’를 지지한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이 같은 개혁과 ‘기타 수단’을 통해서만 그의 부친 시절의 전성기로 돌아갈 수 있다(‘기타 수단’이 무엇인지는 대부분 밝히지 않았다). 그 시절엔 노조원들이 자녀들에게 유복하게 살 수 있는 경제력이 있었는데 지금은 불가능해졌다는 주장이다.
라이시는 그와 같은 쇠퇴가 왜 일어났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자유시장의 허구’, 그리고 정부가 국민의 일에 ‘침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고를 비난하는 데 그친다.
더 구체적으로 라이시는 정부가 재산권을 창출하고 독점을 규제하고 계약을 집행하지 않고도 자유시장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정은 환상이라는 주장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는 그런 일들은 나 같은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이 정부에 요구하는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는다.
실상 그의 리스트는 너무 짧다. 첫째, 그는 범죄와 오염 규제에서 정부가 담당하는 역할을 무시한다. 둘째 공적 인프라의 조직과 재원조달 그리고 공적 자원의 관리에 관한 어려운 문제는 한편으로 밀어둔다. 좋은 정부는 아이로니컬하게도 라이시가 이해하는 듯한 수준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크다.
따라서 라이시 같은 진보파와 나 같은 고전적 자유주의자 간의 차이점은 시장이 공적 지원에 의존한다는 명제에 있지 않다. 그보다는 사회 발전을 위해 선택하는 수단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바로 이 문제에서 라이시는 번번이 오발탄을 날린다. 재산권 문제에서 라이시가 노예 시스템을 반대하고 나서는 건 훌륭하다. 하지만 개인이 일자리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무시하는 건 문제가 있다.
이는 최저임금 문제의 핵심이다. 라이시는 시간당 최저임금을 현재 7.25달러 수준에서 15달러로 대폭 인상하자고 한다. 그것은 대체로 돈 많은 CEO와 그들의 주주들로부터 근로자에게로 부가 이전되는 효과를 가져오고, 근로자들은 그 돈을 이용해 정부 지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꿈 깨시라! 라이시는 인건비가 대폭 상승할 때 기업들이 사업방식에 중대한 변화를 주지 않으리라고 가정한다. 그것은 경제 현실과 크게 동떨어진 가정이다.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 기업 입장에선 저임 노동력을 기계나 기술로 대체하는 편이 경제 논리상 더 합리적이다.
대체로 숙련 근로자만 남게 돼 빈곤층은 더 나락으로 떨어진다. 예컨대 라이시는 소수인종 십대의 높은 실업률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그들에겐 규제가 노동시장 진입을 막는 장벽이 됐다.
규제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무시해선 안 된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은 최저임금을 인상한 뒤 시내 요식업 일자리가 1000개 감소하는 결과를 낳았다. 반면 주내 나머지 지역에선 요식업 일자리가 2300개 늘어났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의 1라운드 결과일 뿐이다.
라이시가 해당 업체보다 요식업을 더 잘 알 리는 만무하다. 업체들은 고객 셀프 주문 판매대를 비롯한 기타 비용절감 조치로 인건비 상승분을 만회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최저임금이 소폭 상승하면 고용수준은 상대적으로 소폭 감소한다. 시장과 최저임금의 괴리를 크게 벌려놓을 때도 그런 효과가 나타난다고 추정하는 건 어리석은 발상이다.
독점세력의 통제와 관련된 부분에서 라이시의 관점은 더 해괴해진다. 카르텔 또는 독점의 형성이나 용인을 문제없다고 말하는 고전적 자유주의자는 없다. 국가권력이 뒤를 받쳐줄 때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라이시가 바로 그런 태도를 보인다.
노동조합을 논한 부분에서 그는 고용주가 피고용자의 임금을 ‘결정’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출발한다. 뻔한 이치로 근로자는 고용주 간 경쟁을 유발해 수요가 높을 때는 임금이 상승하고 적을 때는 감소하도록 대응한다.
‘1935년 전국 노동관계법’의 통과 이후 모든 노동법 프레임이 노동조합에 독점권을 부여했다는 점을 라이시는 인정하지 않는다. 노조가 일단 공식적으로 인정 받으면 정부의 후원 아래 관련 교섭 조직 내의 모든 근로자를 대변하는 독점적 교섭권을 갖는다.
이 같은 독점권의 행사는 기업이 누리는 독점권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노사 양측이 정면 충돌할 때 파업과 직장폐쇄로 기본 서비스가 중단되는 위험을 높이는 한편 기괴한 근로규칙이 제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스템은 또한 나라 안팎에서 무노조 기업의 도전을 받을 때 제풀에 붕괴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 기업은 거추장스런 노동계약에 발목 잡힌 기업들보다 더 싼 값에 양질의 제품을 저소득 가구에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부문의 노조가입 비율이 1954년 약 35%로 천장을 친 뒤 2014년에는 약 6.6%로 떨어진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오늘날 미국의 전체 노조 가입 비율이 11% 선을 유지하는 것도 현재 약 35% 선인 공무원 노조원의 증가 덕분이다. 공무원 노조원 중에는 교사가 많다. 그들은 미국 내 공립학교 독점을 유지하려 부단히 노력하며 큰 희생을 치르고 있다.
라이시는 세금인상으로 걷은 돈을 교육에 투자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는 어느 대목에서도 그 과업에 교원노조가 제기하는 위협을 논하지 않는다. 비(非) 노조 차터스쿨(자율형 공립고)이 교육향상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도 언급하지 않는다. 예컨대 뉴욕 차터스쿨 학생의 학업성적이 비 차터스쿨 공립학교보다 월등히 뛰어나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학부모들이 자녀를 차터스쿨에 들여보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이유다.
여기에 냉엄한 선택이 있다. 라이시는 노조에 대한 약속이 우수한 교육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다음으로 라이시가 주장하는 야심적이지만 다소 허황된 소득 재분배 프로그램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문제도 있다. 그는 어떤 프로그램이 경제를 성장시키느냐는 문제에는 입을 다문다. 그리고 부유층의 경상 소득(자본소득 이외의 일반 근로소득)과 자본 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처방은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
사망 시 비실현 소득(즉, 매각하지 않은 주식 수익)에 과세하자는 제안에는 이의가 없다. 마찬가지로 비실현 손실에 공제를 허용하는 데도 동의한다. 이는 아주 오래 전부터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이 추진해온 아젠다의 일부였다. 대규모 소득이 세제 적용대상에서 배제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이는 자본형성과 자발적 거래를 둔화시킨다.
하지만 상위 1%를 겨냥한 누진과세 주장은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다. 노동력 중 가장 생산적인 집단에 바가지를 씌우거나 저소득 경제에서의 투자소득으론 경제성장을 이룰 수 없다. 라이시는 이름 없는 부유층의 과도한 권력을 개탄한다. 하지만 그 실체 없는 그룹이 2012년 전체적으로 21.9%의 소득에 대해 대략 38%의 세금을 낸 반면 하위 50%는 약 2.8%를 납부한 사실은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
그는 경상소득에 대한 고율의 과세가 근로 인센티브를 약화시킬 위험을 고려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조기 퇴직하거나 인생 2막의 취업을 포기하기 쉽다. 마찬가지로 그는 자본소득세율을 올리면 투자자들이 수익성 낮은 주식의 매도를 꺼리게 되는 위험을 간과한다. 그런 주식을 팔아 치워야 더 생산적인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문제의 단기자본소득세율 인상을 제안할 때 바로 그런 과오를 범했다.
규제철폐 제안은 단 한 줄도 없어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간단명료한 전제가 따른다. 화석연료 보조금 역시 적절치 않다는 것과 모든 형태의 에너지는 대기오염, 멸종위기 동물 등 어디에서 비롯되든 외부효과(externalities, 경제활동이 제3자에게 끼치는 의도하지 않은 영향)의 발생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판정은 과도한 에탄올 보조금에 가장 먼저 적용돼야 한다. 함량미달 프로그램 하나가 에너지와 식품 시장을 모두 왜곡시킨다.
라이시의 사회적 아젠다에서 발견되는 큰 문제가 있다. 공직에 오랫동안 몸을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야심찬 사회개혁 프로그램과 그 집행 사이에 발생하는 커다란 괴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는 점이다.
나는 재야에 묻혀 학자로서 생애의 대부분을 보냈다. 정부 조치가 제약업체, 환경, 주택건설, 증권, 교육, 고용, 금융, 보험 그리고 기타 사회 제도에 적용될 때 그 구체적인 작용과정을 살펴왔다.
그리고 이 모든 영역에서 근대의 진보 정부가 드러나지 않은 피해를 초래한 데는 아주 간단한 두 가지 이유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첫째, 정부가 언제 개입해야 하고 언제 지켜봐야 하는지 전혀 감이 없다는 점이다. 경쟁적인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는 거의 실패한다. 그리고 근로자 계급의 소득감소도 이 영역에서 갈수록 강화되는 정부개입으로 상당 부분 설명된다.
둘째, 정부가 어떤 수단이 주효하고 주효하지 않는지 감을 잡지 못한다. 독점이 위험요인이라면 독점금지법으로 통제하면 된다. 하지만 경쟁력 있는 산업을 해쳐서는 안 된다. 그리고 공권력을 이용해 노동시장의 경우처럼 독점체제를 밀어줘서는 절대 안 된다.
그러나 라이시는 이 모든 문제를 못 본다. 그의 두서 없는 책에 규제철폐 제안은 단 하나도 없다. 불행히 ‘자본주의 살리기’는 약속만큼 대중을 돕지 못한다. 그런 정책이 집행될 경우 모든 사람에게 경제·사회적으로 타격을 줄 것이다.
- RICHARD A. EPSTEIN / 번역 차진우
[ 필자 리처드 A 엡스타인은 후버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이다. 이 글은 후버연구소 웹사이트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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