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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친환경 하이브리드 아이오닉] 소형 디젤 SUV의 벽 넘을까

[현대차 친환경 하이브리드 아이오닉] 소형 디젤 SUV의 벽 넘을까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IONIQ)이 공식 출시됐다. 아이오닉은 현대차가 최초로 내세운 친환경차 전용 플랫폼이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먼저 선보였다.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은 하반기에 내놓을 예정이다. 하나의 플랫폼에 3가지 형태의 친환경 엔진을 장착하는 것은 세계 최초다. 1월 1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의 출시 행사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이기상 현대차 환경기술센터장(전무)은 “아이오닉을 앞세워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에서 2위로 올라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20년까지 친환경 자동차 라인업을 26개로 늘리고, 현재 전체 판매의 2% 수준인 친환경차 판매를 2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신형 프리우스 3월에 국내 상륙
친환경차 시장 공략 선봉에 선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의 최대 강점은 22.4km/L의 수준급 연비다. 현대·기아차가 판매하는 자동차 중 연비가 가장 좋다. 내수 판매 중인 모든 자동차와 견줘도 1~2위를 다툴 정도다. 하지만 현대차는 연비보다는 ‘성능’에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류창승 현대차 국내마케팅실장(이사)은 “지금까지 친환경차는 높은 연비를 달성하기 위해 성능을 다소 억제하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아이오닉은 높은 연비는 기본이고 운전의 흥미까지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이브리드 전용 신형 카파 1.6GDi 엔진과 영구 자석 전기 모터를 결합해 힘을 낸다. 전기 모터 특유의 높은 토크를 바탕으로 초반 가속력까지 느낄 수 있다는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하이브리드 전용 6단 DCT 변속기와 낮은 무게 중심도 운전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현대차는 아이오닉의 경쟁자로 일본 도요타 프리우스를 지목했다. 두 차 모두 하이브리드 차면서 L당 20km가 넘는 연비를 가졌다. 상용 하이브리드차의 원조 격인 프리우스는 1997년 출시해 지난해까지 누적 350만대가 팔렸다. 최근 공개한 신형 프리우스가 올 3월 국내에 상륙할 예정이다. 아이오닉과 프리우스의 대결은 불가피하다.

현대차는 프리우스와의 경쟁에서 자신감을 보인다. 류 이사는 “친환경차의 핵심인 연비는 물론이고 성능·디자인·내장재 등 프리우스에 뒤지는 부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아이오닉은 22.4km/L의 연비를 자랑한다. 트림별로 2295만~2755만원의 가격을 책정했다. 주력인 ‘N 트림’의 가격은 2495만원이다. 비슷한 트림을 기준으로 했을 때 아이오닉이 프리우스보다 1000만원 정도 싸다. 현대차는 올해 아이오닉의 판매목표를 3만대로 잡았다. 국내에서 1만5000대를 팔고, 하반기 해외 시장에 출시해 1만5000대를 더 판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가 친환경 시장 공략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려면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의 역할이 중요하다. 뛰어난 제품을 좋은 가격에 내놓아도,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아이오닉 모델 중 가장 폭넓은 소비자층을 가진 하이브리드가 흥행에 실패하면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의 출시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이오닉의 성공을 점치기 위해서는 경쟁모델과 비교가 필요하다. 현대차는 경쟁자로 프리우스를 꼽았지만, 적어도 국내 시장에서는 아니다. 프리우스의 내수판매는 연간 1000여대 수준이다.

비슷한 가격대에서 살펴본다면 아이오닉이 넘어야 할 산은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다. 아이오닉의 주력인 N 트림이 위치한 가격대에는 요즘 잘 나가는 소형 SUV가 몰려있다. 쌍용 티볼리, 르노삼성 QM3, 쉐보레 트랙스와 같은 차다. 조금만 더 돈을 보태면 현대·기아의 투싼과 스포티지도 살 수 있다. 예상되는 아이오닉의 주 소비층은 20~30대다. 소형 SUV를 가장 선호하는 세대기도 하다.

소형 SUV는 디젤 중심의 라인업이 꾸려져 있다. 토크가 높아 초반 치고 나가는 힘이 좋고, 연비가 좋은 게 특징이다. 아이오닉의 최대 출력(105마력)과 최대 토크(15kg·m)는 소형 SUV에 미치지 못한다. 티볼리 디젤 모델의 최고 출력은 115마력, 최대 토크는 30.6kg·m다. 아이오닉 N 트림을 살 돈이면 티볼리 디젤의 최상위 모델을 살 수 있다. 트랙스 디젤의 최대 출력(135마력)과 최대 토크(32.8kg·m)도 아이오닉보다 높다. QM3는 연비에 강점을 보이는 SUV다. 2016년형 모델은 L당 17.7km를 달린다. 하지만 QM3는 휘발유보다 값이 싼 경유를 쓴다.

세단에서 아이오닉이 맞붙어야 할 상대는 현대차의 형제차 아반떼다. 외관만 보면 아이오닉은 아반떼와 닮은 부분이 많다. 전체적인 라인이 비슷하다. 아이오닉의 뒤가 약간 높게 들려있다는 게 차이다. 결국 연비와 성능, 가격을 비교해야 한다. 가격에서는 아반떼가 앞선다. 아반떼는 1.6 GDI 모델이 1410만원에서 시작한다. 1.6 디젤 최상위 모델의 가격은 2415만원이다. 아이오닉의 중간 트림 정도의 가격이다. 성능에서도 아이오닉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 아이오닉과 비교해 연비가 다소 낮은 게 흠이지만, 차 값으로 만회가 가능하다. 현대차로서는 최악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전체 판매는 늘지 않고 아이오닉이 아반떼의 수요만 빼앗아오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아이오닉이 싸워야 할 보이지 않는 상대도 있다. 실연비다. 높은 연비로 주목을 받은 만큼 본격적으로 판매가 시작되면 실연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문제는 아이오닉이 하이브리드 차라는 점이다.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를 동시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차는 운전자의 주행습관과 도로 상황에 따른 연비차가 클 수밖에 없다. 전기모터로 구동하는 구간이 길어질수록 연비가 좋아지지만, 주행에 무리가 가는 시점에서는 엔진의 관여가 늘어 연비가 떨어진다. 아이오닉인 오랫동안 현대차의 발목을 잡았던 ‘뻥연비 논란’의 시험대에 아이오닉이 올랐다.
 뻥연비 논란 잠재울까?
아이오닉은 ‘친환경’ 자동차라는 특수성이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소비자는 도덕적인 이유로 지갑을 열지 않는다. 지난해 독일 폴크스바겐은 디젤 게이트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환경 규제를 피해가기 위해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폴크스바겐의 판매량은 16% 늘었다. 가격 인하를 동반한 마케팅이 성공을 거뒀다. “도덕적으로, 환경적으로 나쁘지만 성능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소비자들의 판단이었다. 이 사례는 아이오닉에 반대로 적용될 수 있다. “환경에 도움을 주더라도 가성비에 만족하지 못하면 사지 않겠다.”

- 박성민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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