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못난이’ 금융상품 올해는] 중동·아프리카펀드 투자는 당분간 보류
[2015 ‘못난이’ 금융상품 올해는] 중동·아프리카펀드 투자는 당분간 보류
지난 한 해 개인 투자자를 울린 금융상품이 많았다. 특히 브라질펀드, 원자재펀드, 중동·아프리카 펀드의 수익률이 나빴다. 포스코·현대차·SK하이닉스·대우조선해양은 개인의 투자 비중이 큰 종목 가운데 수익률이 좋지 않았던 종목이다. 이들 ‘못난이’ 금융상품이 올해는 달라질까. 연 초부터 국내외 증시가 폭락세를 연출하고 있어 당장은 지난해 못지 않게 분위기가 좋지 않다. 더 늦기 전에 손절해야 할지 아니면 뚝심을 갖고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할까
브라질펀드: 지난해 브라질펀드 성적은 전체 국내외 펀드 가운데 꼴찌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브라질펀드의 지난해 평균 수익률은 -38.1%였다. 지난 3년 간 평균 수익률은 -68%에 달한다. 브라질펀드 수익률이 나빴던 원인은 세계 경기 둔화와 미국 달러화 강세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원자재 수출은 브라질 경제의 절반 가까이를 떠받친다. 몇 년간 이어진 원자재 가격 하락은 브라질 경제에 큰 타격을 줬다. 지난해 11월 기준 브라질의 재정적자는 212억 헤알(약 6조4211억원)로 지난 1997년 11월 이후 월별 재정적자로는 최대였다. 2014년 2분기부터 브라질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브라질 경제성장률은 -3.8%다. 브라질펀드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브라질 재정과 경제활동 지표가 악화되고 이로 인해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리는 등 정치 불안까지 더해지면서 브라질펀드의 손실폭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브라질펀드 가운데 지난해 수익률이 가장 나빴던 개별 펀드는 ‘산은삼바브라질’이다. 지난해 41%의 손실을 냈다. 이 펀드는 펀드 자산의 70%를 브라질 채권에 투자한다. 그동안 브라질 채권 금리는 평균 연 10% 내외로 저금리 시대에 매력적인 투자처로 손꼽혀왔다. 그러나 지난해 헤알화 가치 하락으로 브라질 채권 가치도 떨어졌다. 헤알화 가치는 지난 1년 동안 33% 급락했다. 이에 원화 대비 헤알화 환율도 지난해 초 410원대에서 지난해 말 297원으로 떨어졌다. 고금리 매력에 끌려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눈물을 삼켜야 했다.
올해도 브라질 경제 사정이 나아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브라질의 경제 회복세를 이끌 만한 반등 요인이 별로 없어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브라질 경제성장률을 -3.5%로 전망했다. 문남중 연구원은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브라질 경제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브라질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나 기존 투자자라면 환매보다는 분할 매수하면서 기다려보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브라질 경제가 바닥권인 만큼 단기 호재 등으로 반등 가능성도 있어서다. 유유정 신한 PWM분당중앙센터 차장은 “오는 8월 브라질 리우올림픽이 열릴 예정인 만큼 올림픽 특수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며 “손절매보다 그때까지 보유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브라질 국채에 직접 투자한 투자자는 안심할 여지가 있다. 브라질 국채는 헤알화 표시 채권으로 6개월마다 이자를 헤알화로 지급한다. 현재처럼 헤알화 가치가 떨어져 있을 땐 원화로 지급받지 않으면 된다. 이자가 브라질 현지 은행에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추후 원화나 달러 가치가 떨어질 때 환전해서 쓰면 이득이다. 이 상품은 국채이기 때문에 브라질이 완전한 국가 부도 사태에 빠지지 않는 한 안전하다.
중동·아프리카펀드: 브라질펀드에 이어 중동·아프리카펀드도 성적이 나빴다. 중동·아프리카펀드의 지난해 평균 수익률은 -15.1%였다. 중동·아프리카는 풍부한 천연자원과 유가 상승에 따른 오일머니에 힘입어 성장했다. 그러나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의한 테러와 전쟁 위협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겪었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 침체와 저유가로 중동 산유국 발주처가 재정난을 겪으면서 국가 생산성이 크게 나빠져 펀드 수익률이 떨어졌다. 지난해 중동·아프리카에서 경제성장 수혜가 기대되는 기업에 투자하는 ‘JP모간중동&아프리카증권자 투자신탁’ 펀드 수익률도 -26%에 달했다.
올해도 지난해와 상황이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IS의 국제 테러가 확대되면서 생기는 불안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등은 이미 각종 전쟁비용 부담으로 재정이 악화해 앞으로 해당 국가들의 재정 기반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화 강세에다 지속적 유가 하락으로 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은 석유 수출에 재정의 80~90%를 의존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지난해 재정 적자는 979억 달러(약 114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발 악재도 문제다. 중국이 전략적으로 이 지역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늘려왔던 터라 중국 경기 둔화와 주가·위안화 하락 등 실물·금융시장 충격이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중동·아프리카펀드 투자를 보류하라고 조언한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작고 쿠데타와 같은 정치적 불안이 있어 경제적 변동성이 크다”며 “지금은 투자 비중을 줄이고 관망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조재영 NH투자증권 강남PB센터 부장은 “경제지표가 개선되는 것을 확인한 후 투자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이들 펀드 못지 않게 개인 투자자를 울린 대형주도 여럿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증시에서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1년 평균 수익률은 -34.1%였다. 이 중 포스코(-39.6%)·SK하이닉스(-35.6%)·현대차(-11.8%)·대우조선해양(-72.5%) 등이 성적이 특히 나빴다.
포스코: 포스코는 세계 철강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국내외에서 문어발식 확장을 지속한 탓에 어려움을 자초했다. 한때 70만원을 웃돌던 포스코 주가는 현재 10만원대(2월 4일 17만9000원)로 주저앉았다. 실적 악화를 만화하려던 포스코는 해외 법인에서 생산한 저가 제품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고 고철시장까지 뛰어드는 등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가 포스코를 떠나면서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근본적인 원인은 세계 철강산업의 침체다. 이에 더해 중국 저가 제품의 도전까지 받아 실적 개선이 어려웠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분기 배당제와 자사주 매입 등 적극적인 주가부양책을 썼다. 그러나 실적 개선이 요원하면서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올해부턴 업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엿보인다. 중국이 향후 3년 간 중국의 철광과 석탄 생산량을 제한키로 결정하면서 포스코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이재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이후엔 철강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고, 일회성 비용이 줄어 세전이익 증가가 기대된다”며 “6개월을 지켜본 뒤 투자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대차: 현대차 주가 하락은 중국 수요 부진에 따른 해외 공장의 가동률 하락이 주요 요인이다. 현대차는 신흥국을 주요 시장으로 수출 전략을 세웠지만 러시아와 브라질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실적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 연말까지 판매량이 증가했지만 미국 시장 내 구형 아반떼 판매를 위해 인센티브를 늘리면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해 부담이 됐다. 올해 전망은 밝은 편이다. 김평모 동부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부터 인센티브 비용이 줄어들고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신차 판매가 늘고 있다”며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이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올해 유가와 환율이 점진적으로 안정화되면서 신흥국의 신차 수요는 바닥권을 통과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실적이 나쁘지 않았지만 또 한 번의 ‘개미지옥’이란 오명을 들었다. 과거 하이닉스 때 얻은 별명이다. 반도체 수요를 이끌었던 PC나 모바일 기기 판매량이 주춤하면서 반도체 업황이 나빠졌다. 차세대 프로세서로 기대를 모았던 인텔의 스카이레이크 출시가 지연되면서 생산 여력을 가지고도 제대로 생산하지 못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부터 최첨단 초대형 공장인 M14를 본격 가동한다. 주가 회복의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가진 DRAM 2znm와 3D NAND 양산 계획이 실행되느냐가 관건”이라며 “둘 다 SK하이닉스 실적 개선에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지만 도시바나 마크론 등의 경쟁자보다 빨리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 2년 연속 말도 많고 탈도 많아 투자자를 울렸다. 해양프로젝트에 대규모 충당금을 설정하고 재무구조도 불확실한 탓에 지난해 이어 올해도 전망이 어둡다. 특히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주력 생산품인 유조선이나 드릴십 등의 수주가 신통치 않은 것이 문제다. 정우창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미 주가가 크게 떨어졌지만 올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유상증자 등으로 재무구조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경계했다.
- 박상주·김성희 기자 sangjoo@joongang.co.kr 지난해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공매도 거래금액이 크게 증가했다. 공매도는 앞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주식을 빌려 미리 판 후, 나중에 주가가 하락하면 같은 종목을 하락한 가격에 되사 차익을 챙기는 투자방법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코스닥의 공매도 누적 거래금액은 87조원이다. 전년 보다 30조원 늘었다. 특히 조선과 자동차 등은 공매도 세력의 먹잇감이 됐다. 대표 수출주인 철강·자동차·건설 등의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5월 이후 3개월 동안 월별 거래대금에서 공매도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16~18%대에 달했다. 지난해에 약 8%대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현대중공업도 지난해 5월 공매도 거래 비중이 12%에서 7월에는 20%대로 뛰었다. 공매도가 늘면서 주가도 하락했다. 지난해 5월 4일 15만4000원이었던 현대중공업 주가는 7월 말 9만7000원으로 떨어졌다. 당시 삼성중공업 주가도 5월부터 3개월 동안 40% 넘게 하락했다. 공매도가 몰리면서 공매도 투자자들은 하락폭만큼의 이익을 봤지만 개인 투자자는 고스란히 손해를 봤다.
공매도는 올 들어서도 이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2월 11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공매도 거래금액은 각각 8조7817억, 1조 7870억원이다. 1월 한달 간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 가운데 공매도 비중은 7.33%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8월 초(7.2%)보다 더 높다.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는 올 초 중국 증시 급락과 중동국가의 해외투자금 회수 소식 때문이다.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1월 1~22일까지 공매도가 많았던 업종은 호텔레저·조선·정보기술(IT)·가전·증권 등이었다. 주가가 많이 오른 제약과 바이오주 등 건강관리 업종에 대한 공매도 추정 금액도 1조원에 육박한다. 외국인 투자자가 전체 공매도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김영성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외국인 공매도 비중이 44%에 달한다”고 말했다.
당분간 공매도 비중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공매도 대기 물량으로 해석되는 주식대차잔고 금액도 증가하고 있어서다. 대차거래는 주식을 장기 보유한 기관 투자가가 다른 투자자에게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주식을 빌려주는 거래다. 주식대차잔고는 공매도 거래에 주로 활용돼 대차잔고 증가는 앞으로 주가가 더 내릴 것이라고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시장의 대차거래 잔고는 1월 28일 기준으로 53조5750억원으로 지난해 말(40조6180억원)보다 24% 증가했다.
공매도 세력에 개인 투자자는 울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매도 비중이 큰 종목이라고 해서 주가가 반드시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올 들어 1월 27일까지 전체 주식 거래량에서 공매도 거래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기업인 현대미포조선·동아쏘시오홀딩스·BGF리테일·한샘·엔씨소프트 등의 주가는 올랐다. 김영성 연구원은 “현대미포조선·대림산업·포스코 등은 업황 악화에 그간 공매도 투자자의 타깃이 된 종목이지만 실적이 반등할 것이란 기대에 주가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포스코는 중국의 저가 철강재 탓에 고전했지만 중국의 대형 철강 업체들이 2월 내수가격을 인상키로 하면서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마진율 높은 기업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며 “최근 3년간 영업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꾸준히 개선되는 종목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공매도가 늘고 있는 종목 가운데 영업이익률도 꾸준한 기업으로 아모레퍼시픽·고려아연·쿠쿠전자·오스템임플란트·콜마비앤에이치·바텍 쎌바이오텍·녹십자셀 등을 꼽았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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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펀드: 지난해 브라질펀드 성적은 전체 국내외 펀드 가운데 꼴찌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브라질펀드의 지난해 평균 수익률은 -38.1%였다. 지난 3년 간 평균 수익률은 -68%에 달한다. 브라질펀드 수익률이 나빴던 원인은 세계 경기 둔화와 미국 달러화 강세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원자재 수출은 브라질 경제의 절반 가까이를 떠받친다. 몇 년간 이어진 원자재 가격 하락은 브라질 경제에 큰 타격을 줬다. 지난해 11월 기준 브라질의 재정적자는 212억 헤알(약 6조4211억원)로 지난 1997년 11월 이후 월별 재정적자로는 최대였다. 2014년 2분기부터 브라질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브라질 경제성장률은 -3.8%다. 브라질펀드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브라질 재정과 경제활동 지표가 악화되고 이로 인해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리는 등 정치 불안까지 더해지면서 브라질펀드의 손실폭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브라질펀드 가운데 지난해 수익률이 가장 나빴던 개별 펀드는 ‘산은삼바브라질’이다. 지난해 41%의 손실을 냈다. 이 펀드는 펀드 자산의 70%를 브라질 채권에 투자한다. 그동안 브라질 채권 금리는 평균 연 10% 내외로 저금리 시대에 매력적인 투자처로 손꼽혀왔다. 그러나 지난해 헤알화 가치 하락으로 브라질 채권 가치도 떨어졌다. 헤알화 가치는 지난 1년 동안 33% 급락했다. 이에 원화 대비 헤알화 환율도 지난해 초 410원대에서 지난해 말 297원으로 떨어졌다. 고금리 매력에 끌려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눈물을 삼켜야 했다.
올해도 브라질 경제 사정이 나아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브라질의 경제 회복세를 이끌 만한 반등 요인이 별로 없어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브라질 경제성장률을 -3.5%로 전망했다. 문남중 연구원은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브라질 경제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브라질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나 기존 투자자라면 환매보다는 분할 매수하면서 기다려보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브라질 경제가 바닥권인 만큼 단기 호재 등으로 반등 가능성도 있어서다. 유유정 신한 PWM분당중앙센터 차장은 “오는 8월 브라질 리우올림픽이 열릴 예정인 만큼 올림픽 특수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며 “손절매보다 그때까지 보유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브라질 국채에 직접 투자한 투자자는 안심할 여지가 있다. 브라질 국채는 헤알화 표시 채권으로 6개월마다 이자를 헤알화로 지급한다. 현재처럼 헤알화 가치가 떨어져 있을 땐 원화로 지급받지 않으면 된다. 이자가 브라질 현지 은행에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추후 원화나 달러 가치가 떨어질 때 환전해서 쓰면 이득이다. 이 상품은 국채이기 때문에 브라질이 완전한 국가 부도 사태에 빠지지 않는 한 안전하다.
중동·아프리카펀드: 브라질펀드에 이어 중동·아프리카펀드도 성적이 나빴다. 중동·아프리카펀드의 지난해 평균 수익률은 -15.1%였다. 중동·아프리카는 풍부한 천연자원과 유가 상승에 따른 오일머니에 힘입어 성장했다. 그러나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의한 테러와 전쟁 위협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겪었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 침체와 저유가로 중동 산유국 발주처가 재정난을 겪으면서 국가 생산성이 크게 나빠져 펀드 수익률이 떨어졌다. 지난해 중동·아프리카에서 경제성장 수혜가 기대되는 기업에 투자하는 ‘JP모간중동&아프리카증권자 투자신탁’ 펀드 수익률도 -26%에 달했다.
올해도 지난해와 상황이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IS의 국제 테러가 확대되면서 생기는 불안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등은 이미 각종 전쟁비용 부담으로 재정이 악화해 앞으로 해당 국가들의 재정 기반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화 강세에다 지속적 유가 하락으로 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은 석유 수출에 재정의 80~90%를 의존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지난해 재정 적자는 979억 달러(약 114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발 악재도 문제다. 중국이 전략적으로 이 지역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늘려왔던 터라 중국 경기 둔화와 주가·위안화 하락 등 실물·금융시장 충격이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중동·아프리카펀드 투자를 보류하라고 조언한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작고 쿠데타와 같은 정치적 불안이 있어 경제적 변동성이 크다”며 “지금은 투자 비중을 줄이고 관망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조재영 NH투자증권 강남PB센터 부장은 “경제지표가 개선되는 것을 확인한 후 투자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이들 펀드 못지 않게 개인 투자자를 울린 대형주도 여럿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증시에서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1년 평균 수익률은 -34.1%였다. 이 중 포스코(-39.6%)·SK하이닉스(-35.6%)·현대차(-11.8%)·대우조선해양(-72.5%) 등이 성적이 특히 나빴다.
포스코: 포스코는 세계 철강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국내외에서 문어발식 확장을 지속한 탓에 어려움을 자초했다. 한때 70만원을 웃돌던 포스코 주가는 현재 10만원대(2월 4일 17만9000원)로 주저앉았다. 실적 악화를 만화하려던 포스코는 해외 법인에서 생산한 저가 제품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고 고철시장까지 뛰어드는 등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가 포스코를 떠나면서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근본적인 원인은 세계 철강산업의 침체다. 이에 더해 중국 저가 제품의 도전까지 받아 실적 개선이 어려웠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분기 배당제와 자사주 매입 등 적극적인 주가부양책을 썼다. 그러나 실적 개선이 요원하면서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올해부턴 업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엿보인다. 중국이 향후 3년 간 중국의 철광과 석탄 생산량을 제한키로 결정하면서 포스코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이재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이후엔 철강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고, 일회성 비용이 줄어 세전이익 증가가 기대된다”며 “6개월을 지켜본 뒤 투자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대차: 현대차 주가 하락은 중국 수요 부진에 따른 해외 공장의 가동률 하락이 주요 요인이다. 현대차는 신흥국을 주요 시장으로 수출 전략을 세웠지만 러시아와 브라질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실적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 연말까지 판매량이 증가했지만 미국 시장 내 구형 아반떼 판매를 위해 인센티브를 늘리면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해 부담이 됐다. 올해 전망은 밝은 편이다. 김평모 동부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부터 인센티브 비용이 줄어들고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신차 판매가 늘고 있다”며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이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올해 유가와 환율이 점진적으로 안정화되면서 신흥국의 신차 수요는 바닥권을 통과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실적이 나쁘지 않았지만 또 한 번의 ‘개미지옥’이란 오명을 들었다. 과거 하이닉스 때 얻은 별명이다. 반도체 수요를 이끌었던 PC나 모바일 기기 판매량이 주춤하면서 반도체 업황이 나빠졌다. 차세대 프로세서로 기대를 모았던 인텔의 스카이레이크 출시가 지연되면서 생산 여력을 가지고도 제대로 생산하지 못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부터 최첨단 초대형 공장인 M14를 본격 가동한다. 주가 회복의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가진 DRAM 2znm와 3D NAND 양산 계획이 실행되느냐가 관건”이라며 “둘 다 SK하이닉스 실적 개선에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지만 도시바나 마크론 등의 경쟁자보다 빨리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 2년 연속 말도 많고 탈도 많아 투자자를 울렸다. 해양프로젝트에 대규모 충당금을 설정하고 재무구조도 불확실한 탓에 지난해 이어 올해도 전망이 어둡다. 특히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주력 생산품인 유조선이나 드릴십 등의 수주가 신통치 않은 것이 문제다. 정우창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미 주가가 크게 떨어졌지만 올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유상증자 등으로 재무구조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경계했다.
- 박상주·김성희 기자 sangjoo@joongang.co.kr
[박스기사] 공매도 급증한 종목 투자법 - 영업이익률 개선되는 종목 투자할 만
현대중공업도 지난해 5월 공매도 거래 비중이 12%에서 7월에는 20%대로 뛰었다. 공매도가 늘면서 주가도 하락했다. 지난해 5월 4일 15만4000원이었던 현대중공업 주가는 7월 말 9만7000원으로 떨어졌다. 당시 삼성중공업 주가도 5월부터 3개월 동안 40% 넘게 하락했다. 공매도가 몰리면서 공매도 투자자들은 하락폭만큼의 이익을 봤지만 개인 투자자는 고스란히 손해를 봤다.
공매도는 올 들어서도 이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2월 11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공매도 거래금액은 각각 8조7817억, 1조 7870억원이다. 1월 한달 간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 가운데 공매도 비중은 7.33%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8월 초(7.2%)보다 더 높다.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는 올 초 중국 증시 급락과 중동국가의 해외투자금 회수 소식 때문이다.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1월 1~22일까지 공매도가 많았던 업종은 호텔레저·조선·정보기술(IT)·가전·증권 등이었다. 주가가 많이 오른 제약과 바이오주 등 건강관리 업종에 대한 공매도 추정 금액도 1조원에 육박한다. 외국인 투자자가 전체 공매도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김영성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외국인 공매도 비중이 44%에 달한다”고 말했다.
당분간 공매도 비중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공매도 대기 물량으로 해석되는 주식대차잔고 금액도 증가하고 있어서다. 대차거래는 주식을 장기 보유한 기관 투자가가 다른 투자자에게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주식을 빌려주는 거래다. 주식대차잔고는 공매도 거래에 주로 활용돼 대차잔고 증가는 앞으로 주가가 더 내릴 것이라고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시장의 대차거래 잔고는 1월 28일 기준으로 53조5750억원으로 지난해 말(40조6180억원)보다 24% 증가했다.
공매도 세력에 개인 투자자는 울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매도 비중이 큰 종목이라고 해서 주가가 반드시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올 들어 1월 27일까지 전체 주식 거래량에서 공매도 거래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기업인 현대미포조선·동아쏘시오홀딩스·BGF리테일·한샘·엔씨소프트 등의 주가는 올랐다. 김영성 연구원은 “현대미포조선·대림산업·포스코 등은 업황 악화에 그간 공매도 투자자의 타깃이 된 종목이지만 실적이 반등할 것이란 기대에 주가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포스코는 중국의 저가 철강재 탓에 고전했지만 중국의 대형 철강 업체들이 2월 내수가격을 인상키로 하면서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마진율 높은 기업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며 “최근 3년간 영업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꾸준히 개선되는 종목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공매도가 늘고 있는 종목 가운데 영업이익률도 꾸준한 기업으로 아모레퍼시픽·고려아연·쿠쿠전자·오스템임플란트·콜마비앤에이치·바텍 쎌바이오텍·녹십자셀 등을 꼽았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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