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들이여 다중인격자가 돼라
CEO들이여 다중인격자가 돼라
세상이 복잡해졌다고 한다. 세상을 이끌어가는 원칙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일 수 있다는 뜻일 게다. 몸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머리만으로 살 수 없듯이, 아무리 발전된 지식사회라도 아이디어만 갖고 살지 못한다. 자동차·전기 등 산업의 혜택을 잠시라도 포기할 수 없다. 먹지 않고 살 수 없으니 누군가 농사를 짓고, 물고기를 잡아야 한다. 결국 수렵시대의 약육강식, 농경의 근면, 검소, 협동,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만드는 산업경제원칙 그리고 지식사회의 차별화 혁신이 모두 혼재되어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 또 한편으론 서로 상충하는 전혀 다른 질서와 가치가 뒤엉켜 세상을 복잡하게 만들고, 우리를 혼란에 빠뜨린다.
가치의 혼재가 극명하게 나타나는 곳 중의 하나가 기업이다. 약육강식이 바로 기업 안팎의 경쟁의 근간이고, 근면, 검소, 협동이 조직원의 행동지침이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만드는 것이 기업의 존재 이유이지만, 공급이 넘쳐 잘 팔리지 않으니 차별화의 혁신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수렵시대부터 지식 사회까지 혼재되어 일어나는 경영현상을 한 두 가지 경영이론으로 해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상생과 승자독식은 상반되는 의미지만 요즘 경영환경에선 둘 다 맞는 개념이다.
한 시대에 작동하던 원칙이 다른 시대에는 작동하지 않고, 한 시장에서 환영받는 제품이 다른 시장에서 배척당한다. 한 회사에서 성공한 전략이 다른 회사에서는 먹히지 않고, 한 직원에게 영감을 준 메시지가 다른 직원에겐 아무 의미가 없다. 약육강식의 경쟁구도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 어렵고, 조금 주고, 일 많이 시키는 산업 효율적 시각에서 사람 중심의 행복경영을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각각의 다른 가치가 모두 중요하고, 필요하기 때문에 기업현장에서 이런 역설적인 일이 같은 장소, 조직, 사람에 의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하나의 기준, 하나의 원칙, 하나의 사고방식으로 이런 상반된 일을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모든 직원을 평등하게, 같은 보수체계로 대접하는 것이 일견 공평해 보이지만, 이야말로 어정쩡한 타협이다. 일은 성격에 따라 ①단순 반복형 일로 일의 성과가 양으로 평가되는 일(근면) ②효율에 따라 양과 질이 올라가는 일(효율 중심) ③아이디어로 질이 올라가는 일(지식 중심)이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모든 일이 비슷해 보이지만 각각 다른 역량과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단순한 일은 경제논리로 접근한다. 그걸 전문으로 하는 곳에 외주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효율을 올려 성과의 양과 질을 늘리려면 인센티브를 적절히 활용한다. 창의성에 따라 결과의 질이 달라지는 일에 대해서는 기존 금전적 인센티브가 오히려 성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실증연구가 있다. 금전적 인센티브보다 인간적 배려를 중시하고, 직원이 그 일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해야 될 것이다.
일견 비슷해 보이는 일에 전혀 다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한 일에 매몰찰 만큼 구두쇠 CEO가 창의적 직원에게 인간적 배려를 아끼지 않는 섬김(서번트)의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그 CEO는 이중인격자일까? 나는 이중인격자를 넘어 다중인격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 김해동 비브라운코리아 사장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가치의 혼재가 극명하게 나타나는 곳 중의 하나가 기업이다. 약육강식이 바로 기업 안팎의 경쟁의 근간이고, 근면, 검소, 협동이 조직원의 행동지침이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만드는 것이 기업의 존재 이유이지만, 공급이 넘쳐 잘 팔리지 않으니 차별화의 혁신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수렵시대부터 지식 사회까지 혼재되어 일어나는 경영현상을 한 두 가지 경영이론으로 해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상생과 승자독식은 상반되는 의미지만 요즘 경영환경에선 둘 다 맞는 개념이다.
한 시대에 작동하던 원칙이 다른 시대에는 작동하지 않고, 한 시장에서 환영받는 제품이 다른 시장에서 배척당한다. 한 회사에서 성공한 전략이 다른 회사에서는 먹히지 않고, 한 직원에게 영감을 준 메시지가 다른 직원에겐 아무 의미가 없다. 약육강식의 경쟁구도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 어렵고, 조금 주고, 일 많이 시키는 산업 효율적 시각에서 사람 중심의 행복경영을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각각의 다른 가치가 모두 중요하고, 필요하기 때문에 기업현장에서 이런 역설적인 일이 같은 장소, 조직, 사람에 의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하나의 기준, 하나의 원칙, 하나의 사고방식으로 이런 상반된 일을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모든 직원을 평등하게, 같은 보수체계로 대접하는 것이 일견 공평해 보이지만, 이야말로 어정쩡한 타협이다. 일은 성격에 따라 ①단순 반복형 일로 일의 성과가 양으로 평가되는 일(근면) ②효율에 따라 양과 질이 올라가는 일(효율 중심) ③아이디어로 질이 올라가는 일(지식 중심)이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모든 일이 비슷해 보이지만 각각 다른 역량과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단순한 일은 경제논리로 접근한다. 그걸 전문으로 하는 곳에 외주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효율을 올려 성과의 양과 질을 늘리려면 인센티브를 적절히 활용한다. 창의성에 따라 결과의 질이 달라지는 일에 대해서는 기존 금전적 인센티브가 오히려 성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실증연구가 있다. 금전적 인센티브보다 인간적 배려를 중시하고, 직원이 그 일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해야 될 것이다.
일견 비슷해 보이는 일에 전혀 다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한 일에 매몰찰 만큼 구두쇠 CEO가 창의적 직원에게 인간적 배려를 아끼지 않는 섬김(서번트)의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그 CEO는 이중인격자일까? 나는 이중인격자를 넘어 다중인격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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