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고향이 사라진다] 기초단체 80곳 30년 후엔 인구 소멸 위험지역
[당신의 고향이 사라진다] 기초단체 80곳 30년 후엔 인구 소멸 위험지역
‘우리나라 인구는 2030년 5200만명을 정점으로 차츰 감소한다. 2040년이 되면 전체 인구 중 중간에 있는 사람의 나이가 52.6세가 된다. 2060년이 되면 고령 인구는 현재보다 2.7배 늘고 생산가능인구는 지금보다 60% 줄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15년 한국 사회 지표’에 나오는 내용이다. 더 암울한 통계가 있다. 본지 분석 결과 30~40년 후에 인구가 소멸할 위험에 처한 기초단체(시·군·구)는 80곳에 달했다. 아이를 낳을 여성은 꾸준히 줄고 고령 인구는 늘어난 곳이다. 당신의 고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40여 일 앞둔 지난 3월 2일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새로 분구된 선거구는 16곳, 통합된 곳은 9곳이었다. 경상북도 의성·군위·청송군은 인근 상주시와 통합됐다. 전라남도 고흥·보성군은 장흥·강진군과 합쳐졌고, 경상남도 의령·함안·합천군은 쪼개져 각각 밀양시·산천군과 묶였다. 모두 선거구 유지를 위한 인구 하한선에 미달한 지역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들 지역 대부분은 30여년 후 선거구 자체가 사라질지 모른다. 단순히 사람 수가 적어서가 아니다. 고령 인구는 느는데 아이를 낳을 젊은 여성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인구 소멸 위험지역’이다.
본지가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박사와 함께 전국 262개 시·군·구 중 인구가 없는 강원도 철원군 근동면, 경기도 파주시 진서면 등을 제외한 252곳의 인구 현황을 조사한 결과 30년 후 인구가 사라질 위험이 큰 지자체는 80곳에 달했다. 지난해 화제가 된 책 <지방소멸> 의 분석 방식을 차용해 얻은 결과다. 일본 총무대신을 지낸 마스다 히로야가 쓴 <지방소멸> 은 일본 기초단체인 시·구·정·촌 중 49.8%인 896개가 2040년 사라질 것으로 예측해 일본에서 파장을 일으켰다. 마스다는 지방소멸 가능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20~39세 여성 인구에 주목했다. 가임 여성의 90% 이상이 이 연령대에 속한다. 20~39세 여성 인구의 비중이 작은 지역일수록 장기적으로 인구가 소멸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본지는 행정자치부가 운용하는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통해 2015년 12월 말 기준 전국 기초단체 인구 현황을 조사했다. 지역별로 거주하는 전체 인구 대비 20~39세 여성 인구와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을 분석했다. 소멸 위험 가능성이 큰 지역은 20~29세 여성 인구 비중이 10%에 미치지 못하고 고령 인구 비중은 20%가 넘어 상대비중(20~29세 여성 인구 비중÷고령 인구 비중)이 0.5 미만인 곳으로 설정했다. 이승호 박사는 “젊은 여성과 고령 인구 상대비가 1:1일 때가 인구가 유지되는 최소한의 방어선”이라며 “상대비가 0.5 미만이라는 것은 인구 소멸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학계에도 인정받는 이론이다.
조사 결과 국내 지자체 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7% 이상인 곳은 249곳이었다. UN은 65세 이상 인구가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로 정의한다. 우리나라 기초단체 중 99%가 이미 고령화 사회 이상으로 진입했다는 얘기다. 또한 고령 인구 비중이 7~14% 미만은 112곳(44.4%), 14%가 넘는 고령 사회는 51곳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이미 20%를 넘은 초고령 사회는 74곳(29.4%)이었다. 전북 고창·장수, 경남 하동·창녕, 충남 태안·부여, 강원 양양·횡성, 부산 서구 등이다. 고령 인구 비중이 30%를 넘는 수퍼 초고령 사회도 25곳(9.9%)에 달했다. 고령 인구 비중이 가장 큰 곳은 전남 고흥군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거주 인구 6만8143명 중 36.7%(2만5017명)가 65세 이상이다. 다음은 경북 의성군(36.2%), 경북 군위군(35.4%), 경남 합천군(35.4%), 경남 남해군(34.1%), 전남 보성군(33.5%) 순이었다. 반대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가장 낮은 곳은 경남 창원시 성산구로 5.4%에 불과하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5.4%)와 울산 북구(6.4%), 대전 유성구(7.2%), 경북 구미시(7.2%), 천안 서북구(7.4%), 경기 오산시(7.4) 등도 상대적으로 젊은 도시였다. 대기업 공장이 입주했거나 공단·산업단지가 들어섰다는 공통점이 있다.
20~39세 여성 인구 비중이 전체의 10%에 미치지 못하는 지역은 2004년 6곳에서 지난해 78곳으로 증가했다. 경북·경남·전남 지역이 특히 낮았다. 경북 의성군은 전체 인구 중 20~39세 여성 인구 비중이 6.2%로 가장 작았다. 다음은 경북 군위(6.6%), 전남 고흥(6.6%), 경남 남해(6.7%) 순이었다. 반대로 20~39세 여성 인구 비중이 가장 큰 지역은 서울 관악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여성 인구 비중이 18.2%(9만1093명)다. 다음은 서울 마포구(17.8%), 서울 광진구(17.3%), 서울 강남구(17%) 순이다.
결과적으로 20~39세 여성 인구 비중이 10% 미만이고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가 넘는 곳은 80곳이다. 기초단체 10곳 중 3곳이 소멸할 위험이 매우 높다는 얘기다. 특히 젊은 여성 인구 비중이 가장 작은 20곳을 살펴보면 20~39세 여성 비중이 6.2~7.8%에 불과한 반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대부분 30%를 넘었다. 두 지표 간에 상대 비중은 0.17~0.25에 불과했다. 즉 20~39세 여성 인구가 65세 이상 고령 인구 대비 17~25%라는 얘기다. 소멸 위험이 가장 큰 기초단체는 경북 의성군이다. 의성군은 65세 이상 인구 대비 20~39세 여성 인구의 상대 비중이 0.17에 그쳤다. 의성군청에 따르면 올 1~2월 의성군에서는 41명이 태어났고 143명이 사망했다. 인구도 빠르게 줄고 있다. ‘의성통계 연보’에 따르면 1995년 8만6000명이던 인구는 2005년 6만 4930명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5만4380명(등록인구 기준)으로 감소했다. 소멸 위험 2위는 전남 고흥군이다. 고흥군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36.7%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경북 군위, 경남 남해, 경남 합천, 경북 영양, 전남 신안 등도 소멸 위험이 큰 지역이다. 반면, 수원 영통구는 전국 기초단체 중 고령 인구 대비 20~39세 여성 인구 비중이 가장 큰 곳으로 나타났다. 영통구 인구 33만4000명 중 65세 이상 비중은 5.4%인데 20~39세 여성 비중은 16.6%다. 다음은 경남 창원시 성산구로 전체 인구 중 가임 적령기 여성 비중이 14%에 달한다. 이밖에 울산 북구, 충남 천안시 서북구, 경북 구미시, 경기도 오산, 대전 유성구, 경기 수원시 권선구 등이 소멸 위험이 낮은 지역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10년 간 인구 변동 추세를 보면 젊은 여성이 어느 지역을 선호하는지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 10년 간 20~39세 여성 인구 증가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경기도 화성시로 86.2%로 늘었다. 다음은 부산 기장군으로 57.1% 증가했다. 세종시(52.6%)와 경기 오산시(44.6%), 경기 파주시(43.7%), 대전 유성구(34.8%), 경기 김포시(32.9%) 등도 젊은 여성이 크게 늘어난 도시다. 신도시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거나 여성을 고용할 수 있는 대기업이 새로 입주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같은 기간 젊은 여성 감소율이 가장 큰 곳은 전남 고흥군으로 45.1%나 줄었다. 경북 군위(-45%), 경북 청송(-44.4%) 등도 10년 새 젊은 여성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눈에 띄는 것은 부산 영도군이다. 이 지역은 10년 사이 젊은 여성 인구가 44% 줄었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박사는 “젊은 여성의 비중이 위험 수준은 아니지만 감소 속도가 빠른 지역 중 일부는 대도시의 전통 제조업 집적지가 포함돼 있다”며 “산업단지의 낙후성과 쇠퇴가 젊은 여성을 떠나게 하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가지 더 주목할 것은 젊은 여성이 이미 모여 있는 곳과 새로 모여드는 곳이 다르다는 점이다. 젊은 여성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곳은 주로 서울과 수도권 일부다. 비수도권 중에서는 대도시권의 베드타운이나 교육 중심지, 서비스업 중심지 등이다. 이와 달리 젊은 여성이 모여들고 있는 곳은 신도시가 들어선 수도권 지역과 지방 광역시의 세력권 도시가 많다. 경기 화성시, 충남 세종시, 전남 무안군이 대표적이다. 무안군은 전남도청이 이주하면서 젊은 여성 인구가 급증했다. 그런데 여성 인구 비중이 원래 큰 수도권은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세종시나 무안군 등은 출산율이 높은 편이다. 여기에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
이상호 박사는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젊은층이 블랙홀처럼 흡수되고 있지만 대도시의 높은 생활비와 일자리 경쟁 등으로 자녀를 낳기 어렵다”며 “젊은 여성이 모일 수 있는 매력적인 도시를 개발하는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여성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와 여가시설, 결혼해서 살기 좋은 주거환경, 자녀를 키우기 좋은 양육과 교육 여건을 제공하는 등 정책을 펴야 한다”며 “무엇보다 젊은 여성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매력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젊은층 전체를 대상으로 한 모호한 정책보다 20~39세 여성에 집중한 정책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 김태윤·장원석 기자 pin21@joongang.co.kr 지방소멸>지방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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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박사와 함께 전국 262개 시·군·구 중 인구가 없는 강원도 철원군 근동면, 경기도 파주시 진서면 등을 제외한 252곳의 인구 현황을 조사한 결과 30년 후 인구가 사라질 위험이 큰 지자체는 80곳에 달했다. 지난해 화제가 된 책 <지방소멸> 의 분석 방식을 차용해 얻은 결과다. 일본 총무대신을 지낸 마스다 히로야가 쓴 <지방소멸> 은 일본 기초단체인 시·구·정·촌 중 49.8%인 896개가 2040년 사라질 것으로 예측해 일본에서 파장을 일으켰다. 마스다는 지방소멸 가능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20~39세 여성 인구에 주목했다. 가임 여성의 90% 이상이 이 연령대에 속한다. 20~39세 여성 인구의 비중이 작은 지역일수록 장기적으로 인구가 소멸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아이 낳을 젊은 여성 인구 급감
조사 결과 국내 지자체 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7% 이상인 곳은 249곳이었다. UN은 65세 이상 인구가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로 정의한다. 우리나라 기초단체 중 99%가 이미 고령화 사회 이상으로 진입했다는 얘기다. 또한 고령 인구 비중이 7~14% 미만은 112곳(44.4%), 14%가 넘는 고령 사회는 51곳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이미 20%를 넘은 초고령 사회는 74곳(29.4%)이었다. 전북 고창·장수, 경남 하동·창녕, 충남 태안·부여, 강원 양양·횡성, 부산 서구 등이다. 고령 인구 비중이 30%를 넘는 수퍼 초고령 사회도 25곳(9.9%)에 달했다.
20~39세 여성 비중 10% 미만 78곳
20~39세 여성 인구 비중이 전체의 10%에 미치지 못하는 지역은 2004년 6곳에서 지난해 78곳으로 증가했다. 경북·경남·전남 지역이 특히 낮았다. 경북 의성군은 전체 인구 중 20~39세 여성 인구 비중이 6.2%로 가장 작았다. 다음은 경북 군위(6.6%), 전남 고흥(6.6%), 경남 남해(6.7%) 순이었다. 반대로 20~39세 여성 인구 비중이 가장 큰 지역은 서울 관악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여성 인구 비중이 18.2%(9만1093명)다. 다음은 서울 마포구(17.8%), 서울 광진구(17.3%), 서울 강남구(17%) 순이다.
결과적으로 20~39세 여성 인구 비중이 10% 미만이고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가 넘는 곳은 80곳이다. 기초단체 10곳 중 3곳이 소멸할 위험이 매우 높다는 얘기다. 특히 젊은 여성 인구 비중이 가장 작은 20곳을 살펴보면 20~39세 여성 비중이 6.2~7.8%에 불과한 반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대부분 30%를 넘었다. 두 지표 간에 상대 비중은 0.17~0.25에 불과했다. 즉 20~39세 여성 인구가 65세 이상 고령 인구 대비 17~25%라는 얘기다.
경북 의성군 인구 5년 새 1만명 줄어
젊은 여성 끌어들일 정책에 집중해야
한가지 더 주목할 것은 젊은 여성이 이미 모여 있는 곳과 새로 모여드는 곳이 다르다는 점이다. 젊은 여성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곳은 주로 서울과 수도권 일부다. 비수도권 중에서는 대도시권의 베드타운이나 교육 중심지, 서비스업 중심지 등이다. 이와 달리 젊은 여성이 모여들고 있는 곳은 신도시가 들어선 수도권 지역과 지방 광역시의 세력권 도시가 많다. 경기 화성시, 충남 세종시, 전남 무안군이 대표적이다. 무안군은 전남도청이 이주하면서 젊은 여성 인구가 급증했다. 그런데 여성 인구 비중이 원래 큰 수도권은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세종시나 무안군 등은 출산율이 높은 편이다. 여기에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
이상호 박사는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젊은층이 블랙홀처럼 흡수되고 있지만 대도시의 높은 생활비와 일자리 경쟁 등으로 자녀를 낳기 어렵다”며 “젊은 여성이 모일 수 있는 매력적인 도시를 개발하는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여성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와 여가시설, 결혼해서 살기 좋은 주거환경, 자녀를 키우기 좋은 양육과 교육 여건을 제공하는 등 정책을 펴야 한다”며 “무엇보다 젊은 여성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매력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젊은층 전체를 대상으로 한 모호한 정책보다 20~39세 여성에 집중한 정책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 김태윤·장원석 기자 pin21@joongang.co.kr 지방소멸>지방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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