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테러 위협은 공항 안에 있다

테러 위협은 공항 안에 있다

이집트항공 여객기의 추락사고 전부터 공항 직원들이 관련된 테러 의혹이 제기돼
지난해 10월 31일 오전 5시 50분, 메트로젯 9268편은 샤름 엘셰이크 국제공항으로부터 이륙 허가를 받았다. 그 공항은 이집트에서 가장 유명한 홍해 관광명소의 중심지다. 그 러시아 항공기의 조종간을 잡은 사람은 1만2000시간 이상의 비행기록을 가진 조종사 발레리 네모프였다. 그는 부조종사 세르게이 트루카초프와 함께 18년 된 에어버스 321-200의 엔진을 풀가동시켰다. 217명의 승객 대다수는 이집트의 태양 아래서 여가를 즐긴 여성과 어린이였다. 나머지 승객은 샤름 엘셰이크 공항에서 마지막 날 밤의 환락을 즐긴 듯했다. 훗날 검시 보고서에선 그들 중 20명에서 음주 기운이 남아 있었으며 3명에게선 향정신성 약품 성분이 나타났다.

창측 31A 좌석에 앉은 마리아 이블레바(15)와 그녀 앞 좌석 30A의 나탈리아 바샤코바(77)는 약 4시간 뒤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집과 가족에게로 돌아가리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그들이 앉은 좌석 약 275㎝ 아래 화물칸 내 2개의 가방 사이에 폭탄이 한 개 숨겨져 있었다. 러시아 수사당국은 시리아에 기반을 둔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이집트 지부에 충성하는 수하물 담당자가 화물적재 작업 중 설치한 폭탄이라고 믿는다.

오전 6시 12분 56초, 시나이 사막 북부 9.4㎞ 상공을 비행하던 기내에서 약 900g의 고성능 폭발물이 터졌다.

여객기가 산산조각 나면서 사막으로 추락해 224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전원 사망했다. 시리아와 이라크의 전쟁터 이외 지역에서 IS가 일으킨 테러 중 인명피해가 가장 컸던 사건이었다. 이집트 영토에서 그리고 러시아 항공 역사상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사건이기도 했다. 메트로젯 테러는 이집트의 치안뿐 아니라 모든 공항의 주요 취약점에 의문을 제기한다. 승객이 아니라 공항 직원에서 비롯되는 위험이다. 수사팀의 주장대로 과격파 무장단체들이 그들에 동조하는 지상 근무원을 이용해 메트로젯 9268 항공편에 폭탄을 몰래 반입했다면 그것은 단순히 이집트나 샤름 엘셰이크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일 수도 있다.

“제한구역 근무자들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는 것이 항공업계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항공기 납치와 폭파의 역사(Violence in the Skies: A History of Aircraft Hijacking and Bombing)’의 저자인 필립 바움은 말한다. “최근의 테러 공격은 모두 기존의 탑승자 심사절차를 완전히 우회했다.”

지난 5월 19일 프랑스 파리를 떠나 카이로로 향하던 이집트항공 여객기가 지중해 상공에서 실종된 사건은 공항보안에서 이 같은 취약점에 관한 우려를 한층 고조시켰다. 수사팀은 관제사와 비행기 사이의 연락이 두절되기 전 3분 사이 객실 앞부분에서 연기가 감지됐다고 밝혔다. 갑작스런 재난(화재가 가장 유력하다)으로 비행기가 바다에 추락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기사 완성 시점까지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이집트 정부가 잠수함을 파견해 사고기의 비행 데이터가 기록된 블랙박스를 수색하는 한편 당국자들은 기술적 결함을 포함해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락 직후 이집트 당국자들은 테러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치안 분석가들은 사고기가 같은 날 에리트레아의 아스마라에서 튀니지의 튀니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이로를 거쳐 파리 드골 공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집트항공 MS804편이 지중해 상공에서 폭탄 폭발로 추락했다면 폭발물이 파리보다는 아스마라, 튀니스 또는 카이로에서 기내에 반입됐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5월 하순 실종된 이집트 항공 비행편이 파리 드골 공항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은 유럽 심장부 공항의 취약점에 관한 우려를 고조시켰다. 사진은 드골 공항을 순찰하는 경찰관들.
항공안전 전문가들은 내부자의 위협이 빈곤·급진주의·분쟁 지역의 공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2007년 4명의 남성이 뉴욕 JFK 공항의 연료 탱크와 송유관 폭파 음모 혐의로 체포됐다. 용의자 한 명은 JFK의 화물담당 직원 출신이었다. 잉글랜드 뉴캐슬에선 브리티시 항공 직원 라지브 카림이 항공기 폭파 음모 혐의로 체포된 뒤 2011년 30년 형을 선고받았다. 2013년엔 무슬림 개종자이자 항공전자공학 기술자 테리 리 로웬(58)이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함정수사에 걸려 들었다. 캔자스 주 위치타 공항에서 차량폭탄 테러를 시도한 뒤였다. 2014년에는 애틀랜타의 하츠필드-잭슨 국제공항의 수하물 취급 담당자 유진 하비가 검거됐다. 애틀랜타-뉴욕 간 비행편에 총기 최소 125정 이상을 실어 공범의 총기 밀반입을 도운 혐의였다. 이 같은 사건은 모두 세계 최첨단으로 꼽히는 보안 기술과 절차를 따르는 공항에서 발생했다.9·11 테러 당시 납치범들은 칼을 소지한 채 공항 보안을 통과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마찬가지로 메트로젯 항공편의 폭파범(들)은 새로운 형태의 위협을 세상에 제기했다. 자폭 테러범 또는 탑승자만 인명 피해를 초래하는 테러를 저지르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러시아 수사 당국자들은 먼저 현장에 도착한 이집트 수사팀이 비행기 동체 파손 부위에 대한 증거를 훼손시켰다고 말했다.
현재 안전 컨설턴트로 일하는 베테랑 민항기 조종사인 마이크 비비안은 이렇게 말한다. “안전은 어떤 약점을 갖고 있느냐에 좌우된다. 공항 직원이 그런 아킬레스건일 수도 있다. 그들은 온갖 관련 검색과 심사를 통과하면서도 눈에 띄지 않게 급진 과격파로 변해간다. 식품 공급자, 연료 보급자, 화물 하역자, 청소부, 유지보수·운전 담당자, 경찰, 세관원 등 공항 내부 출입이 허용되는 모든 관계자가 해당된다.”

메트로젯 폭파 사건의 여파로 전 세계의 공항들은 직원의 보안 심사를 강화했다. 파리의 오를리와 샤를 드골 공항에선 보안 쇄신작업이 펼쳐졌다. 약 70명의 직원이 1급 보안지역 출입 자격을 상실했다. 그중 상당수가 극단주의 단체와의 연관성을 의심받았다. 하지만 내부자 위협에 대한 전면적인 보안 조치 실시는 말처럼 쉽지 않다. 런던 히드로 공항의 근무자는 7만6000명이다. 일일이 심사하기에는 노력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 브리티시 항공은 영국에서만 매일 10만 개의 기내식, 수만 개의 음료 캔을 기내에 반입한다. IS는 메트로젯 비행편을 추락시킨 폭탄을 청량음료 캔에 숨겨 놓았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캔을 일일이 검사할 수는 없다.항공기 테러범들이 약점을 새로 찾아낼 때마다 당국은 큰 비용을 들여 철저하게 틀어막아야 한다. 하지만 공항의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직원이 작정하고 약점을 파고들 때는 막기도 힘들 뿐 아니라 비용도 많이 든다.

샤름 엘셰이크 공항에서 비행기에 폭탄을 설치하는 아이디어는 윌라얏 시나이 현지 조직에서, 목표물과 집행명령은 IS 지휘본부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비행기에 밀반입된 음료 캔 폭탄 한 개는 파괴적인 위력을 지닌다. 비행기에 타고 있던 불운한 승객만 희생되는 게 아니다. 메트로젯 폭파가 보여줬듯이 그것은 우방들을 이간질시키고, 관광업 기반 경제를 초토화시키고, 강대국이 특급 킬러들을 풀어놓게 하고, 전 세계의 항공사와 공항들이 짜증날 만큼 엄격한 보안절차를 더 강화하게 만들고, 항공기 여행 계획을 가진 사람들을 겁먹게 할 수 있다.

지난 수개월 동안의 사건들은 고통스런 의문을 던진다. 테러범들과의 두더지 잡기 게임에서 문명사회가 패함에 따라 기내 폭탄 설치의 신시대에 접어든 걸까?

메트로젯 9268편의 마지막 비행 개시 20분 뒤 비행기는 약 9.2㎞ 고도에 도달했다. 자동조종 기능에 따라 날개들이 모두 수평을 유지하며 순항 고도로 비행하고, 조종사들은 평소 이륙 완료 후 그랬듯이 커피를 홀짝이기 시작했을 테고, 100% 이코노미석 비행기의 많은 승객은 잠을 청하고 있었을 것이다.

러시아의 비상사태부(MChS, Emergency Situations Ministry)가 실시한 잔해 분석에 따르면 폭발로 인해 비행기의 알루미늄 합금 표면에 지름 15㎝의 큰 구멍 한 개와 여러 개의 작은 구멍들이 뚫렸다. 비행기 동체의 형태를 유지시키는 스트링거 일부도 날아갔다. TNT 같은 현대적인 고성능 폭발물은 보통 폭발할 때 1000배나 팽창한다. 그로 인해 객실 내에 압력이 급증하면서 30번과 31번 좌석 근처에서 동체 바닥으로부터 천장까지 돌아가며 수직으로 쪼개졌다.

항공 업계가 이용하는 온라인 정보원 Flightracker.com에서 9268편의 비행 추적 관련 기초 데이터를 공개했다. 그에 따르면 오전 6시 12분 56초~6시 13분 02초의 6초 사이 비행기의 고도가 두 번씩이나 약 1.2㎞ 가까이 상승과 하강을 반복했다. 필시 그처럼 급상승과 급하강을 반복하면서 비행기의 꼬리가 떨어져 나갔을 것이다. 그에 따라 비행기의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려 곤두박질치면서 수하물과 잔해가 하늘로 흩어진 듯하다. 한 어린이의 시신은 주요 추락지점에서 8㎞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폭파 26초 뒤인 오전 6시 13분 22초에 비행기 고도는 8.5㎞로 낮아졌고 대지속도(ground speed, 지표면을 향하는 속도)는 400노트에서 62노트로 떨어졌다. 비행기가 거의 수직 강하했다는 의미다. 그 시점에서 사고기는 비행 데이터 전송을 중단했다. 그러나 MChS의 잔해 현장 조사를 이용해 작성된 애니메이션 그래픽에 따르면 추락 중 어느 시점엔가 오른쪽 엔진이 날개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비행기가 왼쪽 방향으로 회전했다. 그리고 몇 초 뒤 왼쪽 엔진도 떨어져 나갔다. 비행기의 주요 부분은 땅에 추락해 산산조각 났다.

IS는 메트로젯을 추락시킨 폭탄을 음료 캔에 숨겨 놓았다고 자랑하면서 뇌관과 스위치 등 부품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3시간 뒤 IS의 윌라얏 시나이라는 이집트 지하드 단체가 배후를 자처하는 트윗을 띄웠다. “IS 전사들이 220여 명의 러시아 십자군 전사들을 태우고 시나이 지방 상공을 지나던 러시아 항공기를 격추시켰다. 신의 가호를 받아 모두 처치했다.”

윌라얏 시나이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집트 당국은 처음엔 테러와의 관련성을 전면 부인했다. 이집트의 중앙항공사고 당국 책임자 아이만 알무카담은 추락 몇 시간 뒤 기자 브리핑에서 조종사가 연락을 취했었다고 밝혔다. 기술적인 결함으로 인해 시나이 북부 엘 아리시 국제공항에 비상착륙을 시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었으며 그것을 시작으로 비행기의 추락 원인이 테러가 아니라는 공식적인 부인이 잇따랐다. 이 같은 패턴은 이집트 당국이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듯한 인상을 줬다.

이는 테러범들로선 또 다른 승리였다. 그들의 적 중 하나를 나약할 뿐 아니라 멍청하게 만든 것이다. 곧 세 번째 승리도 거머쥘 참이었다. 우방들끼리 싸움을 붙이는 일이었다.

러시아와 이집트 관계는 역사적으로 애증이 교차했지만 메트로젯 사고 당시엔 가까웠다. 이집트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민선 대통령인 무슬림 형제단 지도자 무함마드 무르시가 축출된 뒤 러시아는 장성 출신인 압델 파타 엘 시시 신임 대통령에게 호의적이었다.

현지의 이집트 군은 실종된 비행기 수색팀을 사막으로 파견했다(시나이는 5년간 지속된 이슬람주의자들의 저항으로 인해 이집트에서 가장 병력이 많이 배치된 지역으로 꼽힌다). 정오 무렵 이집트 매체는 시체와 잔해가 발견됐다는 1차 보도를 전했다. 동시에 러시아의 MChS는 추락 전문가와 장비를 갖춘 안토노프 특별 수송기 3대를 샤름 엘셰이크로 서둘러 파견했다.

그 무렵 러시아는 추모 분위기였다. 사고기의 도착지였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풀코보 공항에선 희생자 가족들이 뉴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수입업체 관리자 알렉산드르 보이텐코도 있었다. 그의 여동생 이리나(37)와 조카딸 알리사(14)가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 그는 “조카딸의 첫 비행기 여행이었다”며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이 됐다”고 말했다. 피해자 가족들과 다른 많은 러시아인들은 해명(그리고 처벌)을 원했다. 오후가 되자 러시아 수사팀이 조사에 착수했다.

시나이 사막의 중심부는 모래가 아니다. 바위들이 널리 깔린 단단한 황무지였다. 10월에도 낮 기온이 30℃를 넘었다. 며칠 뒤 추락 현장을 찾은 러시아의 한 TV 기자는 “평평한 황색 바위가 수㎞까지 뻗어 있는 비디오 게임 속 풍경”이었다고 전했다. “MChS 수색팀은 전문적이었다. 대오를 지어 걸어가면서 수㎞에 걸친 지역을 훑으며 증거를 찾았다.”

피해자 가족의 대표 변호사 이고르 트루노프에 따르면 이집트 경찰은 전문성이 떨어졌다. “이륙 전 희생자 중 다수가 사진에서 장신구를 착용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고가의 휴대전화뿐 아니라 가방 속에 귀중품을 갖고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추락 후 모두 어디로 사라졌는가? 이집트 경찰의 해명이 필요하다고 본다.”러시아 기자들이 인터뷰한 MChS팀 대원들에 따르면 먼저 현장에 도착한 이집트 수사팀의 비행기 동체 파손 부위에 대한 증거 채취가 부적절했고 그 증거도 훼손됐다. 정확히 어떤 폭발물이 사용됐는지 규명하기가 어려웠다. 지대공 미사일에 의해 비행기가 격추됐을 수 있다는 추측도 있었다. 하지만 기내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증거가 나오면서 그런 짐작은 쑥 들어갔다. MChS 요원들은 TV 기자들에게 검은색 플라스틱과 빨간색 나일론 소재의 가방 2개를 보여줬다. 모두 그을린 자국 그리고 불에 녹은 게 분명했다.

러시아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부에 대한 군사지원을 강화한 직후 메트로젯 여객기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지난 3월 초 시리아 내 공군기지에서 출격 대기 중이던 러시아 전투기와 폭격기들.
11월 1일 정오 무렵에 러시아와 이집트 수사팀은 163구의 시신을 발견했다. 하루 뒤 시신들과 신원불명의 시신 부위들이 담긴 관들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보이텐코는 모친과 함께 2시간 동안 숨진 누이동생과 조카의 신체 세부 특징을 묘사하는 양식을 작성했다고 돌이켰다. 일부 가족은 DNA 검사가 끝나기 전에 시신의 매장을 주장했지만 12월 11일 검사 결과가 나온 뒤 3구의 시신이 엉뚱한 가족에게 넘겨진 사실이 밝혀져 다시 발굴해 재매장해야 했다.

러시아인이 슬픔과 분노로 신음하는 동안 이집트 정부는 메트로젯 여객기가 테러공격을 받은 건 아니라고 계속 주장했다. 참사 후 4개월 가까이 지난 2월 24일, 엘시시 대통령이 마침내 사고기가 테러 공격으로 추락했다고 시인했다.

그 무렵, 폭파범들이 승리로 여길 만한 움직임들이 이어졌다. 11월 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발 이집트행 항공편을 모두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유령의 도시가 된 샤름 엘셰이크는 이집트의 관광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안겨줬다. 며칠 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폭탄이 사고 원인이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크렘린 정부는 이어 전 세계적으로 범인들을 찾기 위해 대대적인 수색 작전을 개시했다. 러시아는 폭파범 검거의 결정적인 단서에 현상금 5000만 달러를 내걸었다. 그런 조치가 범인의 생포나 처형으로 이어질지 모르지만 이슬람주의 전사들은 자신들의 도발에 대응해 군사적 또는 그에 준하는 작전을 전개할 때 승리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포상금이 미국 정부가 오사마 빈 라덴에 내걸었던 금액의 2배에 가깝다는 사실에도 긍지를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푸틴 대통령은 11월 17일 TV로 중계된 러시아의 안전보장회의에서 “그들이 어디에 숨어 있든 끝까지 추적하겠다”며 “지구 끝까지라도 찾아가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또한 살인자들을 보호하다가 발각되면 어떤 나라든 가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크렘린 정부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우리는 유엔헌장 제51조 자위권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며 “이 같은 대통령령에 시간적 또는 지리적 한계는 없다”고 덧붙였다.그 결과에 푸틴 개인의 위신을 걸었으니 FSB가 전례 없이 대대적인 수색 작전을 벌인 것은 분명하다. 옛 소련 대외 첩보 분야에서 일한 KGB 소장 출신 장성은 “범인을 반드시 찾는다”며 “우리는 이집트·시리아·이라크 등 지역 전반에 걸쳐 친구와 동료가 많다”고 밝혔다. FSB는 러시아의 적들을 추적해 암살해 왔다. 체첸공화국의 한 분리주의 지도자는 2004년 카타르에서 러시아가 재가한 차량폭탄으로 살해됐다고 알려졌다. 또 다른 사람은 지난해 11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크렘린 킬러의 총알에 목숨을 잃었다고 추정됐다. 2006년 KGB에 등을 돌린 알렉산더 리트비넨코의 폴로늄 독살에 FSB가 관여했다는 설은 널리 알려졌다. 업무상 익명을 요구한 그 전직 장성은 “장담컨대 우리 동료 중에는 이 지역에 뛰어난 전문가들이 많다”며 “우리의 영향력은 아주 멀리까지 뻗친다”고 말했다.

이집트 항공 추락 사고 후 샤리프 이스마일 총리(사진)를 비롯한 이집트 당국자들은 여객기가 테러 공격을 받은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러시아와 서방 첩보당국자들은 유력한 용의자를 찾아냈다고 본다. 아부 오사마 알마스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카이로 알아즈하르대학 출신의 전 의류 수입업자다. 42~43세쯤인 그는 2011년 시나이 반도에 기반을 둔 소규모 지하드 단체의 고위 지도자였다. 직역하면 예루살렘을 의미하는 ‘성소의 지지자들’이라는 안사르 바이트 알마크디스(ABM)라는 단체였다. 2011년 이집트 혁명의 여파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나자 그의 후임인 무르시는 이집트 교도소에 수감됐던 전사 수백 명을 풀어줬다. 그중 다수가 ABM의 지하드에 가담했다. 초창기 ABM은 대부분 이스라엘 목표물을 겨냥해 국경 너머로 로켓포를 발사하고 가스 수송관을 폭파했다. 2013년 무르시가 이집트 군부에 쫓겨나자 알마스리는 작은 단체들을 규합해 이집트 군부의 표적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2012~2015년, 시나이의 ABM을 비롯한 단체들은 군사 기지와 마을에 대한 400건 이상의 공격을 실시했다). 알마스리의 포부는 커져만 갔다. 2014년 11월 10일 인터넷에 올려진 설교 동영상에서 ABM은 IS에 대한 충성을 다짐했다고 한 대변인이 발표했다.

충성서약 후 ABM은 시나이 지방을 뜻하는 윌라얏 시나이로 개명했다. 런던의 싱크탱크 아시아-태평양 재단의 국제안보 담당 사잔 고헬 팀장은 “윌라얏 시나이와 이라크 IS의 관계가 밀접하다”고 말했다. 알카에다는 이집트인인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공동 창설한 만큼 이집트와 인연이 깊지만 알마스리는 IS와 손잡았다고 고헬 팀장은 설명했다. “알카에다는 항상 비밀스런 반면 IS는 공개적으로 영토를 장악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폭력 성향도 두 단체의 공통 분모다. “IS 브랜드 밑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은 특히 무슬림과 배교자들에 대한 극도의 잔인성에 이끌린다. 알카에다는 의도적으로 무슬림을 겨냥하지는 않지만 IS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들을 죽인다.”

분석가들은 샤름 엘셰이크 공항에서 비행기에 폭탄을 설치하는 아이디어가 윌라얏 시나이에서 나왔다고 본다. 그러나 정확한 목표물과 집행명령은 시리아 라카에 있는 IS 지휘본부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앨리슨 맥나머스는 “메트로젯 폭파는 IS가 배후라고 주장하지만 이집트적인 특성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맥나머스 소장은 미국 워싱턴 소재 단체 타흐리르 중동정책연구소 소장이다. 샤름 엘셰이크 공항의 보안 절차에 정통한 공작원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계획은 북부나 남부 시나이쯤에서 수립됐을 것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전략적·기술적 노하우는 IS에서 입수했을지 모르지만 전반적인 계획과 집행은 현지에서 이뤄졌을 것이다.”고헬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분명 두 조직이 접촉할 뿐 아니라 자원을 공유하고 암호화된 데이터를 통해 기술 정보를 교환한다. IS와 제휴 단체 간에 차별성이 있지만 다크웹(dark Web, 일반 검색엔진으로는 접근이 불가능한 심층 웹)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테러 활동과 관련해 상세하게 논의한다고 알려졌다.”

추락한 이집트항공 여객기 탑승자 가족이 위로를 받고 있다. 사고 후 안전 우려로 인해 이집트 방문객이 급감한다.
윌라얏 시나이는 그저 IS의 2부 팀인 것은 아니다. 탄탄한 조직을 갖춘 세련된 단체다. 맥나너스 소장은 “시나이 전사들은 이라크·시리아·리비아로 건너가 전략·전술·기술 지식 개발 훈련을 받는다”고 말한다. “윌라얏 시나이는 IS보다 규모는 작을지 몰라도 지식이나 경험은 뒤떨어지지는 않는다. 이집트와 시나이의 지하디스트들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기로 손꼽힌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샤름 엘셰이크에 대한 내부자 공격 준비가 목표물이 선정되기 훨씬 전부터 시작됐다는 점이다. 폭탄을 설치한 남자가 테러가 발생하기 얼마 전 공항 일자리에 지원했으며 “구체적으로 수하물 하역 담당으로 일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FSB와 관련된 타블로이드 매체 ‘라이프 뉴스’가 지난 2월 인용 보도한 러시아 보안 분야 정보원의 주장이다(FSB는 그 기사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9월 30일 러시아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부를 지원하는 돌발적인 공습 작전을 개시했을 때 윌라얏 시나이의 공작원(공작원들)이 이미 배치됐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IS의 온라인 잡지 다비크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공습 개시 이후 공격 표적이 ‘서방’ 비행기에서 러시아로 바뀌었다. 시리아 IS의 지도자이자 공식 대변인인 아부 무함마드 알아드나니는 10월 13일 공개한 오디오 메시지에서 각지의 청년들에게 “러시아인·미국인과의 성전에 붙을 댕기라”고 촉구했다. 메트로젯 테러가 사실이든 아니든 윌리얏 시나이는 그 부름에 답할 준비가 돼 있었다.

다비크는 또한 메트로젯을 추락시킨 장치라고 주장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찌그러진 슈웹스 음료 캔에 폭발물, 황색선이 달린 5㎝의 뇌관, 절연 테이프로 덮인 엄지 손가락 크기의 전자 타이머가 담긴 초보적인 사제 폭탄이었다. 일부 보안 전문가들은 매우 작은 장치가 그렇게 파괴적인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지 의구심을 나타낸다. 과거 최대 455g 장치의 폭발을 견뎌낸 항공기가 여러 대 있었다. 1986년 4월 TWA 840편이 그리스 상공을 비행하던 중 객실에서 폭탄이 터져 동체에 큰 구멍이 뚫렸다. 승객 4명이 비행기 밖으로 빨려나가 목숨을 잃었지만 비행기는 안전하게 착륙했다. 바로 지난 2월에도 소말리아에서 지부티로 향하던 다알로 항공기에 자폭테러범이 노트북 컴퓨터에 숨겨 반입한 작은 폭발물이 터져 동체 측면에 1.8mx0.9m의 구멍이 뚫렸다. 지하드 단체 알샤밥과 관련됐다고 여겨지는 테러 용의자만 희생되고 비행기는 소말리아 모가디슈에 비상 착륙했다.

보안 컨설턴트 비비안은 그 장치의 폭발력보다 어디 설치됐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메트로젯 항공편에선 폭탄이 압력 격벽 가까이 설치돼 치명적이었다. 분명 누군가 에어사이드(항공기 운항 관련 기술업무 지역)의 작업과정, 폭발물 설치에 적당한 장소를 알고 있었다.”

현지의 노하우와 인력, 그리고 IS 본부의 기술력과 행동개시 명령의 조합. 이는 이집트와 시나이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중동·아프리카 등지에서 IS 제휴 단체들의 영향력과 숫자가 확대되면서 그런 패턴의 테러가 어디서나 재현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비행기 추락 사고로 25세의 딸 에브게니야를 잃은 알렉산더 솔로구보프 같은 피해자 가족들의 고통과 분노는 가라앉지 않는다. 그는 지난 11월 러시아 TV에서 “나는 테러범들을 쏴 죽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들의 목숨을 살려두고 224일 동안 고문해야 한다. 그들은 매일 죽게 해달라고 기도할 것이다. 그들에게 알라를 위한 죽음은 명예로운 일이다. 그들이 원하는 죽음을 줘선 안 된다.”

윌라얏 시나이와 IS에 폭탄테러 공격은 엄청난 성공이었다. 맥나머스 소장은 “IS는 이라크와 시리아 내 자신들의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공습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동시에 윌라얏 시나이는 이집트 정부도 공격해 관광업 기반 경제를 수렁으로 빠뜨리는 데 성공했다. 윌라얏 시나이는 또한 전 세계의 이목을 끌면서 해외의 동료 조직으로부터 존경과 지원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이집트의 신뢰도(그리고 안정)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10월의 공격뿐 아니라 지난 4월에는 알렉산드리아의 공항을 통해 밀반입된 가짜 자폭 조끼를 이용한 비행기 납치도 있었다. 그 7개월 사이 이집트 당국은 진실을 알리기보다 자신들의 실패를 은폐하는 데 더 급급한 듯했다. 그들은 또한 메트로젯 용의자를 재판대에 세우는 데도 지지부진했다. 다만 지난 1월 로이터 통신이 인용한 익명의 정보원에 따르면 2014년 중순 시리아의 IS에 합류한 사촌을 둔 이집트항공 기술자 1명, 폭탄을 설치한 혐의가 있는 수하물 취급 담당자 1명, 2명의 경찰관이 구금됐다고 주장했다. 이집트 내무부에 따르면 현재 그 사건과 관련해 구금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집트는 전에도 이처럼 사건 조사에 미적거린 전력이 있었다. 1999년 로스앤젤레스발 이집트항공 999편이 뉴욕을 경유해 카이로로 향하던 중 대서양에 추락했다. 이집트 항공 역사에는 정말 마가 낀 듯 역시 10월 31일 발생한 일이었다. 이집트 민간항공부는 기계적 결함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기와 조종석 음성 기록은 부조종사 가밀 알바투티가 비행기와 동반 자살을 각오한 듯 의도적으로 비행기를 급강하시켰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조종석 녹음기에 포착된 마지막 2분 43초 동안의 대화 중 ‘타와킬탈라 알라’란 말을 11회나 반복했다. ‘나를 신에 맡긴다’는 의미다.

이처럼 진실을 은폐하는 문화 때문에 이집트는 테러범들의 농간에 놀아날 수 있다. 그것은 IS가 원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이번 이집트항공편의 추락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 5월 21일 공개된 음성 메시지에서 IS의 한 대변인이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개시하라고 추종자들에게 촉구했지만 이집트 항공편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집트 정부의 전력을 볼 때 이번에도 자신들에게 정치적으로 편리한 방향으로 포장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그것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고 두려움을 더욱 확산시킬 뿐이다. IS는 메트로젯 폭파로 끔찍한 전쟁을 다시 시작했다. 이젠 그런 위협에 맞서 이 같은 약점을 신속히 보완하는 일은 그 적수의 몫이다.

- 오웬 매튜스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 美, 환율관찰대상국 명단에 한국 재지정

2“위기의 한국 증시, 용기 내고 미국 증시 두려움 가질 때”

3부동산 PF 자기자본 현행 3%서 20%로 높인다

4'김가네' 회장, 성범죄 이어 횡령 혐의로 경찰 수사

5'이것'하면 돈 날린다...전문의도 비추하는 '건강검진' 항목은?

6나라살림 이대로 괜찮아?...연간 적자 91조 넘었다

7"노사 화합의 계기"...삼성전자 노사, 임협 잠정합의안 마련

8프라우드넷, 네이버클라우드와 솔루션 사업협력을 위한 파트너십 계약 체결

9SOOP, 지스타 2024에서 ‘SOOP AI’ 신기술 공개

실시간 뉴스

1 美, 환율관찰대상국 명단에 한국 재지정

2“위기의 한국 증시, 용기 내고 미국 증시 두려움 가질 때”

3부동산 PF 자기자본 현행 3%서 20%로 높인다

4'김가네' 회장, 성범죄 이어 횡령 혐의로 경찰 수사

5'이것'하면 돈 날린다...전문의도 비추하는 '건강검진' 항목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