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은 롯데 월드타워 면세점] 영업 종료 앞두고 ‘눈물의 세일’
[말 많고 탈 많은 롯데 월드타워 면세점] 영업 종료 앞두고 ‘눈물의 세일’

지난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특허 재승인에 실패한 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직접 나서 대규모 사회환원 계획을 발표하는 등 ‘면세점 구하기’에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형제 간 경영권 분쟁으로 구설수에 오르면서 롯데그룹 전체의 이미지가 실추되며 신 회장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1위 타이틀을 거머쥔 롯데가 면세점 사업에 대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걸 모르는 이는 없다”며 “그럼에도 경영 외 요소가 탈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규 준수도’ 항목에서 불리
관세청은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공고를 내면서 심사 평가표를 함께 공개했다. 총점 1000점 가운데 검찰 수사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법규 준수도’ 항목이 80점을 차지한다. 롯데 관계자는 “면세점 외적인 부분이 심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우려스러운 건 사실”이라면서도 “일단 영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지만 월드타워점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만큼 신규 특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선 낙관적인 입장도 나온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평가표 항목을 보면 우리가 불리한 부분이 없다”며 “면세점 특허는 검찰 수사 이슈와는 별개의 문제로 보고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989년 1월 롯데월드에서 출발한 롯데 잠실 면세점은 2014년 10월 지금의 롯데월드몰(제2롯데월드)로 자리를 옮기고 간판도 ‘월드타워점’으로 바꿔 달았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지난해 매출은 6112억원으로, 서울 시내면세점 가운데 롯데 소공점, 장충동 신라면세점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2004년(1510억 원)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매출 규모가 4배 이상으로 불었다. 롯데면세점은 오는 하반기 추가 면세점 특허를 반드시 따겠다는 입장에 따라 모든 내부 시설을 유지하고 인터넷 면세점을 통해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는 계획이지만, 업계의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이번 검찰 수사로 롯데는 그룹의 숙원사업이었던 잠실 제2롯데 월드마저 불안한 상황이다. 월드 타워점 재개장에 악재가 발생했고, 연말 타워 완공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롯데월드타워 인허가 관련 비리 의혹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롯데면세점 영업 공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롯데면세점은 우선 월드타워점 공간 일부를 중소기업 제품이나 토산품 홍보관 등 상생을 위한 목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인터넷면세점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키오스크(단말기)를 설치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월드 타워점 근무 인력들은 고용 유지 원칙 아래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거나 휴가와 교육을 받게 될 예정이다. 현재 월드타워점에는 롯데 소속 직원 150여명과 입점 브랜드 파견직원 1000여명 등 1300명가량이 근무하고 있다.
강자(롯데)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 업계는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사업자 추가 선정을 앞두고 사업자 간의 경쟁이 조기 점화하는 듯한 분위기다. 대기업 몫의 서울 시내면세점 3곳을 놓고 롯데·SK·현대백화점 등이 일찌감치 도전 의사를 밝혔다. 신세계도 도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여 올 연말 시내 면세점 입찰은 ‘롯데면세점(월드타워점)-현대백화점(무역센터점)-신세계(강남점)’의 유통 공룡간 ‘강남 3파전’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SK네트웍스는 재도전을 통해 지난해 워커힐 면세점의 도전 실패를 설욕한다는 목표다. 특허 갱신에 실패한 워커힐 면세점은 5월 16일 이미 영업을 종료했다. 지난해 면세점 대전에 나섰다가 탈락한 현대백화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신규 면세점 특허 신청에 참여할 예정”이라며 “입지 후보로는 무역센터점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금알 낳는 거위는 옛말?
중소·중견기업 몫의 서울 시내면세점 1곳 도전자로는 형지·유진 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중소·중견기업 몫으로 특허권을 따낸 에스엠면세점(하나투어·토니모리·로만손 등 합작법인)은 이번에 도전하지 않고 인천공항점과 인사동점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 시내 면세점 수가 늘어나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면세점 사업은 갈수록 과열 경쟁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현재 서울 시내엔 롯데면세점(소공점·코엑스점)과 신라·동화·신라아이파크·갤러리아·신세계·두타·에스엠면세점 등 9곳이 영업 중이다. 올 연말 4곳이 추가되면 모두 13곳으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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