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전쟁의 불편한 진실
21세기 전쟁의 불편한 진실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 민간인 희생 불가피한 드론 전쟁의 도덕적 딜레마 다뤄 전쟁은 종종 소름 끼치도록 정확한 시간감각을 지닌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할리우드 스릴러 ‘아이 인 더 스카이’(국내 개봉 7월 14일)도 그렇다. 이 영화는 화면을 가득 메운 인용문으로 시작한다. ‘전쟁의 첫 번째 희생자는 진실이다(In war, truth is the first casualty).’ 이 문구는 영화의 중심에 자리 잡은 도덕적 딜레마를 상징한다. 알샤바브 대원들에 대한 드론 공격에 앞서 잠재적 희생자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는 가상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현대 전쟁이 제기하는 문제점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영화 시사회 직후 국제 인권단체 ‘리프리브’ 주최 토론회에 참석한 미 공군 기술병 키언 웨스트모어랜드 등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상황은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할리우드의 첫 번째 희생자는 정확성(Accuracy is often the first casualty in Hollywood)’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아이 인 더 스카이’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흥미진진한 스릴러일 뿐 아니라 갈수록 자동화하는 전쟁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작품이다.
개빈 후드(‘엔더스 게임’ ‘갱스터 초치’) 감독은 “드론 전쟁과 관련된 복잡한 도덕적 문제와 매우 현실적인 윤리적 딜레마에 관한 영화”라고 말했다.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에게 얘깃거리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드라마틱한 스릴러다.”
지난 4월 이 영화가 미국에서 개봉되기 몇 주 전 미국방부는 유인기와 무인기 공격으로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북쪽의 알샤바브 훈련소에 있던 무장대원 150명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영화 개봉의 타이밍이 기막혔다.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가이 히버트는 이 일이 21세기의 ‘완전히 새로운 전쟁 방식’을 다시 한번 강조해준다고 설명했다. 병사들이 전장에서 맞대결하기보다는 군사 강대국들이 자국의 기지에서 특정 목표를 겨냥해 공격한다.
하지만 그런 전쟁 방식에는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할 위험이 따른다. ‘아이 인 더 스카이’는 드론 공격의 잠재적 희생자를 이야기의 중심에 놓고 드론 전쟁의 문제점을 파헤친다. 그 희생자는 나이로비의 빈민가에서 빵을 파는 아홉 살짜리 소녀다. 소녀는 자살폭탄 테러를 준비 중인 알샤바브 대원 2명과 폭탄제조원, 알샤바브 고위 관리 몇 명이 숨어 있는 은신처 밖에 가판대를 펼쳐놓았다.
영국의 캐서린 파월 대령(‘더 퀸’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헬렌 미렌)은 영국인 테러리스트 1명을 추적 중이다. 미국의 드론이 마침내 케냐의 은신처에 숨어 있는 그 목표물을 찾아낸다. 감시 카메라를 통해 그가 속한 무장단체가 자살폭탄 테러를 준비 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생포작전이 사살작전으로 바뀐다.하지만 미국의 드론 조종사 스티브 와츠(아론 폴)가 미국 네바다 주의 벙커에서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하려던 순간 작은 소녀가 폭발반경 안으로 들어온다. 이 소녀의 존재는 미국과 영국 정부 내에서 공격의 도덕성과 합법성에 관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영국의 프랭크 벤슨 중장(지난 1월 암으로 사망한 앨런 릭먼이 영화에서 연기한 마지막 역할이다)이 등장한다.
영화는 알샤바브 대원들을 상대로 대테러 공작을 수행 중인 미국과 영국의 합동 군사작전팀이 그 건물을 공격할 것인가(그리고 그 과정에서 소녀를 죽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히버트는 잠재적 희생자를 영화의 중심에 놓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발생한 전쟁의 희생자 중 약 75~80%가 민간인이지만 그들을 중심으로 한 전쟁영화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영화 ‘드론전쟁: 굿 킬’의 현실성 부족을 비판한 드론 조종사 브랜든 브라이언트와 마찬가지로 웨스트모어랜드는 드론 전쟁에 관한 할리우드의 묘사가 민간인에게 이 비밀스런 세계를 정확하게 소개할 기회라고 생각한다. 웨스트모어랜드는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미국 드론 프로그램의 효율성을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드론의 전술·전략적 가치는 인정하지만 미국과 전쟁하지 않는 나라에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미국이 땅 위의 상황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아이 인 더 스카이’에서는 감시 카메라의 고해상 화면으로 옷의 무늬 같은 세부사항까지 보인다. 하지만 웨스트모어랜드에 따르면 실제로는 화면이 그렇게 선명하지 않다. 먼지 때문에 영상이 흐릿하고 신호가 약하다. “영화는 드론이 매우 정확한 무기라는 인상을 준다”고 그는 말했다. 그런 묘사는 작전을 지휘하는 관리들이 참고하는 화면의 질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웨스트모어랜드는 1명의 (잠재적) 희생자 때문에 정부에서 열띤 논쟁이 벌어지는 상황 또한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때때로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의 행사장을 목표로 삼으며 그런 공격에 어느 정도의 인명 피해가 따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백악관과 미 국방부는 드론이 민간인 사망자를 거의 내지 않으면서 미국과 우방을 해치려는 그룹의 핵심 지도자들을 제거하는 정확한 무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탐사보도 전문 사이트 ‘인터셉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5개월 동안 발생한 사망자 10명 중 9명은 목표 물에 가까이 있던 민간인이었다고 보도했다. “민간인 한 명 때문에 공격을 중단하진 않는다”고 웨스트모어랜드는 말했다.
비록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이 영화는 관객에게 드론 전쟁 주역(의사결정권자부터 드론 조종사까지)의 입장에서보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기회를 준다. 영화에서 미국의 드론 조종사로 나오는 아론 폴은 이렇게 말했다. “난 드론 조종사들이 벙커에 앉아 편안하게 무인기를 조종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그들은 매우 끔찍하고 두려운 상황에서 일한다. 예를 들어 그들은 어떤 건물에 폭탄을 떨어뜨릴 때 무고한 민간인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미렌은 이 영화에 출연하면서 드론 관련 뉴스를 더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게 됐다고 말했다. 알샤바브 훈련소에 대한 미국의 공습을 두고 그녀는 “물론 그 사망자 중엔 무고한 민간인도 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케냐의 공습과 관련해 윤리적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듯이 소말리아에서 (미국 관리들은) “매우 어려운 결정을 해야 했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드론 공격 여부에 영향을 줄 정치적·기술적 요소들을 얼마든지 토론해도 좋다”고 후드 감독은 말했다. “하지만 난 궁극적으로 이 영화가 우리 모두에게 연민과 동정심을 일깨워 주길 바란다.”
이 영화는 또 드론 전쟁이 목표물을 장거리에서 공격하는 드론 조종사에게 어떤 심리적 영향을 미치는지도 조명한다. 히버트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군사 기지에서 1만5000㎞ 이상 떨어진 나이로비의 건물을 폭파시키는 조종사는 어떤 기분이 드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현직 미군 드론 조종사 1명을 대본 작업에 참여시켰다. 그 조종사는 오전엔 아프니스탄 상공에 띄운 드론을 조종하고, 오후에는 로스앤젤레스에서 히버트의 대본 작업을 도왔다.
히버트는 드론 전쟁의 전투원들은 전쟁의 후유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동지애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드론 조종사를 생각해 보라. 그는 혼자 차를 몰고 기지로 출근한 뒤 컨테이너 속에 들어가 하루 종일 모니터를 들여다본다. 때때로 누군가를 공격해 죽일 수도 있다. 그리고 퇴근 시간이 되면 컨테이너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간다. 어쩌면 자녀가 잠자리에 들기 전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부인과 말다툼을 하거나 친구들과 술을 마실지도 모른다. 하지만 낮 동안 자신에게 일어난 일과 자신이 한 일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마음을 정리할 기회는 없다.”
영화의 배경으로 나오는 나이로비 교외의 이스트레이는 케냐 인접국인 소말리아 출신의 이민자가 많이 사는 곳이다. 소말리아인은 현대 전쟁의 양상을 너무도 잘 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비영리 뉴스기관 TBIJ에 따르면 미국은 2007년 이후 소말리아에서 여러 차례 비밀작전을 펼쳤으며 지난 1~4월까지 적어도 네 번의 드론 공격을 수행했다.
히버트는 그런 행동의 장기적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10년 후면 상황이 뒤바뀔 수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 “알샤바브 같은 무장단체들이 드론과 자동기계 장비를 갖추게 되면 우리가 지금 그들에게 하는 일을 그들이 우리에게 할 것이다.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 코너 개피·로렌 워커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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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사회 직후 국제 인권단체 ‘리프리브’ 주최 토론회에 참석한 미 공군 기술병 키언 웨스트모어랜드 등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상황은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할리우드의 첫 번째 희생자는 정확성(Accuracy is often the first casualty in Hollywood)’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아이 인 더 스카이’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흥미진진한 스릴러일 뿐 아니라 갈수록 자동화하는 전쟁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작품이다.
개빈 후드(‘엔더스 게임’ ‘갱스터 초치’) 감독은 “드론 전쟁과 관련된 복잡한 도덕적 문제와 매우 현실적인 윤리적 딜레마에 관한 영화”라고 말했다.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에게 얘깃거리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드라마틱한 스릴러다.”
지난 4월 이 영화가 미국에서 개봉되기 몇 주 전 미국방부는 유인기와 무인기 공격으로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북쪽의 알샤바브 훈련소에 있던 무장대원 150명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영화 개봉의 타이밍이 기막혔다.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가이 히버트는 이 일이 21세기의 ‘완전히 새로운 전쟁 방식’을 다시 한번 강조해준다고 설명했다. 병사들이 전장에서 맞대결하기보다는 군사 강대국들이 자국의 기지에서 특정 목표를 겨냥해 공격한다.
하지만 그런 전쟁 방식에는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할 위험이 따른다. ‘아이 인 더 스카이’는 드론 공격의 잠재적 희생자를 이야기의 중심에 놓고 드론 전쟁의 문제점을 파헤친다. 그 희생자는 나이로비의 빈민가에서 빵을 파는 아홉 살짜리 소녀다. 소녀는 자살폭탄 테러를 준비 중인 알샤바브 대원 2명과 폭탄제조원, 알샤바브 고위 관리 몇 명이 숨어 있는 은신처 밖에 가판대를 펼쳐놓았다.
영국의 캐서린 파월 대령(‘더 퀸’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헬렌 미렌)은 영국인 테러리스트 1명을 추적 중이다. 미국의 드론이 마침내 케냐의 은신처에 숨어 있는 그 목표물을 찾아낸다. 감시 카메라를 통해 그가 속한 무장단체가 자살폭탄 테러를 준비 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생포작전이 사살작전으로 바뀐다.하지만 미국의 드론 조종사 스티브 와츠(아론 폴)가 미국 네바다 주의 벙커에서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하려던 순간 작은 소녀가 폭발반경 안으로 들어온다. 이 소녀의 존재는 미국과 영국 정부 내에서 공격의 도덕성과 합법성에 관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영국의 프랭크 벤슨 중장(지난 1월 암으로 사망한 앨런 릭먼이 영화에서 연기한 마지막 역할이다)이 등장한다.
영화는 알샤바브 대원들을 상대로 대테러 공작을 수행 중인 미국과 영국의 합동 군사작전팀이 그 건물을 공격할 것인가(그리고 그 과정에서 소녀를 죽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히버트는 잠재적 희생자를 영화의 중심에 놓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발생한 전쟁의 희생자 중 약 75~80%가 민간인이지만 그들을 중심으로 한 전쟁영화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영화 ‘드론전쟁: 굿 킬’의 현실성 부족을 비판한 드론 조종사 브랜든 브라이언트와 마찬가지로 웨스트모어랜드는 드론 전쟁에 관한 할리우드의 묘사가 민간인에게 이 비밀스런 세계를 정확하게 소개할 기회라고 생각한다. 웨스트모어랜드는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미국 드론 프로그램의 효율성을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드론의 전술·전략적 가치는 인정하지만 미국과 전쟁하지 않는 나라에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미국이 땅 위의 상황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아이 인 더 스카이’에서는 감시 카메라의 고해상 화면으로 옷의 무늬 같은 세부사항까지 보인다. 하지만 웨스트모어랜드에 따르면 실제로는 화면이 그렇게 선명하지 않다. 먼지 때문에 영상이 흐릿하고 신호가 약하다. “영화는 드론이 매우 정확한 무기라는 인상을 준다”고 그는 말했다. 그런 묘사는 작전을 지휘하는 관리들이 참고하는 화면의 질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웨스트모어랜드는 1명의 (잠재적) 희생자 때문에 정부에서 열띤 논쟁이 벌어지는 상황 또한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때때로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의 행사장을 목표로 삼으며 그런 공격에 어느 정도의 인명 피해가 따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백악관과 미 국방부는 드론이 민간인 사망자를 거의 내지 않으면서 미국과 우방을 해치려는 그룹의 핵심 지도자들을 제거하는 정확한 무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탐사보도 전문 사이트 ‘인터셉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5개월 동안 발생한 사망자 10명 중 9명은 목표 물에 가까이 있던 민간인이었다고 보도했다. “민간인 한 명 때문에 공격을 중단하진 않는다”고 웨스트모어랜드는 말했다.
비록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이 영화는 관객에게 드론 전쟁 주역(의사결정권자부터 드론 조종사까지)의 입장에서보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기회를 준다. 영화에서 미국의 드론 조종사로 나오는 아론 폴은 이렇게 말했다. “난 드론 조종사들이 벙커에 앉아 편안하게 무인기를 조종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그들은 매우 끔찍하고 두려운 상황에서 일한다. 예를 들어 그들은 어떤 건물에 폭탄을 떨어뜨릴 때 무고한 민간인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미렌은 이 영화에 출연하면서 드론 관련 뉴스를 더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게 됐다고 말했다. 알샤바브 훈련소에 대한 미국의 공습을 두고 그녀는 “물론 그 사망자 중엔 무고한 민간인도 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케냐의 공습과 관련해 윤리적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듯이 소말리아에서 (미국 관리들은) “매우 어려운 결정을 해야 했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드론 공격 여부에 영향을 줄 정치적·기술적 요소들을 얼마든지 토론해도 좋다”고 후드 감독은 말했다. “하지만 난 궁극적으로 이 영화가 우리 모두에게 연민과 동정심을 일깨워 주길 바란다.”
이 영화는 또 드론 전쟁이 목표물을 장거리에서 공격하는 드론 조종사에게 어떤 심리적 영향을 미치는지도 조명한다. 히버트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군사 기지에서 1만5000㎞ 이상 떨어진 나이로비의 건물을 폭파시키는 조종사는 어떤 기분이 드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현직 미군 드론 조종사 1명을 대본 작업에 참여시켰다. 그 조종사는 오전엔 아프니스탄 상공에 띄운 드론을 조종하고, 오후에는 로스앤젤레스에서 히버트의 대본 작업을 도왔다.
히버트는 드론 전쟁의 전투원들은 전쟁의 후유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동지애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드론 조종사를 생각해 보라. 그는 혼자 차를 몰고 기지로 출근한 뒤 컨테이너 속에 들어가 하루 종일 모니터를 들여다본다. 때때로 누군가를 공격해 죽일 수도 있다. 그리고 퇴근 시간이 되면 컨테이너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간다. 어쩌면 자녀가 잠자리에 들기 전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부인과 말다툼을 하거나 친구들과 술을 마실지도 모른다. 하지만 낮 동안 자신에게 일어난 일과 자신이 한 일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마음을 정리할 기회는 없다.”
영화의 배경으로 나오는 나이로비 교외의 이스트레이는 케냐 인접국인 소말리아 출신의 이민자가 많이 사는 곳이다. 소말리아인은 현대 전쟁의 양상을 너무도 잘 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비영리 뉴스기관 TBIJ에 따르면 미국은 2007년 이후 소말리아에서 여러 차례 비밀작전을 펼쳤으며 지난 1~4월까지 적어도 네 번의 드론 공격을 수행했다.
히버트는 그런 행동의 장기적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10년 후면 상황이 뒤바뀔 수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 “알샤바브 같은 무장단체들이 드론과 자동기계 장비를 갖추게 되면 우리가 지금 그들에게 하는 일을 그들이 우리에게 할 것이다.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 코너 개피·로렌 워커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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