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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경 이랜드 부회장

박성경 이랜드 부회장

자신의 사생활을 보호하며 조용히 삶을 살아가다가도 필요한 부분에서는 화려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급성장 중인 이랜드는 박성경 부회장의 모습과 닮았다.패션에서 식품, 숙박까지 다양한 부문에 진출한 이랜드는 가장 활발한 다국적 소비자기업이지만, 세계시장에서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다. 미국과 영국, 일본과 싱가포르 등 20개국으로 사업을 확장했는데도 한국에서도 이랜드는 가장 눈에 띄지 않는 대기업 중 하나다. 마케팅과 광고에 거의 돈을 쓰지 않고, 대중에 정보를 공개하는 일이 좀처럼 없으며, 비상장기업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이랜드를 대기업으로 키워낸 일등공신
이랜드의 수장은 박성경(스카이 박·59) 부회장이다. 회사 이미지와 달리, 박성경 부회장은 눈에 띌 수밖에 없는 화려한 패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개성 있는 베레모에 넓은 옷깃의 코트와 애나멜 롱부츠를 매치한 그녀의 스타일은 영락 없는 패셔니스타다. 그러나 개인적 삶을 드러내는 일은 결코 없다. 어찌 보면 이랜드의 경영 방식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포브스 이전에는 서구 언론과 인터뷰를 가진 적이 한 번도 없고, 한국 언론의 인터뷰에도 별로 응하지 않는다. 어쩌다 매체에 모습이 나가기라도 하면 자신의 사진을 최대한 작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한국에 살기 때문에 사람들이 내 얼굴을 알아보는 게 제일 불편하다”고 박성경 부사장은 말했다. 가족에 대해서도 사생활을 철저히 지키는 편이다. 장성한 두 자녀가 있지만, 가족에 대한 정보는 알려진 게 거의 없다.

박성경 부회장은 이랜드를 매출 100억 달러 규모의 대기업으로 키워낸 일등공신이다. 이랜드는 수십 개의 쇼핑센터에 더해 아시아에서는 믹소(MIXXO)와 후아유(WHO.A.U), 글로벌에서는 만다리나덕(Mandarina Duck)과 케이-스위스(K-Swiss) 등 수많은 패션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뉴밸런스와 콜한(Cole Haan), 랭글러(Wrangler), 게스 키즈(Guess Kids) 등의 한국 및 중국 시장 라이선스도 보유하고 있다.

매출의 대부분은 패션 매장이 차지하고 있지만, 서울 외곽에서 베어스타운 리조트를 운영하고 한강 크루즈 투어 사업도 한다. 사이판 노던 마리아나섬과 태평양 서부섬에 2개 리조트를 가지고 있고, 필리핀 호텔 체인 켄싱턴을 운영한다. 서울에 본거지를 둔 축구팀 이랜드 FC도 소유하고 있다.

식음료 사업에서는 24개 레스토랑 브랜드를 두고 매장 650개를 운영하고 있다.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음식 종류는 아주 다양하다. 이에 더해 제주도에서는 놀이공원 및 리조트를 포함한 새로운 프로젝트 또한 진행 중이다.

가장 야심찬 프로젝트는 중국에서 추진하고 있다. 2020년까지 중국에서 100개 백화점을 개장하고 매출 8배 성장을 이루어 내겠다는 계획이다. 같은 기간 글로벌 매출을 5배 증가시키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전략을 실행하려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박 부회장은 이랜드의 중국 의류사업권을 소유한 이랜드패션차이나홀딩스(E-Land Fashion China Holdings)를 수년 내 홍콩증시에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국에서 대형 슈퍼마켓 및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이랜드리테일(E-Land Retail) 또한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한다고 김 부사장은 말했다. 얼마 전 이랜드는 9억 달러에 가까운 돈을 받고 자사 브랜드 티니위니 체인을 중국의 중소 의류기업 브이-그래스 패션(V-Grass Fashion)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고려대 경영학 교수이자 중국 외국인직접투자 전문가인 김익수는 이랜드의 중국사업 확장 계획을 그렇게 낙관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이랜드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중국에서의 경쟁 심화와 온라인 시장의 성장세를 보면 이런 노력이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말했다.

박 부회장은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 거라는 말에 수긍하지 않는다. 그녀는 이랜드가 모든 준비를 완료했으며, 다른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대비도 했다고 말했다. “세상일이 우리에게 유리하게만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현실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다.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 이를 대비하기 위한 제2, 제3의 계획이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이랜드 일선 경영에서 최고 의사결정권자
직함은 ‘부회장’이지만, 그녀는 이랜드 일선 경영에서 최고 의사결정권자다. 회장은 오빠 박성수가 맡고 있지만, 그는 주로 미국에 머물며 기업전략을 구상하고 고위 경영진과 큰 그림을 그린다. 동생보다 더 내성적인 박 회장은 회사의 간판이 되는 일에 조금도 관심이 없으며, 일선 경영과 관련된 의사결정 감독과 협상 및 계약을 결정하는 건 동생이라고 말했다.

63세의 박성수 회장은 동생이 기업 경영과 함께 “외국 시장에서 이랜드의 활동을 대표”하는 책임을 진다고 말했다. 그는 열린 마음을 가진 동생이 사람들의 신뢰 및 지지를 이끌어내는 역량이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더해 “남성 경영인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섬세함을 가지고 있다”고도 그는 말했다. 박성경 부회장은 오빠와 자신이 여러 면에서 정반대라서 서로 좋은 팀을 이룬다고 말했다.

강력한 대기업이 장악한 한국 시장에서 이랜드가 성공을 거두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박성경 부회장은 오랜 시간 아주 낮은 수익을 견디며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단단히 구축하는데 노력을 집중했다고 말했다. “빨리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그녀는 말했다. “다른 기업과 비교하면 더 그렇다. 더 빨리,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지만, 그런 길은 가지 않았다. 그래서 수십 년을 고군분투했다.”

이랜드는 1980년 박성경이 패션디자인을 공부했던 이화여대 정문 근처 71평방피트의 작은 의류매장에서 시작됐다. 매장을 연 사람은 오빠 박성수였다. 매장 이름은 잉글랜드(나중에 약자 ‘이랜드’로 변경)였다. 예산이 많지 않지만 유행에 민감한 여대생들을 위한 매장이었다. 반응은 아주 좋았고, 옷은 매번 품절이 됐다. 박성경은 나중에 합류해 새로운 옷의 디자인을 맡았다.

이랜드의 성공에는 타이밍도 한 몫을 했다. 한국이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면서 젊은이들이 글로벌 패션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할 때 이랜드가 ‘캐주얼 웨어’ 시장을 개척했기 때문이다. 이랜드는 당시 한국인들이 집에서 러닝셔츠로 입었던 아무 무늬 없는 흰색 반팔티에 그림이나 글자를 넣어 집 밖에서도 입을 수 있는 티셔츠로 변신시켰다. 그러자 사람들은 집 밖에서 무늬가 들어간 캐주얼 티셔츠를 즐겨 입게 됐다.
 “이제부터 성장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
제1호 매장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이랜드는 서울내 다른 대학가에 잇따라 지점을 열었다. 값비싼 백화점이나 촌스러운 옛날 매장 말고는 옷 살 곳이 없었던 한국에서 박 남매는 5~6개의 아울렛 매장을 열었고, 매장은 청년 층을 대상으로 저렴하지만 트렌디한 옷을 판매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1986년 법인 등록을 한 후에도 수년 동안 국내 소비자 대부분이 매장의 실제 소유기업이 이랜드라는 걸 몰랐다고 박성경 부회장은 말했다. 남매가 공동 설립자로 이름을 올렸고, 최대 지분은 오빠 박성수(포브스 한국 부자순위에 2012~14년 포함)와 그의 부인이 보유하고 있다. 놀랍게도 박성경 부회장은 (비공개) 급여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주식을 한 개도 보유하지 않고 있다.

재벌 가문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남매는 사업가적 자질을 일깨워주는 환경에서 성장했다. 부모님은 생전에 국제무역사업을 했고, 자녀들에게 확실한 사업감각을 심어 주었다. 박 부회장은 아버지로부터 꿈은 크게 꾸어야 한다고 배웠고, 어머니로부터는 고객을 항상 최우선으로 여기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랜드 직원들은 박 부회장이 항상 피드백을 요구하며 어느 하나도 소홀히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끊임없는 성장이야말로 박 부회장의 중심 원칙이다. 박 부회장과 함께 출장을 가면 직원들은 부회장의 호텔 방에서 밤 늦게까지 일을 하며 하루를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 원대한 계획을 실현하려면, 논의할 일이 많다. “이제부터 성장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박 부회장은 말했다. “10년은 넘게 걸렸던 매출을 1년 내에 달성할 것이다.”

- seline jung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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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스기사] 중국은 그림의 떡?
이랜드가 설정한 글로벌 매출목표는 상당히 높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국에서의 사업성과가 아주 중요하다. 1994년 중국에서 제1호 매장을 열었던 이랜드는 현재 7000여 개 패션 매장과 식음료 매장을 가진 업체로 성장했다. 1월에는 말레이시아 팍슨 리테일 그룹(Parkson Retail Group)과 손잡고 상하이에 대형 쇼핑몰 팍슨 뉴코어 시티몰(Parkson Newcore City Mall)을 개장했다. 54만 제곱피트 면적을 가진 쇼핑몰에는 250개 매장이 들어섰다. 대부분 이랜드의 자체 브랜드다.

중국에 대형 쇼핑몰을 열겠다는 계획은 10여 년 전 시작됐다. 중국에 방문했던 박 부회장은 상권이 겹치는 곳에 백화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걸 보고 크게 놀라며 이들 중 상당수가 결국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 부회장의 예상대로 매출 부진으로 백화점이 연이어 문을 닫을 때, 이랜드가 인수를 제안하며 나섰다. 그렇게 해서 2015년 이랜드는 팍슨과 계약을 체결하고 이미 모든 시설을 갖춘 팍슨의 인프라를 활용해 쇼핑몰 단지를 열었다. 이랜드는 앞으로도 이런 방식으로 유통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주춤하고 온라인 쇼핑몰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유통매장은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팍슨 또한 2011년 이후 10여 개 백화점을 폐점해서 지금은 운영 백화점 수가 58개로 줄었다. 이상진 롯데마트 해외사업부 이사는 중국의 유통시장이 빠르게 변화 중이라고 말했다. “이랜드가 소매유통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만으로 중국시장을 장악할 지는 좀더 지켜봐야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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