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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해는 언제나 최악의 해?

가는 해는 언제나 최악의 해?

2016년 역시 가짜 뉴스 등이 판친 아주 나쁜 해로 평가돼…가장 힘들었다고 알려진 연도를 간략히 돌아본다
2016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승리했다.
올해는 아주 힘든 한 해였다. 록가수 데이비드 보위와 프린스, 전설의 복서 무함마드 알리를 비롯해 사랑 받던 여러 문화계 인사가 유명을 달리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통과부터 지카 바이러스의 창궐과 고릴라 하람비의 죽음(지난 5월 미국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의 한 동물원에서 우리에 떨어진 4세 소년을 낚아채 안고 가다가 동물원 관리원의 총에 맞아 죽었다)까지. 게다가 총기 난사와 경찰의 총격으로 올해 역시 무의미한 죽음과 파괴로 점철됐다.

미국에선 이 모든 사건이 분노로 가득했던 2016년 대통령선거를 배경으로 벌어졌다. 미국 대선은 한마디로 민주주의의 터무니없는 시험대였다. 결국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리얼리티 TV 쇼 진행자이자 자타가 공인한 성희롱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핵무기 발사 코드를 움켜쥐게 됐다. 트럼프 후보의 증오에 찬 막말로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더욱 대담해지면서 증오범죄가 크게 늘었다. 가짜 뉴스와 선전의 혼돈 속에서 현실과 진실의 기본마저 무너졌다. 갑자기 모든 것이 진실인 동시에 거짓이 됐다. 하지만 미국 프로야구에서 시카고 컵스가 ‘염소의 저주’를 깨고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해이기도 하다.

언론은 2016년을 사상 최악의 해로 선언했다. 온라인 매체 슬레이트와 텔리그래프가 일찌감치 지난 7월 그렇게 표명했다. 다른 매체도 따랐다. 워싱턴포스트, 버즈피드, 데일리닷, 랩, 데일리코스 등. HBO 토크쇼 ‘라스트 위크 투나잇’의 진행자 존 올리버는 2016이라고 만들어진 소품을 폭파시키는 쇼까지 연출했다. 2016년은 너무 끔찍해 사상 최악의 해로 꼽힌 2015년까지 끌어내렸다. 2014년도 최악의 해로 선정됐지만 2015년에 의해 그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던가? 지금까지 매년 계속 최악으로 치달았다면 이제 앞으론 더 나아질 해밖에 남지 않았을까?

따지고 보면 2016년이 유독 나쁜 해는 아니었다. 거의 매년이 이처럼 섬뜩했다. 삶이란 대부분 무자비하게 고달프다. 일부는 상대적으로 이런 현실을 잘 모를 특권을 누릴지 모른다. 하지만 그건 운이 좋은 경우다. 아주 힘들었다고 평가된 해를 간략히 돌아보자.
2015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연쇄 테러가 발생해 130명 이상이 숨졌다.


2015년:
도널드 트럼프가 권력에 굶주린 외국인 혐오자로 미국인의 삶에 다시 뛰어들었다(그가 공화당 경선에서 유력 후보로 부상하기 전까지는 그런대로 재미있었다). 전 세계 SNS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드레스 색깔 논란도 있었다(백-금색이냐, 혹은 흑-청색이냐를 두고 네티즌들은 뜨거운 논쟁을 벌였고, 결론은 흑-청색으로 드러났는데 인간의 착시현상에 대해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해프닝이었다). 한 미국인 치과의사는 짐바브웨의 국민 사자 ‘세실’을 잔혹하게 도륙했다. 1월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들이 프랑스 파리의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엡도 사무실에서 총기를 난사해 11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11월엔 파리에서 연쇄 테러가 발생해 130명 이상이 숨졌다. 또 미국 흑인 남성 월터 스콧과 프레디 그레이가 백인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6월엔 백인 딜런 루프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흑인 교회에서 9명을 사살했다. 유머 작가 데이브 배리는 마이애미 헤럴드 신문에 2015년의 공포에 관해 5000단어 이상으로 장문의 칼럼을 썼다. 그해 12월 23일 페이스북 사용자 브라이언 스튜어트는 그 칼럼을 읽고 ‘트럼프가 대통령에 선출되면 얼마나 더 많은 공포의 소재가 나올지 끔찍하다’고 댓글을 달았다.
2014년 3월 말레이시아항공 370편이 상공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2014년:
미국의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과 에릭 가너가 경찰 총격으로 숨진 뒤 미국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들불처럼 번졌다. 북한 지도자를 풍자한 영화 ‘인터뷰’를 제작한 소니 영화사가 해킹을 당하자 미국인은 북한을 다시 두러워하기 시작했다. 프로 미식축구(NFL) 커미셔너 로저 구델은 볼티모어 레이븐스의 러닝백 레이 라이스가 카지노 호텔 엘리베이터 안에서 약혼녀를 폭행하는 영상이 폭로된 뒤 안이한 대처로 비난 받았다. 에볼라가 미국까지 퍼졌다. 말레이시아항공 370편과 승객·승무원 239명이 상공에서 실종됐지만 지금까지도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또 다른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격추됐다. 할리우드 배우 로빈 윌리엄스(‘죽은 시인의 사회’ ‘굿 윌 헌팅’)가 자살했다.

2013년: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사상 최초로 400ppm에 도달했다. 해수면 상승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해 3명이 사망하고 264명이 부상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 계약직원이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정부의 민간인 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한 뒤 러시아로 도피했다. 텍사스 주에선 비료공장이 폭발해 15명이 사망했다. 비무장 흑인 소년 트레이본 마틴을 살해한 백인 자경단원 조지 지머먼이 무죄로 풀려났다. 미국에서 총기 사건이 꼬리를 물었지만 총기 규제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인권운동가였던 넬슨 만델라가 서거했다. 인도의 호랑이, 구호 요원들, 파키스탄의 양계산업도 큰 시련을 겪었다.
2012년 10월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뉴저지 주 해안 대부분을 파괴했다.


2012년:
이 해도 미국 대선이 있었지만 2016년에 비하면 대단치 않았다(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를 누르고 재선됐다). 하지만 2012년이 끔찍한 해가 된 다른 이유가 있다. 과격 이슬람 무장단체가 리비아 벵가지의 미국 영사관을 공격해 미국인 4명이 숨졌다. 7월엔 백인 청년 제임스 홈스가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상영 중인 콜로라도 주 오로라의 한 영화관에서 총기를 난사해 12명을 살해했다. 12월엔 정신질환 이력이 있는 애덤 랜자가 코네티컷 주 뉴타운의 초등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학생 20명과 교직원 6명을 살해한 뒤 자살했다. 사상 최고의 사이클리스트이자 암을 이겨낸 인간승리의 주인공으로 알려졌던 랜스 암스트롱이 ‘경기력 향상 약물’ 복용자임이 밝혀졌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자신의 자서전을 집필하는 여성작가 폴라 브로드웰과 불륜을 저지르고 그녀에게 기밀문서를 열람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허리케인 샌디가 맨해턴을 뒤흔들며 뉴저지 주 해안 대부분을 파괴했다. 아프리카의 불법 상아 거래, 언론의 자유 위축도 2012년을 최악의 해로 만들었다.
2011년의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는 미국의 소득 불균형을 부각시켰다.


2011년:
1월 초 개브리얼 기퍼즈 상원의원(애리조나 주)이 슈퍼마켓 앞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머리에 총을 맞았다. 그녀는 살아났지만 6명이 사망했다. 4월엔 토네이도가 미국 남부를 휩쓸면서 30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한 달 뒤 또 다른 토네이도가 미주리 주 조플린을 덮쳐 161명이 사망했다. 노르웨이에선 극우주의자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이 청소년 캠프에서 총기를 난사해 77명이 숨졌다(총기 난사로선 희생자 규모가 사상 최대였다). 금융권과 부유층의 탐욕에 항의하는 미국 젊은이들의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가 시작되면서 미국의 소득 불균등에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시위는 한밤 중의 경찰 작전으로 신속히 진압됐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의 전 미식축구팀 코치 제리 샌더스키가 어린이 성추행으로 기소됐다. 신용평가기관 스탠다스앤드푸어스(S&P)가 최초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애플의 전설적인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다.

2003년: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한다는 허위 증거를 바탕으로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다. 이라크전으로 지금까지 미국인 약 5000명, 이라크인 15만∼50만 명이 희생됐다. 미국은 이라크전 내내 포로 심문에서 고문을 사용했고 테러 용의자들을 재판 없이 쿠바의 관타나모베이 수용소에 억류했다.
2001년 9월 11일 테러집단에 의해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공격당했다.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등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공격을 받아 2996명이 숨졌다. 이 사건으로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은신하던 아프가니스탄에서 10년 동안 ‘테러와의 전쟁’이 벌어졌고 테러 경계 조치로 시민 자유가 침해 받았다.

1990년: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 임기 동안 에이즈를 무시한 데 대해 사과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1990년 미국인 1만8447명이 에이즈로 사망했고 사망자수는 계속 증가했다(1995년 4만8371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에이즈는 무시했지만 마약과 도심 폭력을 적극 단속해 그의 임기 동안 미국의 범죄자 수감률이 크게 높아졌다. 연방과 주립 교도소 수감자가 1980년 약 33만 명에서 1990년 77만 명으로 늘었다.

1986년:
우주에서 지구로 날아온 말하는 오리의 모험을 그린 영화 ‘하워드 덕’(윌러드 휙 감독)이 개봉됐지만 비평가들의 조롱을 받았다.

1968년: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민주당 대선 후보에 나섰던 로버트 케네디(존 F 케네디의 동생)가 암살됐다. 베트남전에서 북베트남의 ‘구정 대공세’가 시작됐고 전투 현장을 찍은 TV를 통해 미국인은 전쟁의 참상을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 리처드 닉슨이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1963년:
미국에서 인종 갈등이 극에 달했다. 앨라배마 주의 조지 월리스 주지사가 주내 학교의 인종통합을 거부했다. 미국 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의 지도자 에드가 에버스가 살해됐다.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앨라배마 주의 한 교회에서 폭탄테러를 일으켜 흑인 소녀 4명이 사망했다. 11월 22일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암살됐다.

1945년: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해 약 25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로써 제2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렸다.

1942년:
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이 시작됐다. 몇 년 동안 지속된 학살이었지만 1942년이 최악이었다. 유대인 약 600만 명이 나치의 손에 학살됐다.

1918년:
제1차 세계대전으로 유럽 대륙이 초토화되는 동안 독감 유행병이 발생했다. 이 스페인 독감으로 세계적으로 5000만~1억 명이 목숨을 잃었다(세계 인구의 3~5%에 해당한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현대 전쟁의 시작이었다. 몇 달 안에 수십만 명이 사망했다.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다. 그로써 그곳 원주민의 파멸이 시작됐다. 1520년 천연두가 유럽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전염돼 중남미 원주민 수백만 명이 사망했다.

1347년:
페스트균 감염에 의해 급성으로 발생하는 전염병인 흑사병이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번져 1억 명 이상이 사망했다(유럽 전체 인구의 30~60% 포함). 말 그대로 문명의 종말이 펼쳐졌다. 할리우드가 전염병 발생을 주제로 한 영화를 계속 만드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인류 멸망을 불러올 수 있는 가장 그럴듯한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65,000,000년 BC:
직경 약 10㎞의 소행성이 현재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로 불리는 지역에 충돌했다. 지구 생명체의 약 75%가 소멸했다. 그보다 더 끔찍한 일을 상상할 순 없다.

- 라이언 보트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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