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급 핫해치백에 바치는 이별가
사상 최고급 핫해치백에 바치는 이별가
포드 피에스타 한정판 ST200, 특이한 도색에 출력 키운 값 치고는 비싸 1975년 108마력의 폴크스바겐 골프 GTI 출시로 잉태된 ‘핫해치’(고성능 해치백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 후끈 달아올랐다.
메르세데스 벤츠 A45 AMG와 포드 포커스 RS는 각각 350bhp의 출력과 사륜구동 기능에 구불구불한 도로에서 훨씬 더 값비싼 스포츠 카를 머쓱하게 만들 만한 성능을 갖췄다. 이들은 혼다 시빅 타이프 R과 함께 핫해치를 뛰어넘는 슈퍼해치의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이들의 도로 레이스용 차체, 버킷 시트(몸이 흔들리지 않도록 감싸주는 형태의 좌석)와 육중한 브레이크 등에 햇살이 집중되자 더 작고 싸고 파워 떨어지는 자매 모델들에 뜻하지 않게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출력이 200bhp에 ‘불과’한 포드 피에스타 ST 같은 차들이 갑자기 평범하게 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공정한 평가일까? 우리는 현존하는 ST 라인의 피날레를 알리기 위해 제작된 신형 피에스타 ST200을 한적한 길로 몰고 나가 과연 그런지 알아보기로 했다.
독특한 ‘녹회색(Storm Grey)’ 페인트, 그리고 남다른 바퀴를 가진 ST200은 포드가 올 후반 새로 8세대 모델 그리고 그 직후 신형 ST 제작에 돌입하기 전 쾰른의 조립라인에서 마지막으로 조립돼 나오는 피에스타 모델이다.
원래는 모두 똑같은 색상과 사양으로 견본 400대만 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초기 수요가 몰리자 포드는 생산대수를 늘렸지만 정확한 숫자는 밝히지 않았다. 그중 영국 내 수요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영국에선 표준형 피에스타가 현재 베스트셀러 카다.
현재의 ST는 나온 지 5년이 다 돼 가지만 지금도 2012년 첫선을 보일 때만큼이나 샤프해 보인다. 널찍한 전면 그릴은 침울한 물고기 같은 인상을 풍긴다. 한편 합금 바퀴, 낮게 깔린 서스펜션, 어깨 부분과 창틀을 따라 난 주름을 보면 차가 곧 달려나갈 듯 팽팽하게 긴장된 느낌이다. 하지만 2008년 마크 7 피에스타 출시 이후 거의 변하지 않은 인테리어는 딴판이다. 디자인이 여전히 깔끔하고 현대적이지만 기술변화를 따라잡지 못했고 버튼을 여기저기 흩어 놓아 계기판이 산만해 보인다. 싱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기능적이기는 하지만 시대에 뒤진 듯한 인상과 느낌을 준다. 그러나 우리가 라디오를 듣고 문자 메시지 음성 전환 서비스를 테스트하려고 차를 몰고 나온 것은 아니다. ST 모델은 소형·중저가의 실용적인 해치백이면서도 원래 시골길에서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게 장점이었다.
우리는 런던에서 출발하기 전 두 차례 차를 세우고 시트를 조정했다. 표준형 ‘레카로 시트’는 든든하게 몸을 받쳐주지만 포커스 RS와 마찬가지로 좌석이 약간 높게 맞춰져 있다. 우리는 몇 분 동안 시트와 운전대를 조정하고 서야 알맞은 자세를 찾았고 300여㎞를 더 달린 뒤에야 완전히 만족할 수 있었다. 시트가 또한 몸을 상당히 조여 장거리 운전할 때는 평균 체구의 운전자도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이 포드 소형차에 대해 우리 평가가 부정적인 듯한 인상을 줄지 모르지만 실상 안 좋은 점을 먼저 처리해 놓고 장점에 집중하려는 의도다.
눈 덮인 요크셔에 도착해 자세의 불편함을 잊을 즈음 자동차가 생기를 되찾는다. ST200은 표준형 ST에 비해 출력이 19bhp 더 크다(총 212bhp). 게다가 최종구동(final drive)이 짧아 ST200이 기어 변속에 더 빨리 반응한다. 기어를 더 자주 바꾸게 되지만 차에 긴박감을 불어 넣어 그만한 가치가 있다. 특히 3단 기어는 더 없는 즐거움을 준다. 자동차가 처음 산책을 나서 마구 날뛰는 강아지처럼 도로를 달려 내려가기 때문이다.
그런 열정에 귀를 자극하는 사운드트랙이 장단을 맞춘다. 액셀을 밟을 때마다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만큼 크지 않은 중독성 강한 ‘브와아프’ 소리가 차내를 가득 채운다. 포커스 RS처럼 배기구에서 가끔씩 ‘펑 탕’ 소리가 들리면 좋았겠지만 그런 점만 빼면 ST200은 개성 만점인 소형차다. 성능 면에서 이 ST 모델은 수년 간 수많은 상을 받은 만큼 우수하다는 인상을 준다. 방향전환이 예리하고 정확하다. 축축한 겨울 포장도로에서도 문제 없다고 생각되는 수준 이상의 접지력을 앞바퀴에서 이끌어낸다. 한편 뒷바퀴는 신호만 떨어지면 언제든지 달려나갈 듯 에너지가 넘친다. 운전대와 시트 바닥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준수해 차로 인해 놀랄 일은 전혀 없을 듯하다. 서스펜션의 경직성은 한산한 도로에선 재미있지만 자동차 도로 장거리 주행시엔 포커스와 마찬가지로 딱딱한 주행성이 피곤함을 줄 수 있다.
포드는 ST200의 서스펜션에 약간의 변화를 줬다. 뒤쪽 스프링과 스태빌라이저(자동차의 쏠림 방지 장치)는 더 부드럽게, 토션빔(서스펜션의 일종) 그리고 앞쪽 스프링의 경직도는 더 높였다. 그러나 2015년 가을 이후 모든 ST에 이 같은 변화를 표준으로 채택했다. 한정판 200용으로 생산라인을 구축하려면 너무 큰돈이 들기 때문이다.
포커스와 달리 선택 가능한 주행 모드나 서스펜션 설정이 없다. 트랙션 컨트롤(미끄러운 노면 출발시 구동력 제어 시스템)의 온-오프 기능이 전부다. 대신 스포트 버튼을 이용해 차를 어떻게 운전할지 결정하면 그대로 움직인다. 마트에 잠깐 다녀올 때는 다른 여느 피에스타처럼 느껴지지만 속도를 조금만 올리면 산책 나온 강아지 멘털리티가 표출된다. 눈 덮인 도로에 이런 기능을 결합하면 모든 게 맞아떨어진 듯하다.
지난밤 320㎞의 고갯길을 기어 올라갈 동안에는 썩 탁월한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지만 토요일 아침 햇살이 우리 뒤에서 쏟아지는 인적 없는 황야 도로에선 이 차만큼 달려 보고 싶은 차는 거의 없을 듯하다.
그러나 2만2685달러에 달하는 가격이 걸림돌이다. 같은 엔진에 거의 같은 성능, 지난해 기준으로 똑같은 변형 서스펜션을 가진 초보자용의 기본형 피에스타 ST-1보다 4500파운드, 200과 같은 사양(도장된 바퀴와 높은 출력만 제외)을 가진 ST-3보다도 2000여 파운드 더 비싸다. 포드 공인 튜닝 업체 마운튠에 649파운드를 주면 출력을 같은 수준으로 올려주는데 말이다. ST200의 로고와 회색 페인트 값이 결코 싸지 않다.
- 앨리스테어 찰턴 아이비타임즈 기자 강아지처럼 활달하며 한정판 프리미엄 혜택을 누리는 ST200은 파워를 키운 소형 로켓 같다. 사상 최고의 핫해치백으로 손꼽히는 모델에 어울리는 피날레다. 자동차 도로에선 주행감이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 밖의 도로에선 매우 탁월하다.
포드가 너무 많이 만들어내지만 않는다면 표준 ST보다는 약간 높은 가치를 지닐 듯하다. 그러나 200이 실제로 보여준 게 있다면 표준형 ST가 4년여가 지난 뒤에도 얼마나 뛰어난지를 상기시켜 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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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벤츠 A45 AMG와 포드 포커스 RS는 각각 350bhp의 출력과 사륜구동 기능에 구불구불한 도로에서 훨씬 더 값비싼 스포츠 카를 머쓱하게 만들 만한 성능을 갖췄다. 이들은 혼다 시빅 타이프 R과 함께 핫해치를 뛰어넘는 슈퍼해치의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이들의 도로 레이스용 차체, 버킷 시트(몸이 흔들리지 않도록 감싸주는 형태의 좌석)와 육중한 브레이크 등에 햇살이 집중되자 더 작고 싸고 파워 떨어지는 자매 모델들에 뜻하지 않게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출력이 200bhp에 ‘불과’한 포드 피에스타 ST 같은 차들이 갑자기 평범하게 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공정한 평가일까? 우리는 현존하는 ST 라인의 피날레를 알리기 위해 제작된 신형 피에스타 ST200을 한적한 길로 몰고 나가 과연 그런지 알아보기로 했다.
독특한 ‘녹회색(Storm Grey)’ 페인트, 그리고 남다른 바퀴를 가진 ST200은 포드가 올 후반 새로 8세대 모델 그리고 그 직후 신형 ST 제작에 돌입하기 전 쾰른의 조립라인에서 마지막으로 조립돼 나오는 피에스타 모델이다.
원래는 모두 똑같은 색상과 사양으로 견본 400대만 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초기 수요가 몰리자 포드는 생산대수를 늘렸지만 정확한 숫자는 밝히지 않았다. 그중 영국 내 수요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영국에선 표준형 피에스타가 현재 베스트셀러 카다.
현재의 ST는 나온 지 5년이 다 돼 가지만 지금도 2012년 첫선을 보일 때만큼이나 샤프해 보인다. 널찍한 전면 그릴은 침울한 물고기 같은 인상을 풍긴다. 한편 합금 바퀴, 낮게 깔린 서스펜션, 어깨 부분과 창틀을 따라 난 주름을 보면 차가 곧 달려나갈 듯 팽팽하게 긴장된 느낌이다. 하지만 2008년 마크 7 피에스타 출시 이후 거의 변하지 않은 인테리어는 딴판이다. 디자인이 여전히 깔끔하고 현대적이지만 기술변화를 따라잡지 못했고 버튼을 여기저기 흩어 놓아 계기판이 산만해 보인다. 싱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기능적이기는 하지만 시대에 뒤진 듯한 인상과 느낌을 준다. 그러나 우리가 라디오를 듣고 문자 메시지 음성 전환 서비스를 테스트하려고 차를 몰고 나온 것은 아니다. ST 모델은 소형·중저가의 실용적인 해치백이면서도 원래 시골길에서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게 장점이었다.
우리는 런던에서 출발하기 전 두 차례 차를 세우고 시트를 조정했다. 표준형 ‘레카로 시트’는 든든하게 몸을 받쳐주지만 포커스 RS와 마찬가지로 좌석이 약간 높게 맞춰져 있다. 우리는 몇 분 동안 시트와 운전대를 조정하고 서야 알맞은 자세를 찾았고 300여㎞를 더 달린 뒤에야 완전히 만족할 수 있었다. 시트가 또한 몸을 상당히 조여 장거리 운전할 때는 평균 체구의 운전자도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이 포드 소형차에 대해 우리 평가가 부정적인 듯한 인상을 줄지 모르지만 실상 안 좋은 점을 먼저 처리해 놓고 장점에 집중하려는 의도다.
눈 덮인 요크셔에 도착해 자세의 불편함을 잊을 즈음 자동차가 생기를 되찾는다. ST200은 표준형 ST에 비해 출력이 19bhp 더 크다(총 212bhp). 게다가 최종구동(final drive)이 짧아 ST200이 기어 변속에 더 빨리 반응한다. 기어를 더 자주 바꾸게 되지만 차에 긴박감을 불어 넣어 그만한 가치가 있다. 특히 3단 기어는 더 없는 즐거움을 준다. 자동차가 처음 산책을 나서 마구 날뛰는 강아지처럼 도로를 달려 내려가기 때문이다.
그런 열정에 귀를 자극하는 사운드트랙이 장단을 맞춘다. 액셀을 밟을 때마다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만큼 크지 않은 중독성 강한 ‘브와아프’ 소리가 차내를 가득 채운다. 포커스 RS처럼 배기구에서 가끔씩 ‘펑 탕’ 소리가 들리면 좋았겠지만 그런 점만 빼면 ST200은 개성 만점인 소형차다. 성능 면에서 이 ST 모델은 수년 간 수많은 상을 받은 만큼 우수하다는 인상을 준다. 방향전환이 예리하고 정확하다. 축축한 겨울 포장도로에서도 문제 없다고 생각되는 수준 이상의 접지력을 앞바퀴에서 이끌어낸다. 한편 뒷바퀴는 신호만 떨어지면 언제든지 달려나갈 듯 에너지가 넘친다. 운전대와 시트 바닥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준수해 차로 인해 놀랄 일은 전혀 없을 듯하다. 서스펜션의 경직성은 한산한 도로에선 재미있지만 자동차 도로 장거리 주행시엔 포커스와 마찬가지로 딱딱한 주행성이 피곤함을 줄 수 있다.
포드는 ST200의 서스펜션에 약간의 변화를 줬다. 뒤쪽 스프링과 스태빌라이저(자동차의 쏠림 방지 장치)는 더 부드럽게, 토션빔(서스펜션의 일종) 그리고 앞쪽 스프링의 경직도는 더 높였다. 그러나 2015년 가을 이후 모든 ST에 이 같은 변화를 표준으로 채택했다. 한정판 200용으로 생산라인을 구축하려면 너무 큰돈이 들기 때문이다.
포커스와 달리 선택 가능한 주행 모드나 서스펜션 설정이 없다. 트랙션 컨트롤(미끄러운 노면 출발시 구동력 제어 시스템)의 온-오프 기능이 전부다. 대신 스포트 버튼을 이용해 차를 어떻게 운전할지 결정하면 그대로 움직인다. 마트에 잠깐 다녀올 때는 다른 여느 피에스타처럼 느껴지지만 속도를 조금만 올리면 산책 나온 강아지 멘털리티가 표출된다. 눈 덮인 도로에 이런 기능을 결합하면 모든 게 맞아떨어진 듯하다.
지난밤 320㎞의 고갯길을 기어 올라갈 동안에는 썩 탁월한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지만 토요일 아침 햇살이 우리 뒤에서 쏟아지는 인적 없는 황야 도로에선 이 차만큼 달려 보고 싶은 차는 거의 없을 듯하다.
그러나 2만2685달러에 달하는 가격이 걸림돌이다. 같은 엔진에 거의 같은 성능, 지난해 기준으로 똑같은 변형 서스펜션을 가진 초보자용의 기본형 피에스타 ST-1보다 4500파운드, 200과 같은 사양(도장된 바퀴와 높은 출력만 제외)을 가진 ST-3보다도 2000여 파운드 더 비싸다. 포드 공인 튜닝 업체 마운튠에 649파운드를 주면 출력을 같은 수준으로 올려주는데 말이다. ST200의 로고와 회색 페인트 값이 결코 싸지 않다.
- 앨리스테어 찰턴 아이비타임즈 기자
[박스기사] 우리의 평가
포드가 너무 많이 만들어내지만 않는다면 표준 ST보다는 약간 높은 가치를 지닐 듯하다. 그러나 200이 실제로 보여준 게 있다면 표준형 ST가 4년여가 지난 뒤에도 얼마나 뛰어난지를 상기시켜 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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