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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의 ‘카톡(Car Talk)’] 자가용 경유차 2030년에 퇴출되나

[김태진의 ‘카톡(Car Talk)’] 자가용 경유차 2030년에 퇴출되나

대통령 공약 재조명 속 기재부발 경유값 인상설 ... 전기차·자율주행차 개발로 디젤차 몰락 전망 많아



요즘 전기차(EV)를 구입하려고 망설이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딱 1년 전과 비교해보면 천양지차(天壤之差)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전기차 구매자는 친환경을 가장하고 싶은 정치인 또는 연예인 취급을 받았다. ‘수조원대 투자비’라는 장벽을 치고, 좀처럼 지각 변동이 없던 자동차 산업이 요동을 친다. 먼 미래에서나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자율주행차 시험 모델이 2017년 현재 세계 주요 도심을 누빈다. 2021년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완전 자율주행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130년 내연기관 시대의 종언이 다가오고 있다. 미래의 차를 내다볼 칼럼을 연재한다.
서울환경운동연합 회원이 6월 27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기획재정부의 경유세 인상 철회 재검토를 촉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가 잰걸음이다. 파격 인사에 이어 소통을 중시하는 소탈한 이미지가 국민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 ‘할 말은 하는 대통령’이라는 카리스마도 겸비했다. 그가 대통령 선거 시절 내세운 공약도 새삼 눈길을 끈다. 그 가운데 ‘2030년 자가용 경유차 퇴출’도 들어 있다. 10년간 구태로 얼룩진 보수 정권이 내세웠던 4대강 살리기, 경제민주화 같은 뜬구름 잡는 공약(空約)은 이미 ‘빛 좋은 개살구’로 판명됐다. 미세먼지가 온 국민의 관심사인 최근 갑작스럽게 ‘경유값 인상설’이 터졌다. 그러면서 ‘2030년 자가용 경유차 퇴출’ 공약의 실현 여부가 재조명을 받는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15일 온 국민의 관심사이자 대체 불가능한 공공재인 공기의 질과 관련해 ‘미세먼지 대책’을 내놨다. 석탄 화력발전소의 일시 가동 중단(셧다운) 지시가 핵심이다. 대통령 후보 시절 ‘(상용 트럭이 아닌) 자가용 경유차 퇴출’을 약속한 만큼 미세먼지 저감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미세먼지 대책이 나온 지 하루 만인 16일에는 전 세계 디젤차가 도로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이 기준치보다 50% 많아 연간 3만8000명 이상이 조기에 사망한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미디어 가디언지에 따르면 디젤차 대부분이 각국 정부의 측정 기준보다 훨씬 많은 질소산화물(NOx)을 내뿜었다. 초과 배출가스는 2015년 460만t에 달했다. 디젤차 배기가스로 형성된 미세먼지(PM 2.5)와 오존으로 3만8000명이 심장이나 폐질환, 뇌졸중으로 조기 사망했다. 연구진은 “디젤 차량에서 내뿜는 배기가스가 전 세계 질소산화물 배출량의 약 20%를 차지한다”고 설명하면서 “이 물질이 미세먼지(PM 2.5)와 오존 형성에 결정적”이라고 지적했다.
 기재부, 경유값 인상설 부인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한 달 만에 이번에는 경유값 인상설로 파문이 일었다. 경유값 인상 논의는 지난해 기재부·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등 4개 부처가 함께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국책 연구기관들의 연구용역 결과에는 경유값을 휘발유의 90~125%로 올리는 인상 시나리오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는 경유값 인상설이 보도된 이후 이틀 만인 6월 26일 경유값 인상 계획을 백지화했다. 부정적인 여론이 일기 전에 서둘러 논란을 차단하자는 것이다. 기재부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서의 실효성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고, 경제 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물론 속내는 강력한 조세 저항을 우려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유류세 체계상 경유와 휘발유 세금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상위권에 속한다. 더구나 정부는 현재 경유 차량 가운데서도 1차 미세먼지의 70% 정도를 배출하는 화물차에 유가 보조금을 지급한다. 진짜 ‘미세먼지의 주범’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자가용 경유차 소유자의 호주머니를 터는 경유값 인상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입장이 다르다. 환경부와 환경단체는 “공청회에서 관련 연구용역 결과가 공개되기도 전에 기재부가 결론을 단정짓고 의견 수렴 절차를 생략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환경부는 “경유차가 미세먼지 악화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 세계가 경유차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며 “관련 부처가 논의해 대책을 세우기로 했는데, 갑자기 기재부가 논의를 원점으로 돌려버렸다”고 비판했다. 환경부는 그동안 경유 사용으로 발생하는 환경적 비용을 계산하면 경유값이 더 비싸야 하지만,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경유와 휘발유 값을 동등한 수준에 맞추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럼에도 온라인에서는 경유값 인상 여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결국 경유값을 올릴 것이라는 의심 때문이다. 특히 경유차 소유자의 반발이 거세다. 이미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요소수(질소산화물을 줄이기 위해 연로와 별도로 차량에 장착하는 촉매제)를 사용하고 환경 부담금을 내고 있는 판국에 경유값을 올리는 것은 ‘이중 과세’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의 공약인 ‘2030년 자가용 경유차 퇴출’은 실현 가능한 일일까. 2016년 말 기준 국내 전체 자동차 등록 차량(2180만대) 가운데 경유차 비중은 42%인 917만대나 된다. 전년 대비 6.4% 증가했다. 이런 증가분 가운데 70% 이상이 자가용으로 쓰는 경유차다. 요즘 자가용으로 인기인 SUV와 RV 차종의 99%가 경유차다. 상대적으로 자가용 경유차는 한국 이외 국가에서는 잘 팔리지 않는다.

문 대통령의 미세먼지 대책이 나오고 자가용 경유차 퇴출 공약이 재점화하자 일부 언론은 자가용 디젤차 판매 점유율이 70%가 넘는 현대·기아차를 대변하기 바빴다. ‘자가용 디젤차 퇴출은 한국 자동차 산업을 다 죽이는 것’이라는 논조를 폈다. 정말 2030년 자가용 경유차를 퇴출시키면 자동차 산업이 다 죽을 지 제대로 따져보자.

우선 경유차는 미세먼지의 주범일까. 영국 가디언지의 보도에 따르면 경유차 배출가스가 건강에 유해할 뿐더러 미세먼지의 주 원인으로 밝혀졌다. 이미 2012년 6월 12일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세계보건기구(WHO)는 “디젤 배출가스가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디젤 배출가스는 대표적인 발암 물질인 석면이나 군사용 독가스(머스터드)와 동일한 치명적인 유해 물질이라는 내용이다. 이어 2014년 프랑스에 위치한 WHO 산하 국제암연구국(IARC)은 한 술 더 떠 디젤 배출가스 질소산화물을 발암 유발 가능물질군인 그룹2A에서 ‘확실하게 암을 유발’하는 그룹1로 한 단계 격상했다. 한마디로 디젤 매연은 죽음의 독가스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런 발표가 잇따라 나오면서 유럽 각국 정부와 지자체는 단계적으로 운행 중단과 판매 금지 정책을 내놓고 있다. 2000년대 초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해결책이었던 디젤 엔진이 불과 10여년 만에 환경·보건 전문가들에 의해 ‘사람 잡는 기술’로 밝혀진 것이다. 이런 연구 결과는 디젤차 몰락을 예언한 서막일 뿐이다.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여러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중국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는 외교적 노력이 아닌 이상 국민의 힘으로 해결할 방도가 없다. 대기권에 차단막을 치지 않고서야 말이다. 한국 정부도 비슷한 근거를 내놨다. 지난해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특별대책’에 따르면 전국 미세먼지 배출량 1위는 공사 현장 같은 사업장(41%)이고 경유차(28%)가 두 번째였다. 물론 노후 화물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클 것이다.
 디젤 배출가스, 미세먼지 주범 판명
현재 지구상에서 디젤 승용차가 팔리는 지역은 유럽과 인도, 한국 정도다. 세계 자동차 1, 2위 시장인 중국과 미국의 디젤 승용차 점유율은 각각 0.2%, 2%에 불과하다. 일본 역시 1%가 채 안 된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공을 들여 개발한 디젤 엔진 판매 확대가 예상보다 어려움을 겪자 경쟁사와 디젤 기술을 공유하는 전략을 택했다. BMW는 2013년 도요타에 소형 디젤 제휴를 했다. 다임러 역시 2013년부터 닛산에 2.2L 디젤 엔진을 공급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디젤차 천국인 한국에서는 독일 자동차 업체들이 디젤차에 대한 공격적인 판매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유럽에서 제품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디젤 엔진의 개발비를 뽑고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박상원 흥국증권 이사(자동차 애널리스트)는 “유럽에서 시작된 디젤차 판매 규제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전기차 개발과 2차전지 기술 혁신을 몇 단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도 자가용 경유차 규제를 강화하면서 자동차 업체의 친환경차 전환을 독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2030년까지 자가용 경유차를 판매 금지하는 것은 불가능할까. 자가용 경유차는 주로 출퇴근이나 레저 용도로 쓰인다. 공공성과 관련이 크지 않다. 개인의 이동수단일 뿐이다. 필자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이미 미세먼지 저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기존 자가용 경유차는 일정 기간 지났을 때 정부가 감가상각과 중고차 가격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보상해주고 매입한 후 폐차(또는 미세먼지 걱정이 없는 타 국가에 수출)하면 된다. 여기에 들어갈 재원은 디젤차를 판매한 자동차 업체와 정유회사에서 거둬 들이면 된다. 예를 들어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10년이 경과한 자가용 경유차를 정부가 사들여 폐차시키고 적정 보상비를 지급하면 된다. 요즘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고 신차를 사면 일부 세금을 감면해주는 것과 비슷한 형태다. 그러려면 2020년 초에는 자가용 경유차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이 문제를 자동차 업체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자동차 산업에 악영향이라는 식이다. 자가용 경유차 판매 비중은 2010년 이후 현대·기아차가 70% 이상을 점유한다. 수입차 역시 전체 판매 가운데 자가용 디젤차 비중이 2010년 이후 70%에 육박한다. 경유차 배출가스가 미세먼지와 발암 물질의 원인으로 판명된 이후 2016년부터 유럽에서는 자가용 경유차 등록을 금지하거나 운행을 중단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디젤차 고향이자 자동차가 국가의 근간 산업인 독일이 앞장섰다. 자가용 경유차 대신 전기차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찬가지로 영국과 프랑스는 자가용 경유차에 중과세를 적용하거나 일부 대도시에서는 통행을 금지하는 정책을 앞다퉈 내놓았다.

그렇다면 유럽 국가는 모두 자동차 산업을 죽이려고는 걸까? 아니다. 정답은 친환경차 산업으로 ‘패러다임 쉬프트’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2020년 이후 새로운 승용 디젤 연구를 중단하기로 했다. 그 대신 전기차에 집중한다. 마찬가지로 볼보는 2020년 이후 아예 디젤 승용차 생산을 중단하고 대신 신차 개발 전략을 전기차로 선회했다.

한국에서 2020년 초반에 자가용 경유차 판매를 금지하면 현대·기아차는 당장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이는 근시안적인 시각이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5년의 시간을 주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예를 들어 임기 말년인 2022년부터 자가용 경유차 판매를 금지하면 자동차 업체들은 배출가스가 ‘0’인 전기차 같은 친환경차 개발로 급선회할 것이다. 그러면 한국이 OECD 34개 국가 가운데 ‘자가용 경유차 비중이 가장 큰 상위 3개국’이라는 오명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자가용 경유차 보급률 1위였던 서유럽도 이미 경유차 비중이 줄고 있다. 자동차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 세계 신차 판매 1위 국가인 중국은 자가용의 경우 가솔린차가 대부분이다. 자가용 경유차 비중은 1% 전후다.
 한국은 세계 디젤 승용차 3위권 시장
문재인 대통령이 5월 15일 오후 찾아가는 대통령 2편으로 서울 양천구 은정초등학교에서 열린 미세먼지 바로알기 방문교실에 참석해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더구나 4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인 자율주행차의 베이스는 전기차다. 전기차 개발·보급과 맞물려 자율주행차 개발에 전력하면 2040,50년쯤이면 테슬라 같은 글로벌 4차산업 업체가 한국에서 여럿 나올 수도 있다. 그러려면 정부의 강력한 자가용 디젤 판매 금지 정책과 4차 산업에 대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한국에서는 산업용이나 대중교통으로 쓰이는 버스, 트럭 같은 상용차가 아닌 자가용 경유차가 ‘친환경 디젤’로 포장됐다. 그 과실은 사실상 유럽 수입차 브랜드가 따먹었다. 한국에서 판매하는 BMW, 메르세데스 벤츠, 레인지로버, 랜드로버의 중대형 세단이나 SUV는 90% 이상이 디젤이다. 특히 7시리즈나 S클래스 같은 대형 세단, 레인지로버 SUV의 디젤 모델은 한국이 세계 판매 1위다. 이들 본사는 한국 덕분에 디젤차 생산 공장의 가동률을 끌어 올려 이익을 내고 있을 정도다.

자가용 경유차 판매 금지가 가시화하면 한국의 산업 지도는 어떻게 바뀔까. 우선 한국은 어떤 경쟁 국가보다도 대응력이 빠른 유전자를 갖고 있다. ‘패스트 팔로워’로 단련된 유전자다. 전기차 개발·생산으로 기존 화석연료로 일관된 산업 체제를 바꿀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2030년 자가용 디젤차 판매 금지’ 공약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포퓰리즘 공약이 아니다. 자가용 디젤차 보상책만 제대로 내놓는다면 어떤 국민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부자나 가난뱅이나 누구나 마실 수밖에 없는 게 공기 아닌가.

김태진 - 모빌리티솔루션즈코리아 CEO 겸 자율주행연구소장이다. 중앙일보 자동차 전문기자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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