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BMW 다음은 렉서스?
벤츠·BMW 다음은 렉서스?
디젤차의 성지로 불리는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앞세운 렉서스가 매섭게 질주하고 있다. 지난 6~7월엔 렉서스 ES300h가 월 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도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의 성공 엔진은 '친환경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이다. 도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가 한국을 포함해 글로벌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벤츠·BMW·아우디 등 독일 브랜드 강자에 비해 짧은 역사지만 어느새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와 어깨를 견준다. 렉서스는 2016년 글로벌 시장에서 약 67만8000대를 판매하며 4년 연속 최다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다. 브랜드 가치 또한 높아져 2016년 포브스 글로벌 브랜드 랭킹에서 럭셔리 브랜드 중 8위에 올랐다. 연료와 전기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의 성공에 힘입어 친환경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만들고 있다.
특히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에 이어 3위 자리를 구축하는 모양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렉서스코리아의 1~8월 판매량은 814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5803대보다 40%나 급증했다. 이는 렉서스의 ‘본가’격인 도요타의 같은 기간 성장세(5783대→7450대)보다 앞선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 렉서스가 8번째로 많이 팔린 국가로, 모두 1만594대가 팔렸다. 올해도 월평균 1018대가 팔리며 연말까지 1만2000대 이상 판매가 예상된다. 렉서스의 판매 증가 요인을 보면 우선 지난해 디젤게이트가 촉진제가 됐다. 아우디·폴크스바겐 등 독일 디젤차들이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주춤하자 하이브리드를 앞세워 국내 수입차 시장을 빠르게 점령했다. 지난해 렉서스 누적 판매 대수 1만594대 중 9425대(89%)가 하이브리드 모델이었다. 올해 8월까지 판매분 8147대 중 7532대(92%)가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렉서스는 프리미엄 브랜드 중 가장 많은 11개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했고, 현재 국내엔 7가지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렉서스는 도요타와 하이브리드 차량 기술을 공유하고 있다. 도요타는 1997년 12월 세계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 승용차 프리우스를 출시한 이래 지난 1월 말 기준 글로벌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차량 누적 판매 1000만대를 돌파했다. 렉서스는 2005년 4월 첫 하이브리드 차 RX400h를 출시한 이후 11년 만인 지난해 누계 판매 100만 대를 돌파했다. 렉서스코리아 관계자는 “렉서스와 도요타는 환경 대응을 경영의 중요 과제 중 하나로 삼고 있다”며 “‘친환경차 보급을 통해 환경에 공헌하자’라는 신념으로 하이브리드차 보급에 박차를 가해 온 결과”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ES300h라는 확실한 ‘대표 모델’이 판매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렉서스 판매량의 약 60%를 이끈 모델로, 올들어서도 8월까지 누적 판매량 5169대를 기록해 메르세데스-벤츠의 주력 중형세단 E220d(5722대)와 엎치락뒤치락하며 전체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6~7월에는 두 달 연속 전체 수입차 월간 베스트셀링 모델에도 올랐다. 렉서스의 주력 생산기지인 큐슈 공장에서 생산되는 ES300h는 16.4㎞/L의 연비를 자랑한다. 중형급 크기, 세단형 차체, 높은 연비, 고급스러운 품질 등에서 경쟁 상대로 꼽히는 BMW 520d, 아우디 A6 등에 밀리지 않는 스펙이다. 렉서스 관계자는 “ES300h의 판매 성과는 하이브리드의 기술적 특성을 알리고 다양한 마케팅을 펼친 덕분”이라며 “여러 세대에 걸쳐 진보된 렉서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해 ‘친환경성’과 ‘드라이빙의 즐거움’에서 경쟁사 동급모델에 대적할 강력한 대항마로 평가 받았다”고 말했다.
RX450h, NX300h 등 가솔린 하이브리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라인업 강화도 성공 요인이다. RX450h는 8월까지 821대가 판매돼 지난해 대비 63.2%나 급증했고, NX300h 역시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1169대 판매를 기록했다. 수입차 관계자는 “디젤 SUV와 가솔린 SUV 사이에서 힘과 승차감, 연비 때문에 고민하던 소비자의 적절한 대안이 됐다”고 분석했다. 렉서스 관계자는 “최근 국내 렉서스 고객이 점점 젊어지고 있다”며 “NX의 타깃은 세련되고 도시적인 분위기와 스타일리시한 패션 감각을 소유하고 있는 젊은층”이라고 말했다. 렉서스가 올 1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렉서스 Value+’라는 특별 프로모션도 소비자의 호응을 받고 있다. 차량 가격의 30%를 선납한 후 3년간 월 납입금을 내면 3년 후 차량 가격의 53%의 잔존 가치를 보장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 프로모션이다. 3월부터 시작한 ‘부담 제로 프로그램’도 판매량을 크게 늘렸다. 일종의 유예할부 금융상품으로, 차량 구입 시 차값의 50%만 지불하고 2년간 나머지 차값에 대해 이자만 낸 후 2년이 지난 뒤에는 잔금을 내거나 추가로 유예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수입차를 타고 싶지만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젊은 층이 큰 반응을 나타냈다.
최근 렉서스는 LC500·LC500h를 선보이며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LC500 모델은 2012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콘셉트카 LF-LC가 그 뿌리로, 원형을 거의 그대로 재현해 냈다. 후륜구동 방식의 럭셔리 쿠페 모델로 5L V8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해 최고 출력 477마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4.4초에 불과하다. 하이브리드 모델인 뉴 LC500h는 V6 3.5L 엔진과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춰 최대 출력 359마력의 성능을 낸다.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5초다. 7월 국내에 출시됐으며 LC500은 1억 7000만원, LC500h는 1억8000만원이다.
글로벌 시장에선 LC500에 대해 ‘렉서스 미래(LF·Lexus Future)’를 가늠할 수 있는 상징적인 자동차로 보고 있다. 특히 LC500 탄생 과정에는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대표가 깊숙하게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키오 사장은 수준급 자동차 레이서이기도 하다. 수입차 관계자는 “프리미엄·정숙 등의 긍정적인 이미지와 따분함·중년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혼재됐던 렉서스가 재미·고성능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상 국민대 교수(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는 “렉서스 LC는 새로운 디자인으로 ‘미래의 자동차’를 보여 주고 있으며 그게 현재의 렉서스가 지향하는 ‘고급’의 가치인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구 교수는 “일본의 모든 자동차 메이커들이 최근에 매우 과격하고 적응이 필요한 차체 디자인을 보여 주고 있지만 어쩌면 그게 새로운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걸 수도 있다”며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이제 막 출범한 우리나라의 고급 브랜드 또한 이런 ‘소프트웨어적 차별화’로 승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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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에 이어 3위 자리를 구축하는 모양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렉서스코리아의 1~8월 판매량은 814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5803대보다 40%나 급증했다. 이는 렉서스의 ‘본가’격인 도요타의 같은 기간 성장세(5783대→7450대)보다 앞선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 렉서스가 8번째로 많이 팔린 국가로, 모두 1만594대가 팔렸다. 올해도 월평균 1018대가 팔리며 연말까지 1만2000대 이상 판매가 예상된다.
SUV라인업·금융혜택 강화도 한몫
렉서스는 도요타와 하이브리드 차량 기술을 공유하고 있다. 도요타는 1997년 12월 세계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 승용차 프리우스를 출시한 이래 지난 1월 말 기준 글로벌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차량 누적 판매 1000만대를 돌파했다. 렉서스는 2005년 4월 첫 하이브리드 차 RX400h를 출시한 이후 11년 만인 지난해 누계 판매 100만 대를 돌파했다. 렉서스코리아 관계자는 “렉서스와 도요타는 환경 대응을 경영의 중요 과제 중 하나로 삼고 있다”며 “‘친환경차 보급을 통해 환경에 공헌하자’라는 신념으로 하이브리드차 보급에 박차를 가해 온 결과”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ES300h라는 확실한 ‘대표 모델’이 판매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렉서스 판매량의 약 60%를 이끈 모델로, 올들어서도 8월까지 누적 판매량 5169대를 기록해 메르세데스-벤츠의 주력 중형세단 E220d(5722대)와 엎치락뒤치락하며 전체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6~7월에는 두 달 연속 전체 수입차 월간 베스트셀링 모델에도 올랐다. 렉서스의 주력 생산기지인 큐슈 공장에서 생산되는 ES300h는 16.4㎞/L의 연비를 자랑한다. 중형급 크기, 세단형 차체, 높은 연비, 고급스러운 품질 등에서 경쟁 상대로 꼽히는 BMW 520d, 아우디 A6 등에 밀리지 않는 스펙이다. 렉서스 관계자는 “ES300h의 판매 성과는 하이브리드의 기술적 특성을 알리고 다양한 마케팅을 펼친 덕분”이라며 “여러 세대에 걸쳐 진보된 렉서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해 ‘친환경성’과 ‘드라이빙의 즐거움’에서 경쟁사 동급모델에 대적할 강력한 대항마로 평가 받았다”고 말했다.
RX450h, NX300h 등 가솔린 하이브리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라인업 강화도 성공 요인이다. RX450h는 8월까지 821대가 판매돼 지난해 대비 63.2%나 급증했고, NX300h 역시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1169대 판매를 기록했다. 수입차 관계자는 “디젤 SUV와 가솔린 SUV 사이에서 힘과 승차감, 연비 때문에 고민하던 소비자의 적절한 대안이 됐다”고 분석했다. 렉서스 관계자는 “최근 국내 렉서스 고객이 점점 젊어지고 있다”며 “NX의 타깃은 세련되고 도시적인 분위기와 스타일리시한 패션 감각을 소유하고 있는 젊은층”이라고 말했다.
콘셉트카 LC500으로 재미·고성능 추가
최근 렉서스는 LC500·LC500h를 선보이며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LC500 모델은 2012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콘셉트카 LF-LC가 그 뿌리로, 원형을 거의 그대로 재현해 냈다. 후륜구동 방식의 럭셔리 쿠페 모델로 5L V8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해 최고 출력 477마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4.4초에 불과하다. 하이브리드 모델인 뉴 LC500h는 V6 3.5L 엔진과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춰 최대 출력 359마력의 성능을 낸다.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5초다. 7월 국내에 출시됐으며 LC500은 1억 7000만원, LC500h는 1억8000만원이다.
글로벌 시장에선 LC500에 대해 ‘렉서스 미래(LF·Lexus Future)’를 가늠할 수 있는 상징적인 자동차로 보고 있다. 특히 LC500 탄생 과정에는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대표가 깊숙하게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키오 사장은 수준급 자동차 레이서이기도 하다. 수입차 관계자는 “프리미엄·정숙 등의 긍정적인 이미지와 따분함·중년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혼재됐던 렉서스가 재미·고성능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상 국민대 교수(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는 “렉서스 LC는 새로운 디자인으로 ‘미래의 자동차’를 보여 주고 있으며 그게 현재의 렉서스가 지향하는 ‘고급’의 가치인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구 교수는 “일본의 모든 자동차 메이커들이 최근에 매우 과격하고 적응이 필요한 차체 디자인을 보여 주고 있지만 어쩌면 그게 새로운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걸 수도 있다”며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이제 막 출범한 우리나라의 고급 브랜드 또한 이런 ‘소프트웨어적 차별화’로 승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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