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무역영웅들-메타바이오메드 오석송 대표
우리시대 무역영웅들-메타바이오메드 오석송 대표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르며 의료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졌다. 의료제품을 자체 기술로 생산해 3000만불 수출탑까지 수상한 충북의 한 중소기업은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충북 청주 오송생명과학단지 메타바이오메드에서 오석송(63) 회장을 만났다. 2017년 4월 7일,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충북 오송에 위치한 메타바이오메드 사무실을 방문했다. 문 후보는 대선공약 과제로 제안한 ‘바이오밸리’를 강조하며 생산 공장을 둘러봤다. 그러면서 “수술용 봉합사를 비롯해 아주 독보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다”며 “아직 중소기업이지만 세계적으로는 ‘히든 챔피언’이라고 할 수 있다”고 추켜세웠다. 대통령은 6월 한·미 정상회담에 경제인 사절단으로 메타바이오메드 오석송 회장을 대동하기도 했다.
메타바이오메드는 의료기기 전문업체다. 주력 제품은 생분해성 봉합원사(흡수성 수술용 실), 치과용 기자재(충전재), 골수복재(뼈 이식재), 생체재료 등 의료용 소재다. 1993년 의료용구 제조업체로 출발해 첨단생명공학 전문회사로 성장한 메타바이오메드는 세계 시장에서 제품 경쟁력을 인정받아 바이오 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매년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며 2008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성장의 발판이 된 것은 2001년 세계에서 7번째로 생분해성 봉합원사를 개발하면서다. 생분해성 봉합원사는 수술 후 체내에서 일정 기간 후 분해되는 수술용 실이다. 이 회사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오직 7개 기업만 직접 생산할 정도로 고난도 기술을 요한다. 생분해성 봉합원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4% 정도다. 최근엔 일회용 내시경 카테터 ‘아이돌핀’(i-Dolphin)이 중국 CFDA 인허가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이돌핀은 척추 디스크 환자들을 시술할 때 사용되는 의료기기다. 세계 최초로 광섬유 조명, 초소형 카메라, 워킹 채널 등이 모두 카테터에 탑재돼 제작됐다. 오석송 회장은 기계 장비를 들어 보이며 “5년 전부터 개발한 제품으로 로봇화 시대에 부위별 침습형으로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당일 시술 받을 수 있는 일회용 소모성 카데터”라고 설명했다.
메타바이오메드는 우수한 기술력으로 의료 제품을 개발·생산해 미국·유럽 등 100개국에 수출한다. 연 매출 95%를 해외 수출이 차지한다. 그 결과 2015년 정부가 유망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는 글로벌 성장단계사업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됐고, 2016년 3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성공에는 실패가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오석송 회장은 두 번의 실패를 딛고 일어선 ‘오뚝이 경영자’로 불리지만, 젊은 시절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도 했다. 오 회장이 의료산업과 만난 건 우연한 계기였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그는 ‘미국 땅에서 성공하겠다’는 각오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현장 자가 테스트’를 위해 이태원의 바를 자주 찾았고 그곳에서 만난 외국인 덕에 치과용 충전재를 생산하는 미국계 회사 한국슈어프로덕트 관리이사로 영입됐다.
하지만 입사 3년 만에 회사는 노사분규로 폐업했다. 3개월 뒤 노조에 회사를 양도하고 나왔다. 첫 번째 실패였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재기를 시도했다. 친인척에게 35만 달러를 빌려 현지에 공장을 세웠지만 3년 만에 다시 문을 닫았다. 절망의 끝에 선 오 회장은 아버지 산소 앞으로 향했다. 약국에서 조금씩 처방 받아 모은 수면제로 자살 시도를 하려 했다.
오 회장의 재기는 사실 친구들 아니었으면 어려웠다. 소식을 전해 들은 고등학교 동창 7명(칠목회)은 십시일반 모아 5000만원을 마련해줬다. 1993년 10월 충북 청주의 지하 사무실을 빌렸다. 사장부터 운전기사까지 1인 5역을 하며 세 번째 도전에 나섰다. 소심하던 성격도 적극적으로 변했다. “근심은 99% 일어나지도 않을 걱정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는 웃으며 덧붙였다. “지금도 ‘칠목회’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재창업에서도 처음은 힘겹기만 했다. 자금을 빌리려고 중소기업 창업투자회사 20여 군데를 돌아다니면서 프로모션을 했지만 번번히 거절당했다. 오 회장은 “투자회사에서는 내가 왜 이것을 하면 안 되는지 세 가지를 말해줬는데, 전 세계적으로 6개밖에 없고 다 대기업이다, 제품 원료값이 하루에 700만원씩 들어가는 아이템이라 자금문제가 있다, 신생기업이라 마케팅이 안 될 거란 이유였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IMF위기 이후 사업은 오히려 호재가 됐다. 800원대 환율이 1900원대로 뛰었다. 350평 병원 건물을 매입했다. 1999년 자체적으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신제품 개발에 돌입했다. 사업 초기에는 1년에 3분의 1을 해외에서 보낼 정도로 해외시장 구축에 전력을 쏟았다. 오 회장의 비행 마일리지는 300만이 넘는다. 악착 같은 영업에 차츰 오더가 확보되기 시작했다. 그는 모든 부채를 3년 만에 조기 상환했다.
현재 메타바이오메드는 전 세계 100여 개국에 250여 개 영업망을 확보하고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95%나 된다. 공격적인 해외 마케팅으로 메타바이오메드는 현재 미국·중국·일본·캄보디아·독일에 5개의 현지 법인을 두고 있다.
장벽이 높은 의료 시장에서 해외까지 입지를 굳힐 수 있던 비결은 적극적인 연구개발(R&D)이다. 메타바이오메드는 매년 매출액의 10~12% 정도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연구소 직원만 전체 직원(220명)의 17%에 달한다. 보유한 특허 등록은 77개에 이른다.
오석송 회장은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끊임없이 해외 현지로 향한다. “독일 메디컬 전시장을 자주 가고 세계 각지의 고객들을 만나면서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국내 전문 의사들과 아이디어를 교환하면서 정부 지원 R&D 지원제도 활용방안을 검토합니다.”
단연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 중국이다. 봉합사의 23%가 중국에 나가 있다. 그는 “중국은 예측불허한 크기로 성장하고 있다”며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정부도 의료 혜택을 늘려 병원 사유화가 진행되면서 봉합사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봉합사의 일종인 성형사(성형을 위한 실)도 다음 아이템이다. 과학단지 내에 3층으로 된 1100평 연구소를 짓고 있다. 1월 중 개소할 예정이다. 수술만이 아닌 주름개선 성형시술을 위한 재료로 녹는 실 성형사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그는 “아름다움은 인류의 소망이고 건강의 상징이면서 즐거움”이라며 “중국에서도 성형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인류의 주름은 메타바이오메드가 다 펴겠다’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임할 생각”이라며 크게 웃었다.
오 회장은 국내 중소기업에서의 규제를 지적했다. “반도체나 IT, 전기전자 인프라가 굉장하고, 동의보감의 한의학 역사와 융·복합 이점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활용이 적다”며 “의료 바이오 부분의 인증이 지나치게 규제가 심한 것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지원이 많아짐에도 의료 분야는 안전에 대한 규제가 너무 커 제약이 많이 따른다. 이것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규제완화를 한다면 의료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당부했다.
환갑이 훌쩍 넘었지만 그는 여전히 현역이다. 새벽 5시반부터 출근길에 오른다. 부지런히 트렌드를 읽고, 연구개발을 한다. 그가 강조하는 ‘다이아몬드 경영’ 중 하나로 직원 복지를 꼽는다. 이 회사는 사내 명장, 핵심인재 선발 등 인재육성제도로 능력 중심 인사정책을 갖고 있다. 다양한 사내 복지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사내에는 헬스장, 테니스장, 골프연습장, 탁구장 등 운동시설도 마련됐다. 회사는 축구, 탁구, 볼링, 배드민턴 등 동호회에 지원금을 매월 지급하고 있다. 금연에 성공하면 포상금 100만원을 준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인적자원개발 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7년 매출은 450억원 정도가 될 전망이다. 오 회장은 “2018년 600억원 정도 예상하고 있는데, 2025년 성형사만 2000억원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바이오의료용 소재, 기기 분야에서 축적된 기술력과 글로벌 진출 경험을 기반으로 글로벌의료서비스산업으로 분야를 확장해 2030년까지 1조8000억원의 매출 달성을 로드맵으로 수립했다”고 밝혔다.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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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바이오메드는 의료기기 전문업체다. 주력 제품은 생분해성 봉합원사(흡수성 수술용 실), 치과용 기자재(충전재), 골수복재(뼈 이식재), 생체재료 등 의료용 소재다. 1993년 의료용구 제조업체로 출발해 첨단생명공학 전문회사로 성장한 메타바이오메드는 세계 시장에서 제품 경쟁력을 인정받아 바이오 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매년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며 2008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성장의 발판이 된 것은 2001년 세계에서 7번째로 생분해성 봉합원사를 개발하면서다. 생분해성 봉합원사는 수술 후 체내에서 일정 기간 후 분해되는 수술용 실이다. 이 회사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오직 7개 기업만 직접 생산할 정도로 고난도 기술을 요한다. 생분해성 봉합원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4% 정도다.
자살까지 생각한 힘겨운 2전 3기
메타바이오메드는 우수한 기술력으로 의료 제품을 개발·생산해 미국·유럽 등 100개국에 수출한다. 연 매출 95%를 해외 수출이 차지한다. 그 결과 2015년 정부가 유망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는 글로벌 성장단계사업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됐고, 2016년 3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성공에는 실패가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오석송 회장은 두 번의 실패를 딛고 일어선 ‘오뚝이 경영자’로 불리지만, 젊은 시절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도 했다. 오 회장이 의료산업과 만난 건 우연한 계기였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그는 ‘미국 땅에서 성공하겠다’는 각오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현장 자가 테스트’를 위해 이태원의 바를 자주 찾았고 그곳에서 만난 외국인 덕에 치과용 충전재를 생산하는 미국계 회사 한국슈어프로덕트 관리이사로 영입됐다.
하지만 입사 3년 만에 회사는 노사분규로 폐업했다. 3개월 뒤 노조에 회사를 양도하고 나왔다. 첫 번째 실패였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재기를 시도했다. 친인척에게 35만 달러를 빌려 현지에 공장을 세웠지만 3년 만에 다시 문을 닫았다. 절망의 끝에 선 오 회장은 아버지 산소 앞으로 향했다. 약국에서 조금씩 처방 받아 모은 수면제로 자살 시도를 하려 했다.
오 회장의 재기는 사실 친구들 아니었으면 어려웠다. 소식을 전해 들은 고등학교 동창 7명(칠목회)은 십시일반 모아 5000만원을 마련해줬다. 1993년 10월 충북 청주의 지하 사무실을 빌렸다. 사장부터 운전기사까지 1인 5역을 하며 세 번째 도전에 나섰다. 소심하던 성격도 적극적으로 변했다. “근심은 99% 일어나지도 않을 걱정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는 웃으며 덧붙였다. “지금도 ‘칠목회’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재창업에서도 처음은 힘겹기만 했다. 자금을 빌리려고 중소기업 창업투자회사 20여 군데를 돌아다니면서 프로모션을 했지만 번번히 거절당했다. 오 회장은 “투자회사에서는 내가 왜 이것을 하면 안 되는지 세 가지를 말해줬는데, 전 세계적으로 6개밖에 없고 다 대기업이다, 제품 원료값이 하루에 700만원씩 들어가는 아이템이라 자금문제가 있다, 신생기업이라 마케팅이 안 될 거란 이유였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IMF위기 이후 사업은 오히려 호재가 됐다. 800원대 환율이 1900원대로 뛰었다. 350평 병원 건물을 매입했다. 1999년 자체적으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신제품 개발에 돌입했다.
대규모 성형 시장이 다음 목표
현재 메타바이오메드는 전 세계 100여 개국에 250여 개 영업망을 확보하고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95%나 된다. 공격적인 해외 마케팅으로 메타바이오메드는 현재 미국·중국·일본·캄보디아·독일에 5개의 현지 법인을 두고 있다.
장벽이 높은 의료 시장에서 해외까지 입지를 굳힐 수 있던 비결은 적극적인 연구개발(R&D)이다. 메타바이오메드는 매년 매출액의 10~12% 정도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연구소 직원만 전체 직원(220명)의 17%에 달한다. 보유한 특허 등록은 77개에 이른다.
오석송 회장은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끊임없이 해외 현지로 향한다. “독일 메디컬 전시장을 자주 가고 세계 각지의 고객들을 만나면서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국내 전문 의사들과 아이디어를 교환하면서 정부 지원 R&D 지원제도 활용방안을 검토합니다.”
단연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 중국이다. 봉합사의 23%가 중국에 나가 있다. 그는 “중국은 예측불허한 크기로 성장하고 있다”며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정부도 의료 혜택을 늘려 병원 사유화가 진행되면서 봉합사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봉합사의 일종인 성형사(성형을 위한 실)도 다음 아이템이다. 과학단지 내에 3층으로 된 1100평 연구소를 짓고 있다. 1월 중 개소할 예정이다. 수술만이 아닌 주름개선 성형시술을 위한 재료로 녹는 실 성형사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그는 “아름다움은 인류의 소망이고 건강의 상징이면서 즐거움”이라며 “중국에서도 성형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인류의 주름은 메타바이오메드가 다 펴겠다’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임할 생각”이라며 크게 웃었다.
오 회장은 국내 중소기업에서의 규제를 지적했다. “반도체나 IT, 전기전자 인프라가 굉장하고, 동의보감의 한의학 역사와 융·복합 이점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활용이 적다”며 “의료 바이오 부분의 인증이 지나치게 규제가 심한 것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지원이 많아짐에도 의료 분야는 안전에 대한 규제가 너무 커 제약이 많이 따른다. 이것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규제완화를 한다면 의료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당부했다.
환갑이 훌쩍 넘었지만 그는 여전히 현역이다. 새벽 5시반부터 출근길에 오른다. 부지런히 트렌드를 읽고, 연구개발을 한다. 그가 강조하는 ‘다이아몬드 경영’ 중 하나로 직원 복지를 꼽는다. 이 회사는 사내 명장, 핵심인재 선발 등 인재육성제도로 능력 중심 인사정책을 갖고 있다. 다양한 사내 복지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사내에는 헬스장, 테니스장, 골프연습장, 탁구장 등 운동시설도 마련됐다. 회사는 축구, 탁구, 볼링, 배드민턴 등 동호회에 지원금을 매월 지급하고 있다. 금연에 성공하면 포상금 100만원을 준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인적자원개발 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7년 매출은 450억원 정도가 될 전망이다. 오 회장은 “2018년 600억원 정도 예상하고 있는데, 2025년 성형사만 2000억원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바이오의료용 소재, 기기 분야에서 축적된 기술력과 글로벌 진출 경험을 기반으로 글로벌의료서비스산업으로 분야를 확장해 2030년까지 1조8000억원의 매출 달성을 로드맵으로 수립했다”고 밝혔다.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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