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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서비스 전성시대] 전용 택시까지 … 동물 팔자가 상팔자

[반려동물 서비스 전성시대] 전용 택시까지 … 동물 팔자가 상팔자

기업들 다양화·고급화로 반려인 유혹 … 업종 가리지 않고 시장 진입
1월 26일 서울 대치동 롯데백화점 강남점에 업계 최초로 문을 연 반려동물 전문 컨설팅 매장 ‘집사(ZIPSA)’에선 전문 교육을 받은 ‘펫 컨설턴트’ 4명이 맞춤형 상품을 추천해준다. / 사진:롯데백화점 제공
지난 2월 5일 오전 경기도 분당의 한 아파트 단지. 집에서 대형 견종인 골든리트리버 한 마리를 키우는 주부 장은혜(34)씨는 애가 탔다. “수지(반려견 이름)가 아침부터 몸에 이상이 있는지 끙끙대서 집 근처의 평소 다니던 동물병원을 가려는데 전화해보니 문을 닫았더군요. 믿을 만한 다른 병원은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는데, 자동차도 남편이 출근해서 없고 수지를 거기까지 어떻게 데려가야 할지 막막했어요.” 급한 마음에 인터넷 맘카페(특정 지역에 사는 엄마들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장씨에게 조언이 쏟아졌다. “요즘 반려동물 태울 수 있는 ‘펫(pet)택시’라는 게 있어요. 한번 알아보세요.”

장씨의 고민은 간단히 해결됐다. 콜택시를 이용하듯 관련 업체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얘기하자 “출발지와 목적지를 알려 달라”는 답변과 함께 신속히 배차가 돼서다. 반려견은 제때 치료를 받고 금세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엔 없던 개념인 펫택시는 최근 등장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급속히 인기를 끌고 있는 반려동물 관련 신종 서비스다. 장씨가 이용한 펫택시 스타트업 ‘펫타요’는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 반려동물 전용 택시를 운행한다. 픽업부터 이동까지 자유롭다. 반려동물 보호자가 동승하지 않아도 태울 수 있으며 이 경우 강아지를 태우면 목줄을, 고양이는 캐리어를 준비하면 된다.
 보호자 없어도 탈 수 있는 ‘펫택시’
펫택시 업체 ‘펫타요’의 차량에 한 반려견이 탑승하고 있다. 최근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펫택시 서비스는 미국과 일본 등지에선 이미 보편화했다. / 사진:펫타요 제공
반려동물이 택시 안에서 시끄럽게 짖거나, 차량 내부 용품을 훼손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람이 아닌 반려동물을 위한 서비스답게 청소비나 배상을 요구하지 않아서다. 대신 업체 측에서 하루 2회 천연 살균소독제로 소독을 진행해 차량의 청결 상태를 유지한다. 요금은 기본 7000원에 1㎞당 추가로 1000원씩 붙는다. 예컨대 11㎞ 거리라면 ‘7000원+1만1000원=1만8000원’을 내면 된다. 물론 보호자 동승도 가능하며 태울 수 있는 동물의 마리 수엔 따로 제한이 없다.

현재 서울 등 수도권에선 펫타요 외에 ‘펫미업’ ‘펫데어’ 등 10~20곳의 펫택시 업체가 영업하고 있다. 요금이나 차종은 업체별로 조금씩 다르다. 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선진국에선 펫택시 같은 서비스가 이미 보편화했다”며 “한국도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펫택시 수요 증가로 자연스럽게 공급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 1000만 시대가 낳은 풍경이다.

‘탈 것’은 반려동물 서비스 전성시대에 이처럼 중요성이 나날이 부각되고 있는 분야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소비자들이 ‘반려동물에게도 편리하고 안락한’ 탈 것을 원하고 있어서다. 이에 대기업까지 관심을 갖고 서비스 확장에 나섰다.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12월 경차 ‘레이’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더 뉴 레이’를 출시하면서 차량용 반려동물 용품 ‘튜온펫’을 같이 선보였다. 튜온펫은 ▶반려동물 전용 카시트(이동식 케이지) ▶반려동물이 앞좌석으로 넘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카펜스(1~2열 중간 격벽) ▶뒷좌석용 오염 방지 시트커버 등 3종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는 차를 구입하면서 필요에 따라 각각 설치 여부를 선택하면 된다. 기아차 관계자는 “반려동물 보유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트렌드를 반영해 튜온펫 출시를 결정했다”며 “고객이 반려동물을 태우고도 안전하고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돕는 선진국 방식의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 자동차 업계는 차량용 반려동물 용품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튜온펫처럼 세세해 보이지만 반려동물 보유 가구엔 꼭 필요한 서비스를 추가 도입할 만큼 한걸음 더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서일까. 더 뉴레이는 소비자 편의성을 대폭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 속에 1월까지 전년 동기의 배가 넘는 판매량(2645대)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 반려견 산책 서비스 시작
기아자동차는 ‘더 뉴 레이’를 출시하면서 차량용 반려동물 용품 ‘튜온펫’을 함께 선보여 소비자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은 반려동물이 앞좌석으로 넘어오지 못하게 한 튜온펫 카펜스. / 사진:기아자동차 제공
그런가 하면 불황에 고전 중인 유통 업계에서도 반려동물 서비스는 불황을 뚫을 ‘블루오션의 영역’으로 떠올랐다. 롯데백화점은 1월 26일 업계 최초로 반려동물 전문 컨설팅 매장인 ‘집사(ZIPSA)’를 선보였다. 서울 대치동 롯데백화점 강남점에 90㎡(약 27평) 규모로 들어선 이곳은 말 그대로 반려동물의 ‘집사’가 되기를 자청한다. 전문 교육을 받은 ‘펫 컨설턴트’ 4명이 상주해 동물의 종류와 생애주기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준다. 집사의 손광빈 컨설턴트는 “동물의 나이와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피부염이나 알레르기, 관절염에 효과가 있는 영양제나 샴푸를 추천해준다”며 “예를 들어 반려견 중 포메라니안의 경우 선천적으로 관절이 약해 ‘오메가3’ 영양제 복용을 권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백화점 측은 앞으로 서울 잠실점 등으로 집사 매장을 확장할 계획이다. 좀 더 체계적으로 반려동물의 건강과 삶의 질을 챙기고 싶은 소비자라면 관심을 가질 만하다.

백화점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반려견 산책 서비스도 제공한다. 반려견 산책 서비스 플랫폼인 ‘우프(Woof)’와 연계해서다. 시간당 1만3000원가량의 비용을 내면 소비자가 쇼핑을 하는 동안 반려동물은 우프 직원의 관리·감독 하에 산책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반려동물을 동반한 소비자라도 안심하고 장시간 쇼핑을 할 수 있다. 인근 동물병원에서 수의사가 외진을 나와 검진을 받거나 펫 푸드 정기 배달 서비스, 홈 파티 방문 케이터링 서비스 등을 받을 수도 있다. 김민아 롯데백화점 펫 비즈프로젝트팀장은 “그간 반려동물 출입이 금지됐던 탓에(동물과) 함께 백화점을 찾기 어려웠던 고객을 위해 맞춤형 서비스를 기획했다”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고객이 증가한 만큼 그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업계 맞수인 신세계그룹은 이보다 한 발 앞서 유통 채널 내에 반려동물을 위한 공간을 조성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해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정용진 부회장이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이마트, 그리고 정 부회장 스스로 공식석상에서 테마파크와 비교하면서 “전에 없던 체험형 쇼핑 공간”임을 연일 강조한 복합 쇼핑몰 스타필드를 통해서다. 정 부회장은 본인의 반려견 이름을 딴 반려동물 용품 전문매장 ‘몰리스펫샵’을 기획하고 2010년부터 지금까지 전국의 주요 이마트와 스타필드 안에 입점하도록 했다.
 정용진 부회장 반려견 이름 딴 용품매장도
현재 전국에서 35곳까지 점포가 늘어난 몰리스펫샵은 소비자가 반려동물과 동반 입장해 필요한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 동물 전용 헤어드라이어와 급수기 등 가전제품에서부터 맞춤형 유모차·의류·기저귀·사료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어 편리하다. 몰리스펫샵은 지난해 푸드 매출이 전년 대비 4.4%, 의류 및 용품 매출이 11.9% 증가했을 만큼 인기다. 이 밖에도 분양·병원·미용실·호텔·유치원·사진관·카페 등 동물이 사람처럼 누릴 수 있는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 2월 7일 스타필드 경기 하남점 내 몰리스펫샵에서 만난 직장인 최준형(42)씨는 “반려견에 비해 다소 고르기가 까다로운, 반려묘를 위한 용품까지 다양하게 구비돼서 직접 비교해가며 고를 수 있고 동반 입장이 가능한 카페 등의 서비스가 잘 마련돼 만족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유통 채널에서도 반려동물 서비스는 대세다. CJ그룹의 CJ몰은 1월 26일 반려동물 전문 쇼핑몰인 ‘올펫클럽’을 새로 열었다. 각종 사료와 건강식품에서부터 반려동물 사진 촬영권, 동물과 동반 투숙할 수 있는 호텔 숙박권까지 다양한 물품을 판매한다. 동물 주인이 입던 옷을 수작업을 거쳐 동물의 옷으로 바꿔주는 이색 서비스도 제공한다. 올펫클럽은 회원제로 운영된다. CJ몰 올펫클럽 페이지의 ‘우리 아이 정보등록’ 코너에서 반려동물 종류를 먼저 선택하고 이름·품종·생년월일·성별 등을 입력한 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CJ몰은 반려동물 전용 보험과 장례 상품 등을 올펫클럽에서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한편 반려동물을 위한 사료 분야는 동물에게 더 좋은 음식을 먹이려는 소비자의 욕구 속에 ‘고급화’라는 이름으로 진화 중이다. 반려동물 전용 이온음료부터 얼린 요거트까지 웬만한 사람 입맛 뺨치는 맛과 특색으로 무장한 품목들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의 적극성도 날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육가공 업체인 하림은 지난해 6월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인 ‘하림펫푸드’를 선보이고 그간 외국계 기업들이 주로 형성했던 국내 사료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하림펫푸드 ‘더 리얼’은 사람도 먹을 수 있다는 휴먼 그레이드(human grade) 등급의 사료다. 이 외에 KGC인삼공사·LG생활건강·풀무원건강생활·서울우유·사조산업 등이 반려동물 사료와 간식 분야에 뛰어들었다.

반려동물 서비스 전성시대는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사람을 위한 의약품 제조에만 집중하던 제약 업계에서는 동국제약 등이 반려동물 의료기기 시장에 진출했다. 이동통신 업계의 LG유플러스는 집안 CCTV와 사물인터넷(IoT)으로 보호자가 외출하거나 출근했을 때 집에 혼자 있는 반려동물을 보살펴주는 ‘반려동물 loT’ 서비스를 선보였다. 위닉스와 신일산업 등 중소·중견 가전 업체들은 틈새시장을 찾던 도중 진입한 반려동물용 가전제품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동물 털 관리 전용 공기청정기 등의 이색 상품이 쏟아져 나왔다.
 법 개정 등 각종 논란 속 과제도 산적
하림이 지난해 선보인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하림펫푸드’는 사람도 먹을 수 있는 휴먼 그레이드(human grade) 등급의 사료 ‘더 리얼’을 제조한다. / 사진:하림 제공
이처럼 기업들이 앞다퉈 반려동물 서비스를 기획하고 잇따라 출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만큼 수요가 뒷받침돼 성장 전망이 좋아서다.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신사업과 달리 이미 어느 정도 기반을 갖춘 상태에서 비교적 적은 리스크로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업 노하우가 부족하더라도 시간·금전적 부담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가능성을 타진해볼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이다. 예컨대 유통 업계나 식품 업계의 경우 기존 생산 기반과 유통망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어 진입에 수월하다. 그러면서도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트렌드를 소비자와 기업 양쪽 모두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갖가지 논란을 낳거나, 과제를 남기고 있어서다. 펫택시의 경우는 관련 법규가 미비해 불법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관련 업체들이 택시 면허를 따로 보유하고 영업하고 있진 않은 상황에서 택시업계가 “돈을 받고 사람까지 태우는 데 무면허로 영업하는 건 불법”이라며 반발해서다. 이에 정부는 펫택시를 합법화하기로 하고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3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마련, 반려동물 관련 영업에 동물운송업을 포함했다. 1년 유예 기간을 거친 이 개정안은 3월부터 시행된다.

LG유플러스는 집안 CCTV와 사물인터넷(IoT)으로 보호자가 외출하거나 출근했을 때 집에 혼자 있는 반려동물을 보살펴주는 ‘반려동물 ol T’ 서비스를 선보였다. / 사진:LG유플러스 제공
유통 업계가 반려동물 출입을 일부 허용한 데 대해서도 일각에선 문제를 제기한다. 지난해 인기 연예인 최시원의 반려견이 한 유명 음식점 대표를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공격,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 이후 반려동물의 안전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는데 위험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시선이다. 우후죽순 늘어난 서비스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기업들이 겪게 될 경쟁 과열 양상, 그리고 이에 따른 품질 저하 우려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의 문제 역시 시장성이 커질수록 반복해서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반려동물 서비스 시장이 소비자 입장에선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형성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수의사 출신으로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 제공 스타트업 ‘펫트너’를 만든 최가림 대표는 “기업들이 반려동물을 돈벌이 수단이 아닌, 존중해야 하는 서비스 대상으로 보고 생태계를 가꿔나가야만 예상되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소비자들이 신뢰해서 더 많이 찾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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