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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나노실버의 정체

우리가 몰랐던 나노실버의 정체

의류에 포함된 은 입자가 세탁 폐수로 침출되면 우리 건강과 환경에 유독할 수 있어
산업용도가 다양한 은 나노입자를 세탁기에서 회수하면 은중독 등의 생태학적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바꿀 수 있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인류는 고대부터 은이 세균을 죽이거나 성장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도 궤양을 치료하고 상처를 낫게 하는 등 은의 치료와 예방 효능을 언급했다. 1940년대 항생제가 개발되기 전까지 화상이나 세균에 감염된 상처, 또는 궤양을 치료하는 주요 수단이 콜로이드 은제제(은 이온수)였다. 지금도 은은 붕대나 크림, 또는 의료기기의 코팅에 사용된다.

1990년대 이래 제조업체들은 다양한 소비자 제품에 은 나노입자를 첨가했다. 항균과 탈취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의류나 타월, 속옷, 양말, 치약, 봉재완구 등이 대표적인 예다. 나노입자는 지름이 1~100나노미터(㎚)인 초미세 입자로 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다. 널리 인용되는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나노물질 기반의 소비자 제품 중 약 4분의 1이 은 나노입자(나노실버)를 포함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나노실버는 직물이 세탁될 때 침출된다. 아울러 나노실버는 사람과 수중·해양 생물에 유독할 수 있다. 나노실버는 널리 사용되지만 인체와 환경에 장기적으로 미치는 독성 효과에 관해선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는 세탁 폐수에서 순은 나노입자(산업 용도가 다양하다)를 회수함으로써 이 잠재적인 생태학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바꾸는 방법을 개발 중이다. 최근 발표된 논문에서 우리는 은 나노입자를 회수하는 과정을 묘사하면서 주요 기술적 문제를 논했다. 우리는 그 문제를 근원에서 해결하는 접근법을 택했다. 우리가 가정에서 사용하는 세탁기를 말한다. 우리는 세탁 폐수에서 나노실버라는 새로 확인된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에서 이 전략이 매우 유망하다고 판단한다.

소비자 제품의 나노실버 사용은 지난 10년 동안 점진적으로 증가했다. 은 기반 직물의 시장 점유율은 2004년 9%에서 2011년 25%로 늘었다. 직물의 은 함유량은 ㎏ 당 0.009~2만1600㎎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세탁물에 침출되는 은의 양은 세제와 다른 화학물질의 상호작용이나 은 나노입자가 직물에 어떤 식으로 존재하는지 등의 요인에 따라 다르다.

은 입자는 사람의 간과 피부, 폐 세포를 손상할 수 있다. 또 은에 지속적으로 또는 과다한 양에 노출되면 피부가 푸르스름한 회색으로 변하는 은피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은 입자는 여러 미생물과 수중 생물(관상용 열대어 제브라 피시, 무지개 송어, 동물성 플랑크톤 등)에도 유독하다.

은 입자가 배수관을 타고 내려가 폐수처리장에 도달하면 세균처리 과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처리 설비를 망가뜨릴 수 있다. 폐수에 침출된 은 나노입자의 90% 이상은 영양소가 풍부해 비료로 많이 이용되는 하수 슬러지에 포함된다.

이런 과정은 여러 가지 위험을 제기한다. 그 비료를 통해 작물이 은 입자를 흡수하면 은이 작물 속에 농축돼 먹이사슬에 유입된다. 또 지하수에 침출되거나 폭풍우나 침식 작용을 통해 강으로 씻겨 내려가기도 한다.

우리 연구는 페수에서 은 입자를 제거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세탁기에서 처리하는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 시점에선 은의 농도가 비교적 높다. 또 세탁기 안에선 은 입자가 의복으로부터 화학적인 형태로 방출되기 때문에 회수가 쉽다. 세탁 폐수가 처리장으로 흘러가 하수나 다른 물과 섞이면 은의 농도가 상당히 낮아지고 다른 화학적 형태로 전환될 수 있다.

은을 회수하는 데는 화학작용이 도움이 된다. 우리는 이번 연구에서 ‘이온교환’이라는 널리 사용되는 화학적 과정을 사용했다. 이온은 전하를 갖는 원자나 분자다. 이온 교환에선 전해질 용액 속에 고체 물질을 넣으면 서로 이온을 교환한다. 예를 들어 비누는 마그네슘과 칼슘 같은 이온의 수치가 높은 경수에선 거품이 잘 나지 않는다. 이온 교환 필터를 사용해 수돗물을 연화시키는 가정도 있다.

이 과정에서 교환되는 이온은 둘 다 같이 음전하나 양전하를 띠어야 한다. 나노실버는 직물에서 은 이온으로 방출된다. 양전하를 띤 양이온이라 ‘Ag+’로 표시된다.

세탁기에서도 폐수로부터 은을 제거하기가 쉽진 않다. 세탁물에서 은의 농도는 칼슘 같은 다른 양이온에 비해 낮다. 그런 양이온이 은 입자 제거 과정을 방해할 수 있다. 세제의 화학물질도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 일부 세제 성분은 은과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화학물질 없이 순수 은 입자만 회수하기 위해 이 과정은 은과 화학적으로 친밀한 성질을 가진 물질을 사용해야 한다. 이전의 연구에서 우리는 잠재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은과 우선적으로 결합하는 황 기반의 화학물이 들어 있는 이온교환 물질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번 연구에서 우리는 세탁 폐수를 이온교환 수지에 통과시킨 뒤 물속에서 각각의 주요 세제 성분이 은과 어떻게 반응하고 폐수에서 은을 제거하는 수지의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수소이온농도 지수(pH), 온도, 나노실버 양이온의 농도 같은 조건을 조정함으로써 우리는 은 회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조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pH와 칼슘 이온(Ca2+) 수준이 중요한 요인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수소나 칼슘 이온의 수치가 높을수록 세제 성분과 잘 결합해 은 이온과 반응하는 것을 막아 이온교환 수지가 폐수에서 은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또 우리는 일부 세제 성분(특히 표백제와 연수제)이 이온교환 수지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런 조건에 따라 우리는 세탁 폐수에서 은 나노입자의 20~99%를 회수했다.

우리의 발견은 은 회수에 더 적합한 대안 세제에 관한 연구를 촉진할 수 있다. 가정과 기업체 등 다양한 출처에서 나오는 폐수는 먼 거리를 파이프를 통해 이동한 뒤 폐수처리장에 모인다. 그러나 폐수처리 시설이 새로 확인된 오염물질로부터 환경을 보호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증거가 갈수록 많아진다. 다양한 출처에서 나오는 폐수에 단일 처리 기술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폐수의 출처에 따라 거기에 포함된 물질을 제거하는 데 가장 적합한 기술로 처리할 수 있는 분화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세탁소에서 나오는 폐수는 식당에서 나오는 폐수와는 다른 오염물질이 들어 있다. 따라서 그처럼 서로 다른 폐수를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의 접근법은 새로운 환경 문제에 대처하는 더욱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앞으로 세탁기에 특수물처리 카트리치를 설치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 수칼리안 센굽타, 타비시 나와즈



※ [필자 센굽타는 미국 매사추세츠대학(다트머스 캠퍼스) 교수이며, 나와즈는 같은 대학의 박사과정 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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