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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핵무기 없이 ‘3차 대전’ 승리할 수 있을까

미국은 핵무기 없이 ‘3차 대전’ 승리할 수 있을까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력 강화하지만 미국은 재래식 무기만으로 적을 제압할 수 있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은 미국 중서부에서 시베리아까지 도달하는 데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 사진:GETTY IMAGES BANK
미국과 러시아, 중국이 서로 상대방의 인내심과 핵심 전략을 시험하고 있다. 그러면서 세계대전의 발발 가능성을 둘러싼 추측이 더욱 무성해졌다. 그러나 이처럼 중대한 논의에 진지하게 참여하는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잦다.

군사 능력을 비교할 때 서방 언론은 주로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추정되는 국가들의 무기 능력에 초점을 맞출 뿐 세계 전체의 국방비 지출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의 막강한 능력에는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가상의 제3차 세계대전이 어떻게 전개될지, 그 결과는 어떨지에 관한 합리적인 논의는 미국 군사 자산의 규모와 수준을 올바로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다각적인 방면으로 군사력을 강화하지만 미국 사령관들은 확대되는 위기를 거뜬히 통제하고 적의 군사력을 사전에 제압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갖고 있다.

우선 미사일 측면을 살펴 보자. 미 해군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4000기를 보유한다. 또 미 해군과 공군은 현재 사거리 320∼960㎞인 재래식 순항미사일 JASSM 5000기를 배치하고 있다. 공대지 장거리 초정밀 타격이 가능하며 레이더에 거의 포착되지 않는 이 미사일은 핵미사일 격납고 같은 강화 방어 설비를 갖춘 표적을 파괴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그와 대조적으로 러시아와 중국은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미국에 필적할 만한 미사일이 없다.

해군력에서도 마찬가지다. 시리아 근해에 배치된 러시아의 소형 구축함 2척과 더 작은 군함들을 두고 서방에선 말이 많지만 프랑스만 해도 지중해에 전함 20척과 항모 1척을 배치하고 있다. 게다가 그 지역의 미국 상비군에는 순항미사일 수십 기와 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갖춘 구축함 6척이 포함된다. 유럽의 다른 쪽 끝에선 러시아군이 작은 발트해 국가들을 위협하지만 러시아의 발트 함대는 덴마크와 비슷하고 독일의 절반 규모라는 사실은 거의 지적되지 않는다.

한편 남중국해에서 보이는 중국의 공격적인 확장주의 행동은 중국이 최초로 제작한 항모와 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사와 함께 보도된다. 그러나 중국 해군의 규모가 크고 갈수록 강해지고는 있지만 영국 소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숫자로 볼 때 일본과 대만의 함대를 합친 것과 같다. 한편 미국은 전 세계에 항모 19척(해상 강습함 포함)을 배치하고 있다.물론 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요인이 핵무기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은 전부 핵무장한 나라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핵탄두 장착 가능한 새로운 미사일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그 미사일을 두고 “모든 기존과 미래의 미사일 시스템보다 우수하며 사실상 무적”이라고 묘사했다. 일각에선 중국이 핵무기 선제사용 금지 정책을 포기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 모든 상황은 당연히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우리는 오랫동안 핵무기 위협이 두 강대국 사이의 전쟁을 막는 억지 수단이라고 믿어왔지만 지금까지 세계는 사실 운이 좋아서 핵전쟁을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명심해야 할 점은 핵무기를 제외하고도 미국의 군사력이 너무나 자주 간과됐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1월 한국과 미국의 해군이 동해에서 연합훈련을 벌였다. / 사진:NEWSIS
실제로 미국 지도자들은 미사일 방어망의 지원을 받는 압도적인 재래식 공격만으로 러시아의 핵무기를 제거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다. 이런 능력은 9·11 사태 이전에 시작돼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까지 계속된 ‘신속글로벌타격(PGS)’ 시스템 아래서 갖춰졌다. 미 공군의 글로벌타격사령부(GSC)를 중심으로 구축된 이 시스템은 재래식 무기를 사용해 세계 어느 곳이든 60분 안에 공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니다. 러시아의 핵미사일을 발사 전에 파괴하려면 미군은 먼저 물리적인 공격과 사이버 공격 둘 다를 사용해 러시아의 레이더 시스템과 지휘부, 통신 기능을 무력화해야 한다. 그 다음 지상에 배치된 러시아의 고정 미사일 약 200기와 이동 미사일 200기, 미사일을 탑재한 러시아 잠수함 10여 척, 러시아 폭격기 등을 파괴해야 한다. 그 와중에 혹시 러시아가 발사할 수 있는 미사일은 공중에서 요격해야 한다.

러시아는 미국의 그런 공격을 충분히 막아낼 만한 수준이 못 될 가능성이 크다. 위성과 지상에 설치된 러시아의 조기경보 레이더는 노후화되고 있으며 교체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동시에 미국은 인공위성과 레이더 시스템을 공격하는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일부는 개발이 끝나고 수 년째 사용된다(일찍이 1985년에도 미국은 F15 전투기로 인공위성을 격추했다). 다른 한편으로 서방의 인공위성 의존도도 아주 높다. 러시아와 중국은 독자적인 인공위성 제거 시스템을 계속 개발하는 중이다.

러시아의 폭격기는 소련 시대에 제작됐다. 그들이 가끔씩 서방 국가의 영공을 슬쩍 침범하면 긴장이 고조되지만 실제로 큰 위협은 되지 않는다. 러시아와 미국 전투기가 맞붙어 싸운다면 러시아 조종사들은 보이지도 않고 사정권에도 들어오지 않는 미군 전투기의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미국과 영국의 잠수함은 냉전시대 내내 소련 잠수함이 기지를 출발하면 계속 추적할 수 있었다. 그 이래 러시아군의 전력은 쇠락한 반면 미국의 대잠수함전 능력은 더욱 강화됐다. 미국은 러시아 잠수함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그들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을 수 있다.러시아 핵무력의 핵심은 지상에 배치된 미사일이다. 일부는 격납고에 고정돼 있고 일부는 차량에 실려 철로나 도로로 이동할 수 있다. 격납고 미사일은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미군 전폭기가 탑재한 여러 종류의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다. 지하 깊숙이 콘크리트와 강철로 건설된 벙커로 보호되는 표적을 파괴할 수 있는 미사일이다. 그러나 미국의 전쟁 기획자들에게 한 가지 문제는 미사일을 장착한 미군 전폭기가 그런 표적에 도달하려면 몇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몇 분 안에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늘의 유령’으로 불리는 미 공군 스텔스폭격기 B-2 스피릿. 미국의 전략자산 중 하나다. / 사진:AP-NEWSIS
한 가지 간단한 해결책은 미사일에 장착된 핵탄두를 신속히 일반 탄두로 교체하는 것이다. 2010년 오바마 정부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미국이 이런 능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은 미국 중서부에서 시베리아까지 도달하는 데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미 해군의 트라이던트 미사일이 적절한 위치에 배치된 잠수함에서 발사된다면 발사에서 표적 도달까지 걸리는 시간이 10분 안으로 줄어들 수 있다.

미 해군은 2001년부터 트라이던트 미사일을 불활성 고체 탄두(표적 10m 이내를 타격할 수 있다)나 유산탄 탄두 둘 중 하나를 장착할 수 있도록 개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 미사일을 사용할 경우 잠재적인 적이 핵공격을 받는지 재래식 공격을 받는지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는 비판도 있다. 정확한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서 적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할 수밖에 없다. 핵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의회 조사관들에 따르면 그런 개조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었지만 2013년 중단됐다.

미국은 전군에 걸쳐 전 세계의 표적을 60분 안에 공격할 수 있는 기술을 계속 개발해왔다. 그중 대표적인 기술이 극초음속 미사일이다. 음속의 10배에 이르는 속도로 지구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무기다. 중국과 러시아도 이 분야에서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러시아의 핵무력 중 나머지는 이동식 발사대를 사용하는 미사일이다. 크렘린이 지원하는 매체 스푸트니크 통신에 게재된 한 기사는 이동식 발사대 장착 차량(TEL)의 경우 추적이 어려워 PGS가 미국의 생각처럼 효과적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이 기사는 러시아 핵병기고의 나머지는 실제로 취약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미국은 1990년 제1차 걸프전 당시 TEL에 적재된 이라크군의 스커드 미사일을 추적하고 무력화하는 작전 이후 이런 문제의 해결에 주력해왔다. 미군은 2001년 이래 수많은 저항세력 퇴치 작전에서 짧은 시간에 소형 지상 표적을 공격하기 위해 원격 센서를 사용했다.

PGS의 ‘칼’이 러시아의 미사일 발사를 막지 못한다면 미국은 미사일 방어망을 ‘방패’로 사용할 수 있다. 미국은 옛 소련과 체결한 탄도탄요격미사일제한조약(ABM)을 2002년 일방적으로 탈퇴한 후 미사일 방어망을 배치했다(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제 더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옛 소련과 미국 간에 체결된 ABM 협정은 이미 오래 전 효력을 상실했다며, 미국과 동맹국을 방어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ABM 협정 탈퇴를 공식 선언하고 미사일 방어망 구축에 나섰다).2002년 이후 구축된 미사일 방어망의 일부는 무용지물이라는 얘기가 있지만 미 해군은 ‘이지스(Aegis)’로 불리는 더 효과적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미국 국방부 미사일 방어 프로그램 책임자를 지난 한 인사는 ‘이지스’가 ICBM을 격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 해군 전함 40대에 약 300기의 이지스 미사일이 탑재됐다. 2008년 이지스 미사일 1기가 궤도에서 이탈해 추락하는 인공위성을 파괴했다.

러시아 핵잠수함 유리 돌고루키호. 푸틴 대통령은 옛 소련 시절에 볼 수 없었던 규모로 해외에서 군사력을 과시한다. / 사진:AP-NEWSIS
2003년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 침공 직전 세계의 여러 정부와 반대자들은 미국과 영국이 침공에 따른 예기치 않은 결과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양국 정부는 비판과 회의론에 개의치 않고 침공을 감행했다. 실제로 이라크전의 결과는 재난이었다. 하지만 거기서 얻은 교훈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그처럼 호전적인 태도가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이 크다.

대개 외국인의 인명 피해는 미국 국내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수십만 명의 이라크 민간인이 처음엔 제재로, 그 다음엔 전쟁으로 희생됐지만 빌 클린턴이나 부시 대통령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다. 앞으로 이란이나 북한 또는 다른 어느 나라에서 그와 비슷한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별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인도적인’ 정밀 무기가 사용된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불길한 면이 있다. 스콧 세이건 스탠퍼드대학 정치학 교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은 자국이 피해를 입지 않는 한 핵무기를 사용한 선제공격에 반대하지 않는다. 핵탄두를 장착한 트라이던트 미사일이 그런 유혹을 제공한다.

따라서 국제 시민단체와 언론, 정당들은 대량살상무기(WMD)만이 아니라 주요 재래식 무기의 통제에도 시급히 주목해야 한다. 아직 시간은 있다. 우리는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반핵단체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과 핵금지조약을 지지해야 한다. 또 냉전을 대부분 평화롭게 종식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빛바랜 군축 의제를 되살려 전 세계로 확대해야 한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의 카이제르(독일 황제)처럼 트럼프 대통령이나 그의 후임자 중 한 명은 미국의 대규모 공격이 가져올 끔찍한 현실과 마주칠 때 경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제국이 패한 뒤 분할되면서 치욕을 당한 카이제르와 달리 21세기의 미국 대통령은 그러고 난 뒤에도 별 탈 없을지 모른다.

- 댄 플레시



[ 필자는 영국 SOAS 런던대학 국제외교학 교수이자 국제문제·외교센터 소장이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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